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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9/07/24 16:11:21 |
Name |
i_terran |
Subject |
[소설] 불멸의 게이머 39화 - 피와 눈물의 온도 |
[소설] 불멸의 게이머 39
39 피와 눈물의 온도
건호는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었다. 컴퓨터에게 고전하는 자신의 처지가 우습기도 했지만
딱히 다른 것을 할 수도 없었다. 이곳은 감옥이기 때문이다.
결코 연습에 대한 집중도가 좋다고 할 수도 없었지만 건호는 게임하고 또 게임했다.
“후유...”
그리고 쉬지 않고 12게임을 돌파하고 나서 건호는 잠깐 의자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답답했다. 그래도 견딜 수 있는 건 가끔 시간이 날 때마다
아마트라가 감옥에 찾아와서 말이라도 붙어주었기 때문이었다.
“어때 성과는 있나?”
아마트라는 또다시 건호의 살림살이를 도맡아 하듯이 이것저것 비품을 챙겨서 왔다.
건호가 따로 말하지 않아도 필요한 것을 모두 준비하는 아마트라는 건호의 입장에서 정말 유능했다.
사무적인 일은 원래 잘하는 줄 알았지만, 파출부로서도 아주 훌륭한 소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트라는 찻잔에 차를 타서 건호에게 넘겨주고 말을 걸었다.
“아나이스가 떠났다.”
건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분명히 아나이스는 결승전 전날에 떠나게 된다고 얘기했었는데
오늘은 그보다 확실히 이른 날짜였기 때문이었다.
“오늘?”
“그래 오늘. 라데온이 인증을 해줬고 그래서 갈 수 있었지.
여러 가지 문제로 열차의 예정이 앞당겨졌던 것 같다. 아마 지금쯤은 바다 위를 달리고 있을지도.”
“......”
아마트라도 의자를 하나 가져와서 건호와 차를 함께 마시며 얘기를 계속했다.
“섭섭해 할 줄 알았는데 괜찮아 보이네.”
“...”
아마트라는 담백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을 했다.
“인간이 자력으로 지옥에서 탈출한 역사는 없다.”
“......”
“그런데 아나이스는 악마의 도움으로 지옥을 탈출하는 소수의 인간에 속하게 되었어.
그건 말할 수 없는 행운이다. 그리고 네가 그걸 가능하도록 해준 거고. 정말 넌 그 여자를 위해서 제대로 선물을 한 거라고”
언젠가 아나이스가 구아리오와 계약을 해서 건호를 살리려고 했던 때 아마트라는 이와 비슷한 말을 했었다.
건호는 남몰래 웃었다. 그동안 아나이스가 지옥에 남고 건호 자신이 지옥에서 떠나면 미안해서 어쩌나 하는 고민도 했었지만
이 순간 그런 고민은 모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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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종착역 터미널
일반적인 노선이 아닌 특수 노선에 열차가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밖에서 봐도 텅텅빈 열차였다. 하지만 그렇게 승객이 없는 열차라고 해도 중요한 열차였기에
건장한 차장이 열차 앞에서 검표를 하고 있었다. 그 건장한 차장 앞에 아나이스가 나타났다.
“망자의 역까지 가요.”
“이거 몇 년 만에 손님인지 모르겠네. 오늘은 정말 태우고 갈 수 있으려나...”
건장한 차장은 표를 확인하고 다시 아나이스에게 돌려주었다. 그리고 열차에 오르려던 아나이스에게 차장이 말했다.
“특수한 상황이라서 차에 오르는 순간 모든 의식도 사라지게 되오.”
“네?!”
“생각해 보시오. 그렇지 않으면 지옥에서 나갈 수가 없지. 특수한 경우엔 지옥의 법칙을 위반하게 될지 모르니까.”
“.....!”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아나이스는 열차에 오르려던 발을 멈췄다.
“어차피 망자의 역으로 가면 거기서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될 테니 이전이 기억 같은 건 필요가 없겠지만.
그러니까. 뭔가 회상하고 기억하고 싶다면 지금 하시오. 이제 3분 남았구려.”
“......”
언제나 그녀의 생각보다 짧다. 건호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건호를 기억할 수 있는 시간도.
