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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4/11 17:42:38
Name 올라이크
Subject [일반] "이거 괜찮은데...?"
안녕하세요. 정치쪽 글은 처음쓰는 것 같네요.

종교와 정치 그리고 응원하는 스포츠는 차분한 의견교환이나 설득이 불가능한 영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생각을 남들에게 강요하지도 않으려하고, 타인의 생각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것도 즐기지 않습니다.
물론 울컥할 때가 있지만요.

코로나로 예배 참여가 불가능해졌을때, 많은 교회가 발광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코로나 기간이 길어질 수록
더욱 심해졌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 저는 크리스찬입니다.) 많은 분들이 헌금이 안들어와서, 장사가 안되니까...라고
생각하실 듯 합니다. 그것도 물론 큰 이유입니다. 하지만 더 두려워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코로나로 인해 예배에 참석하지 않고
주일을 그냥 보내는 그 루틴에 성도들이 익숙해지는 것이 더 두렵기 때문입니다. 당장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장기적으로 보면
그 루틴에 익숙해진 라이트한 신도들은 교회에서 영영 멀어질 가능성이 높죠. 코로나라는 강제력에 의해서라고는 해도
교회에 나가고 꼬박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성도', '기독교도'라는 포지션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그 시간은 의미가 있습니다.
몸과 지갑은 더 편해지고, 양심이나 신앙심에는 별 상처가 없습니다. 사실, 기독교의 교리 상 교회에 안나가더라도 독실한
신앙심을 지키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교회의 마케팅이 그렇게 몰아가고 있을 뿐이죠. 성도들이 해보니까 느낍니다.

"이거 괜찮은데...?"

이번 선거를 통해서 민주당이 처한 상황이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유권자들이 절대악으로 취급했던 국힘이었으나,
연이어 터진 이슈들에 의해서 여당을 심판, 혹은 견제하기 위해서, 어떤 이슈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 상대 진영에 충분히
표를 던질 수 있다는 전례를 만들었습니다. 만일 이를 계기로 민주당이 정신을 차리고 본인들의 실수를 적극적으로 수정하려고
나선다고 해도, 혹은 지금 보이는 모습대로 정신 못차리고 계속 자신들의 입장을 견지하려고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책방향이 바뀐다면 '아 줘패니까 정신차리는구나...', 정신을 못차린다면 '지난번처럼 더 패봐야겠구나...'라고 생각하겠죠.
다가오는 대선에서 국힘이 승리하여 정권이 바뀌고, 국힘이 또 하던대로 쓰레기짓을 하더라도 관계없습니다. 그럼 유권자는
또 지금처럼 '반대쪽에 표를 던져서 줘패주자'라고 생각할 겁니다.

지금 유권자들은 사실상 '양당제'였던 대한민국 정치 지형에 완벽히 익숙해지는 중입니다. 그리고 한쪽에만 흠결이 있었던
상황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가는 것에 맞추어, 그 놈이 그 놈이므로 잘못하는 족족 반대로 갈아타주마...라는 살벌한
시선을 정치권에 던지게 된 게 아닐까 합니다. 빗대어 표현하자면, 애플 생태계에 안드로이드가 호환되는 상황이랄까요?
애플만 써야했던 명분 중 큰 부분이 사라져서 마구 갈아타도 그게 그거인 상황이 된 것이죠. 이제 소비자는 그때 그때
더 마음에 들고 효율적인 기기를 마구 갈아탈 수 있습니다. 그걸 대중에게 확 인식시켜주는 계기가 된 것이 이번 선거가
아닌가 합닌다. 이번 선거를 통해 양 진영이 어떤 반응을 보여줄 지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선거의 향방을 가른
중도층은 퍽 재미가 있습니다. 민주당을 등지게 한 이유들이 적극적으로 수정된다면 최선 혹은 차선의 결과가 될 것이고,
지금 매우 가능성이 높은 우틀않을 시전한다면, 1. 일단 줘패니까 속은 후련하다, 2. 내년에 또 패서 아예 눕혀버리면 된다,
어디로 가도 갑갑하지 않습니다. 선거 후에 느끼고 있습니다.

"이거 괜찮은데...?"

