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02/17 08:06:18
Name 막군
Subject 필 미켈슨(Phil Mickelson)과 홍진호의 이야기
개인적으로 나는 골프를 좋아하지 않는다. 일전에 한번 골프를 정말 좋아하시는 우리 아버지를 통해 배운 경험은 있으나, 오랫동안 코스에 서서 채를 쥐고 조그만 공을 멀리 보낸다는건 그다지 박진감도 없고 흥미롭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레슨 당시 '지옥훈련'에 가까울정도로 골프채와 붙잡아서 산 기억은 그렇게 좋았진 않았다. 아빠가 TV채널을 골프채널로 돌리면 나는 자연스레 내 방으로 가서 컴퓨터를 하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나와 담을 쌓던 골프지만, 희한하게 진심으로 좋아한 골프선수는 있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한시대를 풍미한 아놀드 파머도, 우리나라 국위선양을 하고 있는 최경주나 나상욱도 아닌, 필 미켈슨(Phil Mickelson)이라는 보기 드문 왼손잡이 골퍼의 한때나마 상당한 팬이였다. 그 어떤 면이 그의 팬으로 만들게 했을까?











필 미켈슨은 1992년 처음으로 골프계에 데뷔했다. 이미 91년에 PGA TOUR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는 그는 승승장구 하며 2003년까지 PGA TOUR에서 22번의 우승을 거머쥔다. 하지만 그에게 떨어지지 않는 이름표가 있었으니 '만년 2인자' 와 '메이져 대회 무관의 제왕' 이라는 점이였다. 데뷔후 몇년 넘게 PGA 랭킹 정상권에 올랐으나 상금랭킹도, 세계랭킹도 최고 기록이 2위였다. 42번의 메이저대회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우승 경험은 단 한번도 없었다. 2001년 PGA Championship 2위, 2002년 U.S Open 2위, 2003년 마스터즈 3위 등 한해에 한번 이상 순위권내에서 좌절한 경험이 있는 선수다.




강산이 변하도록 톱클래스에 올랐지만 진정한 우승한번 못해본 미켈슨. 하지만 그는 특유의 신사적인 스마일과 공격적인 스윙으로 모든 미국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국민적 골프영웅'이다. '황제'는 아니라도 '미국민의' 골퍼였던 것이다.






그런 미켈슨에게 기회가 왔다. 2004년 4월 11일, 마스터즈 4라운드. 전날까지 선두를 달리던 미켈슨은 마침내 마지막 18번 홀에서 버디를 잡더니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12년간 고대하던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게 된것이다. 아래의 사진은 '2004년 최고의 장면'으로 선정된 필 미켈슨의 우승 직후의 사진이다. 골프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미켈슨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와 그 팬들이 얼마나 우승을 기다려왔는지 이 사진 한장 만으로 알 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현재 미켈슨은 2주연속 PGA TOUR 우승을 차지하며 제 2의 전성기, 아니 어쩜 최고의 전성기를 준비중이다. 십 몇년 이상 기다리던 메이저 제패를 끝내 해낸 그의 스토리는 우리가 잘 알고있는 한 명의 프로게이머와 상당히 흡사하다.










홍진호, 저그 유저. 2001년 한빛스타즈배 스타리그로 첫 데뷔. 공격적인 플레이와 항상 매너있는 모습으로 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아왔으나, 그에게 항상 붙어온 수식어는 '영원한 2인자', 그리고 '무관의 제왕'이였다. 팀리그, 개인리그 통합 열번이상 메이저대회의 우승을 노렸지만 아직까지 우승경험은 한번도 없다. 각종 이벤트 대회나 왕중왕전에서의 우승은 이미 몇번 이루었으나, 메이저대회의 우승은 한번도 이루지 못한 홍진호. '콩의 저주'라고 불리울 정도로 우승경험 하나 없는 그에게 '좌절'이란 그 누구보다도 쓰고 힘들게 다가올 단어다.



