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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2/07 23:14:39
Name 비류
Subject '논리'라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단, 재미없는 이야기입니다. ^^ 죄송하구요,

여기 하나의 주장이 있습니다.

A이면 B이다.
B이면 C다.

이것은 하나의 논리로서 완전무결한 수학적 인과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결론인 C가 완벽한 진리가 될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것은 A에서부터 출발하여 C에까지 이르는 과정상의 논리적 결함이 아닌, 전제에 해당되는 A의 진리성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겠지요.

친구와 술 한 잔 했습니다. 참, 별 거 아닌 주제로 논쟁이 붙었는데(참고로 저는 논쟁이라는 것을 참으로 싫어합니다), 정말 답답하더군요.

생각해보면 논쟁이라는 것, 토론이라는 것 정말 우습습니다. 설득과 이해. 토론의 과정이라는 것은 논리와 논리의 경합일진대, 또 다른 논리로서 다른 하나의 논리를 '논리 아님-비논리-'으로 증명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논리라는 것은 그 흐름상에 있어 완전무결한 수학적 논리성과 인과성을 지니고 있을 때에야 비로소 '논리'라는 이름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인데요. 덧붙여 가치판단은 그 그럴듯한 '상대성'의 원리에 의해 막강하게 비호받지요.

대부분의 논쟁은 그 과정상의 '논리'가 아닌, 논리의 출발점에 위치한 '가치와 가치 판단, 생각의 차이'로부터 생겨난다고 봅니다.

모르겠습니다. 가치판단의 다름으로부터 기인한 결과의 차이. 그로부터 시작된 각각의 논리를 두고, 자신이 견지하는 과정상의 논리로서 제가 생각하는 논리의 과정을 부정하려 부단히 노력하는 친구의 모습이, 제가 하는 말은 결국 하나도 제대로 듣지 않으면서 단순히 제 생각을 부정하기 위해 부정하고 있는 것 같아 결국 친구에게 성을 내게 되었습니다. 물론 제가 주장한 바는 앞서 언급한 삼단논법에 의거하여 판단하여서도 결함이 있을 수 없는, 정말 명백한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한다면, 적어도 상대방의 논리가 일리있음을 인정한다면, 서로 다른 결론을 빚어낸 원인인 가치판단의 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될 수 밖에 없을텐데,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건데. 그 친구는 이러한 제 생각조차 이해하지 못하더군요.(아니면 이해하기 싫었던걸까요?)

제가 유별난걸까요. 유독 저같은 사람만이 친구와의 사소한 대화조차 수학적, 논리적 도식에 맞추어 대입하려고 하는 건가요. 유독 저만이 사소한 언쟁에조차 '논리성'이라는 거창한 원리를 들이대어 상대방을 위압하려 드는 못된 놈일까요.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제가 들이대는 논리라는 것, 어쩌면, 정말 어쩌면 별것 아닌 것일지도. 세상 사는 원리에 있어 그저 그런, 수학이나 학문을 접할 때나 활용될 수 있는 한정적으로만 유용한 어떠한 것.

근본적인 의문이네요. 세상사는 '논리'로서 정의될 수 있는 건가요. 아니면 논리가 아닌 느낌이나 직관에 의해서 성립될 수도 있는 건가요. 저는 앞으로 논리가 아닌, 감성과 직관에 의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마땅할까요.

ps. '너는 그렇게 잘나서 네 생각이 무조건 논리적이라고 확신하는 것이냐'라는 리플이 달릴 것 같아 꼬리말 남깁니다. 음, 뭐라 해야 할까요. 제가 이러한 주제로 글을 남긴 것은, 친구와의 언쟁에서 맞부딪힌, 뭔가 모를 벽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흠. 뭐라 해야할지 모르겠군요. 가끔 그런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결코 제가 제 기준에서 논리적이지 못한 주장을 펼치는 사람이라하여 그 사람의 생각이나 그 사람 자체를 업수이 여기지는 않습니다. 그 사람들이 그처럼 확신에 찬 어조로, 제가 신봉하는 '논리'가 아닌 다른 원리로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며 나아가 저를 설득시키려 하는 것을 보며 어쩌면 '논리'가 아닌 또 다른 원리로서 그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에 글 남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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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롱투유
05/02/07 23:26
수정 아이콘
전 논리적인걸 많이 따지지만 하는말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ㅡ_ㅡ;;
주로 감성에 휘둘리는 성격이죠.
왜 비유하자면 이런거죠.
"일단 결정을 해! 그리고 그냥 하는거야 !!..."
"뭐야 넌 생각이 없어?-_-"
"아니.. 있긴 한데 그 다음날 생각을 해 ㅡ_ㅡ;;"
그래서 참 피곤한 인생이죠.
이미 끝난일을 가지고 아 손해다!! 라는 생각도 하고, 어제 이건 논리적으로 말도 안되는 소리였어!! 라고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결과는 생각보다 잘 맞아 떨어지는 편입니다.
흔히 감성에 따라 움직인다고 하죠.
그건 의외로 정확하더군요.
사람의 감이라는것도 보이지 않은 철저한 논리성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논리성의 근거는 그 사람의 숱한 경험이 되는것 같고요.
하지만 문제는 사람들만의 경험이 모두 제각각이기에 서로의 감은 믿을수 없다고 하는거겠지요;;
쓰고나니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소리였지만 결론은 이겁니다.
"나는 그냥 A 가 좋아"
"왜?"
"이유따윈 없어 그냥 좋아"
이렇게 말해도 그 사람 답이 맞을 확률은 50%는 되지 않을까효? ^ㅡ^;;
김준용
05/02/08 00:04
수정 아이콘
논리. 참 재밌는 논제이지요.
우울저그
05/02/08 00:04
수정 아이콘
바깥 사람들이 말하는 pgr21의 껍데기랄까요?
안전제일
05/02/08 00:10
수정 아이콘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은 꼭 무언가는 옳아!라는 것이 없어진다는 겁니다.
이 나이인 제가 그럴진데 저보다 경험 많은 세상은 오죽하겠습니까.
이것도 옳을수 있어-라는 다소 불확실하고 비겁해(?)보이는 여유가 생긴달까요. 으하하하-

