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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기간동안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22/02/26 20:19:05 |
Name |
만취백수 |
Subject |
[일반] 오늘 투표를 했습니다. |
제 정치 성향은 사실 정의당내 좌파와 큰 틀에서 비슷하고, 사안에 따라선 정치동아리라 놀림받는 원외진보당 보다 좀 급진적이긴 합니다 또 극소수의 사안은 국내에 그런 주장을 하는 정당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 만큼 극단적 자유주의와 결론을 공유하는 경우도 있고요. 뭐 좀 아슬아슬한 선에 있는 정치적 신념에 어울리진 않지만 나름 스윙 보터라고 여기는 편입니다. 지금 제가 생각해봐도 좀 신기한게 16년 총선에 처음 투표권이 생긴 이래로 민주당 위성정당 소속 기타 당들은 제외하면 현재 원내에 있는 정당들에게 비례와 지역구를 포함하면 최소 한 번 이상은 표를 줬었네요. 뭐 조직적 전략투표 같은건 아니고 정치, 철학적 이상과 현실정치의 괴리가 좀 있다 보니 정치적 신념과 어느정도 무관한 다른 요소들이 투표에 영향을 미쳐서 그렇기도 하고, 정치와 제도를 통해 형성되는 사회의 동적평형은 일정 수준 이상의 일체감이 있어야 효용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16년 총선의 지역구도와 탁핵국면에 따른 분당과 합당으로 국회가 반쯤 다당제 비스무레한게 되고, 20년 총선당시 선거법 개정으로 우연의 일치로 이루어진 당시의 원내 구도가 앞으로 양당구도를 완화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했었습니다. 다당제가 되더라도 못해도 10년간은 별로 달라지는건 없겠지만 어쨌든 현 구도 보다는 낫다고 봤으니까요. 그리고 뭐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개같이 멸망하곤 말았고요 크크.
아무튼 양당 모두에게 어느정도 거리감을 가진 입장에선 더럽고 치사하지만 한국의 대통령 선거제에서 득표율 1등과 2등을 제외한 모든 후보에게 던지는 표는 사실상 기권표라고 생각합니다. 최대한 유리하게 해석 해 봐야 잠재적 1등 혹은 2등 후보에게 갈 표가 무효화 되는 0.5장 짜리 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투표에선 누가 선출이 되던 내가 던진 사표의 지지율이 가진 메시지가 더 가치있을 거라고 생각될 때마다 수고스럽게 투표장 까지 가서 사실상의 무효표를 투표함에 버렸습니다.
지난 일이주일 간 꽤나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이번엔 전락투표자가 되어야 하나 아니면 소신투표자가 되어야 하나? 그리고 만약 둘 중 하나를 택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전략투표에서 택해야할 차악의 후보 및 당과 소신투표를 통해 전해야할 메시지는 무었일까? 일단 우선적으로 이때까지 있었던 4회의 대선토론과 인터뷰를 포함한 공보자료를 조금 참고했고, 좀 웃긴 예기지만 디시의 정당 및 정치마이너 갤러리를 일주일 정도 눈팅했습니다. 공식적인 발표나 토론을 본 이유야 말씀드리지 않아도 될 것 같고, 디시 정치갤들을 참고한 이유는 순수하게 지지자들만 모인 공론장에서 각 지지자들이 어떤 생각과 가치관 사고방식으로 본인의 결정을 선택했는지 알고싶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전략투표 하고 왔습니다. 중간에도 몇번 왔다갔다 했고, 내가 선택한 스탠스를 다시 되짚을때마다 에너지 소모가 꽤 커서 그냥 후딱 해치우고 구경이나 하자는 심정으로 투표가능일이 되자마자 후딱 해치웠습니다. 사람의 생각이란게 불연속적으로 딱딱 떨어지는게 아니기에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적인 생각의 변화를 타임라인에 맞춰 정리해보면 다음이랑 비슷할 겁니다.
우선 전략투표 했을때 뽑을 양당 후보를 선택한 결정적 계기는 g식백과 인터뷰가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nft나 메타버스가 2020년대판 it 버블같다는 생각을 하는 저로썬 좀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기성 정치인이 관심을 갖기 힘든 주제에서 원론적일지언정 대담이 된다는 점이 꽤 색달랐던것 같네요. 그렇게 첫 스탠스는 이재명 후보 전략투표로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국힘 캠프 내의 혼란이 어느정도 수습 되고,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국힘 선대위에서 여가부 폐지를 포함한 적극적인 정책발표를 했습니다. 그리고 첫 두 토론에서 윤석열 후보는 제가 보기엔 적어도 국민의 힘 지지층이 관점에선 점수를 잃지 않을만큼은 했다고 봅니다. 이 시점에서 저는 양당 후보의 득표율 40:40을 가정할 때, 윤 후보가 적어도 자신에게 득표한 40%의 유권자는 크게 실망하지 않을 정도의 행보는 보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기에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 비해 가지는 비교우위가 제 기준에서 크지 않다고 봤습니다. 양 후보 모두 최소한 자신에게 투표한 40%를 어느정도 만족 시킬 수 있다면, 제 표가 두 후보간의 당락에 영향을 주는 것 보다 사표로서 메시지로 기능할때 제 효용이 크니까요.
첫 두 번의 토론에서 각 후보들이 적어도 자기 지지층은 어느정도 만족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보여줬다고 생각하는데, 세 번째와 토론을 보는 중엔 내가 과연 국민의 힘 지지층이라면 윤석열 후보가 나를 어느정도 납들시킬 만한 행보가 예상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첫 중앙선관위 토론 녹화영상을 보는 동안 그냥 이재명 후보가 당선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정성적 해석도 없고 정량적 분석도 없는 순수한 제 뇌피셜입니다. 아무튼 전 그렇게 근거 없는 개인적 뇌피셜을 기반으로 이전과는 조금 다른 이유지만 소신투표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오전, 글을 시작할 때 까지만 해도 오늘이었는데 벌써 어제가 되버렸네요 ㅠ, 영사관 가는 길에 중앙 선관위 2차 토론을 봤습니다. 4차 토론 영상을 보고난 이후에도 이재명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근거없는 뇌피셜은 변함 없엇습니다. 다만 그 낮은 가능성으로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가정했을때 생길 간접적 부담감을 지고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기준에서 소신투표는 양당 후보 중에 누가되도 차이가 없다는 묵인이고, 당선 후보의 1위에 사실상 0.5표 만큼 기여한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처음 글을 쓸 때는 이렇게 글이 길어질지도 또 이렇게 시간이 늦어질지도 몰랐는데 쓰고 나니 잘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네요. 답댓글은 일어나서 써야할것 같습니다. 글 읽으시는 분들 모두 본인 가치관에 맞게 후회없는 투표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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