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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1/24 01: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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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연재] Reconquista - 어린 질럿의 見聞錄 [# 2회]


2회 - 예감(豫感)


0. 圖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볕이 내 볼을 살짝 건드린다. 그 장난스런 행동에 놀란 나는 눈을 부비며 기지개를 펴고 일어난다. 아침이다.
다른 날 아침과 달리 몸이 좀 무겁다. 간밤의 꿈 때문일까······.


수련장에 가서 모든 과정을 마치고 친구들과 마을 북쪽에 위치한 숲으로 놀러갔다.

옆에 굴러다니던 나뭇가지를 집어 그림을 그린다. 내 친구들은 내 주변을 뺑 둘러싸며 내 그림을 감상한다.
나는 그림을 잘 그린다. 그림 그리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오늘은 나뭇가지로 프로토스의 영원한 투쟁시대의 상상도를 그렸다.

[[ 아무도 믿지 못한다. 위대한 어머니 젤-나가조차 쫓아낸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아무도 믿지 못한다.
의심은 또 다른 의심을 만들어 우리는 서로 고립된 삶을 고수했다. 다른 마을의 프로토스를 발견하면 아무런 망설임 없이 양손에 검을 들고 달려들어 무참하게 싸운다. 믿음이란 단어 자체가 사라져버린 아이어의 피비린내 나는 살육과 참화의 광경.

한 전사가 다른 마을의 전사에게 두 손에 칼을 뽑아들고 달려든다. 그 전사는 상대방이 달려드는 모습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여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무참히 육체가 찢겨나간다. 그 죽어가는 전사의 표정엔 만감이 교차된다. 과거의 아이어를 회상하며, 육체적인 고통에 몸서리치는 모습. 더 이상 믿음은 없는가. ]
]



그 죽어가는 전사의 얼굴을 묘사하는 중이였다. 친구 폴리(Poli)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야! 저기 봐봐. 셔틀(Shuttle)이다. 그것도 네 대씩이나!”

친구들은 그 폴리의 한마디에 전부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내 그림을 지켜보는 관람객들의 시선을 돌려버리는 그 얄미운 한마디에 나는 슬쩍 화가 났지만, 셔틀 네 대가 리치마을의 상공을 지나가는 모습을 본 적이 없기에 바로 나뭇가지를 땅바닥에 두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정말 폴리의 말대로 셔틀 네 대가 리치마을의 넥서스(Nexus)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우리 마을에 볼일이 있나봐. 우리 저 셔틀 보러가자.”

친구들은 넥서스를 향해 우르르 뛰어간다. 나도 그림을 발로 뭉개 지운다음에 그들의 뒤를 쫓아갔다.


1.

허겁지겁 넥서스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셔틀 네 대가 있고, 다른 마을의 전사들이 서 있었다. 그 앞에 리치마을을 지키는 리치와 킹덤이 서 있었다.
우리에게 등짝만 보여주는 다른 마을의 전사들의 모습이 궁금하여 그들을 향해 달려가려는 순간, 새내기 전사 유닉스(Unix)가 어느 샌가 나타나 우리를 홀연 저지시킨다.

“들어가면 안 돼.”

우리와 유닉스는 지독한 악연이다. 출입금지구역인 마을 서쪽 언덕에 몰래 들어가려고 하여도 어느 순간 그가 홀연히 나타나 우리를 쫓아낸 것이 여러 번. 이번에도 그가 나타나 우리를 제지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잠시 뒤돌아서서 우리를 유닉스를 못마땅해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나와 리치의 시선이 마주쳤다. 상당히 굳은 표정의 리치의 얼굴. 그는 우리들에게 다른 곳에 가있으라는 눈치를 주는 것 같았다.



“얘들아. 그냥 돌아가자.”

나의 한마디에 모두 의아해한다.

“폴트. 네가 웬일이냐? 순순히 돌아가자고 하고······.”
“아니, 그냥······. 유닉스가 또 저지한 것을 보니 저들의 얼굴보기는 글렀다.”
“그럼 너 먼저 가던지. 우린 꼭 봐야겠다.”
“그래? 그럼 난 간다.”