민주당의 가장 뼈아픈 실패는 중도층, 혹은 라이트지지층에게 갈아탄 경험, 갈아타도 된다는 명분, 갈아타는 것의 실리를
주어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멀리보면 정치발전에 긍정적인 방향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선거까지도 확실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던 만큼, 이번 선거의 결과가 보여주는 것을 토대로 앞으로의 투표를 결정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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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꿀
21/04/11 17:47
수정 아이콘
정치인을 숭배하는 신민들이나 이번 선거결과에 놀랐죠
정치인을 대표로 뽑는 시민들에겐 당연한 결과입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21/04/11 17:48
수정 아이콘
게다가 패미코인 빨면서 20-30대 남자표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는데, 드뎌 20-30대가 표로 결집하는 법을 깨달았는데.. 반대로 패미표는 박원순 오거돈 성추행으로 다른 세력을 향해 떠나는 분열이..
2021반드시합격
21/04/11 17:57
수정 아이콘
그래도 되니까, 를 깨려면
실력 행사=(합법적으로)줘패는 수밖에 없죠
그래도 안 깨지면 밥줄 끊어줘야 하고요.
테스형
21/04/11 18:01
수정 아이콘
5년에 한 번씩 반대로 찍어서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하면 조금은 깨끗해지지 않을까라는 작은 소망을 가져 봅니다.
곰그릇
21/04/11 18:09
수정 아이콘
클리앙으로 대표되는 친여권 사이트에서 민주당에 대한 20대 남자들의 민심이 안 좋아지고 있다는 얘기만 나오면
'그래서 자한당 찍을거냐?' '니네만 힘드냐 다 힘들다' '20대 남자는 행동력이 없고 선거공학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 이런 얘기만 나왔습니다
그런데 선거 이후에는 거기에서도 20대 남자에 대해서 공감해주는 분위기로 돌아섰어요
선거의 힘이죠
Extremism
21/04/11 18:17
수정 아이콘
공감이 아니라 2030의 일베화, 일베가 결국 해냈다...라고 욕하기만 바쁘던데요? 공감능력이라는게 있었으면 선거 이전에도 공감해주었겠죠.
크라피카
21/04/11 18:25
수정 아이콘
며칠간 모공 베스트 글을 보면 현상을 이해하는 글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역사를 모르는 일베에 오염된 젊은 남자들이 어떻게 국힘을 찍냐고 정신 못차리거나 앵무새마냥 빈댓글이나 넣고있습니다.
클리앙은 답 없는 것 같고 뽐뿌같은데가 그동안 찍소리도 못하게 조리돌림으로 여론 찍어누르는 분위기가 4대 6 정도로 국힘이 먹어가는 듯합니다
21/04/11 18:28
수정 아이콘
불과 2년전에 어떤 분이 '정치공학적으로 20대 남자는 버려도 상관없다!'라는 소리가 당당히 하시던게 기억나네요 크크

그리고 아래와 같은 말도 같이 했던게 기억납니다.

1. 20대 남자는 정치적 움직임을 표출하지 않음
2. 20대 남자는 투표율이 낮음
3. 페미니즘? 그건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 밖에 나가서 연애나 하렴.
4. 그래서 자한당 찍을꺼야? (그자찍)
5. 뭐? 자한당 찍을 수도 있다고? 풋. 그럼 너는 원래부터 자한당 지지자였던거고, 민주당 지지한적은 애초에 없던거야.
리얼포스
21/04/11 19:09
수정 아이콘
비슷한 논리 펴던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었죠.
Ethereum
21/04/11 22:23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 모두 주옥같은 명언들이네요 아주 많이봤죠
Respublica
21/04/12 00:01
수정 아이콘
크크 100%반증 성공!
이호철
21/04/11 18:31
수정 아이콘
당일에 잠깐 그런 분위기 보이다가 금새 진압당하고 원래대로 돌아왔답니다.
진샤인스파크
21/04/11 19:22
수정 아이콘
클리앙이 공감한다고요? 뭔가 크게 착각하시는것 같습니다만
성큼걸이
21/04/11 18:13
수정 아이콘
세계 산업 구조가 격변하는 시기인데, 국내 정치도 마찬가지로 급변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우리 모두 역사의 큰 전환점 안에 있는 것일 수도 있어요
머리가 깨진건지, 아니면 조선시대에서 못헤어나온건지
정치인들을 지 상전 모시듯이 모시고, 한 번 정치 성향이 정해지면 죽을때까지 변하면 안되는줄 아는 사람이 기성 세대에 너무 많죠
진짜 민주주의 대의제에선 정치를 뷔페 즐기듯이 이용해먹어야하는데
자기 상황과 처지에 따라 내게 유리한 정책 제시하는 A안에선 가당 지지. B안에선 나당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진짜 국가의 주인이 누군지, 누가 갑인지 지속적으로 알려줘야하는데
이렇게 행동하면 못배워먹은놈, 배신자 취급하는게 기존 수구 보수, 그리고 운동권 세력이죠. 수구보수는 여전히 남아있긴 해도 상당부분 쓸려 없어졌고 이제 운동권이 제거되는 시대에 진입했다고 봅니다
21/04/11 22:05
수정 아이콘
민주당 지지하는 게 뭐 벼슬은 아니잖아요
그 놈의 민주화도 어느덧 30년이 훌쩍 지났는데 충무공이나 제갈량 같은 양반 아니면 정치인들 다 변했을 터인데 맹목적으로 지지해줄 필요가 없지 않나 싶은 게 제 생각입니다. 그런 사람들 정치권에 있을 거 같지도 않고요.

