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8/05/14 06:23:35 |
Name |
Judas Pain |
Fil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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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간웅[奸雄] 오영종 |
08'05'14
오영종은 초중반 전략을 다채롭게 소화하는 능력이 있지만 기본적으론 힘에 기반을 둔 옛 스타일을 가지고 있고, 순간판단력이나 재치 그리고 승부처를 잡아내는 대담한 감각으로 이를 훌륭하게 보완해 낸다. 특출한 기본기를 지녔다기 보단 약간씩 무리수를 두는 운영을 통해 기량을 120%로 끌어 올릴 줄 안다고 할까. 덕분에 대승도 많고 대패도 많지만 서로 움츠러드는 승부처에 확실히 강하다. 또한 수싸움에 아주 능란하고(07‘12’16 프로리그 vs임요환in파이선) 상대에 맞춰 다전제에서 판을 짜오는 용병술이 종종 빛나며(so1-신한2차 4강~결승전) 특히 양측 병력이 조우할 시 기습에서 이어지는 우선권에서 비롯된 공황기를 활용함으로써 무수히 많은 교전에서 예상 이상의 결과를 만들며 승리해 왔다.(08'01'27 후기결승 vs김성기in몬티홀) 항상 똬리를 틀면서 상대의 발목을 물어대려는 독사라 할 수 있겠지.
프로토스의 역사에서 박정석이 왕도[王道]를 걷는 영웅이었다면 오영종은 궤도[詭道]도 마다않는 간웅이라 할 수 있다.
오영종은 상위권 프로토스답게 까탈스런 프라이드를 갖추었으나, 특출난 동료 프로토스의 장점을 배우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다만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선에서 그치고 곧 아이덴티티를 확립해 나갔다.(비범한 재능이다) 그의 실제적인 스승인 플러스 시절의 박지호는 자신 이후 세대의 토스에게 지워지지 않을 흔적을 남긴 프로토스이고 오영종에겐 특히나 더 그렇다. 「(트리플) 자원최적화 이해, (200)물량순환 운영, 교전이 끝나가는 시점에 발업질럿 충원을 통한 '스피릿' 밀어붙이기」 는 오영종의 삼종족전, 특히 테란전에서 여전히 기본 틀이 되는 부분이다. 강민의 영향은 좀 더 간접적으로 나타났는데, 토스가 전략적인 선수를 던진다는 의미를 이해하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개인리그에서 치고 올라갈때 적극 활용했고(하드코어 다크러쉬 등) 신한2차 때는 수면류 타파를 위해 강민이 과거에 보여준 리버-캐리어 전술을 활용했다.
특히나 07년 부턴 저플전 혁명의 주인공인 김택용에게서 80%의 비수더블넥을 흡수한뒤 '버렸다'. 오영종의 저플전은 잘 짜인 전략으로 상부리그에서 대승한 몇 경기를 제외하고는 아주 불안했는데 때문에 실제 총승률은 데뷔후 1회 우승 2회 우승까지 50% 선 이하에서 맴돌았다. 이건 더블넥이 일반적으로 상용화된 05년도에 이후엔 좀 나아지는 수준이었는데 그전까진 원겟 다크와 이어지는 질템타이밍 찌르기를 애용한 토스다. 그러나 07년 이후 비수더블의 프로브-질럿-커세어 정찰라인과 레어선다를 무력화하는 커닥/커리에서 이어지는 제2멀티 확보 타이밍의 중요성을 완벽히 이해하고 고전적인 스타일의 질템 힘싸움에 접목 했다. 후반 조합부문에서 06년 박대만의 셔틀투리버의 영향이 있다.
오영종은 저그의 시선을 돌리는 선에서 커닥/커리 견제를 억제하고, 저그에 대한 실제적인 교란/압박은 빠르게 준비된 공발업질럿 휘두르기를 활용했다. 이후 제3멀티 확보 그리고 센터를 잡아나가며 지속적으로 질럿+드라+템+아칸+셔틀투리버를 조합해 저그에게 거점 압박 후 전투를 강요하며, 발업질럿을 충원해 저그를 무너뜨렸다. 이 합리적이고 단계적인 진행에서 빛난 것이 레어 단계까지의 특유의 수 싸움과 전투를 거는 타이밍을 잡아내는 감각 그리고 우선권을 활용하는 ‘기습’이었다. 기본적으로 원겟을 잘 쓰는 토스였기에 더블넥 자원+원겟 아이디어라는 비수더블넥을 자기 식으로 변용해 냈고, 이는 07-08년 사이에 아주 높은 승률로 나타났다. [25승 9패(73.5%)] 카트리나라는 토스맵을 고려해도 상당한 전적이다.