무언가 알 수 없는 불가항력으로 하여금 내 호기심을 누르게 하고 나를 집으로 되돌려 보냈다. 리치의 굳은 표정과 날카로운 눈빛 때문일까?

나는 곧바로 일어서 집으로 걸어갔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본 친구들은 제 한마디씩 수군거렸지만 그것에 신경 쓰지 않고, 그냥 걸어 나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오늘 새벽에 꾼 꿈이 생각난다. 리치의 그 날카로운 눈빛과 오버랩 되는 그 꿈······.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 月光 -

창문 밖으로 환하게 비추는 세 개의 달이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환하게 비춘다. 환한 달빛에 단잠이 깨어 눈을 멍하니 뜨고 침대 위에 누워있다.
은은한 달빛에 단잠을 방해받은 나는 다시 잠을 청하기가 힘들다. 그저 눈을 말똥말똥 한 채로 침대에 누워있기엔 심심하다. 몸을 벌떡 일으켜 내 방을 어슬렁거리다가 방문을 열어 재낀다.

//

서쪽 하늘에 태양이 걸려 있다. 붉은 태양빛은 강렬하게 서쪽 하늘을 물들여 노을이 무척 예쁘다. 구름 몇 조각이 붉게 물들어 그 찬란한 광경을 더욱 더 빛내준다.
리치마을 한가운데에 위치한 넥서스(Nexus)에 나 혼자 서있다. 서쪽에 넘어가는 태양만이 혼자 서 있는 나를 비추고 있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돌아보지만 아무도 없다. 하늘과 땅 모두 붉게 물든 리치마을은 말이 없다.

남쪽 호수를 바라보았다. 붉은 하늘을 거울처럼 비추는 붉은 호수. 바람도 없어 고요한 호수는 하나의 커다란 거울이 되어 온통 붉을 뿐이다.

북쪽 숲을 바라보았다. 서쪽의 노을이 나무를 비추어 동쪽으로 길고 깊은 검은 그림자라는 친구들이 생겼다. 푸르른 나무들은 붉은 하늘에 물들어 검은빛을 띈다. 그림자와 나무를 구분 못하는 광경이 마을 북쪽에 펼쳐져 있다.

//

나는 정체모를 우주선의 싸늘한 복도위에 서 있다. 창밖의 광경은 새까만 비단위에 하얀 은가루를 뿌려놓은 황홀한, 혹은 흑백 두가지색만의 조화가 아름다운 우주의 삭막함이 펼쳐져 있다.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당황하여 우주를 바라보며 아이어부터 찾아본다. 하지만 아이어는 찾을 수 없다. 그저 하얀 은가루만이 검은 비단 위에 존재할 뿐.

누군가가 내 어깨위에 느낌을 남긴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면······.

//

다시 리치마을이다. 아까와 똑같은 광경이다. 하늘의 붉은 빛은 황홀하여 빠져들고만 싶은데 내 마음속에서 일고 있는 무언가의 적막감이 나를 더욱더 쓸쓸하게 만든다. 내가 아는 모든 프로토스들을 목청 터지게 외쳐보지만 돌아오는 건 서쪽 절벽에 부딪쳐 되돌아오는 나의 목소리.

마을 서쪽의 언덕에 올라가본다. 카다린 크리스탈의 보호를 위해 펼쳐진 꽃밭(Cannon - 프로토스는 캐논이 많은 것을 “꽃밭”이라는 별칭으로 부른다.)이 위풍당당하게 펼쳐져 있어야 하건만, 꽃밭은 없다.
호기심에 서쪽 언덕에 잠입하면 항상 어디선가 나타나 나를 제지하던 새내기전사 유닉스도 서쪽언덕에 올라가는 나를 제지하지 않는다.

처음으로 올라선 서쪽 언덕에서 바라보는 아이어의 모습. 손을 뻗으면 닿을 듯 닿을 듯 닿지 않는 붉은 하늘이 아이어를 집어삼키고 있다.

//

고개를 돌려보니 놀랍고 반가웠다. 날라(Nal_rA)였다. 몇 년 전, 리치마을에서 한번 보고 더 이상 보지 못했던 날라가 내 어깨위에 흔적을 남겼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슬픈 표정으로만 일관했다.

