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배너 1

-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2013/03/13 12:45:13
Name 화잇밀크러버
File #1 min.jpg (105.9 KB), Download : 39
Subject 민들레 꽃 길 - 3 -


노란색은 피곤함을 나타내는 색이라고 한다.
달이 노란 빛으로 세상을 비추는 이유는 그가 항상 하늘에 떠있어 피곤하기 때문이리라.
태양은 저녁이 되면 휴식기를 갖지만 달은 강렬한 태양 빛으로 인해 자신이 완전히 가려져 빛이 묻혀질지언정 잠깐을 제외하고는 계속 하늘에 머물러 빛을 발한다.
그렇게 쉬지 않고 세상을 비추려하는 탓에 달은 어쩌면 청명했을지도 모르던 빛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노랗게나마, 희미하게나마 빛을 내뿜는 달이 있어, 문틈을 통해 새어들어온 빛으로 민들레는 이소의 눈물을 볼 수 있었다.

눈을 마주친 뒤 둘 사이에 약간의 정적이 흘렀다.
그녀를 보자마자 눈물을 흘려버린 이소는 민망하고 당황스러웠으며 민들레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얼마간의 침묵 후 민들레는 “여기 약 가져왔으니 드세요, 전 식사 뒤처리하러 가야겠네요.”하며 상을 들고 방을 나갔고 이소는 이마를 때리며 자신을 책망했다.

‘왜 바보같이 눈물을 흘려버렸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돌아오는 것은 자기 혐오뿐이었다.
민들레는 분명히 연인이였던 그녀가 아니건만 닮은 외모를 본 것만으로 눈물을 흘린 자신이 싫어진 것이다. 그래도 감정을 다잡아야했다.
다시 민들레를 봤을 때도 이런 식의 혹은 비슷한 반응이 나오면 곤란하니까.

민들레는 부엌방에서 밥먹은 그릇을 천으로 닦아내다가 잠시 멈추고 한숨을 쉬었다.

“내 잘못인걸까…….”

밤이 깊어 들리는 소리는 얼마 안되는 곤충의 울음소리뿐이었지만 그나마도 크지 않아 고요함이 가득했다.
그 덕인지 바깥의 작은 소리도 무척이나 크게 들렸고 ‘뚜벅뚜벅’들려오는 발걸음 소리가 문 쪽으로 다가올수록 이소는 긴장됐다.
아까의 상황을 다른 일로 돌려 별 것 아닌 일처럼 만들려고 했지만 새삼 그녀를 본다는 것이 부담이 된 터였다.
어느덧 걸음소리가 멈추었고 문을 열며 민들레가 방으로 들어왔다.

“아까 눈물을 흘렸던 것은 기억을 잃은 것에 대해 생각하다가 그랬습니다.”


민들레를 보고 눈물 흘렸던 일에 대해 사죄하며 이소는 민들레에게 또 거짓말을 했다.
그녀에게 계속하여 거짓말을 하는 것에 거듭 죄책감이 쌓였기에 표정은 더욱 어두워져있었다.
그런 그를 민들레는 걱정되는 얼굴로 눈을 마주하며 말했다.

“전 당신이 이곳에 있는 것이 싫어서 그런지 알았어요.
저와 함께 있는 것이 싫어서 잘못된 판단을 한거라 생각하다가 절보고 후회의 눈물을 흐린지 알았죠. 정말인가요?
당신이 눈물을 보인 이유가 제 부덕이 아니라는 것이, 제가 이곳으로 반 억지로 끌고 온 탓이 아니라는게.”

그 말은 들은 이소는 가슴이 미어졌다. 은인이나 다름없는 그녀를 걱정시킨 것이다.
더구나 옛 연인과 똑같은 얼굴이 수심에 가득 찬 체 자신을 쳐다보니 더욱 마음이 아려왔다.
그녀의 잘못이 아닌데, 과분할 정도의 호의를 베풀어놓고도 이소가 근심하고 있으면 자기가 잘못한 것 마냥 슬퍼하는 것이 옛 연인을 떠올리게 했다.
다시 연인을 만나게 되면 그 동안 못해준 기쁨을 안겨주고 싶다고 재를 뿌릴 때 생각했었는데 연인을 닮은 타인조차 걱정하게 만들었다.

