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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5/06 19:07:46
Name i_terran
Subject [소설] 불멸의 게이머 01화 - 자살
[소설] 불멸의 게이머 01




1. 자살





지금 시간 0시...
지쳤다.
혼자 소주 2병 먹었다.
주머니엔 면도칼 하나 있다. 지금 글 남기고 고수부지로 갈 거다.
다 지겹다. 하긴 뭐 내가 죽는다고 슬퍼할 인간이 있을 리가 없겠지만.
혹시 실종된 줄 알고 찾을까 봐 몇 자 적는다.
그래 열심히 잘 먹고 잘 살아 봐라.
난 죽을 테니까.


200X년 4월24일 새벽1시
게임XX채널 1423점 아이디 굉장한
18세 고교 자퇴생, 임건호
사망

하나의 생명이 삭제되었다.
삭제된 그 생명의 영혼은 생과 사의 분기점을 넘어 망자들의 집합지인 저승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제 그 영혼들은 끝나버린 자신의 인생과는 완전히 결별하고
저승의 시작인 ‘생명의 나무’ 아래에서 새로운 행로를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지금까지 ‘임건호’라는 인간의 일생을 마감한 한 영혼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이 영혼이 자신의 과거를 순순히 포기하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였다.

"일어나"

검은 양복의 그는 언제나처럼 짜증스럽게 신참자를 깨웠다.
신참자들은 자신들이 영원히 잠자고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죽음’이란 인식의 밖에는 또 다른 차원의 세계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걸 알 리 없는 새로운 신참자는 ‘일어나’라는 말에 불쾌하게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

건호 또한 억지로 눈을 떴다. 그건 과거의 그의 기억 속에 어떤 날과도 달랐다.
다시는 귀찮게 눈을 뜰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처음엔 술이 덜 깨서 일어나기 힘든 거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곧 모든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어이 일어나"

건호의 눈엔 푸른 하늘이 보였다.
그리고 거대한 나무 건호가 깨어난 것은 그 거대한 나무 그늘 아래였다. 주위는 넓은 초록 평원이었다.
이미 하얀 소복을 입은 사람들이 일어나서 걸어가고 있었다.
그지없이 평온해 보이는 평원의 풍경은 그야말로 디지털로 만들어 낸 환상과 같았다.
건호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저 죽은 거 맞나요?”
"보면 몰라?”

너무나 간단한 대답에 건호는 맥이 빠졌다. 건호를 깨운 사람은 검은 갓에 검은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다.
말하자면 그는 저승사자였다. 저승사자는 잠이 덜 깬 건호에게 스크롤 하나를 내밀었다.

"이거 받아”
"뭐죠?”
"네 인생이다, 이것으로 옥황과 상담을 하고 나면 다음 네 행로가 결정된다.”

건호는 스크롤을 받아들였다. 재생용지로 이루어진 두루마리 종이였다. 그러나 왠지 영적인 분위기가 풍겨져 나왔다.

"다음 제 행로라면?”
"새로운 생명을 얻던가...... 아니면 천국으로 가던가, 그게 아니라면……”

그리고 저승사자는 상당히 무겁게 말투를 바꿨다.

"영원히 죽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지옥으로 가겠지"
"겁주시는 군요"
"겁먹지도 않은 얼굴인데 뭐"

건호는 신속히 다른 망자들의 뒤를 따라갔다. 여전히 하늘은 푸르렀다.

----

"꽤에에에엑”

닭 모가지를 비틀었을 때나 나올 듯한 소리로 요란한 기차의 기적소리가 울렸다.
그것은 마치 서부시대의 열차와 같아 보였다.
건호는 옥황의 상담소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던 것이다.
건호의 흰 소복도 왠지 죄수복 같았는데 그 열차의 분위기도 마치 죄수 호송열차와 같았다.
사람들은 서로 말이 없었다. 건호 역시 말이 없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라는 이유 때문에 그랬다기보다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그때 한 중년 사내가 건호에게 말을 걸었다.

"어이... 꼬맹이 어린 나이에 왔군.”
"...."
"어때? 죽은 게 실감이 나나? 나이가 어린 만큼 삶에 미련이 많겠지?
"..."
"당장 돌아가고 싶어...... 라고 안달이 난 얼굴이군.”

그 사내는 계속해서 불쾌한 언사를 멈추지 않더니만 결국 건호의 어깨를 잡았다.
원하지 않는 접촉까지 가해지자 건호는 비로소 한마디 했다.

"아저씨, 또 죽고 싶으세요?”