물론 말은 이렇게 하지만 도저히 안되는 게 아직은 세상에 몇가지는 있습니다.^_^
유신영
05/02/08 00:15
수정 아이콘
인식론이라는 아주 어려운 이야기를 하시는군요. 논리라는 것이 그런 공식을 따라간다면 '전제' 라는 것이 가장 중요해집니다. 이른바 연역법의 공식이죠. 전제가 정확하면 결론 역시 정확할 수밖에 없다. 오류가 생겼다면 결론을 내는 과정 상의 문제이지, 전제 자체의 오류가 아니다.. 뭐 이런.. 문제는 그 전제라는 것의 확증성을 증명하기에 참으로 미묘하다는 것이죠. 철학이나 언어학이 발전하면서 - 그보다는 자연과학의 괄목할만한 발전에서 그러한 데카르트식의 가설도 상당부분 위기를 맞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상당부분 설득력이 있는 것 같기도 하구요. - 여기에 좀 더 깊은 논의를 하고 싶은 분은 장상호 선생님의 '학문과 교육(하)'를 권해드립니다. 흐윽~ 책외판원이 된 것 같군요.
다시 이야기를 돌리자면, 그 논리의 바탕이 되는 전제라는 것은 사람마다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오히려 그 사람의 가치관에 얽매이는 경우를 더 자주 볼 수 있져. 예를 들어 20세기 초의 불확정성 논쟁에서도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며 바로 부정하는 입장이었지만, 실제는 '신이라고 주사위 놀이 하지 않을까봐'라는 전제에서 시작된 세력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결론: 사람의 의견을 읽을 때는.. 결론을 끌어내는 과정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의 전제에 바탕하는 그 사람의 가치관-감성을 읽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할 때도 있다! 따라서 논리가 아닌 경험의 공유-동감 혹은 공감이라는 따뜻한 감정이 논쟁이라고 하는 차가워 보이는 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죠.
문근영
05/02/08 00:38
수정 아이콘
와우 대단합니다. 여기 스타크래프트 팬싸이트 맞나요?? 아마 아닌듯
최용훈
05/02/08 00:39
수정 아이콘
저도 옛날에 대충 그런 생각 하다가..

자연과학에는 만유인력 분자 원자 핵 전자간. 인력 척력.. 전자기력...

뭐 이런걸 기본으로 이리저리 해서 다 설명하더군요...

의학이건 전자공학이건.. 왜.. 그건또 왜그렇게 되는데.. 또 그건 또 왜..

계속 올라가면.. 결국 저 4개의 근원힘이고..

사회과학이건 인문과학이건... 여기에는..

이익이냐.. 가치냐.. 둘 중 하나 고르는 거더군요...

이상이냐.. 현실이냐...

또는 유신론이냐.. 무신론이냐..

또는 절대적인 가치 윤리가 존재하냐.. 가치 또는 윤리란 상대적인 것이냐...

다 같은 말인거 같더라구요..

이 둘중에 뭐를 택하냐에 따라서 달리지고 싸움이 나더라구요..

논쟁이 벌어지는거 왜그래야 돼는데.. 그 전제가 뭔데?

또 그건 왜 그러는데.. 또 그건 왜 그러는데...

계속 올라가보면 결국엔 저 둘중에 하나를 고르는 문제라는...
사그마이스터
05/02/08 00:49
수정 아이콘
둘 이상의, 다른가치관을 가진 인간들이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거나 자신의 의견과 상반되는 의견에 동의하는 일따윈,
정말로,

팬터즤~

더군요. 뭐 제식견이 좁아서 그런거라면 그런거겠지만.
우리의 커뮤니케이션수단들은 너무 제한적인데다가. 사실 인간은 그렇게 이타적이지가 않아서요.
Mark-Knopfler
05/02/08 01:00
수정 아이콘
친구분은 처음 받아들인 사실(fact)을 A로 본 것이 아니고 A' 로 본 것은 아닐까요? 만일 그렇다면 애초에 사실인식에서 차이가 생기니 결론도 다르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구걸조로
05/02/08 01:28
수정 아이콘
세련된글을 구사하시는 분들 보면 참 부럽습니다.
갑자기 딴얘기 해서 죄송하구요-_-a;
문근영
05/02/08 01:43
수정 아이콘
구걸조로님 세련된 글이란 화려한 문체에 남들이 듣기에 어려워 보이는 그런 글들이 세련된 글로 보이나요?? 제눈엔 전혀..
총알이 모자라.
05/02/08 02:35
수정 아이콘
문근영님 벌점 누적으로 레벨 강등 됐습니다.
하늘높이
05/02/08 08:29
수정 아이콘
혼자 사는 세상이라면 논리만 가지고도 생활할 수 있겠지만, 서로 다른 논리가 만나는 "사회"라는 것이 있으니까. 대화와 토론이 필요한거겠죠. 물론 각자 서로의 논리가 맞는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어느 한사람의 논리가 맞다면 사람들은 그쪽의 편에 서고, 논쟁에서 이길 수 있게죠. 하지만 서로 우열을 가릴 수 없다면, 타협이라는 것을 찾아야 하지 않을 까요? 물론 학문하는 사람들에게서 타협이라는 것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과함께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의 일이라면 꼭 거쳐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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