모든 것이 그녀의 생각보다 짧았다. 그래서 그녀는 건호를 생각했다. 지금 그녀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이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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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헬스테이션의 지하 감옥에서 아마트라와 함께 차를 마시던 건호는 조용히 혼자서 생각했다.
‘아나이스 지옥에서 멀리 떠나. 그리고 행복해야 해.’
건호는 잠시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 건호의 팬던트가 빛났다.
우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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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데온의 사무실
라데온은 자신의 책상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서 건호의 감옥을 감시하고 있었다.
별다른 점은 없었다. 그러나 또 한 번 그의 신경을 거스르는 것이 있었다. 빛나는 팬던트.
‘......’
라데온은 그 팬던트의 빛이 자신을 불편하게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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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하루가 지났다.
건호는 간밤에 많은 게임을 연습했다. 승률은 그다지 좋지 못했지만 건호 자신의 게임능력은 많이 향상되었다.
그러나 건호는 그런 자신에게 만족할 수 없었다.
차라리 정말 어렵더라도 승리를 향해서 집중할 수 있었던 예전 시절이 더 행복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행복을 만끽할 수가 없었다. 건호는 계속해서 연습을 하지만 머릿속에선 여러 가지 생각이 오고갔다.
건호는 연습을 하다가 마침 근처에 있던 아마트라에게 물었다.
“난 왜 인과율에게 이렇게 복잡하게 지배받은 걸까?”
“무슨 소리야?”
“그냥 지옥에서 첫 게임부터 지고 시작했으면... 그냥 끝났을 텐데...”
마치 일부러 복잡한 이야기라도 만들어 준 것처럼, 세일즈맨테란과 불행한 자리에서 만나게 된 것을 지금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세일즈맨테란도 이상했다. 지옥에 왔고 죽기 위해서 편법을 사용해 자신에게 저주를 들이 부었지만 죽지 못했다.
건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서로 만나는 것만이 불행한 건 아닐 거야. 그것 말고도 더 쉽고 간단하게 불행해질 수 있었을 텐데. 이유를 모르겠어.”
“......”
아마트라는 이것저것 생각했다.
건호가 보기에 아마트라가 뭔가 아는데 말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고 모르는데 시간을 끄는 표정도 아니었다.
아마트라 스스로도 정말 궁금해서 열심히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마트라는 말했다.
“글쎄 너와 세일즈맨테란의 공통점이라면 스타크래프트를 했다는 것이로군.”
“그렇지.”
“인간이었던 때 세일즈맨 테란은 스타를 잘했나?”
건호는 아득한 기억을 회상해 보았다.
“전혀 잘하진 않았어.”
“누구 기준으로?”
“그거야 내 기준이지...”
아마트라는 또다시 이것저것 생각을 했다.
그냥 건호의 말벗이나 해주려고 했다면 여기서 뭔가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거나 나중으로 결론을 유보하자고 말해도 좋을 정도인데
혼자서 이것저것 생각했다. 하지만 아마트라도 다소 통속적인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모르겠어.”
“휴....”
하지만 아마트라가 말했다.
“그렇지만, 스타크르래프트는 이상해. 다른 악마들이 스타크래프트 말고도 많은 게임을 해.
카드나 여러 가지... 인간이 하는 유흥은 여러 가지 도시에 퍼져있지. 그런데 스타크래프트엔 인과율이 좀 다르게 적용되는 것 같아.”
“어떻게?”
“인과율이 악마들 사이에도 어떤 한계를 주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
근데 사실 다른 카드게임이나 다른 스포츠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에선 전혀 달라.
스킬이 너무 절대적으로 작용해. 마치 인과율의 제한이 통하지 않는 것처럼.
그런데 스타크래프트에선 그렇지 않아. 스타크래프트엔 너무나 변수가 많으니까.”
“그래...?”
“말하자면 이런 식이야. 카드게임에서 <비쥬얼체인지>를 쓴다고 생각해봐.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거야. 플레이어가 쥐었던 패가 모두 거짓이 되니까.
그런데 스타크래프트에서는 <비쥬얼체인지>를 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게임이 끝나지 않아.
고생은 하겠지만 절대적인 수법이 아니라는 거지. 또다시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지.
그래서 오히려 다른 게임에선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아.