그러나 사내는 건호의 어깨에서 손을 떼며 물러났다. 그러나 얼굴에는 물러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해 보라고. 그럴 수 있다면”

그 사내는 건호를 바라보던 시선에서는 얼굴을 돌렸다.
하지만 건호의 신경을 거스르는 웃음소리는 한동안 계속 되었다.
그리고 기차는 어느덧 굴속으로 진입했다. 쿠쿠쿠쿠

----

"미련은 없습니다”

건호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의 앞에는 옥황과 보좌관이 버티고 있었다.
이곳은 상담소 마치 조선시대 정자를 연상케 한다.
옆으로는 보기 좋은 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정말 삶에 미련이 없단 말인가?”
"예”
"...”
"전 항상 죽고 싶었는데 이번에 소원을 성취했어요.”

건호의 대답은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도 옥황은 뭔가 다른 것을 찾아보려는 것인지 신중한 얼굴로 건호의 프로필 스크롤을 훑어보았다.

"그러고 보니 시도는 여러 번 했었군.”
"이번이 운이 좋았죠.”

"내가 이렇게 되묻는 이유는 말일세...
삶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악마에게 영혼을 헌납하는 사례가 종종 생겨서야”

"악마에게 헌납해요?”
"그래, 악마는 죽은 영혼에게 그들의 삶을 되돌려 준다고 유혹을 하지.
그러나 실상은 그런 시도로 인해서 다시는 환생할 수 없는 영원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어버려.”
"..."
"자네가 삶에 대한 미련이 없다면 그런 유혹에 넘어가질 않길 바래.”


더 말할 거리를 찾지 못한 옥황은 어느 정도는 사무적인 얼굴로 건호의 프로필 스크롤에 몇 자를 적고 돌려주었다.

"망자의 역에 가서 기다리게 자낸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될 거야”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묻겠네. 정말 미련이 없나?”
"네, 전 실패한 인생이었습니다.”

건호는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담담하게 요약했다.
옥황도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고 건호는 목례를 하고 일어섰다.
그러나 보내는 옥황이나 떠나는 건호나 뭔가 개운치 못한 얼굴이었다.
건호가 사라지자, 옥황 옆의 보좌관이 한 마디 했다.

"솔직하지 못한 녀석이군요.”
"하지만 성의 있게 거짓말을 하지도 못해...”

그들은 걸어가는 건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건호의 뒷모습에선 어떤 표정도 찾기는 힘들었다.

----

‘처... 얼썩’

파도가 부서졌다. 망자의 역은 바다가 보이는 해변가에 위치하고 있었다.
익히 알고 있는 정동진과 다른 것은 망자의 역은 해가 지는 서쪽에 위치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붉게 물드는 수평선으로 길게 뻗은 레일은 비현실적이지만 분명히 건호의 눈에는 충분히 아름답게 보였다.
지금은 갈매기들이 그 레일에 한가로이 앉아서 쉬고 있었다.

"어이 꼬맹이...”

또다시 기분 나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기차에서의 그 사내였다.
그 사내는 여전히 음산하고 불쾌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 옥황을 속여서... 어떻게 새로운 삶을 얻기로 했나 보지?”
"꺼져”
"후후후 옥황은 속여도 나는 못 속여”
"...”
"네가 가야 할 곳은 지옥뿐이야 넌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으니까”

사내의 눈은 초록색으로 빛났다.
건호는 그 눈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건호는 그 사내에게만큼은 아무것도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당신 정체가 뭐야?”
"정말 둔한 놈이군.”
"..."
"난 알아. 자네가 한 말, 맨 마지막에 말했잖아 절대로 죽고 싶지 않다고...”

