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터진 대장동 녹취 기사와 관련한 화력과 조작 의혹으로 시끌시끌한 가운데,
피쟐 분들이 전후사정을 모르시는게 많은 것 같아 최근 제가 목격한 여초 커뮤니티 여론 반전에 대해 좀 썰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최근의 여초대통합 분위기는 여초에서도 놀라워할 정도로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문제 많은 여초의 대표격인 여시는 여초에서도 배척받는 곳인데, 여시와 다른 평범한 여초들이 원팀이 된 상태거든요.

이 글은 목격담을 전달하고자 한 글이며, 점심시간에 짬내서 작성하는 글이므로 피드백이 매우 부족할 수 있다는 점 미리 양해 구합니다.

작년말 올해초까지 대다수 여초커뮤니티는 극렬 문대통령 지지자를 중심으로 반이재명, 이재명 혐오정서가 매우 심했습니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 여초 유저들은 대부분 민주당 경선 때 이낙연을 지지했고,
정치 얘기 자체가 주요 이슈가 아니거나 소수 별도의 게시판에서만 이야기가 오갔기 때문에
큰 흐름에서 대선에 대한 관심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이 상황이 변화된 흐름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더쿠라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https://theqoo.net/

선관위 모니터링 명단에도 들어있고(https://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2/02/25/2022022500160.html)
사이트 오른편에 표기되는 동접자수는 최소 2만대를 유지, 활발할 때는 3만을 넘어가며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탑10에 꼽히는 곳 중 하나입니다.
시스템은 주로 아이돌을 비롯한 연예계 덕후들이 모였지만 디시와 유사해서, 온갖 주제 별 덕질게시판(일명 독방)이 있는 형태입니다.
스퀘어가 메인 게시판이라고 할 수 있는데 HOT게에는 주로 스퀘어 게시물이 올라오며 정치글은 금지되어있습니다.
핫게 조회수는 평균 5만 이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더쿠에 코로나19라는 게시판이 있습니다.
코로나관련 정보를 공유하고자 만든 게시판이지만, 방역정책에 관한 글들이 오가다보니 정치게시판 비슷하게 변화한 곳입니다.
이곳은 코로나 초기에는 친정부 기조였다가 백신수급 문제가 터질 즈음부터 반정부 기조로 바뀝니다.
그러다 변하기 시작한 기점이 작년 말. 삼프로 윤석열편 공개 직후였습니다.
주식방에서 윤석열편을 보고 놀라 달려온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뭘 모를 줄은 알았지만 너무 심한거 아니냐며.
그리고 윤석열의 여러 망언이 터지며 점점 강해집니다.
케이돌토크라는 가장 글 리젠이 활발한 게시판에서 정치얘기가 주로 오가게 됩니다. 반윤으로 뭉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내 최애가 조리돌림 당하는 거보다 낫다, 케톡이 통합되는 걸 보다니 신기하다 하며 놉니다.
(이 게시판은 온갖 연예인 병크, 실수, 활동들에 대해 끊임없이 빠와 까가 싸우는 일이 일상입니다.)

소위 뫄뫄재명이라는 밈이 생깁니다.
* 페북의 '여가부 폐지' 공약을 비롯한 이준석의 행보들이 더쿠를 비롯한 여초에서 점점 화제가 됩니다.
앵그리재명 - 이재명을 찍는 내가 화가나지만 윤석열 이준석은 못봐주겠으니 찍음
크라이재명 - 위와 비슷하게 울면서 찍음

* 지지자들이 열심히 만들고 퍼나른 이재명의 논란에 대해 전후사정을 들으니 내가 싫어했던 부분이 오해였구나, 미안하다 하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쏘리재명 - 이재명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며 뽑아줍니다.

* 대충 10개가 넘어가는 단계에 저마다 단어를 붙여가며 나는 뫄뫄재명이다 합니다.

