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2012/01/10 22:39:24
Name VKRKO
Subject [번역괴담][2ch괴담]속삭이는 목 - VKRKO의 오늘의 괴담
중학교 무렵, 나는 체육계의 동아리 활동을 했었습니다.

그 날은 다른 현에서 원정 경기가 있어서 부원들과 작은 버스를 타고 원정을 갔었습니다.

시합은 별 문제 없이 끝났고, 정리와 뒤풀이를 하고 돌아가는 길에 올랐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내려와 지방 국도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내가 살던 곳은 산에 둘러싸인데다 어디를 가려고 해도 산을 넘어가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 국도라고는 해도 좌우에 가드 레일을 쳐서 야생 동물의 접근을 막고 가로등 하나 없는 길이었습니다.



이른 아침에 출발했던데다 시합으로 피곤했고, 저녁까지 먹은 탓에 대부분의 부원들은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나 역시 굉장히 졸렸지만, 시합 때 워낙 흥분했던 탓인지 영 잠에 들 수가 없었습니다.

창 밖은 깜깜했고, 반사판이 붙어 있는 가드 레일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옆에 앉은 친구도 자고 있었기에 나는 그저 멍하니 어두운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달렸을까요?

문득 위화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다지 급하지 않은 커브를 돌아가는 와중에, 딱 한 곳 가로등이 보였습니다.

[응? 뭐지, 이 위화감은...]

그렇게 생각한 순간, 긴 머리카락의 무표정한 목이 버스와 같은 속도로 가드 레일 위를 지나갔습니다.





온 몸에 소름이 끼쳐서 시선을 돌리고 싶었지만 도저히 돌릴 수가 없었습니다.

어두운데도 얼굴 표정이나 머리카락의 움직임이 확실하게 보였습니다.

[힉...]



누군가 작게 소리를 내자, 그 목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사라지는 순간, 우리 쪽을 보며 확실히 씩 웃었습니다.

동시에 속삭이는 소리가 귓전에 울려퍼졌습니다.



목이 사라진 뒤에도 나는 여전히 공포에 떨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은 이전과 변함없이 편하게 자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뭐였지...] 라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머리를 톡톡 쳤습니다.



올려다보니 1년 위의 선배였습니다.

선배의 얼굴은 창백했습니다.

아마 나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지금 거 봤니...?]

[네...]

[....못 본 걸로 하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누구에게도 목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한동안은 불안했지만, 천천히 공포도 지워져 5년이 지나 19살이 되었을 즘에는 아예 잊고 있었습니다.



한 통의 전화가 오기 전까지는요.

그것은 그 때 나와 함께 목을 봤던 선배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통보였습니다.

친한 사람이 죽은 것은 처음이었기에 나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장례식장에 가서, 나는 더욱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선배가 교통사고로 죽은 것은, 그 날 목을 봤던 바로 그 장소였던 것입니다.

선배는 그 날 남자친구와 싸우고 파티에 갔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파티 도중 남자친구가 전화를 해서 화해를 하고, 다른 친구가 운전을 해서 데려다 주던 도중 사고를 당했다는 것입니다.

2명 모두 즉사였습니다.

그 날은 선배의 생일이었습니다.



선배는 스무살이 된 축하를 1시간이라도 빨리 남자친구에게 받고 싶어서 그 길로 달려 갔다는 것이었습니다.

주변에서는 [그래도 마지막에 남자친구랑 화해하고 행복한 기분으로 세상을 떠나 다행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공포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습니다.



그 때 그 목은 이렇게 속삭였던 것입니다.

[스무살이 되서 네가 행복할 때에 마중나갈게.]

그 후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는 살아 있습니다.



20살 때 나는 그 말이 무서워서 학교도 휴학하고 21살의 생일이 될 때까지 집 안에 틀어박혀 있었습니다.

지금은 결혼도 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도 낳아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과연 선배는 20살의 그 생일날 마중 나온 목을 보았던 것일까요?



Illust by Mamesiba









영어/일본어 및 기타 언어 구사자 중 괴담 번역 도와주실 분, 괴담에 일러스트 그려주실 삽화가분 모십니다.
트위터 @vkrko 구독하시면 매일 괴담이 올라갈 때마다 가장 빨리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 VK's Epitaph(http://vkepitaph.tistory.com)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2/01/10 23:25
수정 아이콘
갑툭튀하는 그림 무서워요 ㅠㅠ

그나저나 그 선배란사람 강심장이군요.
그런말을 듣고도 그장소에 다시 나가다니 -_-: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26 [번역괴담][2ch괴담]신문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4952 12/01/13 4952
325 [번역괴담][2ch괴담]사람이 적은 단지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4962 12/01/11 4962
324 [번역괴담][2ch괴담]속삭이는 목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4866 12/01/10 4866
323 [번역괴담][2ch괴담]모르는게 좋은 것도 있다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5449 12/01/09 5449
322 [청구야담]귀신에게 곤경을 당한 양반(饋飯卓見困鬼魅) - VKRKO의 오늘의 괴담 [6] VKRKO 5418 12/01/08 5418
321 [번역괴담][2ch괴담]옥상의 발소리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5419 12/01/07 5419
320 [번역괴담][2ch괴담]썩은 나무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4941 12/01/06 4941
312 [청구야담]우 임금을 만난 포수(問異形洛江逢圃隱)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4731 12/01/05 4731
311 [번역괴담][2ch괴담]한밤 중의 화장실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5035 12/01/04 5035
310 [번역괴담][2ch괴담]간호사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5194 12/01/03 5194
309 [번역괴담][2ch괴담]제물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5209 12/01/02 5209
308 [청구야담]병자호란을 예언한 이인(覘天星深峽逢異人)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5476 12/01/01 5476
306 [번역괴담][2ch괴담]안개 낀 밤 - VKRKO의 오늘의 괴담 [7] VKRKO 5319 11/12/31 5319
305 [청구야담]원한을 풀어준 사또(雪幽寃夫人識朱旂)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5171 11/12/29 5171
304 [번역괴담][2ch괴담]코토리 - VKRKO의 오늘의 괴담 [9] VKRKO 5464 11/12/28 5464
303 [실화괴담][한국괴담]내 아들은 안된다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6007 11/12/27 6007
302 [번역괴담][2ch괴담]칸히모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4934 11/12/26 4934
301 북유럽 신화 - 티얄피와 로스크바 [4] 눈시BBver.28577 11/12/25 8577
300 [청구야담]바람을 점친 사또(貸營錢義城倅占風)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5957 11/12/20 5957
299 [실화괴담][한국괴담]원피스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6346 11/12/19 6346
298 [청구야담]이여송을 훈계한 노인(老翁騎牛犯提督) - VKRKO의 오늘의 괴담 [7] VKRKO 6559 11/12/14 6559
297 [번역괴담][2ch괴담]친구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6011 11/12/13 6011
296 북유럽 신화 - 토르와 알비스 [7] 눈시BBver.26983 11/12/13 698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