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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6/14 08:52:36
Name 눈시BBver.2
Subject 북유럽 신화 - 토르와 하르바르드
그 날도 토르는 미드가르드를 둘러본 후 아스가르드로 돌아가려 했다. 헌데 너무 멀리 왔는지 돌아가는 길도 참 멀었다. 산을 여러 개 건너자 얼음 들판이 나왔고, 들판을 건너자 좁은 바다가 보였다. 어느새 해는 졌고 달이 뜨고 있었다.

제 아무리 토르라도 바다를 마음대로 건널 수는 없는 법, 여기저기 둘러보자 바다 건너에 왠 거인 하나가 누워 있고 그 옆에는 배가 묶여 있었다.

"어이! 나 좀 태워줘!"

거인은 귀찮다는 듯이 그를 올려다봤다.

"댁이 뉘라고 날 마음대로 깨우는 거유?"

토르는 당연히 치솟아오르는 화를 억누르고 말 했다.

"배 좀 태워줘. 나 빨리 집에 가야 된다고."
"싫다면?"

아직까지는 화보단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아나 얼마면 돼. 나 돈 많아. 먹을 것도 많아. 뭘 원해? 얼마면 되냐고."

그제야 거인은 머리를 긁으며 일어났다.

"왜, 집에서 누가 기다리기라도 하나?"
"우리 엄마가 아침에 나갈 때도 차 조심... 은 아니고 걱정해 주시고 밤에 돌아가면 어이구 우리 아들 하면서 반기거등여?"

... 캐릭터가 뭔가 안 맞다. 그런데 거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꽤 충격이었다.

"느이 엄마 죽었는데? ㅡㅡ"

얼굴이 사색이 된 토르를 보며 거인은 오히려 웃어댔다.

"아니, 니 엄마 죽은 걸 왜 나한테 따져? 아이구 그래도 집에선 귀한 자식일텐데 마지막에 얼굴도 보지 못 하고 갔으니 얼마나 서럽겠어~"
"아 됐고! 배 내놔! 내가 거기 가면 넌 뒤졌어!"
"와 보시든가~ 나 어디 안 가. 왜 흐룽그니르처럼 죽이려고?"

흐룽그니르는 토르가 이전에 죽였던 거인이었다. -_-; 그래도 자기를 아는가 싶어서 토르는 가슴을 펴며 당당하게 말 했다.

"역시 알고 있군. 무섭지 않나? 그 꼴 안 보려면 얼랑 배나 내놔."

"난 그 동안 여자 꼬시고 다녔는데? 내가 그 동안 꼬신 여자가 몇인진 아냐?"

그 순간 토르는 다른 생각은 다 잊게 되었다.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너 같이 못 생긴 놈이 여자를 꼬셨다고? 어떻게?"

"다~ 방법이 있어요. 넌 못 하지? 내가 지금까지 결혼한 여자만 스무 명이 넘는다 이 놈아."

"... 됐거든? 난 여자가 싫어. 남자 갖고 놀 줄만 아는 것들이 제일 싫다고. 얼마 전에는 거인 여자도 죽였다고."

얘기가 대체 왜 여기로 샌 걸까. 거인은 계속 놀리기만 했다.

"열폭하고 있네. 넌 싸움밖에 모르지? 나는 거인 현자가 가지고 있던 마법의 물푸레나무 가지를 뺏어서 거기 있던 지혜를 넘겨 받았다. 중요한 건 머리야 이 촌놈아."

"이 놈이!!!"

그래봐야 바다를 건널 방법은 없었다. -_-;

"난 지금까지 요툰하임에 있는 거인들을 다 죽였다! 만약에 그들이 미드가르드로 왔으면 인간들은 다 죽었을 걸? 세상이 이렇게 평화로운 건 내 덕분이라고!"

"놀고 있네~ 나는 바로 그 인간들 사이에 싸움을 일으켰다. 서로 미워하게 하고 질투하게 하고, 서로 싸워 죽게 했지.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프게 하고 이웃나라끼리 끊임 없이 전쟁을 하게 만들었어. 넌 그 이유를 아냐?"

당연히 몰랐다.

"이 힘만 센 무식한 놈아! 사람들이 죽어야 오딘에게 가기 때문이야! 마지막 그 날을 위해서 전사들을 하나라도 더 모아야 되는 거 모르냐? 근데 인간을 도우면 인간이 죽지 않을 거고, 인간이 싸우지 않으면 전사가 없어져. 넌 그런 것도 몰랐냐?"

"니 놈이 뭘 안다고 신에 대해서 나불나불 거리는 거냐!"

"쯧쯧... 이러니까 로키한테 맨날 당하지"

"로키 얘기는 또 왜 꺼내!"

"예전에 여장한 것도 로키가 시킨 거 아냐? 그렇게 넌 로키한테 당하고 사는 거야. 니가 로키한테 될 거 같냐?"

