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5/12/05 03:01:28
Name 캐럿.
Subject e-Sports in 2008 (3) - 별들의 흔들림
e-Sports in 2008 (1) - 산, 그리고 계곡의 심연

e-Sports in 2008 (2) - 결전 직후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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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orts in 2008

(3) - 별들의 흔들림



"세룡."

"아, 인호형-"

"이제 그만 좀 쉬어. 지금 안자는거 너밖에 없어."



이곳은 WE의 연습실인 것 같다(넓찍한 방에 컴퓨터 책상이 이리저리 줄지어 놓여져 있고, 한쪽 벽엔 WE의 마크가 대문짝만하게 붙어있다).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사람은, 우승을 한 지 채 다섯 시간이 지나지 않은 - 그러나 표정은 상당히 심각한 - 세룡뿐이었다. 세룡은 어젯밤, 재호와의 결승전 경기 리플레이를 돌려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 마치 갑자기 심각한 문제에 봉착한 듯이 - 뭔가 심상치 않았다. 세룡 뒤의 벽에는 창문이 닫혀 있었지만 옅은 검정색 하늘만이 보였다. 아직 새벽인 듯 했다. 그리고 세룡을 거리에 두고 막 문을 열고 부르는 사람은 간편한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의,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듬직한 남자였다 이름은 인호. WE의 감독이다.

둘 다, 오늘, 아니, 어제의 결승전 때문에 얼굴에 화기는 많이 돌지 않았다. 하지만 두 얼굴엔 기쁨도 남아있지 않았다. WE의 선수가 그 힘들다는 - 특히나 2006년 상반기부터의 워3 붐에 이은 프로들의 상향평준화가 더 어렵게 만들어버린 - 워3리그 우승을, 2번씩이나, 그것도 연속으로 했는데도, 세룡의 얼굴은 싸늘해져 있었다. 눈빛도 풀리지 않았다. 인호도 그랬다. 일주일에 WE 팀원들의 경기가 없는 날은 하루도 없어서, 팀원이 우승을 해도 그 다음날부터는 다시 연습실로 밀어넣어야 하는 감독의 트라우마에 쩔어버렸다는 비유일까. 세룡의 두 눈은 대화 중에도 모니터를 똑바로 직시하고 있었다. 세룡은 왜 다들 피로에 쌓여 - 프로게이머들이 다 그렇듯이 - 잠든 늦은 밤에, 모니터 앞에서 충혈된 눈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음.. 힘들었어-"

"하아.. 그래. 뭐 요즘 큰 무대경기들이 다 그렇지 뭐."

"..그런데 형, 오늘 경기 보면서.. 이상한 거 있었지?"

"뭐가? 아, 뭐- 빌드 상성이 많이 갈리긴 했는데, 많이 다른건 없었"

"-모른 척 하지마."

" - "

"형도.. 알고 있지? 오늘 재호 컨.. 이상했어."

"별 이상한 건 없었는데.. 3경기 때는 뭐 지고 있었으니까 아무래도 좀 흔들렸겠지, 적지않아.."

"솔직히 말해 봐, 형- 이 리플들, 아까 감독실에서 형도 봤잖아?

"그래.. 후우- 나도 잘 모르겠다. 왜 그랬는지.. 그래도 너무 마음에 두지 마. 별거 아닐거야.

하암- 졸려. 가서 자자. 너 더 오래 있으면 내일 연습 못해. 가자."

"응.."



곧이어 세룡은, 워크를 종료하고 인호를 따라 연습실을 나갔다. 조금, 아니, 많이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형, 뭔가 있어.. -알고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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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더덕-"

"일어나세요- 아침이에요-"

"음-... 아, 저기, 5분만 더.."

"안돼요- 내일 저 예선 있는거 잊었어요?"

"아.. 졸려요 졸려.."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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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암-"

"잘 먹겠습니다~"

"네에- 잘먹겠습니다-"

이곳은 86과 Sting이 연습하던 방이다. 아침이 밝은 지 오래라서 이젠 방 안이 다 비춰진다 - 방 안은 의외로 고등학생의 방 같았다. 컴퓨터책상 두 대 외에 공부용 책상도(수학의 정석 시리즈가 놓여있었다) 있고, 멀찍이 자그마한 주방(엄밀히 말하자면 그냥 싱크대와 가스레인지)도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Sting과 86(둘 중 하나는 이 방의 주인일 것이다)은 바로 옆의 간이 식탁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 메뉴는 쌀밥에 된장찌개, 매콤해 보이는 멸치볶음과 숙주나물이었다.



