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2012/01/19 21:55:04
Name VKRKO
Subject [번역괴담][2ch괴담]한밤의 드라이브 - VKRKO의 오늘의 괴담
20여년 전, 내가 아직 중학생이던 때의 일입니다.

당시 나의 친척 중에는 T라는 아줌마가 계셨습니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상냥하고 말도 잘 하는 분이셨지만, 신랑이 병으로 죽고 나서 성격이 바뀌어 버려 우울증에 빠졌다고 합니다.



어느 날 밤, 농구 동아리의 연습 때문에 늦게까지 학교에 있었습니다.

아마 저녁 8시 반쯤 되었을까요?

체육관에 T씨가 찾아오셨습니다.



나는 [친척 분이 찾아오셨어요.] 라고 선생님에게 말씀 드렸고, 선생님은 현관으로 가서 T씨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다시 돌아온 선생님은 심각한 얼굴이셨습니다.

[아버님께서 교통사고를 당하신 모양이다.]



[네? 그럴리가...]

[친척분께서 차를 가지고 데리러 오셨다니까 어서 가 보거라.]

T씨와 만난 것은 몇년만이었지만, 기억에 확실히 남아 있었기에 본인인 것은 확실했습니다.



나는 놀라서 T씨의 차에 탔습니다.

차가 출발하고, 밤길을 달리며 나는 T씨에게 여러가지를 물어보았습니다.

[아버지는 지금 어디 계세요?]



[병원에.]

[어디 있는 병원인가요?]

[여기서 조금 더 가면 있어.]



[상태는 어떠신데요?]

[나도 잘 몰라.]

어쩐지 매정한 대답 뿐이었습니다.



운전은 제대로 하고 있었지만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계속 차를 타고 가면서 점점 이상한 점들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차가 계속해서 교외 쪽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병원은 모두 시내에 있는데다, 시 바깥쪽은 산지여서 다른 도시까지는 한참 걸립니다.

내가 질문을 해도 매정하고 짧은 대답 뿐이고, 옛날 이야기를 꺼내려 해도 [그래...] 라는 대답 뿐이었습니다.

내 옆에서 운전하고 있는 이 사람이 정말 T씨인가 의심이 될 정도였습니다.



그 사이, 자동차는 다른 시로의 경계까지 도착했습니다.

어느새 주변에는 가게 하나 보이지 않고 산 속에 민가가 몇 곳 보일 뿐입니다.

나는 위험하다 싶어 아직 문을 열고 있는 슈퍼마켓 앞에서 [동아리에 연락할 게 생각나서 잠깐 전화 좀 할게요.] 라고 말하고 억지로 내렸습니다.







슈퍼마켓 안에서 창문으로 몰래 밖을 내다보니 T씨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천천히 가게로 오고 있었습니다.

몹시 기분 나쁜 예감에, 나는 서둘러서 반대편으로 달려나갔습니다.

다행히 도로에 지나가던 택시를 잡아서 그대로 집까지 갔습니다.



집에 도착한 나는 어머니에게 택시비를 부탁하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버지가 편하게 거실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TV를 보고 계셨습니다.

[왜 그러냐? 숨을 헐떡이고...]



아버지는 느긋한 표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T씨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 아버지의 얼굴은 점점 굳어갔습니다.

T씨는 남편이 죽은 후에는 정신과에 입원을 했고, 그 이후 연락이 끊겼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도 없이 혼자 남겨진 T씨는 정신적으로 많이 지쳤던 것 같다고 아버지는 말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T씨의 집에 전화를 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습니다.

T씨의 친가에 전화를 해서 고모할머니께 사정을 말했습니다.



알고 보니 T씨는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곳에 이틀 전부터 무단 결근하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음날 아버지는 경찰에 신고해 T씨의 행방을 찾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T씨는 지갑을 제외한 귀중품은 모두 집에 놓고, 자동차를 타고 사라진 상황이었습니다.



방에는 수많은 술병과 정신과에서 처방 받은 약들이 쌓여 있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지만, T씨는 아직도 행방불명 상태입니다.

아마 내가 슈퍼마켓의 창문 너머로 본 것이 마지막이겠지요.



너무 오랜 시간 종적을 감췄기에 이미 법적으로도 사망 처리 되었다고 합니다.

만일 그 날 내가 계속 그 차를 타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T씨는 나를 데리고 어디에 가려고 했던 것일까요...



Illust by Mamesiba








영어/일본어 및 기타 언어 구사자 중 괴담 번역 도와주실 분, 괴담에 일러스트 그려주실 삽화가분 모십니다.
트위터 @vkrko 구독하시면 매일 괴담이 올라갈 때마다 가장 빨리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 VK's Epitaph(http://vkepitaph.tistory.com)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MoreThanAir
12/01/19 22:17
수정 아이콘
헉....... 갑자기 빨간 배경에 그림이 나오니까

T씨 몸매가 이~뻐~
띠꺼비
12/01/20 12:53
수정 아이콘
그림에 얼굴 보고 남자인 줄 알았네요 흐흐
12/01/25 09:02
수정 아이콘
현명한 학생이군요. 위험을 감지하고 잘 빠져나왔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49 [번역괴담][2ch괴담]도토리 줍기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5227 12/02/10 5227
348 [번역괴담][2ch괴담]오소레 산의 돌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5602 12/02/09 5602
347 [청구야담]베옷 입은 노인의 영험한 예언(料倭寇麻衣明見) - VKRKO의 오늘의 괴담 VKRKO 5418 12/02/08 5418
346 [번역괴담][2ch괴담]트라우마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5446 12/02/06 5446
345 [번역괴담][2ch괴담]목을 매단 사람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6936 12/02/05 6936
344 [번역괴담][2ch괴담]싱글벙글 아줌마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5584 12/02/04 5584
343 [번역괴담][2ch괴담]바다에서 온 사람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5547 12/02/02 5547
342 [청구야담]왜란을 예견한 류거사(劫倭僧柳居士明識)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5092 12/02/01 5092
341 [번역괴담][2ch괴담]다리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5354 12/01/31 5354
340 [번역괴담][2ch괴담]벽장 속의 아줌마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5686 12/01/30 5686
339 [실화괴담][한국괴담]어느 한여름 날의 기묘한 사건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6223 12/01/29 6223
338 [번역괴담][2ch괴담]화장실의 안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4890 12/01/28 4890
337 [번역괴담][2ch괴담]웃는 소녀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5248 12/01/26 5248
336 [청구야담]가난한 선비와 선전관 유진항(赦窮儒柳統使受報)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5174 12/01/25 5174
335 [청구야담]이유가 귀신을 쫓아내다(逐邪鬼婦人獲生)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5113 12/01/24 5113
334 [번역괴담][2ch괴담]저주의 키홀더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8509 12/01/21 8509
333 [번역괴담][2ch괴담]현실로 나타난 꿈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5772 12/01/20 5772
332 [번역괴담][2ch괴담]한밤의 드라이브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5013 12/01/19 5013
331 [번역괴담][2ch괴담]빨간 구두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4830 12/01/18 4830
330 [청구야담]네 선비의 관상(會琳宮四儒問相)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5167 12/01/17 5167
329 [번역괴담][2ch괴담]맨발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4935 12/01/16 4935
328 [실화괴담][한국괴담]천장에서 나타난 귀신 - VKRKO의 오늘의 괴담 [6] VKRKO 5629 12/01/15 5629
327 [청구야담]별에 기도하던 세 노인(坐草堂三老禳星)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5459 12/01/14 545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