날라의 굳은 입을 그저 멍하게 지켜보다가 다시 우주선의 창문을 바라보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코앞에 펼쳐져있는 아이어는 온갖 곳에서 내뿜는 연기로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 광경에 까무러치게 놀란 나는 다시 뒤를 바라보았지만 날라는 없었다.

//

마을 서쪽 언덕에서 바라보는 아이어의 경치가 이토록 황홀하게 아름다운 것일 줄이야. 서쪽의 모든 것이 서녘 태양의 찬란한 빛에 물들어 온통 붉은 광경이었다. 지평선에 걸쳐있는 카다린 크리스탈은 서녘 붉은 노을빛에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아이어의 서쪽 대지에 찬란하게 빛나는 점 하나가 내 마음을 무아지경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었다.

태양은 서쪽 지평선에 걸려 동쪽으로부터 칠흑 같은 암흑이 덮쳐오고, 첫 번째 달이 동녘하늘에 서서히 그 자태를 뽐내기 시작하였다. 하늘의 정 중앙을 바라보면 붉은 색채와 검은 색채가 썩 잘 어우러진 형상이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을 돌려 언덕에서 내려가려고 하는 찰나에 내 등 뒤로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굉음 한줄기가 스쳐 지나갔다.
고개를 돌려 다시 서쪽을 바라보니 찬란하게 빛나던 카다린 크리스탈은 더 이상 빛을 바래 않았다. 오히려 그 주변으로 새까만 연기만이 자욱할 뿐.

또다시 내 등 뒤로 지옥에나 있을법한 굉음 한줄기가 스쳐 지나갔다. 분명히 내가 언덕을 내려가려고 할 때에 등 뒤로 소리가 들렸었는데, 고개를 돌려 뒤를 그 소리를 확인하려고 하니 보이는 건 시커먼 연기 뿐. 이번엔 언덕 아래쪽에서 굉음이 울려 퍼진다. 온 몸이 굳어져버렸다.

내 등 뒤로 굉음이 스쳐 지나가고, 얼어버린 내 몸은 그저 몇 줄기의 연기가 하늘로 솟는 아이어의 서쪽 광경만 바라보았다. 용기를 힘겹게 내어 고개를 뒤로 돌려보고 싶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동녘하늘서부터 시작된 어둠의 물결은 점점 서쪽을 향에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더 이상 지체하다간 두 번째 달, 다크 샤이닝(Dark-Shining)이 뜰 때쯤에 집에 들어갈 것 같기에 지금 당장 서둘러야 하지만, 간간히 들려오는 굉음소리에 굳어버린 내 몸은 내 마음을 전혀 알아주질 않는다.

우선 나는 모든 힘을 집중하여 고개를 뒤로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몸을 억지로 틀기 시작했다······.

힘겹게 몸을 틀고 고개를 돌리니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크게 안도의 숨을 내쉬고는 천근만근 무겁기만 한 다리를 들어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언덕을 반 쯤 내려갔을 때 이번엔 내 머리 위로 굉음이 스쳐 지나간다. 굉음과 함께 몸이 바로 굳어버리며 고개를 천천히 위로 향했다. 내 위로 난생 처음 보는 괴물이 하나 있었고,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굉음을 내뱉고 있었다.

그 괴상한 생명체를 보자마자 입에서는 외마디 비명이 나와 버렸고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그 괴상한 생명체는 내 마음을 파멸시킬만한 커다란 굉음을 한 번 더 내뱉었다······.

그 굉음과 함께 무언가 끔찍한 느낌이 나를 덮치기 시작했고, 그 느낌이 더더욱 강렬해지면서 온 몸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통증을 참지 못하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기절해버렸다.

//

“으윽.”

내 방 창문사이로 세 개의 달이 어두운 하늘을 밝게 물들이고 있다.

등 뒤로 식은땀이 범벅이다. 아직도 몸이 굳어있는 듯, 눈은 멀뚱멀뚱. 창밖으로 비쳐 들어오는 세 번째 달 포가튼 라이트(Forgotten-Light)의 빛이 은은할 뿐이다.