그런데 스타크래프트엔 너무 변수가 많아서 다양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고
또한 그 다양한 스킬이 조건에 따라서는 유효하지만 조건에 따라서는 별로 유효하지 않게 되어버려.
예를 들어 <미러이미지>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많은 파해법이 나오게 되잖아.”
“......”
확실히 그렇다. 스타크래프트는 복잡하다.
건호는 아마트라의 그 설명에서 뭔가 알듯말듯한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쉽게 떠오르진 않았다.
건호가 그렇게 머리를 썩고 있을 때 아마트라가 자기 나름대로 결론을 내려버렸다.
“결국 세일즈맨테란과 네가 다시 만난 것도 스타크래프트를 통해서였지.
어쨌든 스타크래프트란 게임과 관계가 있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어.”
건호도 더 이상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건호는 스타크래프트란 게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다.
스타크래래프트의 게임시간은 길어야 대부분 30분 그러나 그 안에 너무 많은 스토리가 담겨져 있다.
지금까지 만난 여러 가지 스킬 능력자들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런 무한한 가능성을 모두 커버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실상 악마에게 제시된 인과율의 한계라는 것은 그 존재와 실체가 불분명한데
스타크래프트에선 다르다.
오히려 그 ‘한계’가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건호는 생각했다.
‘스타크래프트에선 인과율의 한계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건호는 이때엔 딱 거기까지만 생각했다.
하지만 건호는 자신이 스타크래프트를 통해서 아나이스와 만났다는 것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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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데온의 사무실
요즘 내방객들이 자주 오고가는 이 사무실에는 오늘은 익숙한 사람이 방문했다.
바로 히로스였다. 라데온은 찻잔을 손에 들고 히로스에게 묻고 있었다.
“그래서 임건호의 기억을 다시 지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건가?”
라데온은 심각한 어조로 묻고 있었다. 히로스는 무미건조한 어투로 말했다.
“내가 기억을 지우는 것은 사실 임시방편적이 부분이 많아.
내 스킬이 원래 그런 것으로 전문적인 것은 아니니.
그래서 그 술사가 살려낸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손댈 수는 없다.
그 처방은 그런 종류의 마법에 대해서 다 반대적 예방 효과가 있는 모양이야.”
라데온은 히로스의 그 말에 대해서 수긍하면서 혼잣말인지 히로스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는 말로 대답했다.
“확실히 그래. 그 꼬마의 마음을 읽는 것도 뭔가 제한이 생겼더군. 1
00% 그 술사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볼 수도 없지만,... 다른 원인을 찾기도 힘들고... 귀찮게 됐어.”
“네 독심술도 사실 주력 스킬은 아니지. 네 진짜 특기는 다른 거니까.”
히로스는 그렇게 라데온에게 응수해줬다. 그러자 라데온은 히로스에게 말했다.
“아무튼 그럼 이제 너에게 다른 볼일은 없겠군.”
라데온은 그렇게 말하고 내방객인 히로스를 돌려보내려 했다.
하지만 히로스는 아직 용무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다.
“질문이 있다.”
“......?”
“혹시 지금껏 지옥에서 탈출한 인간이 있나?”
라데온은 다소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히로스는 라데온의 그런 불편한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질문을 더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악마의 그 어떤 비호를 받지 않고 자력으로 걸어서 지옥을 탈출한 인간 말이다.
너와 네 가문이라면 그것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옥에서 탈출한 인간이 있나?”
라데온은 쓴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여전히 한 손에는 찻잔을 손에 들고 심각한 고민에 빠진 얼굴이 되었다.
그러더니 혼자서 뭔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 .... ...”
그래도 역시 라데온은 뭔가 만족하지 못하는 표정을 짓더니 히로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친구.”
라데온이 가만히 상체를 숙이고 찻잔을 쥐지 않은 오른손으로 히로스의 손을 잡았다.
쿵!!!!
그 다음 장면은 히로스의 몸이 벽에 가서 처박히는 것이 보였다.
전지적 시점에서 살펴볼 때 라데온이 찻잔을 손에 들지 않은 오른 손은 대략 어깨 높이 정도로 올라가 있었다.
히로스와 라데온의 상황은 너무나 이질적이고 대조적이었다.