어제의 패배이후 많은 팬들, 스타리그 관계자들, 동료들, 그리고 홍진호 자신도 이런 현실이 정말 싫을거고 이젠 점점 지쳐갈것이다. 우승은 커녕 심지어 오늘의 듀얼도 장담할수 없는 상황이다. 절대 길지 않은 게이머 생명을 생각하면 오늘 만약 듀얼에서까지 떨어지게 된다면 홍진호는 정말 우승트로피 한번 못만져보고 무대아래로 내려올수도 있다.





하지만 스포츠는 각본없는 드라마다. 평생 우승한번 못할것 같던 필 미켈슨의 스토리처럼, 홍진호의 드라마도 "...그리고 홍진호는 우승했다."로 끝나길 바란다.







그것이 실현되는 순간, 모든 팬들이 기립해 환호하고 축하하는 행복한 상상을 해보자.




2005년 2월 16일
From 저 멀리 있는 어느 한 악질저도의콩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La_Storia
05/02/17 08:38
수정 아이콘
저때 감동이었습니다 ㅠ_ㅠ... 미켈슨 개인적으로 팬은 아닌데 저때는 왠지 막 같이 감동했었습니다.

홍진호선수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면, 정말 눈물흘리는사람이 한둘이 아닐겝니다.
완성형폭풍저
05/02/17 08:47
수정 아이콘
홍진호선수 우승하는 그날...
저글링처럼 안절부절 못하며 오버로드처럼 괴성을 지를듯....-_-;;;;;
인삼아빠
05/02/17 09:49
수정 아이콘
제발 부탁합니다..폭풍도 좋지만.. 우승한번해보자구요...홍진호선수
이현도의 "폭풍" 음악처럼....다시 문을 열어서..멎진세상은 우리것이다..
홍진호 선수가 이글을 보면서 힘을 냈으면 합니다.....
올해 우승 꼭 해주세요...
인삼아빠
05/02/17 09:56
수정 아이콘
아 그리고 오늘 듀얼 있죠...스타리그 올라가세요.
회사에서 봐야겠구먼.
05/02/17 10:02
수정 아이콘
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진호 선수 팬카페 글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는데, 이 글을 보면서 조금 그 아픔이 가시네요.^^;
인삼아빠
05/02/17 10:14
수정 아이콘
환타님/// 진호동에 글좀 옮겨오실수 있나요? 카페에 가입하기가 쩜 그래서요...안되면 어쩔수 없구요..
malicious
05/02/17 10:21
수정 아이콘
골프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는 골프를 참 좋아하는 편입니다. 아직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자주 즐기지는 못하고 분기에 1번 정도 나가는데... 가장 좋아하는 골퍼는 어니엘스입니다. 미켈슨은 실력 외적인 측면, 즉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미국인의 우상, 정확히 표현하자면 백인의 우상으로 대접받고 있어서..... 미국인들의 인종차별 심리를 미켈슨을 통해 표출하는 것 같아서 별로 좋아하고 싶지는 않고... (미켈슨이 싫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어니엘스는 비록 백인이긴 하지만 아프리카(남아공) 출신의 이방인이죠.. 제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완벽한 스윙때문입니다. 현대 골프스윙의 교과서죠... 타이거우즈는 어지간한 사람은 따라하기도 힘든 파워스윙을 구사하지만, 어니엘스는 너무 쉽게 스윙을 하거든요..