사내는 기분 나쁘게 키득거렸다.
뼛속까지 냉기가 서려왔다.
건호는 반발할 수 없었다.
그 사내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건호는 자신의 인생 그 마지막 30분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지도 모르는
그 마지막 시간을 말이다.


~~~~

200X년 4월 24일 0시 30분

‘부우우웅’

검은 차 한 대가 속도도 줄이지 않고 건호를 스쳐 지나갔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소주를 2병이나 먹었음에도 정신이 말짱해진... 느낌이었다.
소주 값이 아까웠다.
건호는 고수부지에 앉았다.
건호는 주머니 속에서 면도칼을 꺼내 들었다.
건호의 계획은 그것이었다.
지금 동맥을 끊고 강으로 뛰어드는 것. 지금 바로 지금, 그때였다.

"여... 여보세요, 혹시, 괴..... 굉장한님이신가요?”

이제 인생에 끝에 서 있는 건호를 누군가가 불러 세웠다.
건호는 돌아보았다. 취했어도 시야는 살아있었다.
서른 쯤 되어 보이는 장년이 그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이었다.
얼굴이 보였다. 그는 분명 건호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얼굴이었다.

"누구시죠?”
"게임XX 아이디 ‘굉장한’님 맞죠?"
"누구신데요?”

친근한 얼굴을 가진 사내였다. 그러나 건호에겐 기억이 없다.
건호는 혼란스러워졌다. 그때 사내는 건호의 면도칼을 보았다. 그러더니

"이 미친 새끼!!”

사내는 소리를 지르며 재빨리 건호의 손에서 면도칼을 낚아챘다.
갑작스런 상대의 행동에 건호의 의식이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누구세요?”
"나 아이디 세일즈맨 테란이야.”
"그게 누구?”

세일즈맨 장년은 건호를 잡고 마구 흔들었다.

"왜 이래요?”
"네 글 읽었어"
"너 정말 죽으려고 했냐? 걱정하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냐?
널 낳아주신 부모님은 생각도 안나니? 이 바보 녀석아”

그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건호의 얼굴에 우수수 침이 튀었다.
건호는 그 바람에 조금 정신이 났다.

"부모님이요?"
"그래 널 걱정하는 부모님 말이야!!”

건호는 대답은 하지 않고 자조적인 얼굴로 피식 웃었다.

"그리고 네 친구들! 친구들은 네가 없어지면 얼마나 슬퍼하겠어?!
왜 이렇게 어리석어??!”
"전 없어요.”

건호의 고개가 축 늘어졌다.

"뭐?”
"전 부모님 친구 둘 다 없어요.”
"그... 그게 정말 사실이니!?”

사내는 진심으로 놀란 표정이었다.

"..."

건호는 시니컬하게 웃어 보였다.

"사실이면 저 죽어도 괜찮겠죠?”
"그럼 아니야?”
"아니라고 한 적은 없어요.”
"그럼 역시 사실이야?”
"몰라요”

그 말에 세일즈맨 장년은 더욱 거세게 건호의 멱살을 움켜줬다.

"야!!! 부모든 다른 사람이든!!! 네가 죽으면 슬퍼할 사람들이 분명히 있어!!!
왜 그 생각을 못하냐고 지금 말하는 거야!!!”
"그런 사람 없어요.”
"거짓말 마!”
"없어요! ... 그렇게 슬퍼할 사람이 있는데 왜 죽어요?!”

말과 함께 건호는 손을 강하게 뿌리쳤다. 그대로 자빠졌다.
세일즈맨은 멍한 얼굴이 되었다. 잠시 후 담뱃불을 붙이며 세일즈맨도 주저앉았다.
세일즈맨 사내는 말없이 담배만 피울 뿐이다. 잔잔한 바람이 두 사람을 가로 질렀다.
한참 그러다가

"미안하다. 사실 너를 잘 몰랐고.
그냥 잘 타이르고 나면 너한테 할 얘기는 다른 거였는데”
"..."
"3일 전인데... 너랑 게임을 했었어.”
"...”
"날 개박살 내고서
니가 그랬잖아 2개 이상 예약 지정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돈은 남기지 않는다.

두 가지만 지키면 누구든 이길 수 있다고 그 후에 난 그걸 충분히 지켰어
그런데도 계속 졌어. 그래서 지금 너한테 따질 게 많단 말이다.
이 놈아.”

세일즈맨 장년의 다소 어이없는 오버에 건호는 ‘피식’ 하는 얼굴이 되었다.

"웃기냐?”
"미안해요”
"...”
"전부 가르쳐 드리지 못해서”

세일즈맨 사내는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자 건호는 고개를 숙였다.

"정말 아무도 너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니?”
"네”
"정말 아무도”
"네”

세일즈맨 사내는 마지막으로 갈게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가만히 있다가 사내는 담배를 껐다.


"아냐 한 사람 있어


"무슨 말이죠?”


세일즈맨 사내는 건호를 바라보지 않고 허공의 중간쯤을 바라보고 말했다.


"네가 죽는다고 하면 분명히 무척 슬퍼할 사람이 있어...
난 그 사람을 알아. 지금 너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어,
그렇지만 네 말대로 세상에 더는 없고 딱 그 한 사람뿐일 수 있어."


"....”


"수십억 인구 중에 겨우 한 사람이야“


  “...”


“한 사람은 아무런 힘이 없어.
세상에 악을 쓰고 소리쳐도 아무도 듣는 사람도 없어,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아예 그 사람의 존재를 몰라.
한 사람이란 건 그런 먼지만도 못한 존재야."


"...”

건호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세일즈맨 장년을 바라보았다.
이번엔 세일즈맨 장년이 시선은 이제 밤하늘 아래에 있는 강 저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엔 수많은 빌딩과 야경이 눈앞에 보였다. 세일즈맨은 담담하게 말을 잇는다.  



"네가 죽는다면 정말 슬퍼할 사람, 여기 한 사람 있다.
그 한 사람으로는 부족하니?”



건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세일즈맨은 더 말하지 않았다.


건호도 강 건너 빌딩과 야경을 바라보았다.
너무나 많아진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서 하늘로 겨냥하며 솟아오른 도시의 첨탑들.
그 첨탑들의 불빛 하나하나가 사람의 존재를 의미할 것이다.
그리고 늦은 시간이지만 반딧불처럼 움직이는 자동차들의 존재.
그 모두가 인간이었고 자기만의 가치를 가진 인생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세상은 그 모든 인간과 인생이 존중받기엔 너무나 거대한 세상이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인간이란 존재가 가장 흔하디흔한 의미가 되어버린
21세기의 어느 밤.  
건호의 옆에는 60억 인류 중에서 어떤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건호는 그 한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그 사람 말, 진짜인가요?”


그 한사람이 거짓 없이 대답했다.


"그래”


----


한가한 바람이 지나갔다.
잠시 후 세일즈맨은 건호의 등을 두드렸다. 둘은 일어서서 걸었다.
건호는 아직 비틀거렸지만 바람이 시원했다.
이미 늦은 시각 둘은 택시를 잡기 위해서 좀 번화한 곳으로 걸어갔다.
사람이 모두 빠져나간 여의도의 밤은 너무나 적막했다.
그런데 그 시각 근처에서 한 대의 차량이 달리고 있었다.
그 차량은 신호도 간단히 무시하고 도시의 한복판을 질주하고 있었다.
건호는 비틀거리며 세일즈맨을 따라가고 있었고 세일즈맨 테란은 먼저 길을 건너고 있었다.

"이쪽이야 택시 빨리 잡아야 해”
"알았어요.”
"좀 빨리 따라와라”
"참 아저씨 이름이 뭐죠?”
"내 이름 궁금하냐? 이 형님의 함자는...”

그때 건호는 세일즈맨 테란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때 세일즈맨 테란의 눈에 한 대의 차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 차는 건호를 충분히 덮칠 위치에 있었다.

"야!!! 조심해!!!"

이때 세일즈맨 테란의 목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그러나 건호 자신은 이미 도로 한가운데에 있었다.

‘끼이이이익’
‘쿠쿠쿵’
"!!!!!"

건호는 그 차에 치었다. 몸이 떠올랐다.
그리고 갑자기 아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내의 이름을 건호는 듣지 못했던 것이다.

세상에 오직 단 한 사람.
건호가 죽으면 슬퍼해줄 사람의 이름을 건호는 알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건호의 의식은 희미해져갔다.
건호는 중얼거렸다. 지금은 절대 죽고 싶지 않다고...

그 사람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다고...