"엇, 이거 처음보는 건데-"

"아, 이건 숙주나물이에요.~"

"콩나물 비슷하네요. 콩나물 주니어네- 맛있네요!"

"하하, 센스하고는-"



상을 차리기가 무섭게, 둘은 밥과 반찬을 다 비워버렸다(Sting보다 체격이 큰 86이었기에 밥 한공기로는 성이 차지 않았는지 그는 밥을 더 달라고 했지만 Sting의 "업킵관리 좀 하세요"란 말에 주장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86은 아쉬움이 남았는지 물에 남은 밥을 말아먹으며 TV를 켰다. 어젯밤에 틀었었던 온게임넷에서는 칙칙한 재방송밖에는 이 시간대에 없었기에 공중파 방송을 틀었다. 뉴스가 흘러나왔다. 둘은 잠시 동안이지만 - 침묵을 유지하며 - 가만히 아침 뉴스를 봤다.

뉴스에서 증시 상황을 보고하는 증권사 직원의 경직된 목소리를 듣던 86이 지루했는지 먼저 입을 열었다.



"음- 오늘도 래더만 하실 건가요?"

"네.. 그래야겠죠. 타종족전은 변변한 연습상대가 없으니까요. 하하-

그리고 휴휴전은 요 일주일간 질리도록 했으니까요. 오늘 새벽에두요."

"에- 그럼 저도 래더 뛰어야겠네요. 저도 딱히 연습할 사람은.."

"흠.. 한 점심때까지 래더 뛰시다가- 점심식사 하시고 혁님 보러 가세요. 오늘 코엑스 가신다고 하셨어요."

"어- 진짜요? 저한테는 별말씀 없었는데.."

"내일 예선 준비차 프라임리그 보러가신대요. 혁님 이번에 상대가.. 어디보자.. 여깄네요, 프린트. 보세요."



Sting은 옆의 의자에 놓여있는 종이들을 뒤적거리더니 한 프린트를 86에게 건네줬다.



"에에.. 그러니까- G조.. 혁님은 시드에.. 장용석 황태민 김관영 박재신 오정기?!"

"네.. 쫌 빡세죠? 오늘 프라임리그 경기 중에 김태인 대 박재신하고 김관영 대 원성남, 두 경기가 있어요. 스타일 분석이죠."

"헤에.. 그런거 하는거, 몰랐는데요- 가끔 혼자 가서 라디오 틀어놓고 뭐 적으러 가신다는 얘긴 들었는데.."

"..그게 스타일 분석 비스무리한 거죠. 오늘 중계시간에 맞춰서 가보세요. 어차피 시드 따셨으니까 잠깐은 한가하시잖아요?"

"네, 가봐야죠- 음 그런데 이렇게 되면 혼자 심심해지셔서 어쩌나- 제가 있어야 연습이 될텐데요~"

"-걱정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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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N] WE 박세룡V, 장재호의 한방러쉬 막고 워3리그 2연패


KHN WAR3LEAGUE 2007-2008 결승

박세룡(휴) - 장재호(나)

박세룡V(2시) <트위스티드 메도우즈> (8시)장재호
박세룡(4시) <골드샤이어 II> (8시)장재호V
박세룡(12시) <로스트 템플 파이널> (6시)장재호V
박세룡V(11시) <머큐리> (5시)장재호
박세룡V(2시) <트위스티드 메도우즈> (5시)장재호


'휴먼 마스터' 박세룡이 유어큐브 워3리그 2007의 우승에 이어 KHN 워3리그도 우승. 최고의 휴먼다운 입지를 구축했다.

박세룡은 초반 정찰을 빠르게 성공시키면서부터 장재호와의 난타전을 준비했다. 그에 비해 장재호는 2경기와 같이 워든을 선택했다. 하지만 워든이 박세룡의 건물 막기 심시티와 사냥 경로의 빠른 변경으로 견제 피해를 거의 입지 않고, 박세룡은 아크메이지와 6기의 풋맨으로 조금 느린 킵업을 감수하고도 잦은 견제로 장재호의 테크트리 진행을 늦췄다.

