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02/21 03:35:04
Name Sizz Flair
Subject 새벽입니다. 그냥 술취한 놈의 주저리 주저리...;;;;;;;
술을 한잔 했습니다. 것도 혼자 말입니다.

TV에서는 상투적인 유행가가 흘러나옵니다. 송승헌의 '십년이 지나고' 란 뮤직비디오군요. 요새들어 자주 즐겨 듣는 노래입니다.

20살입니다.

작년에 운좋게도 말입니다...지방에서 소위 서울 사대문 안에 있는 4년제 대학교로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원하는 대학교였지만 원하는 과는 아니었답니다.  하향지원...이라고 하죠? 덕분에 전 장학생이 되었습니다. 기쁘지는 않았습니다. 부모님은 그래도 잘 갔다고 괜찮다고 말씀들 하시더군요. 위로의 말씀이셨을까요?

입학을 하고 나서 3월달, 참 복잡하게 보냈습니다. 집을 떠나서 서울에서 혼자 살아야 한다는 부담감 따위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저 좋았습니다. 무언가 굴레를 집어 던져버린 느낌이랄까요? 이제 난 자유다 이런 느낌이었을까요?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막연한 기대감뿐이었습니다.

술을 참 많이 마신 기억이 납니다. 거의 맨날 술을 마셨죠. 이제 대학생이니까 떳떳하게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말입니다. 밥먹을 돈으로 술을 마셔버린 적도 많습니다. 술을 좋아한다기 보다는 친구들하고 어울리는게 좋았습니다. 밤을 새기도 하고, 제 자취방에서 서로 부대껴 자기도 하고, 그러다 술냄새 풍기면서 수업 들어가기도 하구요. 부끄럽지만 꼴에 호감이 갔던 여자도 있었습니다. 대학 와서 그애랑 둘이 있었던 일이 제딴에는 참 많았습니다. 지금은 서로 말도 안하지만요.

하여튼 그렇게 정신 없이 3,4월달을 보낸거 같습니다. 대학 새내기임을 만끽했다고나 할까요?

그러다가 문득 고 3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다지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가고 싶은 과를 가기 위해서 어느정도 고생했던 그 시절이 말입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집을 나가 새벽 3시에 집에 들어오던 그때를 말입니다.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여기서 안주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능을 다시 보고 싶은 욕망이 불현듯 생기더군요. 내가 원하는 건 이런게 아니었는데, 하는 마음에 말입니다.

다행히도 부모님은 허락을 해주셨습니다. 그 전에 서울에 올라오신 아버지와 술을 마시면서 어줍잖게 제 계획, 제 포부를 말씀 드렸던게 아마도 크게 작용을 했나 봅니다. 기왕이면 집에 내려와서 하는게 낫지 않겠냐 하는 말씀을 뒤로 하고 전 자신있게 서울에서 독학을 선택했습니다.

한학기 휴학을 했습니다. 학교 수업과 병행할 자신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수능은 성공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는 말이죠. 친한놈 몇놈에게만 다시 수능을 보겠다고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발없는 말이 결국 천리 만리를 가버렸다죠. 제가 수능을 다시 본다는 사실은 저희과 애들한테 다 퍼지게 되버렸습니다. 동기는 물론 선배들까지요.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수능은 실패했습니다. 이번 학기에 복학하게 되었습니다. -_-

남들은 재수, 반수하면 그래도 뭐가 남는게 있다고 느껴지는게 있을거라고 하던데 전 그런것도 전혀 없었습니다. 놀았거든요. 자랑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일까요. 수능을 다시 한번 봐서 원하는 과에 들어가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겠다는 처음의 그 순수했던 의도는 사라져 버린지 오래였던것 같습니다. 그냥 수능 한번 다시 봐서 잘보면 좋고 만약 잘 못보면  다시 복학하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열의 없는 공부, 붕어 없는 붕어빵(?)이었죠.

실패는 이미 예상했었습니다. 하지만 소위 뽀록(?)을 기대했었던 저로서는 다만 공부하는 척만 할 뿐이었습니다. 척이라도 해야 부모님께 덜 죄송하다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가지고 말입니다. 기대는 안했지만 막상 성적이 나오니 참 허탈했습니다. 반년동안 헛X랄 한게 눈앞을 스쳐지나가더군요. 그래도 복학하면 된다고 자위를 하곤 했습니다. 우습게도요. 한심하게도 말입니다...

반수생이 수능 실패하면 그 말로는 뻔합니다. 물론 자기 노력 여하에 달렸겠지만 일단 아싸(아웃사이더)는 기본이구요, 대인관계는 말 그대로 X이 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저도 그 범주에 벗어나지 않더군요. 글쎄요...제 친구들은 저를 그렇게 생각 안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뭐랄까 자괴감이랄까요? 자꾸 그런게 생겨나더군요.