아마 골프장이나 연습장에 가보시면 스윙연속동작 장면을 담은 커다란 사진이 벽에 걸려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 사진의 주인공이 바로 어니엘스입니다.
possible
05/02/17 10:26
수정 아이콘
홍진호 선수...... 저는 비교적 늦게 그를 알게 됐습니다. 올림푸스 결승에서 처음 봤는데... 그 때 처음 홍진호 선수에게 그런 아픈 추억이 있다는 걸 알았고 고 또 그날 이후로도 항상 우승문턱에서 좌절을 했었죠...프로리그조차 그를 외면하더군요.. 어제도 그랬구요... 하지만 저도 어쩔수 없는 콩빠인가 봅니다. 저도 어제 카페에서 홍진호선수 글을 보고 현재 위치에서 만족해 하지않고 그누구보다 우승에 목말라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승....... 비록 박성준 선수와 박태민 선수에게 저그메이저우승은 뺏겼지만...홍진호 선수의 우승을 기다리겠습니다. 오늘 듀얼..... 비록 불안하지만..... 최선을 다해주세요...
아자아자 홍진호 화이팅!!!
firstwheel
05/02/17 10:41
수정 아이콘
콩은 스타크래프트 역사와 함께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영원할 것입니다.
손가락바보
05/02/17 10:57
수정 아이콘
이런말 좀 뭐하지만 올림푸스 결승 이후 그보다 나은 플레이를 못보여 준것 같아요. 홍진호 선수하면 당시만해도 스타좀 한다는 친구들이 가장 안정적인 경기 한다고 했었는데. 비록 졌지만 올림푸스 결승 당시의 플레이가 가장 압권이었던 것 같아요.
단류[丹溜]
05/02/17 11:02
수정 아이콘
인삼아빠님// 죄송하지만 홍진호선수가 자신의 글이 떠돌아 다니는걸 꺼려하십니다. 이미 파포에는 퍼졌있지만요.
인삼아빠
05/02/17 11:14
수정 아이콘
단류님// 그렇군요..하여튼 감사합니다..근데 콩콩 하니까..
콩사탕이 생각나는군요..
아케미
05/02/17 11:17
수정 아이콘
막군님, 그냥 돌아왔다고 말씀해 주시죠? -_-;
농담이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무관의 제왕 홍진호 선수… 1시간 남짓 후면 시작될 듀얼은 정말 스타리그 B조 수준인데, 그렇지만 그는 살아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파이팅!
05/02/17 11:4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보았구요 ^^ 오늘 홍진호 선수의 듀얼 통과를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막군님의 글 정말 오랫만에 보는군요. 반갑습니다^^
총알이 모자라.
05/02/17 11:42
수정 아이콘
미켈슨 이 양반은 보기힘든 왼손잡이 골퍼죠. 그런데 원래 왼손잡이는 아니고 아버지를 보면서 배우다가 왼손잡이로 스윙을 배웠다네요...--;;
거룩한황제
05/02/17 12:10
수정 아이콘
그러고 보니 둘의 공통점이 더 있네요.