하지만 박세룡은 그 상황에서라면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었던 카드인 라이플-매지컬 체제를 선택하지 않았다. 제플린 모탈팀 드랍플레이를 선택한 것, 시간을 벌며 캐슬 테크를 준비했다. 장재호도 마찬가지였다. 나이트엘프의 휴먼전 최고의 체제인 클러-드라이어드 체제를 갖추지 않고 빠르게 공업 투로어, 드라이어드 위주의 체제를 선택했다.

승부는 2시, 박세룡의 본진에서 갈렸다. 장재호는 헌트리스 소수와 4레벨 워든, 그리고 다수의 드라이어드들과 함께 고블린 셰퍼 1기를 동반, 프로텍터링을 감행했다. 모탈 팀은 세 기가 있었지만 두번째 영웅, 파이어로드의 레벨이 아직 2이고 무엇보다도 휴먼의 힘의 원천인 조합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인 박세룡의 본진에 절대 타이밍 러쉬를 감행한 것.

하지만 박세룡은 '쇼부'답게 당당히 맞섰다. 모탈 팀 한 기는 본진 안쪽에서 고정사격을 하고, 나머지 두 기는 두 영웅과 풋맨, 프리스트들이 방어선을 유지해 가면서 병력을 서서히 소모해 가는 동안 제플린에서 계속 탔다 내리면서 드라이어드들을 잡아줬다

장재호도 이에 뒤지지 않았다. '안드로메다 출신' 드라이어드들은 일제히 포탄을 피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지만, 극악의 상성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한기 한기 잡혀나갔다.

박세룡은 밀리샤를 동원해서 프로텍터들의 체력을 최대한 낮췄고, 워든의 팬 오브 나이트의 스킬 쿨타임을 절묘하게 계산된 소울 번으로 봉쇄했다. 장재호는 박세룡의 병력의 태반을 잡아냈지만, 워든과 드라이어드들을 모두 잃었다. 박세룡은 남은 병력인 레벨 4의 아크메이지와 모탈 팀 두 기로 장재호의 본진으로 역러쉬를 감행했다.

방어병력이 아직 충원되지 않았던 장재호는 GG를 선언했다.

박세룡은 KHN 워3리그 우승으로 명실상부한 최고의 휴먼이자 휴먼 최초의 워3리그 2연속 우승자가 되었다.

권혁준 기자 khj8091@war3for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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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이럴 리가-"



은색 테의 안경을 쓰고, 왼쪽 가슴에 KTF라고 써져 있는 백색 유니폼 - 마치 군복 비슷한 - 을 입은 한 남자가, 멍한 시선으로 자신의 자리에서 박세룡의 워3리그 우승에 관한 기사를 보고 있었다. 그의 컴퓨터에서는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3, 그리고 워3포럼 페이지가 띄워져 있었다. 모니터 화면 상단의 공간에는 길쭉한 코팅된 노란색 종이에 '강 민/Nal_rA' 이라고 써져있었다. 그의 이름과 아이디인 모양이다.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3를 같이 켜놓은 걸 보면 두 게임을 번갈아가면서 하고 있는 듯 했다. 연습실 공간에는 그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연습실에는 유리문 하나만이 있을 뿐, 창문은 없어서 천장의 백열등을 먹고 사는 칙칙한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때,



'끼익-'

"엇,"



민은 황급히 작업 표시줄에 있던 스타크래프트를 클릭했다. 어두운 분위기의 배틀넷 채팅창이 나왔다. 곧이어 누군가가 문을 활짝 열고 빠른 걸음으로 민에게 다가갔다.



'휴-'

"민. 여기서 뭐해- 가서 밥먹자. 다들 나와있어."



민에게 말을 건 사람은 나이가 좀 들어 보이고, 회색 선글라스와 민과 마찬가지로 KTF 유니폼을 - 사이즈는 좀 더 크다 - 입고 있는 남자였다. 감독인 것 같다.

