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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1/10 18:13:16
Name 소년
Subject xx빠, xx까 -의 판단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립니다.
   이런 용어가 널리 퍼지게 된 것이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알게 된지 두세달 정도가 된 것 같습니다. 그 유례와 정확한 용도는 모르겠지만 그다지 유쾌한 단어는 못되는 것 같습니다.

   A라는 사람을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이 쓰는 언어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A가 주로 쓰는 단어만 봐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즉, 언어가 그 사람의 생각에 크게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지요. 반대로 생각이 그 사람의 언어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도 자명합니다.

  철학을 배우다보면, 혹은 법학, 정치학이나 사회학을 공부하다보면 -어느 학문이나 마찬가지겠지만 -  단어의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의식성', '교조', '사적 유물론' 처럼 아는 듯 하지만 정확하게 활용하기 어려운 단어와 '소유', '추상', '본질', '자아', '초자아' 처럼 알기도 하고 쓰기도 하지만 쓰이는 곳에 따라서 많이 다른 단어도 있습니다.

  단어의 정의에 따른 서로의 인식 범주가 달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경제학을 배우는 저는 앞에서 말한 학문을 파고 드는 친구들과 만나서 대화할 때면 가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는 같은 단어지만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아채곤 합니다.


   얘기가 살짝 장황해졌네요. 죄송합니다  .(__).
  'xx빠, xx까'(앞으로 '까빠단어'라고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쓰게 되면 세 가지 문제있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을 발견합니다. 저 또한 경험했고 최근에 수많은 리플이 오가며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했던 글들도 이런 현상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1. 누군가의 글을 '까'와 '빠'로 나누게 됩니다. --  즉 이 단어를 활발하게 쓰는 웹 커뮤니티에 오랜시간 있다보면 까빠단어를 수없이 많이 보게 됩니다. 비난하거나 동조는 안할지라도 자신도 모르게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다가 자신이 생각하는 정도를 지나친 글이 보이면 까빠단어를 쓰면서 한 마디 던지며 참여하게 됩니다.
    
   물론 아닌 분들도 상당히 많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점차 익숙해집니다. 그리고 자신을 통제하고 싶지 않아하는 분들은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드는 글이 올라오면 까빠단어를 쓰며 욕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다혈질인 분들은 욕을 섞을 수도 있겠죠.


  2. 첫번째와 비슷한 현상입니다. 까빠단어를 스스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더라도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보는 것에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집니다. 그래서 정도가 심해지면 특정 선수에 대한 글이 올라오면 글의 전체적인 내용보다는 자신만의 잣대로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이것과 비슷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ㅡ.학창시절에 '정반합'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배우고 그 단어를 지속적으로 활용하다가 보면 세상의 대부분을 '정반합'으로 이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ㅡ.성에 대해서 많이 억압되고 억눌렸던 사람이 대학교나 고등학교에서 sex를 경험하게 되고 마광수 교수의 글을 몇개 읽다가 보면 세상의 모든 것이 성과 연관된 것처럼 이해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서정시를 성과 연관시켜서 해석하게 되고 이성의 행동 하나하나를 성과 연관해서 상상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ㅡ.음모이론에 관한 몇몇 소설이나 영화(요즘은 다빈치 코드가 유명하죠)를 짧은 기간에 여러차례 접하게 되면 세상의 정치 경제 문화 모든 것들이 음모속에 돌아가는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지나친 과민반응일 수도 있고 확대해석이라고 하는 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다는 것도 아니고 대다수가 그렇다는 것도 아니고 단지 그런 분들도 '다수'있다고 관찰되기에 쓰는 글입니다.

  3. 까빠단어가 이미 수차례 안좋은 논쟁을 일으켰기 때문에 그 단어만 봐도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분이 있습니다. 이건 좀 과장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라는 것처럼 기분이 안좋을 수 있습니다.


  언어의 조류를 막을 수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곳에서라도 되도록 자제해서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글을 써봅니다.

  흥분을 잘 하시는 분들에게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부디 어떤 글에 대해서 쉽게 판단하고 까빠단어를 날리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누군가를 응원하거나 질책하는 글을 쓸 때 되도록 팬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것이 의무라면, 그 글에 답을을 달 때도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아..좀 마음에 안들기는 하지만 나도 틀린 내용을 쓸 수도 있는 걸 뭐. 저 부분이 논리적으로 맞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는 알겠으니까 넘어가주자'
  정도로 끝낼 수도 있는 것을 괜히 까빠 운운하며 마음 상하게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스타를 매우 좋아하고 나름대로 즐길만큼 선수들이나 스타크래프트에 대해서도 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끔 선수타 팀에대한 응원이나 질책의 글을 쓰고 싶을 때도 있지만  왠지 이런 저런 비난에 시달리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그만두곤 합니다. 다소 건방진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저와  비슷한 분들이 많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얘기가 한없이 길어집니다 ^^; 마지막으로 한가지 예화만 들고 글을 맺겠습니다.
  다음과 같은 리플들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혹은 원글을 쓴 분이 은근히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고 생각하십니까? 판단은 각자하는 거겠죠 물론.


  (2344님의 글입니다)
  "ㄱ과 ㄴ이 시합하는 걸 봤다. 역시 ㄱ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멋졌지만 ㄴ의 화려한
드랍작전에 휘둘리다가 패배하고 말았다. ....중략..... ㄴ은 역시 XXX종족의 최강인 것 같다. 그가 ㄱ처럼 화려한 외모였다면 벌써 최대 연봉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을텐데 안타깝다. "

  리플1 - 앗싸 일등. 중복 아닌가요?
  리플2 - '역시 ...패배하고 말았다'는 표현으로 봐서 대략 ㄱ까 맞네요. 역시 패배라니
             대놓고 까돌이 행세하네요.
  리플3 - 고도의 낚시글..덥썩 물어라 물어.
  리플4 - 이거는 ㄴ까인데 다들 잘 모르시나보네요. 고도의 ㄴ까 맞습니다, 맞고요.
             결국엔 외모 얘기를 하려고 한 글이네요.

  리플5 - 이거 확실히 ㄱ빠가 쓴 ㄴ까 글이 맞는 것 같네요. ㄴ빠들 욕먹이려고 쓴 글
             같은데요. 종족 최강이라느니 '화려한 드랍작전'이라느니 하면서 ㄱ이 패배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쓰네요.
  
  리플6 - 외모와 연봉을 연관짓다니 너무 하시네요. 글 쓰신 분이 생각이 없는 것 아
             아니에요? 이 분은 ㄱ까이면서 ㄴ까이기도 하네요. ㄱ이 연봉 잘받는 건 외모
             덕분이라는 거고, ㄴ이 연봉 적은 건 얼굴이 못생겼다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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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똥™
05/01/10 18:58
수정 아이콘
자고로 사람은 환경이 좌우한다고 하지요. 이것도 하나의 인터넷의 트랜드라고 받아드려야 하는건지..
인터넷 문화 - 우리가 아름다운 환경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이것에 대한 책임을 후세들에게 져야할겁니다.
참고로 전 "유기적" 이란 단어를 가장 어려워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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