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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5/28 18:16:20
Name i_terran
Subject [소설] 불멸의 게이머 11화 - 희생의 대가
[소설] 불멸의 게이머 11





11. 희생의 대가



제 43회 헬게이트 스타크래프트 토너먼트.
지옥인 헬게이트 시티에는 선진적인 유흥문화가 발달했고 스타크래프트도 그 중 하나였다.
통칭 HST로 불리우는 헬게이트 스타크래프트 토너먼트 외에도 여러 가지 대회가 존재했지만.
우승자에게 카르마로 입성하여 소원을 빌게해주는 대회는 바로 이것뿐이었다.
그리고 HST는 다른 대회와 다르게 폭넓은 참가자격을 가지고 있었다.
헬스테이션에 거주하는 것. ‘거액’의 참가비를 낼 것. 그것만으로 인간이건 악마건 반인반마건 참가가 가능했다.
그러나 최소한의 자격요건을 체크하는 것은 바로

“컴퓨터 이기기다.”

라고 아마트라가 설명해주었다.
이곳은 헬스테이션 근처의 아마트라 커뮤니티 소속의 사무실이었다.
아마트라의 설명에 따르면
수만 명이 신청서를 내는 HST의 경우 예선전 가능인원인 2048강으로 추리기 위해서
참가자에게 간이 컴퓨터와 1대1 스타크래프트 대결을 시켜서 승리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로 참가자격을 가리는 것이었다.

“어이 없군.”
“네 기준에선 그럴 수도 있지.”

이어서 아마트라는 계약서를 놓고 건호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1차 계약은 네가 예선을 통과하느냐 못하느냐다.
통과하면 본선에 대한 계약서는 새롭게 작성하고 네가 예선 통과에 실패하면
그 순간 우리커뮤니티가 운영하는 인간시장에 나가게 된다.
그곳에서 빚을 갚기 위해서 오랜 시간 노역을 해야하지.
모든 이유는 우리가 ‘거액’의 참가비를 비롯하여 소액이나마 너에게 지원을 했기 때문이다.”

건호는 아나이스가 들고 달아난 그 돈만 아니라면
이런 험한 꼴을 당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더 화가 치밀었다.
건호는 계약서에 사인했다.

“좋아. 지금 헬스테이션 200층으로 가면 접수가 가능하다.
너 말고도 내가 몇 명 관리하는 선수가 있기 때문에 면담은 여기까지 한다.
예선전 컴퓨터는 아무런 스킬도 없지만 단판대결이니... 방심하지 말고 꼭 이기길 바란다.”

정말 사무적인 태도로 아마트라는 건호의 계약서를 스캔하고 나서 건호를 밖으로 안내했다.
건호는 아마트라가 쥐어준 ‘거액’ 1만조단의 참가비를 들고 헬스테이션 200층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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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층엔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질서정연한 통제에 의해서 혼잡하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신청서를 작성하고 참가비를 내고 간이로 세팅된 컴퓨터와 1대1 대결을 했다.
그런데 컴퓨터와 대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이 컴퓨터 사기 아냐?”
“너무 강력해?!”
“이걸 이길 사람이 누가 있다고 그러냐?!”

그런 말을 계속 듣자 건호도 긴장이 되었다.
사실 지옥에 와서 편하고 간단하게 한게임이라도 한 적은 없었다.
쉬워 보이는 상대였지만. 다 특수한 스킬을 가지고 있었고.
그리고... 단판제... 아마트라가 일부러 자신을 노역에 빠뜨리기 위해서 예선전 컴퓨터에 대한 정보를 누락했다면...
컴퓨터의 능력과 스킬을 파악하지 못한 체 패배하게 된다.
지금까지 아마트라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건호도 그런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건호가 보고 있는 도중에 사람들은 컴퓨터에게 모두 패배하고 있었다.

건호도 컴퓨터 앞에 앉아서 간단히 마우스 속도를 체크하고 게임을 준비했다.
사실 건호는 지옥에 와서 제대로된 개인 마우스와 개인 키보드를 가진 적도 없었다.
실전을 치렀지만 기본기 연습은 부족했다. 연습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갑자기 자신감이 없어졌다. 게임이 시작되었고 건호는 생각했다.

‘강력한 패치가 된 컴퓨터인가? 무슨 스킬이 있는 건가?’




아니었다.


건호는 컴퓨터를 쉽게 이기고 그대로 예선전 참가증을 얻었다.
지옥에 있는 대부분의 악마들은 정말 수준 이하의 게임실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건호는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우와 초고수!!! 이걸 이기다니!”
“어떻게 게임을 그렇게 잘할 수 있는 거지?!”
“믿을 수 없어 이건 기적이야!”