더쿠는 원래 온갖 드립력이 미친 곳입니다.
또 글리젠이 활발할 때는 글쓰기 버튼을 누르자마자 2페이지 중간 혹은 그 이상 넘어가기도 할 정도입니다.
제목으로 잡담을 하는 수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더쿠의 분위기가 다른 여초로 전파되기 시작합니다.
반이재명의 분위기가 팽배하고, 옹호하는 얘기를 꺼내면 강퇴당하는 쌍코, 소드와 같은 다음폐쇄카페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여초가 반전되기 시작합니다.


그 정서에 정점을 찍은 것이 1번남, 2번남 밈입니다.
처음에는 남자연예갤러리에서 외모조롱짤로 만들어졌으나, 그게 여초에서 퍼지면서 공감대가 형성됩니다.
외모가 문제가 아니라 눈빛과 인상과 사용하는 언어가 저급한 남자들은 대개 2번을 찍더라, 라는.
여초에서 보기에는 소위 [인셀]과 같은 부류들이 지금 모두 2번을 지지하는 분위기라는거죠.
[2번을 지지한다고 해서 인셀인게 아닙니다. 인셀들이 2번을 지지하더라 한다는겁니다.]
외모, 스팩과 상관없는 얘기입니다.

이건 온갖 패드립과 혐오의 언어가 넘치는 남초 공개게시판들에 지쳐 침묵하고 있던 여성 네티즌들이 폭발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옛날 [된장녀] 같은거라고나 할까요.

디시, 엠팍, 펨코, 에타, 블라인드 이런 곳에 정보를 얻기위해 드나들던 사람들.
남성위주의 공개게시판 분위기에 지쳐있던 사람들.
그래서 여초 위주로만 활동하며 과격한 여혐과 패드립으로 남초를 접하던 사람들.
혹은 현실에서 인셀같은 부류에 데여본 여자들.
이런 여러 갈래의 경험을 통한 대상이 네이밍 되며 감정이입이 폭발한 것이 1번남과 2번남입니다.

온라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록 과격한 혐오의 언어를 구사하는 남초에 대한 혐오가 강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런 [혐오의 언어를 뿜어내는 남초가 지지하는 것이 2번이다], 라는거죠.
[그러니 더더욱 2번은 안된다]라고요.

남초에서 페미에 진절머리를 내고, 잠재적 가해자 취급에 넌더리를 내는 반대편에는
페미도 아니요, 남자들을 잠재적 가해자취급을 하지 않았음에도 싸잡아 욕먹는 기분을 느끼던 사람들이 많았던겁니다.
여자들이 보기에는 여전히 온라인에서 온갖 여혐과 디지털 성범죄가 만연하고 있는데 말이죠.
또 남자들은 페미세상이다 성토하지만, 페미성토가 곧 페미 이전의 남녀차별로 돌아가야한다는 압박처럼 느낀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남연갤(남자연예인갤러리), 여시는 다른 여초에서도 성토의 대상입니다.
특히 남연갤은 일베와 다를바 없이 취급합니다. 여시는 그보다 조금 덜한 정도고요.
애초에 여초들끼리 사이가 좋은 곳이 별로 없지만 그 두곳은 특히나 배척받습니다.
그런 곳들까지 한배를 탑니다.
여가부폐지, 반폐미로 2030남자들이 뭉쳤듯 반페미의 반작용으로 여초가 뭉친겁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계속 이대남이 주목받았는데, 계속 뒷전에 밀려있었을 뿐 아니라 위협을 받는다 느낀겁니다.

이 과정에 결정적으로 활약한 것이 펨코와 이준석 당대표입니다.
지금 여초의 분위기는 [반윤]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윤석열의 자질에 대한 논란으로 시작된거죠.
그러나 본격적인 변화는 [윤석열보다 이준석(펨코)가 싫으니 이재명뽑겠다.]는 정서로 인해서입니다.


그리고 여시인증사건이 터집니다.