“으으윽...”
“왜? 놀랐나? 독심술 따위가 아닌 내 특기를 잘 알고 있잖아.”
쉽게 말해서 이 말도 안 되는 장면을 요약하면,
라데온이 단지 한 팔의 힘만으로 히로스를 들어서 벽에 내동댕이쳤다고 말할 수 있었다.
라데온은 여전히 차를 마시며 여유 있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요즘 경기가 없어서 인가? 쓸데없는 관심이 늘었어.”
라데온은 천천히 걸어가서 전신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히로스의 곁에 도달했다.
그리고 히로스가 고개를 들려고 하자 그 머리를 밟았다.
“넌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야.”
“이 자식....”
어느덧 히로스는 입술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사실은 당연한 일이었다.
몸이 순식간에 거짓말처럼 날아가 버렸으니. 그런데 라데온은 이런 장면이 전혀 새롭지 않은 듯 말투의 변화 없이 말하고 있었다.
“난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지. 그런데 이번 대회 조지명식에서 고민했었어.
너를 선택하는 게 준비된 시나리오에 더 적합한 게 아닌가... 해서...”
“..... 너였나?”
“설마 알고 있었다고 말하진 않겠지?”
“더러운... 모든 걸 조작하려고 하는군.”
그 말을 듣고 라데온은 쓴 웃음을 지었다.
“단어가 틀렸군. 그건 재미있는 리그를 위한 적절한 배려야.”
쿵!!!
라데온의 말 중에서 ‘리그’와 ‘위한’ 사이에 시간대에 히로스는 천장으로 날아가 처박혔고
‘배려’라는 말에서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쿵!!!
“으으......으...”
히로스의 얼굴은 완전히 피투성이가 되었고 이제는 제대로 언어를 구사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그런 히로스의 머리를 라데온은 또다시 짓밟고 있었다.
“어쨌든 넌 리그에 대한 내 애정과 배려를 무시하고 그 꼬마를 정말 이기려고 했어.
그때 너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는데. 왠일인지 넌 아직도 이렇게 살아 있어.
물론 지금은 대충 절반정도 죽었다고 봐야 되겠지만...”
히로스는 발에 밟힌 상황에서도 고개를 쳐들어 라데온을 보았다. 라데온도 히로스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감사해라 그 꼬마에게... 그 꼬마가 널 이겨줬기 때문에 넌 이렇게 살아 있는 거니까....”
“......”
그러나 히로스는 증오의 눈을 거두지 않았고 라데온도 자신의 말을 멈추지 않았다.
“이번 대회의 취지에 대해서 다시 설명하지.
이번 HST 43회 대회는 지옥의 노예인 인간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는 대회다.
그런데 넌 지금 그런 희망 따위가 필요 없지 않느냐는 식의 질문을 하고 있어.
그러니 내가 얼마나 화가 났겠어?”
하지만 그런 라데온의 말도 만신창이가 된 히로스의 눈에 적의를 만신창이로 만들지는 못했다.
히로스는 말했다.
“그....... 그래서.... 지옥에서 탈출한 이....인간은 없었다는 ..... 거냐?”
쿵!!!!
다시 히로스는 벽에 처박혔고 라데온은 자신의 왼손을 들어서 남은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라데온은 히로스가 완전히 정신을 잃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 혼잣말로 말했다.
“바보인가? 대답할 수 있는 말이면 진작 했겠지.”
잠시 후
라데온의 부하들이 우르르 달려왔고 그들은 난감한 얼굴로 눈치를 살피다가 들것을 가져와서 히로스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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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테이션의 지하 감옥.
아마트라도 자신이 가져온 침낭에서 잠들었다.
건호는 사무적인 것 이상으로 자신을 위해서 정성을 보이는 아마트라에 대해서 고마움을 느끼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게임을 시작했다.
3시간이 지났다.
건호는 기도를 하는 것인지 단지 양손과 이마를 한 대 모으고 고민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자세를 유지하다가 다시 게임을 시작했다. 건호의 눈빛은 무섭게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다른 때보다 더 과격한 손놀림과 빠른 시선 전환으로 게임에 임했다. 얼마나 집중하고 있었는지
우우우웅...