강력한 조합과 거점 장악 그리고 멀티 타이밍이 좋기에, 컨트롤에 의존해 클래식하게 한방싸움을 하는 박영민과는 달리 하이브 저그와도 싸움을 해 내는 것이 특징이며 이제동식 4햇 네오 사우론 저그와도 괜찮은 승부를 벌이리라 보인다. 발전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오영종은 타당한 단계를 거쳐 성장했고 김택용의 침묵 이후 가장 합리적인 저플전을 보여주고 있다. [추천경기 = 07'12'29 프로리그 vs박찬수in블루스톰, 오영종이 생각하는 저그전 방법론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오영종의 개인리그 문제는 기복보다는 테란전이 불안한데 원인이 있다. 실제 중반까지의 빌드진행과 수싸움은 초일류이나 후반의 운영에 있어선 아직도 05년 당시의 테플전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리버-캐리어 전술은 현재 빛을 잃었고 단순한 발업질럿의 충원 회전으로 테란에게 소모전을 강요하고 아비터를 그저 정면승부용 외의 용도론 잘 쓰지 못하는 오영종은 특유의 기복이란 변명으로 위안되기엔 너무 구식이다. 그가 08년 테플전에서 또다시 참고서로 삼아야할 토스는 허영무다. 확장운영으로 테란의 진출을 강요하고 셔틀리버 딜레이-셔틀템 업글메카 저지-아비터 난전으로 이어지는 구도는 오영종이 받아들이고 소화하기에 합리적이고 모범적인 툴임이 틀림없다. 그가 진정 간웅이고 타인의 재능에 대해 유재시거(唯才是擧)할 도량이 있다면 그리고 돌아오는 가을의 양대리그에서 비약하고자 한다면 다시한번 흡수하고 진보하여야 할것이다.
플플전에선 큰 변화의 조짐이 없다. 승부처를 잡아내는 감각과 뒤떨어지지 않는 기본기는 오영종이 여전히 어느 클래스의 토스라도 잡아내기에 부족함은 없어 보인다. 다만 언제나 그랬듯 누구에게나 패배할 수 있고 결국 오영종의 플플전에서 중요한 것은 충분한 연습량과 나 외에 제1은 없다는 강렬한 마인드다. 오영종의 집중력 상태를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게 플플전이었다.
토스의 근원적인 정신은 위태롭고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꺽이지 않는, 허세라 불러도 좋을 강렬한 자부심이다. 시대가 어느덧 변해 인재풀도 개념의 진보도 맵도 모두 토스라는 종족에게 웃어주고 있다. 허나 그럼에도 뭔가가 채워지지 않는 듯한 갈증은 가장 큰 승부처에선 종종 대승을 거두었던 영웅들의 풍모가 토스의 부흥기라는 이 시대엔 시나브로 실종되었기 때문이리라.
오영종의 자부심은 정상에 오른다는 야망을 밑그림으로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120%의 오영종이 있었기에 존재했다. 이윤열과의 신한2차 결승 이후 자신의 패배를 인정한 오영종에겐 어느덧 그런 강렬함이 엷어진 듯한 기분이나 영웅은 때를 아는 법. 치세엔 능신이요 난세엔 간웅이 될 자라면 르까프의 능신으로서 몸매나 가꾸고 전략을 보완하는것에 만족할 시기가 지났음을 알리라.
08년의 토스의 원 밖은 강자들의 다툼으로 소란이 끊이지 않아 시절이 하 수상하니 바로 난세라, 토스매냐들은 누군가 한바탕 휘저을 때가 되었음을 알 것이다.
전어빠들은 다음 시즌까지 생업에 종사하며 버러우~
*짤방은 로벨리우스님 작품입니다.
* 라벤더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5-28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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