여기저기서 건호에 대한 찬사가 터져 나왔다.
건호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러고 보면 자신이 지옥에서 만났던 아나이스 패러독스 아수라 등등은
모두가 이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초고수였는지도 모르겠다.
건호는 웃음을 간신히 참고 참가증을 들고 나왔다.

----

그런데 건호는 예선전 참가증을 들고 나오는 자리에서 문자를 먼저 받았다.
건호에게 연락할 사람은 이곳에서는 아마트라 밖에 없기 때문에 아마트라가 무슨 잔소리를 하려고 또 연락을 했나 싶었지만
아마트라가 아니었다.
건호가 지옥에서 본 스타크래프트 최고수였던 사람이었다. 마르두크였다.

<근처에 있으니 갑자기 나타나도 놀라지 말아라>

그 문자를 확인하는 순간 마르두크가 건호 옆에 서 있음을 깨달았다.

“으헉....!!”

며칠 전 사라질 때만큼이나 비현실적으로 빨리 나타난 마르두크의 모습은 건호에게 충격이었다.
늑대인간인 마르두크는 사라질 때와 나타날 때 항상 이런 식으로 나타나는 것인가
건호에게 의구심이 들게 해주었다.

“마르두크 어디 있었던 거야?”

건호는 신기해서 물었다.
하지만 마르두크는 건호에게 대답대신 계속해서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라면서 마르두크의 문자가 거의 실시간으로 도착했다.
하긴...메모장으로 적는 것보다 마르두크가 문자를 보내는 속도를 보니 문자가 더 빠르고 정확해 보였다.

<너에게 줄 물건이 있다.>

라면서 마르두크는 또 다른 문자를 보냈고 동시에 건호에게 물건 2개를 내놓았다.

“이건?!”

마르두크가 건호에게 내놓은 물건은 며칠 전 아나이스가 들고 사라진 암록색 목걸이와 현금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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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나이스가 훔쳐간 목걸이와 카드를 마르두크가 가지고 있었는가?
그것에 대해서 마크두크에게 사정설명을 듣기 전에 건호는 일단 잔액을 확인했다.
잔액은 대부분 온전했다. 3만조단 정도만 더 빠진 상태였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우선 밥부터 먹으러 가자>

마르두크는 그것에 대해서 즉각 설명하지는 않았고 먼저 식사를 하러 가자고 말했다.
건호도 사실 아마트라에게 보조금을 받긴 했었지만
항상 허기진 상태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제안에 흔쾌히 승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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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와 마르두크는 근처 변두리에 있는 음식점으로 향했다.
정말 싸구려 티가 팍팍나긴 했지만, 지옥에서 싼 가격으로 배를 채울 수 있는 많지 않은 음식점이라고 말했다.
음식점의 이름은 <대용량>이었고 그곳엔 한 가지 음식밖에 팔지 않았다.
거기서 파는 음식은 피자 혹은 커대란 파전과 비슷한 것이었다.
피자L사이즈의 크기에 각종 토핑이 들어간 둥근 그 음식은 이름이 <빅파이>라고 했다.

‘우걱...우걱...’

3000조던밖에 하지 않았다.
확실히 지옥인 헬게이트 시트의 물정에 어두운 건호는 이런 기사회생의 찬스를 알 턱이 없었다.
건호는 너무 기뻐서 마르두크에게 무슨 말을 듣기도 전에 그것을 다 먹어치워 버렸다.

<그 물건은 아나이스에게서 받았다.>

빅파이를 감사히 집어삼키고 배를 두드리고 있을 무렵 마르두크가 설명을 시작했다.

<아나이스는 그냥 돌려주면... 의심을 할테니... 도망가려는 자기에게서 뺏어서 주는 거라고 적당히 거짓말을 하라고 했었다.>

건호는 그 말에 의문이 들었다.
그러면 이것은 아나이스가 그냥 마르두크에게 건네 준 것이란 말인가?

<하지만 나는 뭐 거짓말에 재능도 없고... 아나이스가 시킨대로 너에게 주고 수고료 3만조던을 받았다.>

결국 그 말에 따른다면 아나이스가 건호에게서 횡령한 돈은 1푼도 없는 것이다.
사실 애초에 그런 짓을 하지 말았어야 했지만 건호로서는 쉽사리 믿기 힘든 일이었다.

“그럼 대체 왜 아나이스는 이걸 직접 주지 않고 너한테 전한거지?”