건호는 자신의 팬던트가 빛나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게임을 계속했다.
그리고 팬던트가 이제껏 보여주지 못한 정도로 밝게 빛나고 있던 시점에서도 그는 게임에 집중하며 계속해서 되뇌었다.
‘이기고 싶다.’
‘이기고 싶다.’
‘이기고 싶다.’
그리고 정말 건호의 노력으로 게임을 약간씩 유리하게 가져가고 있었다.
전지적 시점에서 건호가 지금껏 보여준 그 어떤 경기보다 악전 고투였으며 그런 만큼 건호의 집중력과 경기력도 최고였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혼전 그리고 막판의 막판... 정말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건호가 컴퓨터를 먼저 엘리시킬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그때
“......!”
우우우우웅....
말도 안 되는 광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때 건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뭐야?!”
건호는 황당한 상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건호의 머릿속은 말하고 있었다...
‘다시...’
‘다시...’
‘다시...’
우우우웅...
그리고 팬던트가 더 밝게 빛나며 그 상황에서 건호의 컴퓨터는 그대로 이유 없이 꺼져버렸다.
핏...
컴퓨터의 검은 화면엔 아무런 이유도 없이 구동되지 않았고
전원이 들어오지 않은 것도 아니고 외형으로 보기에 컴퓨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그대로 검은 화면으로 꺼져 있을 뿐이었다.
“......”
건호는 잠시 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팬던트의 빛이 꺼지고 건호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전원버튼을 누르자 컴퓨터가 다시 켜졌다.
“휴... 뭐야 놀랐잖아.”
컴퓨터가 정상적으로 켜지고 아무런 문제없이 작동하자. 건호는 완전히 긴장이 풀어졌고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사실 컴퓨터가 다운되는 현상은 건호가 생애 인간시절에는 아주 자주 겪었던 일이었다.
이번엔 조금 이상하긴 했다. 블루스크린이 뜬 것도 아니고 화면이 보이는 상태로 멈춘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지옥에선 이런 적이 처음이었다.
‘그건 내가 잘 못 본 건가?’
그리고 방금 게임의 막바지를 생각했다. 하지만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어쨌든 컴퓨터는 다시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었고 그 사실을 통해서 건호는 완전히 맥이 풀려 버렸다.
사실 건호는 지옥에서 수많은 게임을 했었지만 이런 적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더 놀랐던 것 같다. 그런데 그때였다.
“건호야.”
어디선가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시는 들을 수 없는 목소리라고 생각했지만 그 목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건호는 그 쪽을 돌아보았다.
“아나이스?”
그것은 분명 아나이스였다. 그런데 그 아나이스는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아나이스였다.
아나이스는 그 흰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건호는 그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원피스도 원피스였지만 상의도 그에 맞게 맞춰 입고 있었다.
마치 건호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듯이. 온통 하얀색으로 차려입었다. 건호는 창살로 달려갔다.
지금은 아마트라도 자고 있고 간수도 자리를 비운 상태였기 때문에 문을 열고 나가거나 들어올 수 없었다.
건호는 목에 엄청난 압력을 느꼈다. 지금 목이 맨 상태였던 것이다. 건호는 그래서 간신히 말했다.
“떠난 거 아니었어?”
아나이스는 울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눈빛이 촉촉한 상태로 건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말했다.
“떠날 수 없었어.”
“......”
“이제 너가 지면 너를 위로해줄 사람이 없잖아.”
건호는 갑자기 그 말에 뭉클해졌다. 아나이스는 여전히 울고 있지 않았다.
그녀도 마음에 다짐을 하고 온 듯 당차게 웃어 보이며 말하고 있었다. 여전히 눈은 글썽이는 체로...
“언제나 이기는 네 모습만 보고 거기에 기뻐했지만,
그게 아냐. 네가 가장 괴롭고 힘들 때 난 네 옆에 있어주고 싶어....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널 혼자 두고 떠날 수가 없었어... ”
“바보 같긴.... 여긴 지옥이야.”
“그래...”
건호에게서도 헛웃음이 나왔다. 건호의 그 억지웃음을 보고 아나이스는 진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 건호는 아나이스의 그 진짜 웃음을 보고 더 이상 웃을 수가 없었다. 건호는 이제부터는 울고 있었다.