이번 정권 들어서서 수없이 시도하던 민주화 유공자 혜택 이런 거 옛날로 치환해 보면 공신전 같은 거 아니예요? 이 시대에 그런 공신전이 왜 필요한지도 모르겠는데 당당하게 수도 없이 공신전을 요구하는 세력을 지지하는 게 뭐 그렇게 대단한 줄 모르겠어요

변호인 택시운전사 남영동 같은 영화야 그거 보고 있으면 감동적이죠 근데 30년도 훌쩍 지난 일인데. 현재 시점에서 그 영화들의 시간적 거리만큼, 그 영화의 시간적 배경에서 과거로 돌리면 625까지 가는 거 아니예요?
21/04/11 18:27
수정 아이콘
갈아타는 것도 갈아타는 것이지만 그 갈아타는 이유가 과거처럼 집권세력이 부패해서라든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든다라든지 이런 추상적인 개념이나
그냥 경제가 안 좋다는 두루뭉술한 얘기가 아니고
부동산, 세금, 페미정책으로 인한 역차별 같이 구체적인 '손익' 또는 '내 문제'로 나타나고, 그것을 넘어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나한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쪽 찍어서 내 편 만들고 나 잘살게 해주는게 장땡이에요. 원래 민주주의가 그걸로 시작한 건데요 뭐.
타시터스킬고어
21/04/11 18:29
수정 아이콘
정치하면서 갈라치기라는게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을거 같긴 한데, 살다살다 자기 지지층이던 사람들을 갈라쳐버릴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래도 안 갈아탈거야?'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이번 선거였죠. 변하지 않으면 그대로 갈겁니다.
리얼포스
21/04/11 19:07
수정 아이콘
[민주당을 등지게 한 이유들이 적극적으로 수정된다면 최선 혹은 차선의 결과가 될 것이고,
지금 매우 가능성이 높은 우틀않을 시전한다면, 1. 일단 줘패니까 속은 후련하다, 2. 내년에 또 패서 아예 눕혀버리면 된다,
어디로 가도 갑갑하지 않습니다. 선거 후에 느끼고 있습니다.]


여기에 매우 동의합니다.
21/04/11 19:26
수정 아이콘
저는 이번 선거에 그야말로 듣도 보도 못했던 후보에게 한 표 던지고 나왔는데, 다음 대선에서도 만약 국민의 힘 후보가 압승 분위기라면 제 3의 선택지를 찍어주고, 둘이 팽팽한 분위기라면 국민의 힘 후보를 찍을 생각입니다.

민주당 대단합니다. 선거권을 가진 후 30년 이상을 국민의 힘 계열 정당을 핵폐기물이라고 생각해 왔고 지금도 크게 생각이 바뀌지 않은 사람을 대선에서 찍을지도 모르게 만들다니... 전 이렇게 될 줄 생각도 못 했습니다.
올라이크
21/04/11 20:14
수정 아이콘
민주당이 지금의 상태로 주욱 가면 저도 똑같은 생각입니다.
21/04/11 19:59
수정 아이콘
민주당은 이제부터 모든 선거를 계속 지게 될 겁니다. 과거 친박, 진박 논란 이후 국당이 걸었던 길을 그대로 가고 있거든요. 강성 극단 지지자들에게 휘둘려서 자기네들끼리나 동의하는 가치 (조국수호, 검찰개혁, 언론개혁) 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자는 쪽으로 결집될 거에요. 당장 당대표 뽑는거부터 이번에 압력에 못이겨 규칙을 변경했죠. 결국 또 강성 친문세력이 당권을 쥐게 될게 뻔하고요. 대선은 해보나마나이고 그냥 싸그리 망할 겁니다.
마법사
21/04/11 22:09
수정 아이콘
극과 극은 통한다고... 정치적 스펙트럼을 얘기하는게 아닙니다. 극좌 극우정당은 한국에서 재미본적 없지요. 하지만 태극기부대와 클리앙은 동급이지요. 그 쪽 의견따라 계속가면 망할겁니다. 국민들이 별 관심없는 검찰총장이 대권유력후보가 된게 현재에요. 그 내로남불 때문에.
미카미유아
21/04/11 23:15
수정 아이콘
그래서 자한당 찍을거야? 이러더니
그래서 민주당 찍을거야? 란 말이
나오고 있죠 이제
다리기
21/04/12 00:23
수정 아이콘
전국민의 기대를 업고 180석 먹은지 1년만에 그민찍 소리 나오게 만든 인간들
그자찍에 대답 못하고 분통 터지던 사람이 진짜 그 당을 찍게 만든 민주당놈들
다 정치계 퇴출 시켜야 됩니다. 속터져서 정말..
고분자
21/04/12 23:39
수정 아이콘
떨어진쪽도 붙은쪽도 정확한 이유도 민심도 제대로는 모르고 있을겁니다. 이렇게라도 장기집권 못하게 하는게 그나마 차선일지도 몰겠네요. 국회 입법예고 둘러보미 법안들이 많긴 하던데 ... 그걸 소화해내라고 전국민의 대표를 골라 골라 골라 뽑은거니 무능은 변명이 될 수가 없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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