애들을 피하게 됐습니다. 친하게 지내던 선배들하고도 연락을 딱 끊었구요. 저 수능 볼때 찹쌀떡까지 사준 선배들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사람을 사귀게 되는 것에 대해 겁을 집어먹었다고나 할까...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번 학기에 복학을 합니다. 그냥 닥치고 다녀야겠지요. 이미 기회가 있었는데도 전 그 기회를 잡기는 커녕 발로 뻥~ 하고 차버렸으니 말입니다.

술을 한잔 했습니다. 것도 혼자 말입니다.

스피커에서는 송승헌의 '십년이 지나고' 라는 노래가 흘러 나옵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글을 쓰면서 계속 이노래만 들었습니다. 기분이 참 멜랑꼴리 하군요. 하하...

그냥 넋두리였습니다. 이런 글은 쓰면 안되는건가요?;;;;;.......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군요. 한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입니다. 기분 좋은 월요일 되시길 바랍니다.







뜬금 없지만 저는 홍진호 선수가 참 좋습니다. 아하하;;;;;;;;;;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8/11/16 19:24
수정 아이콘
.................................
05/02/21 03:52
수정 아이콘
후회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네요...
올해 23살 1학년 마치고 휴학했는데 올해 수능을 볼까 생각중입니다.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츄파춥스
05/02/21 04:23
수정 아이콘
님의 상황과 모습이 저와 너무 닮았네요