그리고 건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 때문이구나... 다 나 때문이야...”
아나이스는 이제 우는 건호를 보고 억지로 화를 내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따라하는 거야?. 유치해.”
“미안해... 다 나 때문이야.”
“너 자꾸 그러지마... 나 정말 화낸다.”
아나이스는 다그쳤지만 건호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울면서 얘기했다.
“알겠어.... 정말 나 때문이었어. 아나이스가 돌아온 건... 모두 알았어....”
그런데 아나이스는 건호의 상태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건호는 분명히 울고 있는데 눈빛은 울고 있지 않았다. 아나이스는 건호의 그 눈빛을 알고 있다.
너무나 자주 봐오던 그 눈빛... 아나이스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너....?”
“모두 알았어.”
“.....”
“난 아나이스를 정말 다시 보고 싶었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난... ”
그리고 건호는 울어버렸다.
웃음과 울음 그리고 화냄 그리고 또 다른 감정이 교차했다. 건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나이스는 건호의 눈에서 또다시 읽을 수 있었다. 익숙한 그 눈빛을... 하지만 건호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아나이스도 울게 되었다. 그녀의 이번 울음은 반가움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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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시간이 지났다.
라데온은 이리저리 부셔져 버린 자신의 사무실을 떠나 근처 호텔에서 잠에서 깨어났다.
물론 자신이 다른 사람의 몸뚱이를 집어던져 부셔버린 사무실이었지만 이유를 막론하고
라데온은 그런 정돈되지 않은 분위기를 싫어했다.
그래서 사무실은 수리가 들어갔고 라데온은 자신의 거처를 임시로 바꿔야 했다.
하지만 그 덕에 빨리 받아야 할 보고를 다소 뒤늦게 받았다. 라데온은 핸드폰을 들고 말하고 있었다.
“뭐 그 기집애가 떠나지 않았다고?”
<네>
핸드폰 저편에서 부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데온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역시 그렇군. 못 떠날 줄 알았지. 미련한 여자...”
<그리고 좀....>
하지만 다음 부하가 라데온에게 이것저것 다소 조리 상황을 설명하는 부분에선 라데온은 약간의 짜증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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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테이션 지하 감옥
라데온이 내려오니 악마로서는 인정하기 힘든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감옥의 상태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감옥 앞에 있는 한 인간 여성의 모습이었다.
그녀의 차림새가 이전과 너무 달라진 것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정작 악마인 라데온이 보기에 문제는 그녀가 지금 하고 있는 이상 행동이었다. 라데온은 아나이스에게 물었다.
“지금 뭘 하는 건가?”
물론 라데온은 아나이스가 뭘 하는지 모르지 않았지만 언어의 불완전한 용법상 일단 그렇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기도해요.”
아나이스는 대답했다. 아나이스는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라데온으로서 정말 보기 싫었던 것은 그녀가 그렇게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고 있으니
감옥의 창살 중에서 가로살과 세로살이 서로 교차 하며 수많은 십자가라도 만들어낸 것 같은 풍경이 겹쳐졌기 때문이다.
아나이스는 라데온의 모습을 보고 약간은 공포에 눌렸지만 그에 지지 않으려고 단호하게 말했다.
“기도하는 거예요. 난... 난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러니까. 이런 기도라도 해야 돼요.... 영원히 용서받지 못해도.... 난 기도할 거예요.”
라데온은 공포에 떨면서도 그 공포를 이겨내고자 의지를 세우는 인간 여자의 모습을 보니 더 기가 막혔다.
아나이스는 지지 않으려는 듯 계속해서 말했다.
“건호가 행복해질 수 있게 기도하는 거예요... 당신이 악마라도.... 이걸 막진 못해요... 난 기도할 거예요.”
그리고 아나이스는 라데온을 무시하듯이 눈을 감고 기도하고 있었다.
라데온이 눈치를 보니 감옥 안에 있는 건호와 아마트라는 잠들어 있는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아나이스가 조용히 기도를 하고 있으니 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하지만 라데온은 냉정한 악마였다.
이런 경우에 무력을 먼저 사용하는 것 보다는 지력을 먼저 사용하는 것이 상대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라데온은 조용히 말했다.
