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부터 PGR에서 본격적으로 소위 여성주의와 관련하여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이 대두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PGR도 정게분리등의 떡밥이 생기며 여러 내흥을 앓았습니다.

이후 이 문제가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갈등의 소지를 남긴채, 조국사태등이 겹치며 상당수의 민주당 지지자가 내적 갈등을 겪게 되었죠.
저 역시 그 사람들중 하나였습니다. 조금은 다르다고 기대했던 지지정당이, 너무나 구시대적인 악습과 신세대적인(...) 악습을 동시에
가진것을 보면서 여러모로 실망했고, 그 실망은 사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시기, 각종 사이트에서 소위 친문 여론에서 가장 자주 꺼냈던 단어중 하나가 바로 '그 자 찍'입니다.

[그래서 자한당 찍을거야?]

논란이 발생하던 시기, 저 단어는 거의 무적의 방패처럼 남용되는 면이 있었습니다.
모든 종류의 비판을 [그래도 자한당보단 낫잖아?] 하나로 덮는다고 느낀 사람이 적지 않았죠.

이제 와서는 어느정도는 지나간 이야기고(애초에 자한당은 없고 미통당이 되었으니),
당시에도 참전하지 않았던 논란에 새삼 뭐 점화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사실 본문의 포인트는 바로 다음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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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 선거를 위해 투표용지 앞에 섰을때, 결국 저 역시 상당히 싫어했던 그 단어를 가운데 글자만 바꿔서 스스로에게 묻게 되더군요.

[그래서 미통당 찍을거야?]

답은 바로 나왔습니다. 항상 느끼는 부분인데, 아마 꽤 많은 사람들은 미통당과 외계인이 함께 출마해도 외계인에게 표를 줄겁니다.
외계인은 잘 모르지만, 미통당은 너무 잘 알아서 문제거든요.

선거란 결국은 상대평가입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붙고, 누군가는 반드시 떨어지는 이 경쟁은 상대평가고, 그래서 상대보다 잘하기만 하면
붙습니다. 아무리 절대적으로 못난이같은 행동을 해도, 상대가 외계인 수준이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자찍]은 토론에서 비판을 차단하는 논리일수도 있으나, 선거에서는 냉혹한 진실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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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진실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외면했던것이, 선거 전에 다수의 보수 세력이 미통당의 승리라는 허황된 사실을 믿게 만들었습니다.
반문 정서가 팽배했다, 반민주당 정서가 넘쳐난다, 내 주변 사람들은 다 정권 심판의 필요성을 느낀다.

모두 사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더 중요한 사실을 망각한 셈이죠.

[그래서 그 사람들 미통당 찍는답니까?]

결국 이게 안되서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은 욕하면서도 민주당에 또 표를 줬을겁니다.

과거 노회찬 의원이 했던 말로 기억하는데, '반문'은 이념이 아닙니다. 그것만으로는 선거에서 이길수가 없습니다.
결국 선거에서 이기려면, 미통당을 찍을 이유가 생겨야되는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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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황하게 적었습니다만, 결국 제가 느낀 이번 선거의 키워드는 [그 미 찍]이었습니다.

지금 대단히 많은 보수 유권자들이 멘탈이 붕괴한채, 본인 주변 여론과 선거결과의 괴리에 고통받으며, 과거 K값이 연상되는 더 심한
망상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원인은 일차적으로 [주변미터] 자체의 근본적인 한계입니다.
그리고 다음이 바로 [그 미 찍]이죠. 민주당과 현정부를 욕하던 그 사람들중의 상당수는 선거장에서 고민하다가 민주당 찍었거든요.

이 현상을 미통당이 극복할 수 없는 한, 민주당이 최소한 한두번은 더 먹을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