1998년 3월의 어느날..수도방위사령부에서 군복무중이던 박모일병은 14박 15일의 첫 정기휴가를 나왔습니다. 집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옷을 갈아입고 친구들을 만나러 갔던 이녀석은 당시 한창 열풍이던 스타크래프트를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14박 15일의 휴가기간중 11일을 겜방에서 보내게 됩니다. 하지만 당시엔 스타에 중독된 건 아니었습니다. 단지 친구들이 좋아해서 마지못해 갔던 것 뿐이었죠. 세월이 흘러 제대를 하고 고향인 광주로 돌아온 박군은 우연한 기회에 다시 스타의 길로 접어듭니다. 주변에 스타를 즐기는 친구들이 많았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었지요.
무한맵에서 테란을 플레이하던 이 녀석은 어느날 친구녀석과 1:1대전을 벌이던 중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적진을 향해 전진하던 자신의 마린이 보이지 않는 적에 의해 전멸당한 것이었습니다. 워낙 찰나의 순간이었기에 어리둥절할 뿐 정확한 개념을 갖지못한 채 다시 마린부대를 보내보았으나 역시 전멸당했고 뒤이어 들어온 흉칙한 괴물들에 의해 본진은 초토화당하게 됩니다. 게임이 끝난 후 친구에게 묻습니다.
"야 뭐야 이게, 뭐길래 보이지도 않는데 다 죽냐"
"후훗.. 이건 러커라는 거야. 이것만 있으면 테란한텐 안져..으하하하"
박군은 생각합니다. '과연 그렇겠군. 보이지도 않는데 무슨 수로 이긴단 말이냐. 그래 나도 오늘부터 저그유저다. 음흐흐흐..'
그리고 저그유저가 된.. 정확히는 원해처리 패스트러커유저가 된 박군은 자신감을 얻어 배틀넷에도 진출하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후 다크스웜과 맵핵이라는 무기를 추가해 승리의 횟수를 늘려가며  점점 스타의 세계에 빠져들게 됐습니다.
그렇게 스타의 재미에 푹 빠져지내던 박군은 우연히 집에서 TV를 시청하다 다시 한번 계기를 갖게 됩니다. 겜비씨 종족 최강자전의 장진남 vs 임성춘 전을 보게 된 것입니다.
겜큐시절 임성춘선수의 팬이었기에 당연히 임성춘선수를 응원하던 박군은 흥분에 휩싸여 상대저그를 욕하기 시작합니다.
"아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정말 사람 짜증나게 플레이하는 구만~!"
그러면서도 온몸을 타고 흐르는 짜릿한 전율에 점점 생각을 달리 하게 됩니다.
결정적으로 프로토스의 본진에 난입한 소수의 저글링들이 그 수 이상의 프로브들을 잡아내며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는 걸 보고 그 순간부터 악마저그의 열혈팬이 되고 맙니다.
그 뒤론 실력향상에 무익하다는 이유로 맵핵도 끊고 진정한 저그유저가 되기 위해 스타에 매진하였고, 몇년의 세월이 흐른 2004년 1월에 대망의 5천승을 기록하게 됩니다.
우연히도 5천승을 달성한 날 Pgr의 게시판에 글쓰기 권한이 생긴 것을 알게 되고 몇번의 시도끝에 오늘에서야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요.
어찌보면 별것 아닐 수 있지만, 생각해보면 제 자신이 5천번이나 해봤던 일이 또 무엇이 있겠냐는 생각에 나름대로 되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들어 허접하나마 글을 남겨봅니다.
써놓고 보니 의도를 알 수 없는 갈팡질팡한 글이 되어버렸습니다.
원래 하고 싶었던 얘기는 이게 아니었던 듯 한데 하도 오랜만에 뇌를 작동시켰더니 무리가 왔는 지 더 이상 생각나지 않는군요.
확실하고 깔끔한 결말을 맺고 싶지만 제 자신도 어리둥절한 관계로 이쯤에서 마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항상 모두에게 고마워 하고 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