“정말 아닙니다. 단순히 제 자신 때문에 눈물이 나왔을 뿐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아가씨께는 오히려 감사하고 있어요.
갈 곳 없는 저를 받아주시고 분이 넘치는 환대까지 해주시니까요.
그렇게 자신이 잘못한 것이라고 그 때문에 미안하다는 표정 짓지 말아주십시오. 그런 얼굴에는….”

‘약하니까요…….’

끝까지 말을 맺지 못한 것은 부끄럽기도 하고 자신의 내면까지 들춰내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옛 연인과 사귀게 된 이유가 그녀의 저런 표정을 보고나서 그녀를 지켜주고 싶어져 그랬고 나중에도 항상 그 표정을 보면 마음이 무너져버렸다.

“그런 얼굴에는… 뭐에요?”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민들레. 그래도 이소의 말 덕분에 그녀의 얼굴은 걱정의 짐을 약간 덜어놓은 듯 했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답하기 조금 곤란하네요. 제 약점 같은거라”

조금 풀어진 민들레를 보니 이소의 마음도 가벼워져 멋쩍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라면 억지로라도 웃어야 할 시점이었기에 그 웃음은 상당히 유효한 것이었다.

“에이, 그런게 어딧어요. 종이 주인에게 비밀이라니”

금세 그늘이 걷혀진 민들레는 능글맞게 웃으며 심술을 부렸다.
원래대로라면 이소는 지금쯤 계속 슬픔에 잠겨있거나 이 세계로 온 것에 대한 걱정으로 전전긍긍해야겠지만,
활기 넘치는 민들레와 같이 있는 탓인지, 그녀의 흐름에 휩쓸린 덕인지 그런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그래도 이소는 싫지 않았다.
아직은 마음의 짐을 덜어내기에는 이른 시기였고 웃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죄책감은 떨쳐버릴 수 없었지만
밝은 웃음에 속해있는 것이 더 낫지, 나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민들레는 기지개를 피며 이제 자야할 시간이니 같이 이불을 깔자고 말했다.
이소는 자기가 잘 방은 따로 있겠거니 싶어 그녀의 이불까는 것을 도와주려고 했는데, 민들레는 그에게 여분의 이불이 있으니 그걸 이용해 당신 것을 깔라고 했다.
이소는 민들레가 말한 이불을 들었지만 어디에 깔아야할지 몰라 엉거주춤 서있었는데 그런 그를 보고 민들레가 말했다.

“이소씨 뭐하는거에요? 어서 옆에 이불깔지 않고.”

‘역시나 다른 곳을 안 알려주는 것을 보니 여기에 깔라는 얘기였나‘라고 생각하는 이소였지만 다 큰 남녀 둘이 같은 방에 이불을 깔고 잔다는 것이 난감한 터였다.
그녀의 순수한 얼굴을 보면 다른 의도는 없어보였지만 그게 더 곤란하게 다가왔다.
사실 민들레는 사람과 어울려 살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말이 이소에게 식으로 전달 되었을 지 짐작조차 못하고 있었다.

“아가씨 이 방말고 다른 방은 없나요? 같은 곳에서 자는 건 부담돼서…….”

“있긴 있는데 그 방은 따뜻하게 되지 않아서 간밤에 무척 춥답니다. 아마 그 방에서 자면 아무리 이불을 껴 둘러도 감기에 걸릴거에요.”

이소는 차라리 감기에 걸리고 말지라고 생각했다.

