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2012/07/01 23:41:03
Name VKRKO
Subject [번역괴담][2ch괴담]백사 - VKRKO의 오늘의 괴담
이것은 내가 지금까지 들었던 이야기 중 가장 무서운 것이다.

어릴 적 어머니에게 들었던 이야기지만, 어쩌면 지금도 진행 중인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날, 우리 할머니가 아침부터 밭일을 하고 계셨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근처의 창고에서 [어머니!] 라고 그 집 장남 A가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 들렸다.

할머니는 [무슨 일이지?] 라고 생각해서 그 창고에 가 봤다.

창고에는 그 집 아줌마 B가 목을 매달고 있고, A가 망연자실한 채 주저 앉아 있었다.



[큰일 났구나!] 라고 느낀 할머니는 [우리 아들 데려올테니까 조금만 기다려라!] 라고 말하고 집으로 달려갔다.

할머니가 삼촌을 데리고 왔을 때, A는 필사적으로 목을 맨 B를 내리려고 하고 있었기에 도와주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그 때 B씨는 농사가 망해서 노이로제가 있었던 것 같아.] 라고 말하셨다.



하지만 곧 덧붙이기를, [그렇지만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그 죽음은 뭔가 이상했어.] 라고 하셨다.

모든 일의 발단은 백사(白蛇)였다고 한다.

아직 어머니가 어릴 때, 그 옆집 처마 밑에 백사가 집을 짓고 도사렸다고 한다.



그렇지만 난데없이 나타난 뱀이 기분 나빴던 그 집 주인 C는, 뱀을 잡아다 밭에 던져 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다음날, 뱀은 또 그 집 처마 밑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기분이 나빠진 C는 뱀을 더 멀리 던져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다음날이 되자 뱀은 또 돌아왔다.

그리고 그게 며칠 동안 반복됐다고 한다.

그 와중에는 아침에 뱀을 버리고 일을 하고 왔더니, C보다 뱀이 먼저 돌아와 있는 일마저 있었다고 한다.



화가 머리 끝까지는 C는 뱀의 모가지를 비틀어서 죽여 버렸다.


그리고 며칠 뒤, C는 원인 불명의 병에 걸렸다.

고열에 시달리고 가슴을 치다, 금새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는 것이었다.



이후 그 집에서는 불길함을 느끼고 기도사를 불러 제령을 부탁했다.

기도사의 말에 따르면, 뱀 때문에 탈이 났으니 4발 달린 동물의 고기를 먹지 말라는 비법이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도 그 비법을 실제로 지켰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한참 뒤, 어머니보다 2살 많던 그 집의 장녀 D가 진학 문제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D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당시만 해도 시골에서 여자가 고등학교까지 가는 것은 무척 드물었다.

가장인 C가 죽은 상황에서 무리해서 D를 고등학교까지 보낼 여유는 없었던 것이다.



결국 D는 진학을 단념해야만 했다.

D는 좌절에 빠져, 당시 어린 어머니의 눈에마저 D가 점점 이상해지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고 한다.

D는 [고등학교 가고 싶어... 더 공부하고 싶어...] 라고 어머니에게 울면서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노이로제에 시달리던 D는 자기 집 다락방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되었다.

얼마 뒤, 그 집의 둘째 딸 E가 시집을 가게 되었다.

시집간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머니는 전혀 모른다고 하셨다.



다만 시집 간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E가 투신 자살했다는 소문이 났다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사실은 목을 매서 자살했다더라. 같은 집 사람이 같은 방법으로 죽었으니 시골에서는 영 시선이 곱지가 않았거든. 그래서 뛰어 내렸다고 말을 바꿨던 거야.]



그리고 셋째 딸 F가 시집을 가서 자식을 낳았다.

그러나 F는 육아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려, 갓난아기를 껴안고 투신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근처의 사람들이 그것을 발견해 미수에 그쳤다.



하지만 그대로 놔두기에는 정신적으로 너무나 불안했기에, F는 잠시 친가에서 휴양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하필 그 때는 모내기철이었다.

그래서 친척까지 동원되어 모내기를 하는 와중에, 텅 빈 집에서 F는 혼자 목을 매어 자살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덧 막내 아들인 A도 결혼을 했다.

하지만 A 부부 사이에는 오랫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았고, 몇 년 만에 겨우 얻은 아이는 기형아였다.

게다가 그나마 낳은 아이마저 장애 때문에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B는 그 탓을 모두 며느리에게 돌렸고, 잔뜩 화를 냈다고 한다.

결국 A 부부는 머지않아 이혼했고, 그 집에는 B와 A 모자만 남았다는 것이다.

