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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2/01/06 22:53:12 |
Name |
Raight |
Subject |
멀티를 먹자 |
제가 정확히 2004년의 질레트 세대이기 때문에 그 이전의 스타크래프트 양상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어쨌거나 '앞마당 먹은 이윤열'이라는 말이 2002년에 나왔기 때문에 대략 그때서부터 본격적인 멀티먹는 게임의 모습이 자리잡혔다고 볼 수 있겠고, 늦어도 2005년에는 저저전을 제외한 모든 종족전에서 빠르게 앞마당을 먹는 빌드가 정석으로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멀티를 왜 먹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간단합니다. 빌드의 발달로 인해 멀티를 먹은 빌드가 본진플레이 빌드를 상대했을 때 가지는 위험은 갈수록 작아지는 반면에 자원의 격차는 예나 지금이나 좁히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뭐 때로는 다들 멀티만 먹는 통에 좀 지루하긴 하지만 어떻게 하겠어요. 그것이 승부고 그 빌드가 가장 승률이 높은데 말이죠.
그런데 말이죠, 아직까지 멀티를 먹지 않고 본진플레이만 고집하는 곳이 있네요. 사실 이 곳의 무능함이란 이미 예전부터 잘 알려져있지만 최근에 다시 한 번 드러났죠. 몇년씩 된 자리배분의 악습을 전혀 개선할 의지가 없이 행동하다가 크리스마스의 사건 이후로 터져나온 원성과 팬들의 글 몇줄에 부랴부랴 번호표 제도를 마련한 그 분들. 오늘은 KeSPA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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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타 스포츠에 비해 e스포츠가 가지는 단점은 명확해요. 아무리 스릴을 유도하고 감동을 창조해내려고 해도 결국은 컴퓨터로 하는 게임이라는 거에요. 선수들의 숨소리에서 나오는 그런 현장감 같은 것은 정말로 느끼기 힘들어요. 애초에 경기장도 작아서 결승무대가 아니면 관중으로부터의 열기도 잘 느껴지지 않구요. 게다가 보통 20대 초반~30대 중후반의 선수층을 가진 여타 스포츠와는 다르게 e스포츠, 특히 스타는 10대 중반~20대 초중반의 굉장히 어린 선수층을 가지고 있어요. 선수들부터 어리기 때문에 프로의식 이라던가 책임감을 느끼긴 참 힘들어요.
하지만 모든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해요. 결국은 컴퓨터로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인터넷에서의 팬층은 다른 스포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고하고, 선수들이 어린 만큼 팬들도 어려서 새로운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굉장히 적어요. 결과적으로 e스포츠는 공격적인, 그리고 네트워크를 활용한 마케팅을 활용하기에 상당히 좋은 환경을 지니고 있다고 봐도 되요.
그렇다면 현재 협회, 혹은 방송국이나 팀 차원에서 하고 있는 마케팅은 뭐가 있을까요. 음... 먼저 생중계 서비스가 있네요. 온게임넷, 그리고 네이트 를 통해서 방송의 실시간 시청, 그리고 VOD서비스 제공이 있어요. 근데 이건 다른 사이트와 스포츠도 다 하는거고, 이미 네이버, 다음을 거친 서비스이기 때문에 어딘가에 정착이 되었단 느낌이 그다지 들지 않아요. 또.... 음...... 음.......... 뭐 있나요?
가장 인터넷에 친숙한 팬층을 보유한 스포츠가 전혀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지 않아요. 아니 새로운 마케팅은 커녕 여타 스포츠가 하는 일반적인 마케팅 전략도 전혀 실행하고 있지 않아요. 그러면서 맨날 인기가 죽었네 ㅠㅠ 광고수입이 줄었네 ㅠㅠ 이 판이 힘드네 ㅠㅠ 하면서 스폰서에 연명하는 구차한 삶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이건 미친 거에요. KeSPA가 아무리 신생협회라고 해도 회장사는 다들 능력있는 회사들인데 전혀 아무런 노력도 안해요. 회장부터 말단직원까지 의욕이 없는 게 분명해요. 뻔하죠, 회장 밑 간부직은 경쟁의 한복판에서 밀려나 좌천당한 느낌일테고, 말단들은 뭐 열심히 하려는 의욕은 없고 대충 몇년간 떼울만한 직장이 생긴것에 만족한 거죠. 그러니까 맨날 이모양 이꼴 인거에요.
스2는 스1보다 힘들어요. 그래도 프라임처럼 팀용품을 판매하기도 하고 이윤열은 개인적으로 나다몰을 창업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스1에서는 뭐 유니폼 팔긴 하나요? 여태껏 이쁜 유니폼은 많았어요. 그 옛날의 GO 유니폼들을 비롯하여 현재는 제8게임단과 공군을 빼면 다들 컬러풀하고 전반적으로 좋은 디자인의 유니폼들을 가지고 있어요(사실 옛날 유니폼도 좋은게 많아요. T1의 파란색 유니폼이라던가, 삼성의 유니폼들도 개인적으로 참 좋아했어요). 근데 안 팔아요. 가끔, 정말 가끔 이벤트 물품으로 쥐꼬리만하게 던지는 게 전부에요.
