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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1/15 03:12:49 |
Name |
아랑 |
Subject |
Have a nice trip. |
1.
끝을 모르고 날고 있었습니다.
그저 오르고 올라 하늘 끝보다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매서운 바람에 잠시 눈을 깜박이는 동안
잡힐 듯 잡히지 않던 하늘의 끝이 더 멀어지고 말았습니다.
가슴이 죄어듭니다.
나는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나의 하늘이 멀어져가고 있었습니다.
내 끝이, 내 하늘이, 내 마음이 부서져가고 있었습니다.
날아오르고 날아오르고 또 날아올라도
몸을 펴 팔을 내밀고 떨리도록 두 손을 뻗어 보아도
그저 흐릿해지기만 합니다.
나의 비상은 몸부림에 불과한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번 더, 누구보다도 높이 오르고 싶습니다.
마침표가 아닌 쉼표로 흐르고 싶을 뿐입니다.
그렇게 남고 싶을 뿐입니다.
2.
저 멀리 날고 있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는 당당하고 위대하며 아름다웠습니다.
그가 날고 있던 그 높은 곳을, 바로 지금, 내가 날고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높고 밝으며 위대하게,
그가 날던 곳보다 더 높이 오르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가 날던 곳을 모르겠습니다.
그보다 높이 오르고 싶지만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이유모를 답답함이 엄습해 온다는 것은
어쩌면 공포입니다.
이제, 내가 그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유리벽처럼, 나를 막아섰던 두려움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알게 될 것입니다.
그의 입으로 전해지는 소리를 내 두 귀로 들어 아는 것이 아니라
그의 날개가 전하는 울림을 내 이 마음으로 느끼어 알게 될 것입니다.
..누구보다도, 그에게 듣고 싶었습니다.
3.
가슴 속에서 꿈틀대던 답답함이.
가슴 속을 죄어들던 그것들이.
수백 수천마리의 나비가 되어
내 몸을 뚫고 날아가 버리고 있었습니다.
팔랑대는 그들의 날개가,
날아오르는 그들의 생명이,
내 가슴 속에 있었음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벽에 막힌 것이 아니라,
아래로 떨어져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게
잠시나마 쉬도록 해 준 것이었다는 걸
나는 이제야 알았습니다.
이제 눈 앞에 펼쳐진, 그 수많은 날아오르는 생명들을 따라
나는 내 두 팔을 뻗어 다시 한 번 하늘을 그리려 합니다.
황제의 시퍼런 칼날도, 천재의 거대한 바람도..
저는 그들이 흘린 땀방울에, 그들의 빛나던 태도에 찬사를 보냅니다.
어제의 경기는, 오래간만에 저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살짝 멍해진 상태로 얼마간 가만히 있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뉴스에 두 선수의 결승전이 나오고 있더군요.
'이윤열 선수의 우승으로 끝이 난...'
기자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오늘의 승자를 저에게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나다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맞서 싸운 박서도 훌륭했습니다.
....언제나 제 태도는 이런 식이지만; 두 선수 모두 멋졌습니다.
그리고 두 선수 모두, 많은 것을 얻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부디 그 얻은 것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두 선수에게.. 그리고 다른 많은 선수들에게 이 글을, 부끄럽지만 바치고자 합니다.
그들은 훌륭한 날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초조해할 필요도 없고, 힘이 든다고 주저앉을 필요도 없습니다.
내 가슴속에 꿈틀대는 것이 나를 파먹는 악마가 아니라 내 날개를 위해 준비하는 나비의 애벌레라고 생각하세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눈부신 빛깔의 날개를 펼치고 위로, 더 위로 날아올라
내 길을 인도해주게 될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 길이 어떤 길일지는 몰라도, 분명히 내 생명의 빛깔만큼이나 아름답고 멋진 길이 될 거라는 걸 믿으세요.
Your dreams come true, have a nice trip.
그들은 우리에게 그 눈부신 빛깔의 날개이니까요..
그들을 통해 우리는 희망과 열정과 아름다움과, 그리고 또 많은 것들을 얻게 하니까요..
여러분들도 모두, 앞으로도 멋질 그들의 활약.. 믿고 계시지요? ^^
박서와 나다의 결승전을 통해, 더 굳어진 믿음에 가슴이 부풀어 버린 lunnette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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