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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1/13 21:26:20
Name 막군
Subject 그래서 그들은... (주의 : 결승전 결과 있음)
"GG!!! 이윤열 선수의 15연승이 무너지는 순간입니다!!!"

정적을 이루고 있던 잠실 실내체육관에 한 줄기의 함성이 들려온다.

그가 해낸것이다.

'황제가 그렇게 쉽게 무너질 리가 없지.'



사람들의 기대는 황제를 승리로 이끌었고, 어느새 암울하게만 보이던 분위기를 반전시켜놓았다.


그는 스코어는 2:1으로 여전히 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황제라면, 임요환이라면 뭔가 해줄꺼야' 라는 기대를 계속 가지게끔 해주었다.


"봤느냐, 나다."
"..."
"이게 바로 나다."
"..."
"이게 바로 나, 임요환 이다. 황제이기 이전에, 진정한 게이머의 모습. 그게 바로 나, 임요환이다."


물론, 그 둘은 직접적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이건 단지 추측일 뿐이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서로를 잘 알고 있는 둘은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의심치 않는다.







그럼, 나다는 어떨까.

승리가 코앞일것 같았던 그의 얼굴에서, 금방이라도 미소를 띌 것 같은 그의 얼굴은 확실히 '앞선다' 라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뒤쳐지기 시작하는 상황. 스코어는 그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 그는 침묵으로 모든걸 대답할 뿐이다.



약 10분간의 휴식시간이 10초같이 느껴졌을 그들, 어느새 전장의 재정비가 완료 되었다.

나다는, 다시 한번 마우스를 굳게 쥔다.


"형, 내 집으로 온걸 환영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의 입에서 한줄기 말이 튀어나온다. Lost Temple 이라는 전장이 그를 반겨주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프로시절까지 항상 자신의 옆에서 같이 있어주었던 그 곳.



나다는 그곳에 도착했다.












"나다, 오늘만큼은 이 곳은 내 고향이다."
황제는 전혀 개의치 않는것 같았다. 다시 한번 그의 트레이드 마크, '황제의 눈빛' 이라는 오오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럼, 경기 시작합니다!!!!"


















경기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들의 마우스 클릭 하나하나가, 모든걸 얘기해주고 있었다.

나다의 네번째 공습이 황제의 본진으로 들어오자, 황제는 그만 승부를 포기하고 만다.



길고도 긴 전쟁의 승부가 끝난것이다.










.......
그 둘은 조용히 서로를 주시하고 있다.
시작하기 전과 같이, 조용히 서로를 주시하고 있다.







"임요환 선수, 한 말씀 하시죠."
"다른 선수들이 연습 많이 해주셨는데... 그 선수들하고 팬 여러분들에게 죄송합니다."



황제의 웃는 얼굴에서 나온 대답이였다. 그의 팬들은 '아니에요, 요환님 사랑해요!' 라는 두 마디로 그를 위로해준다.



"그리고,"
씨익 웃고만 있던 황제가 뭔가를 말할려 한다. 그의 웃는 모습은 잠시 사라지는 듯 했다.

"이윤열 선수에게 감사합니다. 덕분에 지금 저는 불타고 있거든요."


짧은 말이였지만, 그건 황제가 답변할수 있는 어느 말보다 더 멋졌다.

불타고 있다. 그의 승부사 기질, 포기 하지 않는 모습, 그래서 그가 황제인거다.








"자, 그럼 이윤열 선수의 말씀을 들어보도록 하죠, 이윤열 선수?"
"연습해주신 모든 선수들... 감사드리구요, 이 우승의 영광을 팬 여러분들께 돌립니다."

그 답지 않은, 너무나도 정리 잘된 말투였다. 윤열동에서 한 줄기 함성이 터진다. 곧 '윤열님 축하해요!' 라는 말이 그들의 함성의 의미를 되새겨 준다.


"그리고,"

수줍은 듯 있던 그의 얼굴에서 한줄기 빛이 보이는 듯 했다. 우승자이기 전에, 스타크래프트를 사랑하는, 한 프로게이머의 얼굴이였다.