팬들은 돈을 쓰고 싶어요. 정말 돈쓰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요. 근데 물건을 안 팔아요. 그러니까 간식드랍이나 하고 이러는 거에요. 돈을 쓸 길을 만들어 주는게 구단 몫 아닌가요? 하다 못해 구단로고 박혀있는 머그컵, 응원용 머플러, 이런거 만드는데 큰 돈 들고 큰 힘 드나요? 최소한 이정도부터 시작해서 싸인 마우스패드 라던가 컴퓨터 주변용품을 팔 수도 있고 좀 거대한 팬덤을 보유한 구단은 유니폼을 팔아도 되고, 경기 끝나고 찌질하게 하는 팬미팅 아니라 소극장이라도 빌려서 유료 팬미팅을 할 수도 있고... 지금 글을 쓰면서 생각나는 것들만 적어도 이렇게 나름 팔 거리가 생기는데 흠... 구단들이 너무 소극적이에요.
그렇다고 모든 컨텐츠를 유료화하면 쉽게 망해요. 위에서도 말했듯이 어디까지나 e스포츠의 팬덤은 굉장히 어리니깐요. 그러니까 적당히 즐길 수 있는 무료서비스도 제공해야 해요. 용산경기장의 좌석을 유료로 판매한다고 해도 입석은 충분히 무료입장이 가능할 수도 있는 것이고, 팬미팅도 무조건 유료팬미팅이 아니라 현재의 경기장 팬미팅과 이원화 시키는 방향으로 가면 되요. 또 네이트는 안 그래도 '팀페이지' 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e스포츠 팀페이지를 만들어서 활성화 시킨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구석진 사이트를 알지 못해도 네이트에서 충분히 새로운 라이트 팬층을 확보할 수 있어요. 그레텍과의 관계도 개선해야 해요. 곰TV는 사실 굉장한 서비스에요. 곰플레이어를 통해서 제공하기 때문이에요. KeSPA는 곰TV에 채널이라도 하나 만들어서 각종 즐길거리를 공급해 줘야 해요. 하다 못해 아프리카 채널이라도 만드세요. 팬들과 소통할 창구가 있으면 팬들은 알아서 즐긴단 말이에요.
협회만 노력해야 하는 게 아니에요. 팀들도 노력해야 해요. 뭐 STX, 공군, 제8게임단은 자체적으로 팬들과 접근할 창구가 많지 않기 때문에 힘들 수도 있어요, 이해해요. 웅진도 자사에서 판매하는 음료제품 정도를 제외하면 젊은 팬층과 접근하기 힘들어요. 뭐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요. 근데 솔직히 삼성, SK, KT, CJ는 진짜 좀 노력해야 해요.
SK, KT. 각자 통신서비스 제공하죠, IPTV 있죠. 아 정말로 가장 홍보하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구단이 도대체 왜 이 인프라를 놀리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집이 올레 TV를 쓰는데 지난시즌 KT 프로리그 플옵 VOD 올려주고, 이벤트 하나 깔짝 하고 끝이에요. 읭? 더 없어요? IPTV 채널을 통해서 이영호 온라인 팬미팅 하면 안되요? 가끔은 팀내 이벤트 경기 만들어서 VOD 서비스 제공하면 안되요? SK도 똑같아요. 뭐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어요. 생각을 조금만 전환하면, 그리고 행동을 조금만 적극적으로 하면 최소 이 두 구단은 지금보다 훨씬 넓은 팬덤을 구축할 수 있어요.
CJ, 위 두팀 만큼은 아니지만 CJ헬로비젼 있죠, CGV 있죠, 여하튼 문화 마케팅에 신경을 상당히 쓰는 기업이에요. 근데 지금까지 e스포츠에서는 특기할 만한 행보를 보이지 못했어요. 아... 광고 몇번 찍긴 했구나... 어쨌건 여기도 분발해야 해요.
삼성, 스마트폰 삼성에서 만들잖아요. 삼성앱스 어떻게든 키우려고 게임도 무료로 풀고 막 그러잖아요. 그럼 삼성칸 애들을 써먹어요. 삼성은 다른 스포츠구단도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 농구, 야구, 축구에 막 앵겨붙어요. 칸은 스포츠팀 소속 아니라고 맨날 빼지 좀 마요. 6년전에 했던 변명, 아직까지 하는 건 직무유기 수준이에요. 노력하면 다 해줘요. 같은 삼성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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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역시 횡설수설이에요. 그러니까 정리할께요.
1. e스포츠는 인터넷을 통한 마케팅을 진행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종목입니다.
2. 근데 협회와 구단 모두 이런 마케팅에 굉장히 소극적입니다.
3. 그러니까 활용하세요. 제발 좀
로비를 해야 스폰서가 붙는 게 아니에요. 팬이 많은 스포츠는 알아서 스폰해주겠다는 기업이 넘쳐요. 그리고 e스포츠는 상대적으로 작은 비용만을 소모하는 것만으로 스폰서가 가능해요. 포장하는 건 어디까지나 팬이 아닌 협회와 구단의 몫이에요. 분발하세요.
지금의 KeSPA는 천혜의 조건을 지닌 본진을 가졌는데, 벌써 10년 넘게 본진에만 갇혀있는 거에요. 팬들은 일꾼이고, 돈은 미네랄이에요. 팬들은 돈을 바치고 싶어요. 근데 본진엔 이제 돈이 다 떨어져가요. 그러니까 제발 멀티 좀 먹어요 우리.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01-1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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