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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2/25 14:57:02
Name 우유와김밥
Subject 관찰과 상상
꼭 닮은 꼬마아이 둘이 있다. 이녀석들은 항상 우리 pc방의 모든 의자들을 빼놓고 종이컵사용을 남발한다.
그중 하나가 가게서랍의 열쇠를 빼 쥐고, 바닥에 앉아있다. 한참을 지켜보다 꼬마에게로 다가갔다. 열쇠를 빼앗았더니 자기가 가지겠다고 모기만한 목소리로 말한다. 좋은말로 타일러봐도 한사코 자기가 가지겠단다.
갑자기 화가 난다. 5살도 안된 이 두 아이를 8살짜리 꼬마와 함께 매일 이 담배냄새 가득한 pc방에 보내는 이들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여자아이들은 머리에 노란색으로 브릿지를 넣었으나 매사에 자신감이 없어보인다.
아이의 엄마는 미용실을 하나?
방금보니 8살짜리 남자아이는 큼지막한 귀걸이를 했다. 아마도 그럴법 하다.
아빠는 바깥에서 일을하고 엄마는 미용실을 한다. 아이들 때문에 가게가 시끄러워 매일 이 곳에 보내 5살베기 아이들의 몸에 담배냄새가 찌들게 한다. 아이들이 떠들어 영업에 방해가 될 정도면 침식하는 공간과 가게가 매우 가까울 것이다. 아마도 작은 동네 미용실인듯 싶다.

아이를 보며 손님을 보지 않고, 아이를 내보내고 손님과 수다를 떤다. 아이 얼굴엔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데 귀엔 커다란 귀걸이가 걸려있고 머리엔 예쁘장한 브릿지가 들어가 있다.
아이의 엄마는 놀기를 좋아하고 자존심이 쎄나,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적은듯하다.
문득 귀찮았던 아이들이 불쌍해지는 순간이다.

   - 10년 후 -
꼭 붙어다니던 쌍둥이같은 자매들은 컴퓨터와 담배냄새가 서로 익숙하다는 동질감에 아무런 거부감 없이 쉬이 컴퓨터와 담배속으로 빠져든다. 학원이라면 마다않는 엄마 덕분에 담배값과 pc방비는 문제 없다. 아이들의 엄마는 말 안듣는 아이들 때문에 썩 유쾌하진 않지만 아이들에게 많은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은 없다. 다만 남편과의 사이가 점점 멀어 지지만 남편보단 단골손님들과 수다 떠는게 더 좋다.
군대 갈 나이가 된 아이들의 오빠는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꼭 닮은 두 남자아이를 관찰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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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연
05/02/25 15:59
수정 아이콘
이것과 그리 관련있을 지는 모르겠지만..가끔 자식을 낳는 것이야 말로 무엇보다도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식으로서야 이런 부모든 저런 부모든 다 같이 소중한 부모님이지만..부모가 될 생각으로 자식을 낳는다면 그저 안일한 생각으로 낳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싸질러 놓는다고 다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자격이 안되었다면 감히 낳을 생각을 말아야 된다고..전 적어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05/02/25 16:04
수정 아이콘
근데........... 남매가 맞지 않나요?
아케미
05/02/25 16:30
수정 아이콘
저도 남매와 형제와 자매 사이에서 헷갈리네요… 그러나 사뭇 섬뜩한 글입니다. 실제로 저런 애들이 제법 있으니까요.
송상연님//말씀을 듣고 보니 요즘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제니, 주노'가 불쑥 떠오르는군요^^; 역시 책임지지 못할 거라면 낳아서도 안되겠죠?
GreaTestConTrol
05/02/25 17:08
수정 아이콘
저는 문득 알포인특 생각나네요;; 쌩뚱맞네. 전 이런류의 글을 좋아합니다. 추게로.
눈시울
05/02/25 19:05
수정 아이콘
8살과 5살이라.. 약간 뜬금없을 수 있겠지만, 역시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애들이 불쌍하기야 하지만 그렇다고 부모 중 한 분이 돈이든 꿈이든
전부 버리고 항상 아이들 곁에 있어주는 건, 이젠 사실 무리잖습니까. 그런데 저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겨우 pc방이라니요.
오재홍
05/02/25 19:14
수정 아이콘
송상연님 말씀을 보니 어떤 여성분께서
'능력없는 남자는 집에서 XXX나 하시지'라고 해서 괜히 제가 OTL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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