"임요환선수와의 결승전, 이 경기가 모두가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에도 다시 만나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건 챔피언에 오른 자의 자만도, 상대를 조롱하는것도 아니였다.

나다 역시 '게임'으로 박서의 도전을 받아드린다.

그 역시 불타고 있다. 이겨도 자만하지 않는 모습, 언제나 변함없을 그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하나의 선언과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가 이윤열인거다.















그래서 그들은 테란의 최강자들이고, 그래서 그들은 프로게이머들인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팬들이 많고, 그래서 그들은 항상 사랑받는 것이다.












둘은 서로를 마주본채, 한번 뜨거운 포옹을 나눈다.
뜨거운 관객들의 박수가 그들의 Re-Match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보여주는 듯 했다.













"나다."
"...?"
"나, 지금 불타고 있다."
"-_-;;;"
"... 잠실이든 상암이든, 곧 다시 너와 만나게 될 거야."


==========================================

한번 픽션... 비스무리하게 만들어 봤습니다 ^^; 길어서 압박이 심하지 않았나 걱정이네요.

길고도 긴 KT-KTF 네스팟 프리미어리그가 끝났습니다. 우승한 이윤열 선수, 축하드리고요! 임요환 선수, 당신의 결승전은 아직 많이 남았다는걸 알고 있습니다. 기다리고 있을께요 ^^

그리고, 뜬금없는 소리지만, 저의 영원한 우상, 홍진호 선수도 힘내시구요 ^^

다음시즌엔 더 멋진 모습으로 모든 게이머들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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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1/13 21:37
수정 아이콘
그래서 그들인겁니다.
모든 걸 게임안에서 말하고, 게임안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말하는...
크던 작던 무대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전장에서 자신을 보이는 그들이 너무나 눈부십니다.
나다, 박서!(가나다 순입니다^^;;) 오늘 멋졌습니다!!!
언덕저글링
04/01/13 21:39
수정 아이콘
두 선수 모두 잘했구요. 나다가 역시 왜 랭킹1위인가를 보여준 경기라고 봅니다. 그나저나 홍진호 선수도 저 자리에 빨리 서야 될 것인데 말이죠. : )
04/01/13 21:45
수정 아이콘
감동적인 마지막이군요...
개인적으로 박서가 더 아름답게 끝났으면 하는 바램이었지만...
이윤열도 참 잘한 모양입니다...
나다와 박서의 결승전 몇일전부터 흥분을 감추지 못한채 기다렸었습니다.
끝을 보니 전혀 실망스럽진 않더군요. 그들이 있기에 프로게임은 계속 될겁니다..^^
04/01/13 21:54
수정 아이콘
이윤열 선수의 실력보다 인터뷰에 더 놀랐습니다.
그동안 인터뷰 연습 많이 했나 보더군요.....
확실히 예전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
이정석
04/01/13 22:22
수정 아이콘
이윤열선수
"사실 이병민선수와 연습한건 인터뷰 연습이었다." 파문
이병민 선수
"이윤열 선수와 사실 오늘 스트립쇼 세레모니 준비했었다."파문.
baby_mullyang
04/01/13 22:40
수정 아이콘
오늘 그 둘의 모습. 정말- 그 자리에 어울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정말.. 그래서 그들이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나봐요.
박서, 나다- 다시한번 날개를 펴세요, 당신들의 앞엔 이제 리치가 있을 겁니다.^ ^
new[lovestory]
04/01/13 23:19
수정 아이콘
두 선수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윤열 선수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04/01/14 00:38
수정 아이콘
오늘은 마이크 앞에서 작아지지 않는 이윤열 선수더군요.
04/01/14 08:03
수정 아이콘
경기는 모두 끝났습니다...
박서와 나다에게 모두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두 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박지헌
04/01/14 14:58
수정 아이콘
멋있습니다^^
카이레스
04/01/14 19:25
수정 아이콘
이윤열 선수의 수줍음도 이제는 사라진 것일까요^^
두 선수 다 수고하셨고 멋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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