~~~~

‘처얼썩’

다시 한번 파도가 부서졌다. 망자의 바다의 석양은 더욱 붉게 물들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솔직히 말해봐”
"......"

건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직은 표정의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건호는 더 이상 그 사내에게 ‘꺼져라’거나 ‘사라져라’거나 ‘죽여버리겠다’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자네의 영혼의 일부를 저당 잡히면 게임을 할 수가 있네 어떤 게임이건 가능해”
"...?"
"자네가 그토록 좋아하는 바로 그 게임도 있어”
"...!"

그 말에 건호는 놀랐다.
바로 그 게임 바로 그 게임이라면 건호는 갑자기 그 말에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가 바로 죽기 전날까지 했던 바로 그 게임이 생각났다.
그리고 바로 자신을 생각해주는 유일한 그 사내와 자신을 연결시켜준
바로 그 게임

"내 말을 듣기만 하면 돼, 자네는 인생을 되찾을 수 있어”

그때 꽤에에에엑! 소리를 내며 지옥행 열차가 망자의 역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오직 검은색으로 도장된 기관차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설명을 붙이지 않더라도 그 지옥행 열차는 인간의 영혼을 빨아먹는 섬뜩함이 도사리고 있었다.
괴로운 얼굴을 한 사람들이 죄수처럼 지옥행 열차에 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지옥행 열차에 올라타는 거야”
"..."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
"...?"
"가서 추천인 이름에 꼭 내 이름을 올려야 해. 알겠나?”