<글세...>

마르두크는 조금 고민하는 얼굴을 보이더니만 설명을 이어갔다.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 나도 아나이스가 내 핸드폰으로 연락해 왔을 때 놀랐으니까.>

마르두크의 장문의 문자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단지 내가 추측하자면, 아나이스는 내기 게임을 하다가 대패해서
지금 좀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다.
그래서 직접 올 수 없어서 그런 것 같다.>

거기서부터는 아나이스답다고 생각했다.
뭔가 위기에 빠질 때 건호에게 뻔뻔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
처음 아수라의 성에 납치된 것도 아나이스의 그런 호출 때문이었고
며칠 전 현금카드와 물건을 털릴 때도 사실은 아나이스가 돈이 없어서 그랬던 것일 것이다.
하지만 건호가 생각하기에 논리의 연결고리가 조금 어긋난 곳이 있었다.

“아나이스가 게임에서 대패하고 있다고...?”
<그래...>

이상했다.
하지만 며칠 전 아나이스를 볼 때만 해도 아나이스는 나름대로 승승장구 하고 있었다.
아나이스는 건호가 알려준 전략을 이용해서 상대 본진을 해처리를 짓고 압박하고 나서
한방에 쓸어버리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아나이스가 무패를 기록하지는 않더라도
그 실력이라면 위기에 몰리기도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닐텐데....
사실 아나이스의 <인비지블> 스킬은 상당히 강력한 능력이었다.
그 스킬만 그대로 온전하다면 문제가 없을텐데...건호의 그런데...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 마지막 경기... 그러고 보니...”

건호는 아나이스가 자신을 다그칠 때의 마지막 경기에서 패배했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그 다음 경기 초반에 돌입하는 모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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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는 잠시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아나이스의 마지막 경기 아나이스는 언제나 하던 데로 해처리 러시를 했다.
하지만 상대는 그런 아나이스의 해처리를 처음부터 공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상대의 알 수 없는 능력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 다음 경기 상대를 바꿔서 게임을 했지만 아나이스는 역시 초반부터 공격받고 있었다. 그리고 아나이스는 말했다.

‘그만 가줄래? 니가 쳐다보니까 게임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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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는 다시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당시엔 아나이스의 여러 가지 발언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던 것이지만,
다시 그 장면을 떠올려보니 분명했다.

“아나이스는 <인비지블> 스킬을 사용 못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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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두크와 건호는 아나이스가 잡혀 있는 게임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마르두크도 의문스러워졌다. 마르두크가 의문스러워하자 이번에는 건호가 설명을 해주었다.

“아나이스는 어찌된 일인지 <인비지블>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어... 아마 그래서 지기 시작한 것 같아.”
<그런가?>
“대체 왜 그런 거지? 스킬이란 건 갑자기 없어지기도 하고 그런 건가?”

마르두크는 조금 생각하더니 약간 장문의 문자를 보내서 설명해주었다.

<반인반마의 스킬은 퓨어데빌의 것보다 상당히 불안정하다.
인간이 악마가 되는 건 적절한 <희생> 때문인데 그 종류에 따라 그 효력이 떨어졌을 수도 있다.>
“희생이라고?”
<그래 인간이었다가 악마가 되는 경우는 영혼을 잡아먹고
진짜 악마가 되거나 아니면 자기의 일부를 <희생>해서 상응하는 악마의 재능을 얻는 것이다.>

건호는 조금 생각했다. 아나이스가 했던 말 중에서 그것과 일맥상통하는 말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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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는 잠시 아나이스의 다른 말을 떠올려 보았다.

“난 인간이었던 때의 기억은 없어.
악마가 되기 위해서 그런 거추장스러운 건 모두 내동댕이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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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는 그 말이 지금 마르두크가 설명하고 있는
<희생>이라는 것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마르두크가 설명하는 악마가 되는 방법인 <희생>은 과거 아마트라가 추천하려던
악마가 되는 방법들 과는 다른 방법임에 분명했다.
그리고 그 과정의 도덕성으로 미루어 보건데 확실히
<희생>을 통한 악마화는 불완전하거나 어떤 한계가 존재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건호는 여기서 마르두크에게 오랫동안 궁금했던 것 한 가지를 물어보게 되었다.

“마르두크 넌 악마의 스킬을 얻기 위해서 뭘 희생한 거지?”

마르두크는 이번엔 조금 쓴 웃음을 짓더니 문자를 이어갔다.

<난 인간의 모습과 목소리를 희생했다.>

과연 그랬다.
이제야 마르두크가 항상 메모나 문자를 통해서 말을 해야하고
그리고 외모는 인간의 외모가 아닌 늑대가 섞여 있는 모습을 가지고 있는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나이스는 정확히 뭘 희생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마르두크와 같이 뭔가 장애를 가지고 있을 것이었다.