"아, 저 오늘 비위가 안좋아서.. 어제 뭘 잘못 먹었나봐요-"

"야, 너 그래도 뭐라도 좀 먹어야지.. 어제도 아침밥 안먹었잖아."

"소화제라도 좀 먹어야겠어요.. 후우-"

"이상하네.. 아침에만 그러는 걸 보니까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수상쩍으면 병원에라도 가 봐."

"네."

"그래. 그리고 좀 쉬어- 어젠 애들 하루 외출이었는데도 남아서 종일 했잖아. 진호도 오늘은 나간다고 했으니까 팀플연습도 못하고, 스타리그는 이미 진출했으니까 거 적당히 하라구."

"네 알았어요.. 아, 그런데 어제 그- 워3리그 결승전 보셨어요? 전 어제 잠들어버려서.."



민은 어제의 워3리그 결승전을 못 본 것 같았다. 하지만 방금 기사를 봐서 대충 내용은 알았고, 감독의 속을 떠보려는 듯한, 묘한 어투의 질문을 던졌다. 민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봤지- 애들하고. 이제 관중이 스타리그보다 많더라 야. 허-"

"역시 요즘 대센가보네요-"

"그렇지.. 스타판은 이제 거품도 다 빠져가고~ 후우.. 우리도 간당간당해 사실.."

"네?"

"프론트가 워3 프로들을 찾고 있더라구, 저번주에 계약문제 때문에 갔었는데.."

'I won't be ignored-'

"엇, 전화 받으세요."

"그래. 나중에 얘기하자-"



이내 감독은 휴대폰을 열어 들고 '여보세요-' 하면서 걸어나갔다.

민도 바로 모니터 앞으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엄지와 약지로 키보드의 왼쪽 자판을 빠르게 두 번 쳤다. 워크래프트3의 배틀넷 채팅창이 나왔다.



[ 47 | Nal[rA ]



그는 Nal[rA 라는 아이디로, wow2 채널에 접속되어 있었다. wow2가 레벨이 높은 유저들이 모이는 곳인 만큼,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그의 레벨이 크게 돋보이지는 않았지만, 옆의 샤먼 아이콘과, 그리고 Nal[rA라는(Nal_rA라는, 그의 원 아이디는 예전에 그의 팬이 만들어서 정작 강 민 본인은 만들지 못한 것 같다), 거의 7여년 전부터, 또다른 세계 - 스타크래프트계 - 에서 포스를 풍겨온 아이디 때문에 맵시가 있어보였다. 47이라는 높은 레벨로 보아, 민은 예전부터 틈틈히 워크래프트3를 해왔던 것 같았다. 채널 사람들에게 인사도 건네는 등, 환경에 익숙한 듯 보였다.

민은 살며시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두 손가락으로 자판을 한 번 가볍게 톡 쳤다. 래더 서치였다.



"후우- 다행이야. 역시 준비는 항상 해놔야 하는 거였던가.. 이번엔 윤열이, 요환이형, 진호.. 다 나한테 빚을 진 건가. 선견지명이 되버렸네- 훗."


'드림즈 컴 트루- 너를 지켜- 줄거야-'



민의 휴대전화가 - 그에게 딱 어울리는 벨소리로 - 울렸다.



"여보세요."

"어 형- 나야."

"그래, 이윤열- 게임은 잘 하고있어"

"어, 잘 안풀리고 있긴 한데.. 그럭저럭 하지.. 팀원들도 도와주고 있어."

"워3는 포기한거야? 후후-"

"아, 아냐! 남는 시간에 해. 형.. 당연히 아직은 스타가 내 본업이고, 많이 좋아하는 거.. 형도 알잖아."

"그래-  하지만 나는.. 이제 그 판에서는 힘들어."

"..힘내-"

"-알았어. 어쨌든 열심히 하자."

"응.."

"아, 그런데 오늘 감독님이.. 프론트에서 워3 선수들을 찾는다고 하셨어."

"뭐? 진짜?"

"그래. 역시 미리 시작해 놓길 잘 한 것 같아."

"요환이형도.. 요즘 워3 한대.. 가끔-"

"뭐?!"

"응..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요환이형이.. 만약 전향을 생각한다면-"

"-스타판은 이제 끝이지. 뭐, 당연한 말이라서 별로 텐션도 없다.