2. 夢想家에 대한 斷想

집에 가만히 있다가 까닭 모를 이상한 기분이 들어 잠시 기분전환을 하고 싶어졌다. 아까 리치의 굳은 표정과 날카로운 눈빛역시 마음에 계속 걸렸고, 간밤의 꿈 역시 내 마음을 어수선하게 만든다.

마을 동쪽에 위치해 있는 호수로 산책을 나섰다. 숲과 호수가 아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마을 동쪽의 풍경은 마음이 갑갑할 때엔 최고의 기분전환의 장소이다.



프로토스는 여간해서 꿈을 꾸지 않는 종족이다. 아이어에서도 기인 취급받는 신(新)사대천왕 중 하나, 날라(Nal_rA)만이 꿈을 자주 꿀 뿐, 다른 프로토스는 꿈을 거의 꾸지 않는다. 꿈을 꾸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신기한 경험이다.

프로토스는 예지능력이 뛰어난 종족이다. 그 예지능력이 일상생활에서 필요할 때마다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꿈의 형식으로 그 예지능력이 형상화된다.

그래서 간밤의 꿈이 더더욱 나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북쪽으로부터 날아온 셔틀을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그 꿈으로 인해 마음이 울적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 셔틀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해 마을 중앙의 넥서스로 달렸고, 그곳에서 결국 유닉스에게 제지되었지만 순간적으로 마주친 리치의 얼굴이 간밤의 꿈에 대해 마음을 더더욱 무겁게 만든다.



날라(Nal_rA). 그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유난히 꿈을 많이 꾼다는 이상한 프로토스. 그래서 꿈에 대한 책을 몇 권 냈었던 날라.

3년 전, 리치마을에 잠깐 들렸던 날라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의 말은 당장 이해가 되지 않는 어려운 말들. 그는 그를 보러갔던 친구들 사이에 있는 나를 발견하더니 내게 다가와 알 수 없는 말 한마디를 던지고 갔었다.

“어린 질럿이여. 꿈을 꾸는 날, 절망하지 마라. 아이어는 꿈속의 꿈일 뿐이라네.”


기인 날라. 그를 우리는 단 한단어로 표현한다. 몽 상 가.

그는 내가 간밤에 꾸었던 꿈을 엿보았을까. 엿보았기에 내 꿈에 등장한 것일까. 오늘 북쪽으로부터 온 몇 명의 전사 중에 날라가 껴있기를 기대한다.  



3.

넋 놓고 호수만 바라보다가 문뜩 호수 저편으로부터 어둠이 짙게 깔리는 것을 느꼈다. 이제 집에 갈 시간이 됐다. 어제의 꿈이 마음에 걸려, 서쪽이 아닌 동쪽으로 산책을 나왔고, 내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만든 괴상한 소리가 들리던 시간이 지금 이 시간. 동쪽의 호수는 내 집에서 그리 먼 곳이 아니지만, 여러모로 꺼림칙하여 집에 서둘러 돌아가야겠다.

종종걸음으로 집 앞에 도착하여 문을 열려고 하니 또한 꺼림칙했다. 오늘도 여기서 자면 똑같은 꿈을 꾸지 않을까 하는 느낌.
본능적으로 나는 리치의 집으로 향해 걸어갔다. 아니 뛰어갔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은 채 무작정 달렸다. 주변의 사물이 지나치는 것도 느끼지 않은 채로.

리치의 집은 내 집에서 약간 멀리 떨어져있다. 한동안 걸어가야 나오는 곳이다. 점점 동쪽은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서쪽 하늘은 새빨갛게 물이 들어버렸다. 어제 꿈속에 나온 그 광경과 너무나도 유사하기에 등에 식은땀 몇 방울이 줄줄 흐른다.

리치의 집에 도착하여 문을 두들기니 리치가 아까와 같은 굳은 표정으로 나를 맞이했다.

“무슨 일이야? 오늘은 바쁘니까 네 집에서 자도록 해.”

허를 찔린 느낌이다. 집에서 잠을 자노라면 또다시 그런 꿈을 꿀까봐서 리치의 집에서 자려고 온 것인즉. 하지만 순순히 물러날 내가 아니다.