잠시 후,
게임장 입구에 다다랐다. 입구에 서자 마르두크는 건호에게 물었다.

<아직 아나이스는 동료라고 생각해서 구하려는 건가?>

건호는 잠깐 생각하더니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아니야. 난 아나이스에게서 사과를 받아 낼 거야.”

두 사람은 게임장으로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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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장으로 들어선 건호와 마르두크는 우선 그 안의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놀라야 했다.
뭔가 큰 일이라도 벌어진 것 같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건호와 마르두크의 예상대로 그 시끌벅적한 분위기의 중심에는 바로 아나이스가 있었다.

“잠깐 컨디션이 나빠졌을 뿐이야. 나중에 게임해.
아나이스는 특유의 악다구니를 통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아나이스를 상대하는 반대쪽 목소리도 전혀 물러섬이 없었다.

“가려면 돈을 내놓고 가야지 아가씨!”
“난 너처럼 끈질긴 남자 싫어하거든!”

너무나 단순히 상황파악이 되는 것. 그만큼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아나이스의 대응방식은 예전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아나이스와 시비가 붙은 것은 3명의 남자였다. 딱 인상을 봐도 쉽게 물러설 것 같지 않은 끈적끈적한 눈매의 사내들이었다.

“돈 대신이라면, 우리 삼형제 앞에서는 팔 하나라도 놓고 가라구.”
“정말 해볼테야?”
“합법적으로나 불법적으로나 넌 살 수 없을 걸.”

자 이쯤에서 분위기가 더더욱 험악해지기 전에 건호가 나서야 할 차례라고 생각했다.
건호는 빠르고 신속하게 끼어들기로 했다.

“말씀 중에 죄송한데 전 아나이스의 대리로 게임을 하러 왔습니다.”

분위기가 험악했던 아나이스와 삼인조는 일제히 건호와 마르두크를 돌아보았다.
삼인조 중에서 가장 덩치가 작은 사내가 말했다.

“대리게임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누구 좋을 대로 대리게임이야? ”

건호는 최대한 친절하게 얘기했다.

“어떻게 하면 할 수 있겠습니까?”
“닥쳐.”

그때 아나이스가 건호를 보고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넌 상관없어 어서 가...”

건호도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

“정말 가?”

아나이스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선언했다.

“이봐 삼형제 여기 늑대인간을 인질로 놓고 갈 테니까. 이 꼬마랑 잠깐 복도에 가서 얘기 좀 하고 올게.”

라면서 아나이스는 건호의 팔을 확 잡아끌었다.
마르두크는 메모지를 꺼내 항의의 글을 적고 있었지만 이미 늦었다.
그리고 졸지에 마르두크는 건호 일행의 인질이 되어 사람들에게 둘러쌓였다.

“뭐야 이녀석... ?”

글로 의사를 표현해야하는 마르두크는 나름대로 이런 애로사항을 가지고 있었다.

----

복도에 나온 건호와 아나이스. 아나이스는 빠른 말로 건호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너 내가 이런다고 좋아할 것 같아?”
“너 좋으라고 이러는 거 아냐.”
“돈 다시 줬잖아. 뭘 더 원해?”
“어서 내가 대리게임을 하도록 설득 해... 우리 둘의 문제는 그 다음이고.”
“너 대체 왜 이러는 거야?”

건호는 한 박자를 쉬고 아나이스의 눈을 노려보며 말했다

“어차피 나 여기로 꼬셔온 거 맞잖아! 내가 모를 것 같아?!
그러니까 시간낭비하지 마.... 그리고 게임이 끝나면 나한테 혼날 각오하고!”

건호가 윽박지르자 아나이스도 그것에 대해서 반박하지는 못했다.
아나이스는 잠깐 고민하는 얼굴이더니 말을 이어갔다.

“그래... 알았어...너한테 혼나진 않을테지만... 아는대로 그 3인의 능력을 알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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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는 게임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옥에서 몇 번 게임을 했지만 이곳에서 사용하는 마우스와 키보드가 가장 질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지옥에서 지금껏 게임을 하면서 아나이스와 관련 없는 게임은 단 한게임도 하지 않았다는 게 너무나 놀랍지만
그것도 지금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동시에 아나이스는 3인조와 거래를 하고 있었다.

“지면 저 꼬마랑 나랑 둘 다 니네들이 처분하고 저 꼬마가 이기면 다 없었던 걸로 해. 어때”

아나이스는 계속해서 3인조와 협상 중이었다.
그 최악의 거래내용을 듣고 놀란 건 건호 보다는 마르두크였다.
마르두크는 바로 문자롤 던졌다.