내가 전화해서 한번 얘기해 봐야겠네."



윤열 - 강 민의 동생 뻘이고 역시 스타크래프트 게이머인 듯한 - 과 민이 통화하는 사이에 - 일요일 아침이라 사람이 많았는지 - 금방 래더 매치가 걸렸다.



"어, 나 래더 걸렸다. 열아, 나중에 또 전화해."

"건승.~"



'텁.'



전화를 끊고, 민은 (전화할 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던)고개를 모니터 쪽으로 돌려, 자신의 대전 상대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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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t Temple]



[ 47 | Nal[rA     오크 ]
[ 51 | Sting.Parasol     휴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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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도 없지, 하필 스팅이야? ..."



그의 상대는, 내일 뭔가의 예선 - 워크래프트3계 게임리그였던 것 같았다 - 이 있다던 Sting이었다.

하지만 민은 Sting를 알고, 또 꺼려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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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늦었네. 어디보자.. 4경기.. 김관영 대 원성남. 두번째 경기는 놓쳤네..

에에.. 어, 와아- 저건.. 데나가 잡힌건가. 힘들겠네. 저 M의 힘이란-

그런데 난 스톰볼트 없인 데스나이트 잡기 힘든데.. 부럽다, 원선수..

에에.. 그나저나.. 혁님은 어딨지? 에.. 해설 소리를..



"어어- 지금 데스나이트가 잡히면 언데드는 자유롭게 활동을 할래야 할 수가 없는건데요!!"

"게다가 지금 구울들 피가 전부 반 이하고 시타델업이 안됐기 때문에 힐링 스크롤이 없어서 꼼짝없이 본진 안에 웅크리고 있어야 돼요!!"

"무엇보다 휴먼의 체제 선택을 못 보고 이제 곧 조여진다는 게 타격이 크죠-"



오옷, 타워 조이기구나.. 하긴 언데드전에 저런거 가끔 하는 사람들도 있긴 있었지..

그런데 프로경기에서 나오다니, 얼마나 경기를 말아먹었길래..

어, 저깄다. 라디오!

와- 옛날 라디오네.. 저런거 집에 하나 있는데.. 디지털 시대에서 쓸모가 있구나~

-음, 자리까지 꽤 머네. 빙 돌아가야 하다니..쩝.

저기 보이네. 수첩에다 깨알같이 뭘 적고 계시는데.. 음, 뭘까..



'툭'

"에? 아- 여긴 어떻게?"

"얘기도 안하고 몰래 나오셨는데 꼬리가 밟히셨네요. 후후-"

"..평소엔 말도 안걸더니"

"아하하, 농담이에요. 그런데 오늘은 경기상대 분석하러 나오신 거에요?"

"네. 내일 예선 있잖아요-"

"뭐 타워괴수 혁님이야.. 발로 하셔도 올라가실 테니-"

"-그런소리 마요.. 그러는 86은 시드까지 따놓구서.."

"..순전히 운이 좋아서 그래요.. 휴먼을 한번도 안 만났잖아요."

"에이.."

"경기 거의 다 끝나가네요. 맘먹고 왔는데 상대가 오늘 경기에서 제대로 실수를 한 상황이라.."

"어떻게요"

"다 지어지는 알타를 실수로 취소했어요. 그리고 당황해서 데스나이트 잡히고-"

"헤에.."

"뭐 저런 실수, 아예 안 할 순 없잖아요. 가끔 저럴 때도 있는거고.. 단지 방송경기니까 아쉬울 따름이야-"

"휴먼은 멀티 먹네요. 동시에 그리폰.."

"저러면 언데드는 디스도 안나오고.. 암울하지."

"워겔 또 시끄럽겠네요."



음.. 나도 저런 실수 여러번 하는데, 확실히 방송에서 저렇게 되버리면- 힘들겠네.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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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pider : gg
Kenshin[Khan] : ㅈ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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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김관영 선수. 아- 아쉽겠네요. 초반에 알타 취소하는 실수만 안 했어도 정말 경기 유리하게 풀어나갈 수 있었는데 말이죠-"

"알타 취소한 실수도 그렇지만 그 후에 당황해서 데스나이트가 잡혔고, 그 뒤로 경기 정말 어렵게 풀어갔죠."