라면서 사내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명함을 건호에게 건네주었다.
그 순간 건호의 머릿속은 텅비어가기 시작했다.
그 명함엔 다음과 같이 적혀져 있었다.

Hellgate City Total traditional community (HTTC)
Devil : Zeros

~~~~

'꽤에에에엑’

지옥행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열차에 오른 사람들은 하나같이 음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무리 중엔 건호도 있었다. 건호는 몸이 움츠려 들었다.
그리고 곧 해가 저물고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기차는 지옥에 가까워졌다.

이제
한 사람의 친구를 얻고 싶은 가장 외로운 사람의 투쟁이 시작된다.












* 박진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5-1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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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투신아~
09/05/11 01:30
수정 아이콘
제가 처음으로 댓글을 다는군요 ^ ^;; 간만에 재밌는 소설하나 읽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꼽사리
09/05/11 06:54
수정 아이콘
전 2번째군요 이미 죽어있는 상태였군요 [..]
포포리
09/05/11 09:51
수정 아이콘
제목에 오타가 있네요 ^^ 선리플 후감상!
09/05/11 10:33
수정 아이콘
비도 오고 기분 꿀꿀했는데, 오늘도 좋은 일이 한 개 정도는 있군요.
한 편으로는 성에 좀 안 찬다는 게 흠이지만요..^^;;
60억분의 1이 또 응원의 리플을 답니다. ^^b
연휘군
09/05/11 11:08
수정 아이콘
게.. 게이며..

잘 읽었습니다.
i_terran
09/05/11 12:52
수정 아이콘
포포리님// 오... 오타 수... 수정하였습니다.
키보디스트
09/05/11 14:34
수정 아이콘
올라왔군요!!!
건호 아이디가 굉장한이네요 ^^
잘 읽었습니다~
09/05/11 19:34
수정 아이콘
둥신님의 가호입니까!!! 글 올라온 날짜가 5월 6일입니다!
아 시간을 거스른것 까지는 아닌가요? 암튼!! 럴수럴수이럴수가!
09/05/11 21:23
수정 아이콘
어? 왜 1화지? 라고 생각하고 아래 제목들을 다시 보니 프롤로그.. 냠냠;
연재 소개에서 봤던 약속들 꼭 지켜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소설을 완결될 때 까지 기다릴 자신은 없어서요 흑..
The Greatest Hits
09/05/11 22:22
수정 아이콘
후덜덜한데요 기대됩니다~
가츠는달리신
09/05/11 22:56
수정 아이콘
환상의 테란...세일즈맨 테란 임대건~~
i_terran
09/05/11 23:14
수정 아이콘
란테님// 제가 연재용 비밀게시판에 올린날자가 5월6일이고 복사된 날짜가 오늘입니다.
i_terran
09/05/12 00:10
수정 아이콘
AMITION님// 연재를 기다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1회연재분의 분량은 앞으로 조금씩 늘어갈 것입니다. (편당 분량이 늘어갑니다)
연재속도는 다른 소설에 비해서 (제생각에) 양적으로 빠르고 많다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불만이 있으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 주3회는 약속드린 부분이니 운영자님과 제가 꼭 약속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09/05/12 09:18
수정 아이콘
아학.. 넘 잼나네요~
JesteR[GG]
09/05/14 00:20
수정 아이콘
드디어 시작이구나..반갑네요
불멸의저그
09/05/15 08:59
수정 아이콘
프롤로그 잘 읽었습니다. 정말로 그리워 했던 소설입니다. 물론, 그 시절에 올리실때는 처음 몇 편만 올리시고 말았습니다.
절대 끝나지 않을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을 소설일줄 알았는데, 완결됩니까?
지금 다시 처음 부분을 읽어보니, 참으로 가슴 아픕니다.
소설 주인공이 현실에서 아무도 사랑해 주지 않아서 자살부터 하면서 시작하는 소설....
스토리상 어쩔수 없는 설정이겠지만, 그런 주인공같은 삶이 현실세계에서는 없기를 바랍니다.
i_terran님은 결혼은 하셨나 모르겠네요.. 하도 오랜만에 게시판에 들어와서 그동안의 시간이 멈추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히 읽겠습니다.
i_terran
09/05/15 13:45
수정 아이콘
불멸의저그님// 반갑습니다. 형님. 쪽지드렸어요. 더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했어야 했는데... 부끄러워집니다.
17/01/03 17:25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다시 읽고있습니다!! 근 10년만이네요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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