미켈슨 선수의 자세한 내용을 쓰셨지만
조금 사족을 붙이자면, 그가 한동안 메이져 우승을 하지 못했을 때,
늘 선두를 달리고 있거나 또는 2위로 추격하고 있을 때 무리한 수를 두어서 자가당착에 빠져서 우승을 놓친적이 한두번 아니라고 했다고 하네요.

홍진호 선수도 은근히 자신의 고집으로 큰 경기를 그르친 적이 있었는데...
그런데 미켈슨 선수가 메이저 우승을 했으니까 홍진호 선수도 한번은 해보지 않을까요?
MirageAttack
05/02/17 12:32
수정 아이콘
이 글을 보니 괘니 마음이 짠 하네요. 요즘 박씨저그 둘의 포스에 밀려 이제 2인자도 아니라는 평을 많이 듣는데.......우승은 안해도 되니 오랫동안만 남아주세요 홍진호 선수 ^^
AntiqueStyle
05/02/17 12:35
수정 아이콘
아~~ 글 감동 자체군요.
조심스럽게 추게를 외치고 싶지만 ... 저 혼자라 하핫 ~~
많은 팬들이 홍저그의 우승을 바라는데 본인은 얼마나 간절할까요?
또한 준우승후 흘린 눈물들은 얼마나 뜨거웠을까요?
허나 저는 언제든 게임 티비를 켜면 볼수 있을 정도로 꾸준한 성적을 내어주는 홍저그가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그간 많은 선수들이 최전성기후 장시간의 슬럼프로 얼굴보기가 힘든 경우가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팬들을 오랜시간동안 기쁘게 해주는 몇안되는 게이머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필 미켈슨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윗글을 읽고 보니 앞으로 좋아질것 같군요. ^^*
라바셋,,,
05/02/17 13:36
수정 아이콘
어머나..............막군
명란젓코난
05/02/17 17:10
수정 아이콘
홍저그 끝까지 지켜볼겁니다
우승하는 그날까지
언제고 기다릴겁니다
힘내세요!!!화이팅!
나야NaYa
05/02/17 23:59
수정 아이콘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우승하는 그 날, 다같이 환호성을 지르고 울어봅시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7419 마에스트로를 막을 최후의 보루 4인 [43] 포로리6945 06/11/24 6945 0
27312 차기 10차 MSL은 '곰TV배 MSL' 이네요. [64] 리콜한방6600 06/11/20 6600 0
26905 [Kmc의 험악한 시청] 2006/11/08 [2] Ntka3911 06/11/09 3911 0
26043 개천절에 벌어지는 개인리그 더블 데이!(하루에 개인리그가 두개 있는것) [20] SKY924316 06/10/02 4316 0
25761 e스포츠 최고의 맞수-영원한 라이벌 : 임요환 VS 홍진호 [33] Altair~★6931 06/09/19 6931 0
25354 [L.O.T.의 쉬어가기] 임요환... 당신께 프러포즈 합니다.. [17] Love.of.Tears.4865 06/09/02 4865 0
24927 제가 본 미국드라마들(미국드라마 시작하고 싶으신분들 참고요 ^^) [76] 율리우스 카이11640 06/08/12 11640 0
24262 WEG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47] Index of Life4033 06/07/11 4033 0
24174 스타크 TCG의 가능성 [14] 백야4590 06/07/07 4590 0
23835 신한 마스터즈, 그리고 시드 결정전에 관하여 [10] Nerion4676 06/06/14 4676 0
23051 T1의 프로젝트 이건준키우기~~~ [17] 초보랜덤4034 06/05/07 4034 0
22745 [이상윤의 플래시백 13탄] 하나로통신배 투니버스 스타리그 16강 B조 김정민:유병옥 [2] T1팬_이상윤2907 06/04/26 2907 0
22482 E-SPORTS in 2006 [10] kama5539 06/04/15 5539 0
22383 조지명식의 걸어다니는 시한폭탄 강민선수 이번에는? (D-1 OSL 조지명식) [24] 초보랜덤4770 06/04/11 4770 0
22334 2006 신한은행 1st 스타리그 일정 예상해보기(듀얼 일정 예상 포함)(수정) [29] SKY924431 06/04/09 4431 0
22327 신한은행이 스타리그를 후원하면서 궁금해지는 것 중 하나 이러다 혹시? [39] 에휘루스6044 06/04/09 6044 0
22324 차기 스타리그 스폰서가 결정되었네요. [100] 지포스7078 06/04/09 7078 0
19715 [응원] Sync, 다시한번 불꽃을 지피다. [19] Espio3785 06/01/02 3785 0
17905 과연 스타계에는 1년동안 상금을 1억이상 번 선수가 없을까? [25] Dizzy7287 05/10/30 7287 0
17078 프로게이머팀이 스폰서를 못잡는 이유. [36] 앗뜨6033 05/10/05 6033 0
16879 이시대 최고의 테란들 [107] 공방양민6965 05/09/27 6965 0
11515 이윤열 선수 수상 경력 [28] 이민형3610 05/03/05 3610 0
11154 [추억의 PGR] 'Boxer's Army' [5] 총알이 모자라.2979 05/02/19 297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