"네- 이렇게 돼서 원성남 선수가 G조 1위로 16강 조별리그에 진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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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 됐네. 별 정보를 얻지 못했어.."

"뭐, 내일엔 평소대로 하시면 무난히 가실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하하, 고마워요. 아 배고프다.. 밥이나 먹으러 갈까요?"

"뭐 사주신다면야 언제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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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부족인가"



민의 얼굴에서는 땀이 흥건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무척 힘이 든 것 같았다. 게임을 할 때는 아무리 프로게이머라고 해도 저렇게 땀을 비오듯 흘리는 경우는 드물다. 아마 매우 격렬한 손놀림을 몇십분동안 계속 해왔을 것이다. 민은 엔터키를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얼굴의 땀을 닦아내고, 그의 자리에서 다섯 칸 정도 떨어진 정수기를 향해 걸어갔다. 종이컵을 꺼내 냉수를 뜨면서 민은 시니컬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허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타우렌 샤닥이 라지컬에 지다니.. 말도 안돼. 딸리는 것도 없었는데- 내가 컨을 발로 한것도 아닌데.. 이해할 수 없어..

전투가 끝나고 나니 멀티는 모탈팀이 그새 쓸어버리고, 아아.. 타워를 안 지어놓는 게 아니었는데.."



그는 Sting과의 경기를 지고 충격을 받은 듯 했다. 타우렌+샤먼+트롤 위치닥터의, 효율성으로 치면 스타크래프트의 마린메딕에 버금가는 쓰임새를 보여주는, 오크의 최종 테크 조합으로 휴먼의 킵 테크 조합, 라이플맨+소서리스+프리스트, 그리고 모탈 팀 두기를 이기지 못하다니.

민은 냉수 한 컵을 쭈욱 들이켰다- 그리고 '후우-' 라는 소리와 함께 심호흡을 했다. 프로게이머에게 있어서는 아무리 사소하고 중요치 않은 경기라도 페이스를 잃으면 안 돼니까, 라고 민은 생각하는 것 같았다.



"리플은 나중에 봐야지- 아 피곤해.."



민은 이내 그의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손가락으로 퉁겨넣고, 자리로 돌아가 컴퓨터를 껐다. 그리고 왼쪽 유니폼 바지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버튼은 세 번 밖에 누르지 않은 것으로 보아 두자리수 단축번호인 것 같았다. 지하실의 환경이 반(半)지하 같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파는 빠르게 연결됐다.



"여보.. 하암- 여보세요.."

"형, 나야. 강민."

"어, 그래, 민이냐?"

"응. 스타리그 잘돼가?"

"아.. 스타리그? 영 모르겠다 요즘은.."

"..요즘 워3 한다며?"

"응.. 아는사람들하고 같이 해. 태민이는 가끔 카스하던거 보이더라."

"형도.. 올거구나"

"왜.. 내가 가면 피씨방 마일리지 쌓을 것 같아?"

"아, 아니.. 그게 아냐. 형은 원래 천부적인 게이머고- 감각이 있잖아."

"푸하하. 감각은 뭔 감각. 나 이제 서른을 바라본다- 스갤에선 발컨이래.

에버 때까지만 해도 컨트롤은 말야.. 까들의 소굴 스갤에서도 인정해주는 나였는데-"

"후우- 힘내."

"요즘 스타할 맛이 안나. 관중도 적어지고.. 우리팀 스폰 끊길뻔한적 있었던거.. 들었지? 감독님한테.

거 왜 그때말야- 나하고 연성이 둘다 피씨방가고.. 태민이 대학교때문에 한창 시끄러울때 말야. 양대리그에 티원 이 없어진지 1년 다 돼갈때.."

"응.. 그다음 시즌에.. 형이 스타리그 먹고, 종민이가 MSL 결승가서 살긴 했지?"

"그래.. 그때.

나 말야. 작년에 성준이가 은퇴할 때 내가 걔를 이해 못했어-

그런데 이제 뼛속까지 와닿네. 프로게이머란 말야- 게임이 전부야.. 스타만이 아니었어-"

"뭐.. 그렇지. 괜히 프로'게이머'겠어?"