“저기······. 이야기할게 있어서 왔는데······.”
“무슨 이야기인데? 미안하지만 내가 오늘 정신이 없다. 다음에 이야기 하면 안 될까?”
“그럼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나요?”
“뭔데?”
“오늘 북쪽에서 온 전사들 중에 혹시 날라(Nal_rA)가 있나요? 그가 왔다면 꼭 그에게 해야 할 말이 있어서요.”

나는 리치에게 그런 말을 함으로써 호기심을 의도적으로 유발시켰다. 역시 내 예상대로 리치는 나의 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이런, 오늘 온 전사들 중에서 날라는 없다. 레인보우 마을에서 온 전사들이지. 날라에게 해야 할 말이라니. 꿈에 대한 이야기인가?”
“네. 제가 어제 꿈을 꿨죠. 무척 불길한 꿈이요. 날라가 내게 해준 말이 있고 해서······. 느낌이 무척 안 좋아서 혼자 자기 겁나네요. 똑같은 꿈을 꿀 것 같아서······.”

리치는 내 말에 아까의 굳은 표정대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어쩌지? 지금 내 집에 인투더레인(Intotherain)이 와있어서 말이야. 네 꿈 이야기도 궁금하고 여간해서 재워주고 싶다만······.”

아니, 아까 북쪽에서 온 전사들 중 하나가 인투더레인이란 말인가? 아이어 5본창중 하나인 용맹한 인투더레인이라니. 그가 있기 때문에 나를 재워줄 수 없다는 리치의 한마디. 나는 할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려야 할 판이다.

“그럼 할 수 없지요·……. 저 이만 갈게요······.”

리치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뒤에 뒤돌아서서 집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하늘은 어둡기만 했다. 첫 번째 달이 동쪽 지평선에 걸려있었다.


4. 客.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돌아가는 길이 이리도 길게 느껴지는지······.
방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침대에 엎어져버렸다. 한동안 침대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무생각 없이 그러고 있으니 더욱더 마음이 울적해진다. 몸을 돌렸다. 그리고 창밖에 비친 두 번째 달을 바라보았다.

달. 아이어엔 세 개의 위성이 있어 달이 세 개다. 첫 번째 달을 루나(Luna)라고 부른다. 두 번째 달은 다크 샤이닝(Dark-Shining), 세 번째 달을 포가튼 라이트(Forgotten-Light). 대게 프로토스는 포가튼 라이트가 뜨면 잠을 든다. 그리고 포가튼 라이트가 서쪽 하늘에 걸렸을 때에 일어난다. 포가튼 라이트가 질 때엔 태양이 동쪽하늘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포가튼 라이트가 뜨기 시작했다. 이때가 되면 피곤하여 잠이 저절로 들 수밖에 없지만 오늘은 심란하여 잠이 전혀 오질 않는다. 잠시 포가튼 라이트의 어두우면서 은은한 빛의 멋을 감상하고 있는데 밖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똑똑”

본능적으로 경계심이 들었다. 과연 이 야심한 시각에 누가 온단 말인가. 친구들은 전부 잠에 들었을 텐데 과연 누가 찾아온단 말인가.

“똑똑똑”

밖에서 또다시 노크소리가 들린다. 누구일지 몰라 무척 불안감이 들지만, 한편 호기심도 들었다. 과연 이 시간에 누가 찾아왔을지.

몸을 일으켜 현관으로 나가 문을 열었다. 문 밖엔 정체불명의 프로토스 전사가 하나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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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l Nino
05/01/24 01:37
수정 아이콘
....궁금해서 미치겠어요...왜 여기서 끊으시나요...너무 궁금해.....
아케미
05/01/24 08:06
수정 아이콘
원래 이런 데서 딱 끊어야 흥미진진하긴 하지만… 너무 궁금해요!!; 잘 읽었습니다. 다음 편 기대할게요.
신멘다케조
05/01/24 08:57
수정 아이콘
다음 내용을 기대하게 만드시네요...
아침해쌀
05/01/24 12:09
수정 아이콘
아 정말............;;;;
그냥 완결 나올때까지 기다렸다가 쭉 봐버릴까하는 생각이
그녀는~★
05/01/26 02:02
수정 아이콘
누굴까요..누구..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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