사실 여초에서는 여시인증보다는 더쿠인증이 뒤로 밀렸다는게 더 화제가 됐고,
서로서로 누가 먼저니 영상분량이 얼마니 우리 조회수가 높아야하니 스밍을 돌리자니 하고 놀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때 여시에 이재명의 영상과 글을 퍼온 사람이 이재명이라던가, 이재명의 캠프 사람이라며
원희룡을 비롯한 국민의 힘 거물들이 언급합니다.
이전 글이 삭제됐다는 둥 하는 얘기도요.
심지어 고소고발 얘기가 나옵니다.
하지만 그 글을 올렸던 유저의 글이 새로 올라옵니다.
이재명 측에서 업로드한 영상과 글을 함께 퍼왔을 뿐이고, 본인은 순수한 일반인 지지자라며 사전투표 인증과 함께요.

거대 권력이 평범한 여성 하나를 대상으로 공격을 한다고 느낀, 이미 한배를 탄 여초들이 더 똘똘 뭉칩니다.
평소 여초들은 서로 뒷담화나 조롱을 하기 위한 의도가 아닌 이상 서로가 어떻게 노는지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 1주일은 서로서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어떤 드립과 밈이 도는지 함께 실시간 공유합니다.

그렇게 뭉친 상황에서 터진게 어제 대장동 녹취기사입니다.
어제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올라온 기사의 추천/좋아요와 뉴스타파 영상 조회수 작업은 오히려 여초에서 진두지휘했습니다.
출근길에 대충 보니 클리앙이나 이재명갤러리 같은 곳들은 여초에서 하는걸 좇아가며 새로운 세계라고 감탄하기 일쑤더군요.

남초에서는 믿을 수 없는 움직임이요, 화력이지만 더쿠를 비롯한 여초에서는 너무나 익숙한 일입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위한 순위 작업들이 그런 것들이었으니까요.
오히려 케톡방에서는 이 시간대라 화력이 부족하다, 프로듀스2 때와 비교하면 이 화력은 아무것도 아니라 하더군요.
이 정도 추이면 망돌이라고요.
괜히 여돌보다 남돌의 매출이 훨씬 높은 것이 아닙니다.

어제 밤부터 오늘까지 이를 제대로 모르는 펨코를 비롯한 남초에서는 이런 매크로를 이용한거다, 조선족이다 등등의 반응이 나왔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엠팍에서는 이상한 추천 사건도 벌어졌죠.
당장 아래 글들에서 피쟐의 반응도 비슷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반응이 여초에 더욱 불을 지르고 있습니다.
외부의 반응이나 움직임 때문에 강제로 이재명 코어행 열차를 타고 열혈 지지자가 됐다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저는 주로 더쿠 핫게를 보다가 코로나19방과 케이톡토크방을 구경한지는 채 두달 정도 됐는데,
분명 처음에는 어쩔 수 없지, 라는 분위기였던 것이 이젠 완전히 민주당 지지게시판이 되었습니다.
그 일련의 과정을 목격한 바에 따르면 정말 외부의 자극이 더 한쪽으로 등을 떠민걸로 보입니다.  

온갖 어그로, 경쟁팬덤, 불만스런 소속사, 멤버들의 사건사고 등등
소위 돌판에서 오래 구른 덕후들의 내공은 어지간한 정치판 이상으로 대단하더군요.
연예계는 워낙 루머나 음해가 많다보니 각자 알아서 팩트체크하는 것도 익숙합니다.
그리고 한번 내 편을 정해서 타오르기 시작하니 무섭습니다.

여야를 떠나 온라인 여론을 관리하는 대응조직은 당연히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제 터진 대장동 녹취건과 관련된 움직임은 단순히 그런 차원의 것이 아니며, 차근차근 응집된 정서가 폭발한 바가 크다고 봅니다.

피쟐러 분들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대부분 모르실 것 같아 써본 목격담입니다.
여초의 여론과 공감대 흐름에 관한 글이니 젠더갈등이나 대선이슈에 대한 관점의 차이로 인한 논쟁을 벌일 의도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