저는 한번더 시작 하고있습니다
세상에서젤중
05/02/21 04:35
수정 아이콘
보아하니 저랑 동갑이신 것 같네요. 저도 04학번입니다.
재작년 04 수능을 봤습니다. 제가 고3때 보던 모의고사보다 한참 잘나왔습니다. 친구들 모두 제가 그렇게 가고 싶어 하던 곳에(어디인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갈 수 있겠다고 한편으로는 부러워했고 한편으로는 질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친구들의 예상과는 달리, 가군에 있던 그 학교에 저는 언수사외 변표 4점차로 밀려서 떨어졌습니다. 나름대로 소신지원이었던 나군 역시 떨어졌고, 안전빵이라고 생각한 다군(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교입니다.) 역시 1차 추가로 어찌 보면 힘들게 붙었습니다.
추가 발표가 나고 개강하기 전 그 보름 정도의 기간...
저는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재수할까 재수할까 재수할까 반수할까 반수할까 반수할까 그냥 다닐까 그냥 다닐까 그냥 다닐까...
결론은... 그냥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그 때 재수 실패 후 돌아갈 곳이 없다는 두려움과 반수 실패 후 아싸로의 직행-_-의 두려움에 또 한번 수능을 보는 것을 포기했는 지도 모릅니다.
제가 알던 03 선배도 반수하다가 실패해서 저희랑 같은 수업 듣고 그랬습니다. 물론 혼자...
사람은 어딜 가나 그 환경에 적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때그때 다른 환경에, 어찌 보면 적응 못할 것 같기도 하지만 잘도 적응합니다. 그게 인간입니다.
좀 있으면 저도 군대를 갑니다. 군대 안에 있다보면 '수능을 다시 한번 볼까?'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요. 짬이 차면 공부할 시간이 많아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성공하면 좋은 거고 실패해도 복학하면 그만입니다. 마치 반수처럼 말이죠.
사람들이 흔히 말하길 반수는 재수보다 성공하기가 몇배는 더 어렵다고 합니다. 실패해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마음에, 공부를 재수생보다는 소홀히 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제가 다니는 학부에서도 몇 명이 반수를 한다고 했었습니다. 결과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학교로 잘 갔을지 아니면 다시 돌아올지...
에구 글이 삼천포로 빠졌네요 -_-
이런 말이 있습니다.
"모든 일은 그것이 최선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Sizz Flair님도 위 말과 같이 생각하시면 어떨까 합니다.
제가 해 드릴수 있는 말은 이것밖에 없네요.
"힘내시고 복학하셔서 학교 열심히 다니세요. 보란듯이 장학금도 받으시구요"
리드비나
05/02/21 05:50
수정 아이콘
술 드시고 이정도의 길이의 글을 쓸수있단게 신기하네요
후루꾸
05/02/21 06:35
수정 아이콘
과거는 이재 존재하지 않는 것 입니다.
남은건 현재와 미래.
김준철
05/02/21 08:06
수정 아이콘
뭐 다 자기하기 나름입니다 가서 열심히 지내세요
오재홍
05/02/21 08:24
수정 아이콘
저랑 상황이 완전히 똑같군요. ㅡㅡ;; 저는 사대문에 딱 걸쳐있는데...
군대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실건지 궁금하네요.
지금 복학 하셨다니 어쩔수없지만 저는 요번에 군대 가고 와서 공부하려는 생각인데(08수능 바뀌어서 재수생한테 불리할텐데... 그래도 솔직히 최고라는 대학에 가보고 싶습니다.)
김상묵
05/02/21 09:34
수정 아이콘
술은 절대 혼자 드시지 마세요. 절대!!!
여자예비역
05/02/21 10:37
수정 아이콘
그래도 용기를 내세요~!! 저도 반수를 했었는데.. 다시 잘 적응하고, 과대까지 해먹었습니다..^^;
그리고.. 김상묵님의 말씀에.. 심히 동감하는 바입니다..
혼자마시면 좀 빨리 취하고.. 않좋은 물질(?)도 많이 합성된대요..
마린매독
05/02/21 12:52
수정 아이콘
군대다녀오면 과거의 기억들과 사람들을 싹(은 아니더라도 대충) 포맷됩니다. 선배들도 졸업하고...모르는 얼굴들은 많아지고..걱정하지마세요.^^
lightkwang
05/02/21 18:38
수정 아이콘
아.. 저도 03수능부터 시작해 이번에 또 볼 생각 먹고 있는데..
심란하네요 ^^
힘내세욧~!
05/02/22 00:47
수정 아이콘
꼭 반수생이라고 해서 아웃사이더가 되는건 아니랍니다. 물론 본인이 갖고 있는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가 크게 작용하기는 하지만요. 힘내세요 ^^ 대학생활에 있어 본인의 선택은 어떠한 형태로든 긍정적으로 어느 순간엔가 돌아올거에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1202 [연재] 빙의(憑依) : 귀신들림(5) - 귀신들림 [6] IntiFadA3951 05/02/21 3951 0
11201 어제 NBA 올스타전 특집..혹시 보셨나요? [7] 이정훈3247 05/02/21 3247 0
11200 그의 경기는 너무도 재미있다... 강민! [43] 파라토스★5981 05/02/21 5981 0
11199 새벽입니다. 그냥 술취한 놈의 주저리 주저리...;;;;;;; [13] Sizz Flair3756 05/02/21 3756 0
11196 [소설]When a Man Loves a Woman #8: 이제 끝이다.. [7] Timeless4346 05/02/21 4346 0
11194 공평하지만, 공평하지 못한 출발선 [19] ILovOSy4460 05/02/21 4460 0
11193 김철민 캐스터 인터뷰 입니다 [17] 핸드레이크7068 05/02/21 7068 0
11191 스타리그 주간 MVP (2월 셋째주) [117] nting3457 05/02/20 3457 0
11190 농구 좋아하십니까? [54] 청명3493 05/02/20 3493 0
11188 나도현 VS 변은종 [28] may0545105 05/02/20 5105 0
11187 박용욱의 투쟁 [52] 벙커구석마린6400 05/02/20 6400 0
11186 [연재]1장 베스트클랜 대회<7편>-승리의 한 수 [3] 저그맨3642 05/02/20 3642 0
11185 [추억의 PGR] 결승전 관림기(경기외 내용)-코카콜라배 온게임넷스타리그 [6] 총알이 모자라.3502 05/02/20 3502 0
11184 제 곁을 떠나셨습니다. [61] 치토스4676 05/02/20 4676 0
11183 SKT T1 이제 완전천국 아니면 완전나락으로 가겠네요 [59] 초보랜덤7934 05/02/20 7934 0
11182 우리들이 팬이라면... [12] 라임O렌G3444 05/02/20 3444 0
11181 첫정은 떼기 어렵다 [8] letsbe03310 05/02/20 3310 0
11180 [소설]When a Man Loves a Woman #7: 어느 프로브의 이야기 [4] Timeless3912 05/02/20 3912 0
11179 SKY 프로리그 MVP 누가 받나?? [40] yonghwans4143 05/02/20 4143 0
11178 임요환선수의 팬과 안티 분들께서 편안하게 글을 쓰실수 있는 날이 왔으면.. [17] 견습마도사3106 05/02/20 3106 0
11175 파이터포럼 mvp선정 문제 있습니다.(수정) [39] 화이팅..화이팅4725 05/02/20 4725 0
11173 KOR 너무 안타까워요 . [15] 검은콩우유3208 05/02/19 3208 0
11172 임요환 선수의 최근 저그전 플레이 [41] swflying5169 05/02/19 516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