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2012/03/29 22:21:05
Name VKRKO
Subject [번역괴담][2ch괴담]수해를 떠도는 사람 - VKRKO의 오늘의 괴담
내가 스무살 무렵 여름에 있던 일이다.

당시 파칭코 가게에서 일하고 있던 나는 새로 기계를 들여오며 가게가 임시 휴업하게 된 틈을 타 직장 동료 K와 해수욕을 하러 가기로 했다.

나는 그 무렵 나가노현에 살고 있었다.



우리는 고속도로를 통해 후지산 옆을 지나 이즈의 바다로 갈 예정이었다.

이윽고 차는 후지산의 옆을 통과한다.

아침 일찍 나왔기 때문에 시간은 많이 지났지만 근처는 아직 어슴푸레하다.



갑자기 K가 입을 열었다.

[저기, 나 화장실 좀 가고 싶은데...]

[그러니까 아까 휴게소에서 다녀오라고 그랬잖아.]



K는 어젯밤부터 술을 엄청 마셔서, 매우 오줌이 마려운 것 같았다.

[큰일 났네... 이 근처에는 화장실도 없는데... 편의점 나올 때까지 못 참겠냐?]

[도저히 안 되겠어! 노상방뇨라도 할테니 차 좀 멈춰줘!]



어쩔 수 없이 나는 차를 세웠다.

주변은 후지산 기슭.

[왜 하필이면 수해 옆이야... 기분 나쁘게...]



나는 K에게 분노를 느끼며 차를 멈추었다.

[금방 올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K는 그 말을 남기고 달려갔다.



그러나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K가 돌아오지 않는다...

[야, 뭐하는거야! 놓고 가버린다!]

주변을 둘러봐도 K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어디까지 간거야, 이 자식은.]

시선을 수풀 안 쪽까지 돌리자 어렴풋이 사람의 그림자가 보인다.

K다.



[야, 거기서 뭐하는거야! 빨리 가자!]

그렇지만 K는 반응이 없다.

그 뿐 아니라 움직이지도 않는다...



[뭐야... 야...]

K는 수해 안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뭔가 있어...]



자동차 헤드라이트 덕에 안 쪽이 조금은 보인다.

나는 K가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았다.

무엇인가 나무와 나무 사이에 회색의 물체가 보였다.







[동물인가?]

하지만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그것은 왼쪽과 오른쪽을 오가며 나무에 숨은채 점점 가까워진다.



[야, 저거 꽤 위험한 거 같아!]

K는 영감이 강한지, 무엇인가를 느낀 듯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가까워질수록 형태가 분명해진다...



[얼굴...?]

그것은 분명히 사람의 얼굴이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흰 얼굴이 둥둥 떠 있던 것이다.

나는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그 때만큼은 정말 영혼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차로 죽어라 달려갔다.



그리고 그대로 그 곳에서 도망쳤다.

잠시 달리자 편의점이 보였기 때문에, 우리는 한숨 돌릴겸 차를 멈추었다.

K는 계속 입을 다물고 있다.



쇼크라도 받은걸까...

그러자 K는 입을 열었다.

[조금 있었으면 죽일 수 있었는데.]



나는 무슨 말이냐고 바로 물었지만 K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음날 K에게 물었지만, 자신이 그런 말을 했다는 기억이 없는 것 같았다.

그 말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그 때 K를 데리러 가지 않았다면 K는 영혼들에게 살해당했을까?

지금도 그 흰 얼굴은 잊을 수가 없다.




Illust by Luin







영어/일본어 및 기타 언어 구사자 중 괴담 번역 도와주실 분, 괴담에 일러스트 그려주실 삽화가분 모십니다.
트위터 @vkrko 구독하시면 매일 괴담이 올라갈 때마다 가장 빨리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 VK's Epitaph( http://vkepitaph.tistory.com )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 http://cafe.naver.com/theepitaph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26 [번역괴담][2ch괴담]신문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4982 12/01/13 4982
325 [번역괴담][2ch괴담]사람이 적은 단지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4992 12/01/11 4992
324 [번역괴담][2ch괴담]속삭이는 목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4893 12/01/10 4893
323 [번역괴담][2ch괴담]모르는게 좋은 것도 있다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5479 12/01/09 5479
322 [청구야담]귀신에게 곤경을 당한 양반(饋飯卓見困鬼魅) - VKRKO의 오늘의 괴담 [6] VKRKO 5445 12/01/08 5445
321 [번역괴담][2ch괴담]옥상의 발소리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5446 12/01/07 5446
320 [번역괴담][2ch괴담]썩은 나무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4966 12/01/06 4966
312 [청구야담]우 임금을 만난 포수(問異形洛江逢圃隱)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4762 12/01/05 4762
311 [번역괴담][2ch괴담]한밤 중의 화장실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5060 12/01/04 5060
310 [번역괴담][2ch괴담]간호사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5221 12/01/03 5221
309 [번역괴담][2ch괴담]제물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5236 12/01/02 5236
308 [청구야담]병자호란을 예언한 이인(覘天星深峽逢異人)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5505 12/01/01 5505
306 [번역괴담][2ch괴담]안개 낀 밤 - VKRKO의 오늘의 괴담 [7] VKRKO 5343 11/12/31 5343
305 [청구야담]원한을 풀어준 사또(雪幽寃夫人識朱旂)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5196 11/12/29 5196
304 [번역괴담][2ch괴담]코토리 - VKRKO의 오늘의 괴담 [9] VKRKO 5491 11/12/28 5491
303 [실화괴담][한국괴담]내 아들은 안된다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6039 11/12/27 6039
302 [번역괴담][2ch괴담]칸히모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4959 11/12/26 4959
301 북유럽 신화 - 티얄피와 로스크바 [4] 눈시BBver.28608 11/12/25 8608
300 [청구야담]바람을 점친 사또(貸營錢義城倅占風)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5982 11/12/20 5982
299 [실화괴담][한국괴담]원피스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6375 11/12/19 6375
298 [청구야담]이여송을 훈계한 노인(老翁騎牛犯提督) - VKRKO의 오늘의 괴담 [7] VKRKO 6599 11/12/14 6599
297 [번역괴담][2ch괴담]친구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6035 11/12/13 6035
296 북유럽 신화 - 토르와 알비스 [7] 눈시BBver.27016 11/12/13 701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