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2012/01/31 19:59:48
Name VKRKO
Subject [번역괴담][2ch괴담]다리 - VKRKO의 오늘의 괴담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상당히 벽지여서 TV 전파가 끊길 때도 있고, 광케이블은 들어오지도 않았다.

버스도 1시간에 1대가 겨우 오는 시골이다.

하지만 바다가 바로 옆에 있어서 나는 매우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62년 전에 할아버지가 지으신 집이다.

그렇게 낡은 집이기 때문일까, 우리 집에는 정체 모를 것들이 종종 나타나곤 한다.

내 방 앞을 왔다 갔다 하는 소복을 입은 여자라던가, 복도 끝에서 스르륵 사라지는 머리카락, 몇 번을 닫아도 잠시 후에는 반쯤 열려 있는 우물, 익사한 것 같은 사람의 뒷모습...



하지만 그런 이상한 것들 중에도 무서운 것과 무섭지 않은 것은 명확히 나눠진다.

익사한 사람의 모습은 몹시 무서웠지만, 방 앞을 지나가는 여자나 머리카락은 그닥 무섭지 않다.

하지만 지금부터 내가 이야기 하려는 것은, 무서운 것을 넘어 기분이 가장 나빴던 체험이다.



그 사건은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일어났다.

고등학교 입시를 앞둔 어느 날 밤, 나는 꽤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다 목욕을 하게 되었다.

아마 새벽 1시 정도였을 것이다.



몸을 씻은 뒤 머리를 감았다.

눈을 감고 별 생각 없이 머리를 감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등 뒤에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마치 누군가가 등 뒤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기분 탓이라고 자신에게 말하면서 계속 머리를 감았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우리 집에 나타나는 것들은 그리 무섭지 않은 것들이 더 많다.



하지만 보고 나서 기분이 좋은 것은 딱히 없기에, 그리 보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나는 머리의 거품을 물로 씻어 내고 조심스럽게 눈을 떠서 거울을 봤다.

그리고 그것이 보였다.







내 1.5m 정도 뒤에 있는 10cm 정도 높이의 선반에 그것이 서 있었다.

검은 소년의 다리가 하나 조용히 멈춰 서 있었다.

거울로 보이는 것은 무릎에서 조금 위쪽까지여서 성별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직감적으로 소년의 다리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 다리는 상처와 진흙 투성이였다.

나는 곧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거울 속을 계속 보고 있었다.



그러자 그 다리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리에 붙은 무수한 상처들이 곪기 시작하더니 구더기 같은 작은 벌레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을 보고 역겨움을 참을 수 없어 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너무나도 끔찍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거울 속의 다리가 썩어서 너덜너덜해져 살점과 피부가 벗겨져 떨어지는 것이었다.

평소 고어 영화를 좋아하던 나였지만, 도저히 그 광경을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계속 토했다.

욕실에 위액의 신 냄새가 풍겼지만, 위 안에 있는 모든 것을 토해내기 전까지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나는 토하는 것이 멈추자마자 다리가 있던 곳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며 방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며칠 동안은 그 다리의 모습이 머릿 속에서 지워지지 않아 고기를 먹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난 뒤 할머니에게 그 일을 말했더니, 할머니는 어두운 표정으로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

[옛날 이 근처는 석회암이 많이 나서 광산이 많았단다. 너희 할아버지도 광산에서 일을 하셨지. 그런데 할아버지 동료 중에 굴착용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해서 죽은 사람이 있었어. 어쩌면 그 다리는 그 사람 다리일지도 모르겠구나...]



그 다리가 왜 내 앞에 나타났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다음 번에 또 보게 된다면 부디 성불하기를 빌어주어야겠다.



Illust by Mamesiba







영어/일본어 및 기타 언어 구사자 중 괴담 번역 도와주실 분, 괴담에 일러스트 그려주실 삽화가분 모십니다.
트위터 @vkrko 구독하시면 매일 괴담이 올라갈 때마다 가장 빨리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 VK's Epitaph(http://vkepitaph.tistory.com)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2/02/02 15:39
수정 아이콘
주인공이 여자인가요? 뒤태가 이뻐~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96 [스타2 협의회 칼럼] [The xian의 쓴소리] 리그는 엔터테인먼트가 아닙니다. The xian5039 11/05/10 5039
195 [스타2 협의회 칼럼] 타산지석(他山之石) The xian4654 11/05/10 4654
194 [스타2 협의회 칼럼] 변화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The xian4301 11/05/10 4301
193 [스타2 협의회 칼럼] 지(智), 덕(德), 체(體) The xian4904 11/05/09 4904
192 [스타2 협의회 칼럼] [The xian의 쓴소리] 우선순위 The xian4711 11/05/09 4711
191 [스타2 협의회 칼럼] [The xian의 쓴소리] You are not prepared. The xian5429 11/05/07 5429
190 [스타2 협의회 칼럼] 모두의 스타크래프트 2 리그를 위하여 필요한 것 (3) '이벤트'보다는 '일상'이 되기 The xian4867 11/05/07 4867
189 GSL 후기 만화 - May. 8강 1, 2일차 [6] 코코슈6237 11/05/06 6237
188 [스타2 협의회 칼럼] 모두의 스타크래프트 2 리그를 위하여 필요한 것 (2) THE GAME The xian4942 11/05/06 4942
187 [스타2 협의회 칼럼] 모두의 스타크래프트 2 리그를 위하여 필요한 것 (1) THE LIVE The xian4864 11/05/06 4864
186 [연재 알림] 스타2 협의회 칼럼을 연재하려 합니다. [1] The xian5222 11/05/05 5222
185 GSL 후기 만화 - May. 16강 1일차 [1] 코코슈6290 11/04/29 6290
183 GSL 후기 만화 - May. 32강 3일차 코코슈5700 11/04/25 5700
182 GSL 후기 만화 - May. 32강 1, 2일차 [2] 코코슈5684 11/04/23 5684
181 GSL 후기 만화 - 월드 챔피언쉽 결승전 [2] 코코슈6874 11/04/12 6874
180 GSL 후기 만화 - 월드 챔피언쉽 16강 ~ 8강 [3] 코코슈7086 11/04/04 7086
179 GSL 후기 만화 - GSTL Mar. 8강 ~ 결승전 [5] 코코슈7902 11/03/25 7902
178 GSL 후기 만화 - Mar. 결승전 [9] 코코슈8576 11/03/22 8576
177 Mr.Waiting - last [4] zeros9508 10/08/13 9508
176 Mr.Waiting - 15 [1] zeros7739 10/08/10 7739
172 Mr.Waiting - 14 [1] zeros6954 10/08/06 6954
171 Mr.Waiting - 13 [2] zeros6121 10/08/03 6121
170 Mr.Waiting - 12 zeros6378 10/07/30 637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