"야 이 놈이! 겁쟁이처럼 거기 숨어서 주둥아리만 나불거릴 테냐?"

"겁쟁이인 건 너도 마찬가지구요 ㅡ.ㅡ 거인의 양말에서 자다니 이야 이게 신이 할 짓인가요~"

"... 너 일로 안 와!"

"왜~ 니가 뭐 잘 한 거 있어? 있으면 말해 보시든가요."

이쯤되면 그냥 헤엄쳐 가겠다 ㅡㅡa

"아스가르드에서 술이 없을 때 내가 히미르를 죽이고 술독을 뺏아 왔다! 덕분에 신들은 술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어! 야 쌩까냐!"

"듣고 있어 계속 해 봐."

"난 수많은 거인을 죽였고, 신의 위대함을 알려줬어. 내기를 했을 때도 이겼고. 우트가르드 로키가 나한테 무릎 끓고 빌었다고."

"구라 치면 손모가지 날아가는 거 모르냐? 우트가르드 로키가 마법으로 너 바른 거 다 알거든?"

"이이이!!"

"됐고, 딴 거."

이렇게 또 시간만 흘러갔다. 토르의 말을 조롱으로 받아 치던 거인은 지혜를 시험하겠다며 이상한 질문을 했다.

"너한테 아버지와 아들이 있다. 근데 아주 귀한 보물이 생겼어. 누구한테 줄 거냐?"

"당연히 아들이지."

"... 뭘 잘 못 했는지 모르는군 ㅡㅡ 좋아. 아버지와 아들이 물에 빠졌어. 둘 다 헤엄을 못 쳐. 이 중에 한 명 구하라면 누구 구할 거야?"

"당연히 아들이지. 내리사랑 모르냐."

...

거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헤엄을 치든 하늘을 날든 상관 안 할 테니까 꺼져. 어서 돌아가는 게 좋을걸? 니 마누라 시프가 지금 누굴 만나고 있는지 모르지?"

"그건 또 뭔 개소리야! 당장 배 안 내놔?"

하지만 거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느새 달이 떴고, 거인의 얼굴이 똑똑히 보였다. 그는 한 쪽 눈이 없었다.

"무릎 끓고 빌려주세요 하면 생각해 보지."

토르는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무릎을 끓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내가 바람을 피고 있다면 일단 돌아가는 게 우선이었다. 그걸 본 거인은 다시 비웃으며 말 했다.

"왼쪽으로 쭈욱 가면 미드가르드가 나온다. 거기 가면 느이 어머니 표르긴이 있을 거야. 그 다음에 아스가르드로 가는 거야 알겠지?"

고개를 든 토르가 그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어머니는 돌아가셨다며!"

"그걸 믿었냐?"

......... -_-;

"좋아. 오늘은 봐 준다. 하지만 다음에 만나면 넌 내 손에 죽는다. 각오해라."

"그럴 수 있다면 말이지."

거인은 그런 이상한 말을 남기며 사라졌다. 토르는 그 뒤를 노려보다가 터덜터덜 가르쳐준대로 걸어갈 뿐이었다. 그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 그의 어머니도 무사했고, 아내 시프도 별 일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는 복수를 다짐하며 그의 이름 하르바르드(하얀 수염, 혹은 볼썽사나운 수염쟁이)의 이름을 곱씹었다.

그러다가 한 일주일쯤 지난 후, 그는 복수는 절대 할 수 없을 거라는 걸 깨닫고 말았다.

------------------------------

간만예요 /0/

... -_-a

저 하르바르드의 정체가 누군지는 다들 짐작하셨을 겁니다. 중간에 나온 아버지와 아들 얘기는, 토르가 거인을 죽인 후 황금 갈기를 얻었는데 그걸 자기한테 안 주고 아들 마그니한테 줘서 삐진 거라고 하는군요 ㅡ.ㅡ

그 외에 세상엔 평화보다 전사를 얻기 위한 싸움이 중요하다느니 하는 거랑, 토르가 워낙에 인기를 얻어 가니까 수준 차이를 보여준 것도 있구요. 이거 외에 교훈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전혀 다른 내용도 있지만 이건 생략하겠습니다.

근데 참 쪼잔한 듯 하네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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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웬리
12/06/14 10:22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올리시네요. 재밌게 잘봤습니다.
사티레브
12/06/14 10:43
수정 아이콘
진짜오랜만이네요 흐흐
미카에르
12/06/14 21:07
수정 아이콘
진짜 잘 몰라서 그러는데.. 하르바르드가 오딘인가요??..
12/06/15 01:48
수정 아이콘
으아 이게 얼마만인가요 흑흑
설탕가루인형
12/06/15 10:00
수정 아이콘
심술꾸러기 오딘찡과 쌈밖에 모르는 바보 토르가 삐끗하면 저리 되는군요. 잘 봤습니다~
12/06/15 11:22
수정 아이콘
진짜 오랫만이군요!!
지게로봇
12/06/18 18:13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봤습니다.
"토르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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