"..스타리그 목요일로 옮길때 말야, 처음으로 느꼈어. 섬뜩했단 말이야.

스타판이 사라지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하고. 나, 스타해서 돈 꽤 벌었어. 이 돈 놀려서 평생 먹고 살 수도 있어.

그런데 말야, 내가 매일 하던 스타가.. 없어진다면 어떡하지? 라고 생각을 했단 말야.. 은근히 두렵지.~

성준이는.. 스타판이 좁아지면.. 걔도, POS도 오그라들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

그리고 POS 스폰.. 아직까지도 없잖냐. 협회가 정신을 차리긴 차려서 월급은 넉넉히 준다긴 하는데-

그래도 말야. 성준이는 월급쟁이 게이머를 하기엔 너무 강했어. 인생을 건 대가가, 10년도 지속 안돼는 월급쟁이 게이머 생활? ..나라도 때려쳤지.

카트 프로가 스타 프로하고 맞먹지, 요즘은. 카스, 워3는 세계를 먹었고.. WEG가 그렇게 성공할 줄 누가 알았겠냐?"

"..요환이형."

"...왜"

"회의감, 느끼고 있지?"

"..무엇에 대해서?"

".......스타-"

"-그래, 맞아. 스타는 이제.. 정말 10년째인데.. 영원한 건 없는가보다 이세상에는.. 하하.."

"다른 게임으로 전향하면 되잖아. 쉬운말 아니지만-"

"-너무 늦었어. 워3 하는거.. 지푸라기 잡는거야. 잘되면 좋고- 안돼면..

..그때 가서 봐야지. 게다가 우리 지금 다른게임 하는거.. 전부 몰래 하는거잖아. 하루에 몇게임 하지도 못해. 힘들어."

"..힘내요환~"

"아하하, 고마워, 그런데 말야- 너하고 나하고, 스타하는 사람들 말야, 언제부터 이렇게 친해졌냐? 하하-

3년 전만 해도 서로 못잡아먹어서 안달이었는데-"

"뭐, 미군과 이라크군도 외계인이 오면 손을 잡잖아-"

"-너 자다 전화한거야?"




e-Sports in 2008 (3) - 별들의 흔들림 <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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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_+ 3편이 올라왔습니다.

저번에 예고편에서 제가 한빛과 장재호 선수의 팀 멤버들을 일부 살짝 공개하기로 했었는데,

분량이 너무 길어서- 4편에 나올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ㅡ^;;

아무쪼록, 제 변변찮은 글이 독자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재미를 드렸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4화 예고:

●한빛, 그리고 각 팀들의 근황 - '프로게임단'의 진정한 의미는?

●Sting과 혁의 워3 예선경기 - 과연 그들은 무사통과할 수 있을지?

●스타, 카스, 워3 그리고 카트계 선수들의 추가 등장

●KHN 워3리그 결승전 - 뭔가가 있었다고 말하는 이들

P.S.

리플좀 주세요 ; - ;.. 온라인 작가들은 리플먹고 소설 쓰는거, 아시죠^ㅡ^?

P.S.2.

이번 공모전에는 글 잘 쓰시는 분들이 참 많네요~

말이 필요없는 unipolar님, <달려줘요, 오빠>의 유신영님, 저와 같이 워3를 주제로 스타트하신 워크초짜님, 매 편마다 유쾌한 분위기의 글을 써주시는 imagine님, 그리고 주옥같은 단편 팬픽 작가님들..

좋은 글들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P.S.3.

그리고 매 편 올릴 때마다 감사드려야 할 분은,

바로 제 소설을 봐주신 당신입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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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미
05/12/05 07:34
수정 아이콘
으아아악, 스타 너무 암울한데요;;;;; 그나저나 강민 선수는 워3 해도 잘할 것 같아요. 특유의 뭐가 있어서-_-;;
05/12/05 08:02
수정 아이콘
아케미 // 특유의 '쿰' 이 있죠. 강민 선수는 +_+
이승훈
05/12/06 09:53
수정 아이콘
재밌는 글이네요 건필하세요 ! ^^;
05/12/06 11:47
수정 아이콘
이승훈 // 감사합니다^^ 제 소설 앞으로도 계속 봐주실꺼죠^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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