“기도를 한다고?”
“......”
라데온은 아나이스가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확실히 자신의 얘기를 듣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얘기를 이어나갔다.
“정말 바보 같은 여자로군. 기도를 한다고? 좋아. 네 소원을 담아서 기도를 하겠지.
인간인데 바라지 않는 것을 염원하면서 기도할 수는 없을 테니까. 좋아. 얼마든지 해보라고 난 상관없으니까.”
그제야 아나이스는 라데온이 하는 말이 자신의 예상에서 빗나갔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조용히 눈을 뜨고 라데온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라데온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얼마든지 해. 그런데 기도를 할 거면 정말 간절하게 진심을 담아서 하라고.
네가 소원을 담아서 진심으로 기도하면 할수록 건호는 더 불행해 질 테니까. 안 그래?”
이때 아나이스는 라데온이 하는 말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었다.
라데온은 더욱 더 설명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넌 인간이야. 네 소원은 절대로 이뤄지지 않아.
그런데 그 마음을 더해서 기도를 한다고?
그렇게 저 소년의 운명을 망쳐놓고도 아직도 부족하다는 건가?
그래 소원을 담아 기도해야지... 더 확실히 망가뜨리기 위해서!”
“아.... 아....”
비로서 아나이스는 자신의 행위가 어떻게 귀결되는지 알 수 있었다. 라데온은 소리질렀다.
“어서 기도해!!!”
아나이스는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라데온은 비열하게 웃으며 말했다.
“왜 못하지!!!? 그렇게 기도하고 싶은 것 아니었나!!!?
얼마든지 해라. 네가 원하는 만큼!!!... 목숨을 걸고 기도해라...”
“아아....”
아나이스가 모았던 두 손은 풀자. 아나이스의 이마로 라데온의 구둣발이 날아왔다.
퍽...
동작과 동시에 아나이스는 쓰러졌고 라데온은 소리 질렀다.
“기도해... 어서!!! 이 바보 같은 여자!!!”
말보다 더 강력한 구둣발이 아나이스의 입술. 아나이스의 무릎.
아나이스의 어깨를 마구 넘나들었다. 아나이스는 악다구니도 부리지 못했다.
몸도 아팠지만 마음이 더 아팠다. 아나이스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있었다.
“.... ..... ....”
“어서 기도하란 말이다!!!”
이미 그녀의 입술에 깨져 흐른 피는 그녀의 흰색 원피스 여기저기를 붉은 얼룩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녀는 맞으면서도 생각했다. 자신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그런 생각이 그녀를 자신의 안에서 더 강하게 때리고 있었다.
“그만해!!!!!!!!!!!!!!”
감옥 안에서 앙칼진 소리가 들렸다. 건호였다.
“그만... 아나이스 건들지 말아줘. 부탁이야....!!!”
건호는 창살에 붙어서 미친 사람처럼 소리 지르고 있었다.
공포와 분노는 양립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답은 지금 건호가 표정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라데온은 동작을 멈추고 건호를 바라보았다. 건호는 소리쳤다.
“그만... 정말!!!! 건드리면 난 죽을 거야...... 그러니까.... 아니...... 부탁합니다.......
아니.. 건들지마!!!! 제발 부탁합니다.... 시키는 대로 할게요.... 그러니까 하지 마!!!”
건호는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존대와 하대가 뒤섞인 체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건호가 미쳐서 날뛰려고 하자. 라데온은 오히려 냉정을 되찾고 있었다.
난리통에 깨어난 아마트라도 지금 상황에서 차마 건호를 말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튼 이런 상황을 잠시 조망하고 나서 라데온은 보았다.
우우우우우우우웅!!!
크게 빛나는 팬던트. 그것이 눈에 띄었고 라데온은 조용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역시 내가 두려운가?”
“...... ”
라데온은 계속해서 비열하게 침착성을 잃지 않고 말했다.
“그래 비신사적인 행위를 한 점 사과한다.
어디까지나 네가 불행해질까봐 그걸 방지하고 싶었던 뿐이다. 뭐 이런 상황에서 믿어주긴 글렀지만.
정말 미안하다. 그리고 한 가지를 약속하지.”
“.......”
라데온은 피투성이가 된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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