나는 중학교 때 이 이야기를 어머니께 들었다.



그 때는 이미 그 집에 남은 사람이라곤 A 밖에 없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이, 설날에 할머니 댁에 갔을 때의 일이었다.

설날이니 그 집에도 친척이 모여서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꽤 야단스러웠다.

몇 사람씩이나 자살한 집에서, 밤에 문조차 닫지 않고 일부로 자랑하듯 시끄럽게 잔치를 벌이는 꼴이 묘하게 으스스했다.

나는 우연히 어느 영능력자와 만나게 될 일이 있었는데, 그 때 어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자 그 영능력자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아아, 그것은 신이 되려던 뱀입니다. 그 백사는 바다에서 천 년, 산에서 천 년, 마을에서 10일을 수행하면 신이 될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을에서 10일간의 수행을 앞두고 목숨을 잃고 만 것이지요. 그것을 신으로 모셔주지 않는 이상 재앙은 계속 될 겁니다.]

그러나 지금 와서 그 집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주려 해도, 어디론가 이사를 가서 할 수가 없다...





영어/일본어 및 기타 언어 구사자 중 괴담 번역 도와주실 분, 괴담에 일러스트 그려주실 삽화가분 모십니다.
트위터 @vkrko 구독하시면 매일 괴담이 올라갈 때마다 가장 빨리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 VK's Epitaph( http://vkepitaph.tistory.com )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 http://cafe.naver.com/theepitaph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속으론 수사반�
12/07/02 10:03
수정 아이콘
2,000년을 수행하고 마을에서 10일만 더 하면 되는데
왜 그렇게 잘 보이는 곳에 있었을까요.
안타깝네요.
12/07/02 10:13
수정 아이콘
수행에 실패햇으면 자기 잘못이지!
뱀도 참 못됐군요..
속으론 수사반�
12/07/02 10:52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니 뱀도 잘한게 없네요.
사람이 몇명이 죽어나가는 건지
12/07/03 15:42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에서는 뱀이 영물이긴 하지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79 [번역괴담][2ch괴담]사라진 친구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6277 12/03/09 6277
378 [번역괴담][2ch괴담]BB탄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6785 12/03/08 6785
377 [번역괴담][2ch괴담]도어 체인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6256 12/03/07 6256
376 [청구야담]못된 귀신을 물리친 관찰사(毁淫祠邪鬼乞命)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6437 12/03/06 6437
375 [번역괴담][2ch괴담]푸른 펜던트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6246 12/03/05 6246
374 [번역괴담][2ch괴담]형, 뭐 해?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6411 12/03/04 6411
373 [번역괴담][2ch괴담]창 밖의 여자아이 - VKRKO의 오늘의 괴담 VKRKO 6520 12/03/03 6520
372 [번역괴담][2ch괴담]여기로 온다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6311 12/03/01 6311
371 [실화괴담][한국괴담]데려갈 수 있었는데 - VKRKO의 오늘의 괴담 [8] VKRKO 7470 12/02/29 7470
370 [번역괴담][2ch괴담]어느 장의사 이야기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6500 12/02/28 6500
369 [번역괴담][2ch괴담]물침대 - VKRKO의 오늘의 괴담 VKRKO 6899 12/02/27 6899
368 [번역괴담][2ch괴담]마지막 전화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6664 12/02/25 6664
367 [청구야담]원한을 달래준 김상공(檢巖屍匹婦解寃) - VKRKO의 오늘의 괴담 VKRKO 6110 12/02/24 6110
366 [번역괴담][2ch괴담]발렌타인 데이 - VKRKO의 오늘의 괴담 [7] VKRKO 6552 12/02/23 6552
365 [번역괴담][2ch괴담]고깃덩어리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6614 12/02/22 6614
357 [번역괴담][2ch괴담]맛있는 물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6962 12/02/20 6962
356 [청구야담]이경류의 혼령이 나타나다(投三橘空中現靈)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6273 12/02/19 6273
355 [번역괴담][2ch괴담]고등학교 마지막 여행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6501 12/02/18 6501
354 [번역괴담][2ch괴담]산신의 연꽃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6001 12/02/17 6001
353 [실화괴담][한국괴담]귀신 들린 집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6490 12/02/15 6490
352 [번역괴담][2ch괴담]한 분 더 타실 수 있습니다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6477 12/02/14 6477
351 [번역괴담][2ch괴담]악수 - VKRKO의 오늘의 괴담 VKRKO 6301 12/02/13 6301
350 [번역괴담][2ch괴담]방문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6054 12/02/12 605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