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결과를 확인하니 역시나 윤석열 대통령이군요. 엄대엄인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적잖이 놀라고 쵸비없는 젠지의 승리에 놀라고 역배데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네요.

저는 이재명을 뽑았습니다. PGR이니까 방빼라는 소리는 안 듣겠죠?

솔직히 하나도 아쉽지 않습니다. 딱히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기를 바랬던 것도 아니었거든요. 아마 안철수가 사퇴 안 했으면, 사전투표소에 줄이 길었다면, 제 표는 다른 곳으로 가거나 없었을 수도 있었겠네요.

어쩌면 제가 생각한 최적의 결과인 것 같습니다. 윤석열이 승리하더라도 근소한 차이로 이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재명에게 한 표를 준 것도 있으니까요. 진짜 표차이가 근소해서 걱정도 되었는데, 당연한거지만 이재명이 깔끔하게 승복하기도 했고 우려했던 대혼란의 상황은 없을 것 같네요 (그렇겠죠…?)

불현듯 작년에 롤드컵에서 티원이 담원에게 5꽉 끝에 한끗차로 진 것이 떠오르네요. 무지 아쉬웠지만 롤드컵을 가냐마냐 하다가 4강까지 간 것에 만족하며 그날 아마 꿀잠을 잤던 것 같습니다.

민주당과 지지자분들 화이팅하십쇼. 코어지지자들은 아마 근 두 달간 고통스러웠을 텐데 47.83%의 지지는 꽤 괜찮은 성과인 것 같습니다. 다시 정신차리고 잘 해 나가면 정권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247077표차이라도 진건 진거긴 합니다. 스포츠도 정치도 승자독식체제하에서 근소하게라도 패배하면 패배자는 고통스럽습니다. 제가 작년 롤드컵에서 티원이 지고 나서 꿀잠 잤다는 것은 사실 거짓말입니다. 지투한테 졌을 때보다는 상대적으로 잘 잤다는 소리일 뿐입니다. 하지만 피드백 잘하고 마음 잘 추스리고 단단해져서 돌아오면 더 나은 팀이 될 수 있습니다. 이재명이 깔끔하게 승복 선언한 게 그 시작입니다. 제발 구질구질하게 굴지 말고 잘합시다. 티원 화이팅입니다.

국민의 힘과 지지자분들 축하드립니다. 아마 압승을 바란 분들도 많았겠지만 역시 기분 좋은 것은 엄대엄에서 겨우 이기는 것이죠. 스포츠보다 더 과몰입하기도 하는 정치에서의 1점차 승리! 얼마나 짜릿할까요.

하지만 그런 짜릿함 속에서 간담의 서늘함도 느꼈을 것입니다. 국민의 힘과 윤석열 (그리고 이준석)은 출구조사 결과를 들었을 때의 아찔함을, 그것만은 꼭 기억해주세요. 고작 표차이는 247077표입니다. 47.83%는 국민의 힘에서 지향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이번 대선에서 가장 슬프게 바라본 지점은 20대 성별 지지율이었네요. 남녀가 오피셜하게 완전 갈려버린 결과가 좀 많이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6대4정도밖에 안된다는 것은 희망적인 일이네요. 여전히 영호남의 지역구도보다는 극렬하지는 않네요. 물론 앞으로가 중요하겠죠. 적당히 하지 않으면 언제나 그 반작용이 발생합니다. 선을 잘 타면서 제발 잘해주세요ㅠㅠ

윤석열 대통령 화이팅입니다.

저는 윤석열이 그냥 운이 좋은 것이 아니라 살아오는 동안 매 선택의 순간마다 올바른 결정들을 내려서 이 자리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을 위해서 좋은 결정들을 내려주세요. 물론 앞으로 대통령으로서 내려야할 결정은 훨씬 더 어렵고 복잡한 결정들이겠죠. 그동안 해왔던 방식이 앞으로는 맞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올바른 선택을 해나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12월인가? 청년들에게 욕처먹고 그 이후 정신차린듯한 윤석열의 모습을 보고 그래도 욕하면 통하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칭찬입니다). 그때의 마음가짐,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이를 아득바득 갈고 복수의 때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겠죠?) 고작 표차이는 247077표입니다, 그것만은 기억해주세요. 윤석열 대통령님!

“모두 힘을 합쳐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해 하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 술 한잔 안 했습니다. 아침부터 이런 글을 적고 있지만 맨 정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