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 결과를 보고(비례 포함 여권의 155~160석 예상) 청와대, 민주당,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민을 너무 띄엄띄엄 봤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이 압도적으로 밀어주었으니 이제 정부와 여당은 막중한 책임을 느끼며 남은 2년 동안 주어진 과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하길 바랍니다. 여권에 대해서는 더 쓸 말도 없네요.

반면 패배한 미래통합당에 대해선 걱정이 많이 됩니다. 물론 참패하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그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았겠지만, 지도부들의 밭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 등을 보며 미래통합당이 질 수밖에 없었던 선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이념보수, 안보보수가 아닌 시장보수로 재편하며 인물을 싹 교체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들립니다. 뭐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제가 볼 땐 보수진영은 역설적이게도 본인들이 싫어하는 그 인물, 문재인과 같은 정치인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책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정치인 문재인이 가지고 있는 본질을 보고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정책은 참모들이 풍요롭게 채워줄 수 있지만,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본질은 누군가가 대신 채워줄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현 대통령이 18대 대선에서 패하고 직접 작성한 일종의 반성문인 ‘1219 끝이 시작이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저는 이전까지 문재인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았습니다만 이 책을 보고 사람을 다시 보게 되었고, 14년 말부터 16년 총선까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이 사람은 대권 후보가 될 자격이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는데요. 책 내용을 다 소개할 순 없고 핵심은 “남 탓을 하지 않고 본인과 당의 부족함을 패배의 근본 원인임을 인지하며, 이를 어떻게 바꾸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과 계획이 비교적 뚜렷하게 있다.” 정도로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말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데 언제나 실행이 문제겠죠. 문재인이란 정치인의 본질은 뚝심, 탱커 기질입니다. 안철수, 김한길 체제의 민주당이 실패하고 다시 당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아무리 주변에서 흔들어도 반성문에 써놓은 방향성을 트는 것엔 절대 굴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당권을 잡았지만, 대표가 된 후 치루는 첫 선거인 15년 재보궐에서 별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또 흔들기가 시작되었지만 약간의 정치적 타협은 있을지언정 방향성을 바꾸는 것에 대해선 협상하지 않았고, 그 결과는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16년 총선부터 어제의 총선까지 민주당의 4연속 선거 승리입니다.

제1 야당이 지역구만 보면 TK 지역 정당이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추락한 상황입니다. 다시 흐트러진 중심을 잡고, 100을 약속하면 20~30밖에 가지 못할지언정 역행하진 않는 보수진영의 탱커형 정치인이 누가 있을까요? 2022년 대선에 또 패배하더라도 끝까지 보수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는 그런 정치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