그 후로 약간 옥신각신했지만 역시나 이소를 민들레의 흐름에 벗어날 수 없었다.
특히나 잘못 들으면 오해할 수도 있는 “그렇게나 저와 같이 자는 것이 싫은 건가요.”라는 민들레의 말과 침울한 표정은 이소를 더 이상 물러날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어쨌거나 주인의 명이기도하고 감기에 걸릴 수도 있으니 이소는 마지못해 민들레의 이불과 꽤 거리를 둔 곳에 자신의 이불을 깔았는데 그게 또 민들레를 삐지게 만들었다.
민들레는 토라진 표정으로 “역시 제 옆에 있기 싫은 거군요.”라고 해 이소는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이소는 이불을 옮겨 민들레 옆으로 끌고 가 걱정 반 긴장 반으로 이불안에 들어갔다. 그리고 민들레가 뭐하나 궁금해서 그녀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민들레와 얼굴이 마주쳐버렸다. 그녀는 이소를 보고 뭐가 좋은지 배시시 웃음지었다.

“그럼 이소씨 이제 불을 끌게요.”

민들레는 옆에 있던 등잔에 숨을 뱉었고 그 바람에 불이 꺼지자 방은 어둠으로 가득찼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공지 [공지] 연재게시판 종료 안내 [9] Toby 14/07/21 16218
766 유랑담 약록 #11 / 120612火 _ 동네 한 바퀴 / 외전3 _ 게임, 계층, 취미, 한류 [11] Tigris18138 14/06/30 18138
765 유랑담 약록 #10 / 120611月 _ 미인의 도시 아키타 / 외전2 _ 삿포로의 신년맞이 [9] 삭제됨13941 14/06/25 13941
763 유랑담 약록 #08 / 120609土 _ 다자이 오사무의 우울 [11] 삭제됨14154 14/06/17 14154
761 유랑담 약록 #06 / 120607木 _ 홋카이도의 마지막 별하늘 [5] 삭제됨13039 14/05/27 13039
760 유랑담 약록 #05 / 120606水 _ 흐린 날의 노면전차, 하코다테 [6] 삭제됨12614 14/05/22 12614
759 유랑담 약록 #04 / 120605火 _ 8인7일 계획 / 외전1 _ 홋카이도의 먹거리 [6] 삭제됨13711 14/05/16 13711
755 [내왜미!] 4화 고지라 대 메카 고지라 (5) 트린9380 14/07/10 9380
754 [내왜미!] 4화 고지라 대 메카 고지라 (4) [2] 트린9672 14/06/19 9672
753 [내왜미!] 4화 고지라 대 메카 고지라 (3) [1] 트린10140 14/06/05 10140
752 [내왜미!] 4화 고지라 대 메카 고지라 (2) 트린10905 14/05/22 10905
751 [내왜미!] 4화 고지라 대 메카 고지라 (1) [5] 트린11180 14/05/08 11180
750 [내왜미!] 3화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8-끝) [4] 트린11196 14/04/23 11196
749 [내왜미!] 3화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7) 트린10350 14/04/09 10350
748 [내왜미!] 3화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6) 트린10699 14/04/02 10699
747 [내왜미!] 3화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5) [1] 트린11931 14/03/26 11931
746 [연재] 장풍 맞은 사과와 뉴튼...100년 장미칼 VS 절세신검 화개검 2부(6) [2] 캡슐유산균11161 14/03/23 11161
745 [연재] 장풍 맞은 사과와 뉴튼...100년 장미칼 VS 절세신검 화개검 2부(5) [1] 캡슐유산균10205 14/03/20 10205
744 [연재] 장풍 맞은 사과와 뉴튼...100년 장미칼 VS 절세신검 화개검 2부(4) [3] 캡슐유산균6451 14/03/15 6451
743 [연재] 장풍 맞은 사과와 뉴튼...100년 장미칼 VS 절세신검 화개검 2부(3) [3] 캡슐유산균6870 14/03/15 6870
742 [내왜미!] 3화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4) [2] 트린6863 14/03/21 6863
741 [연재] 장풍 맞은 사과와 뉴튼...100년 장미칼 VS 절세신검 화개검 2부(2) [1] 캡슐유산균6702 14/03/08 6702
740 [내왜미!] 3화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3) 트린6679 14/03/12 667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