<너 상당히 무모하다.>

건호는 손을 풀면서 마르두크에게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저 3명 벌 거 아냐.... 나도 이런 변두리에서 이야기 질질 끌 생각 없어.
보는 사람들도 싫증 낼 거구. 1명의 능력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2명은 이기는데 아무 문제없어.”

마르두크는 건호의 말에 확신이 차있었기 때문에 별달리 걱정을 하지 않아야 했지만
마르두크의 생각은 조금 달랐던 것 같다. 마르두크는 다음과 같은 글을 적어서 건호에게 전송했다.

<저 3인중에는 과거 HST 우승자가 1명 있어>

건호는 조금 놀라는 표정이다가. 이내 다시 침착한 얼굴로 마르두크에게 말했다.

“유명한가?...저 중간덩치 .. 말하는 거지?”

마르두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건호는 계속해서 말없이 손을 풀고 있었고
아나이스와 3인조의 협상은 거의 <최악의 조건>으로 마무리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 알았어. 3형제! 지면 신체포기각서에 동의할게. 하면 되잖아. 계약서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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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형제의 이름은 시젠. 시온. 시안이었다.
그중에서 건호가 말한 중간덩치인 맏형 시안은 HST 우승자였다.
무명이었다가 갑자기 나타나 전승으로 제32회 HST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것도 전승으로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다음대회에선 개막전에서 패배. 그리고 16강 풀리그 3패 탈락 후.
바로 은퇴를 해버렸다. 왜 갑자기 우승 후 다음 시즌에 3패를 하고 그냥 은퇴를 해버렸는지 알 수 없지만
그리고 아나이스가 설명하는 시안의 전성기적 별명은 바로 <예언자>였다.

‘예언의 능력이라...’

아무튼 건호는 첫 게임에는 팀의 에이스가 출전하지 않는 법.
시안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막내인 시젠을 상대하게 되었다.
막내인 시젠은 덩치가 가장 컷고 그리고 목소리도 가장 컷다.

“이봐 인간 꼬마... 아무 스킬도 없이 나한테 덤비다니 <무적마린 시젠> 기억해 둬라!”

5...4...3...2...1
게임이 시작되었다. 맵은 로스트템플.
건호는 6시 테란 시젠도 12시 테란 건호는 아나이스가 말해준 시젠의 스킬에 대해서 떠올렸다.

----

아나이스는 말했다.

“막내 시젠은 초반에 나오는 제1의 공격유닛인 1마린이 무적유닛이야 도저히 파괴할 수가 없어.”

건호는 대답했다.

“그런 스킬에도 지는 사람들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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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시젠은 처음부터 무적 마린을 앞세우고 공격해왔다.
물론 처음엔 조금 까다롭긴 했다. 건물과 벙커로 입구를 막아야 하니까.
계속해서 시젠은 무적 1마린을 중심으로 공격했지만
건호는 다른 유닛을 모두 일점사해서 없애버리고 무적마린만 남겨두고 도망치는 식으로 게임했다.  

“이 비겁하고 얍삽하고 재수 없는 꼬마 녀석!!”

건호는 테크가 조금 더 올라가자 시젠의 본진에 게릴라 벌쳐 드랍을 가하기 시작했다.

“치하사게!! 무적마린과는 승부 안 할 거야?”

건호는 상대의 대충 이득을 챙긴 상태에서 시젠의 무적마린을 봉인하기로 마음먹었다.

“무적의 마린이니 그에 맞는 준비가 필요했어.”
“무슨 소리야?”

건호는 메딕 12마리를 모아두었다.
건호는 무적마린 근처의 다른 유닛을 일점사로 없애버리고
메딕 12마리 안에 무적마린 1마리를 가두었다.
건호는 홀드키를 사용했다. 시젠의 입에선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너 이... 이 녀석...”
“자 영웅 마린이니 여자12명 정도는 거느려야지”

메딕 안에 갇힌 무적마린은 계속 총을 난사했지만 메딕은 서로 치료하며 계속 마린을 가두고 있었다.
그것을 탈출할 수는 없었다. 마치 여자들 안에서 비명을 지르는 외로운 남성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건호는 시젠의 본진을 밀면서 생각했다.

  ‘정말 무리의 여자는 무섭구나.’

아무튼 건호는 시젠의 본진을 깔끔하게 청소했다.
sijen left the game

무적마린의 존재는 분명히 이점이지만, 다른 병력이 온전할 때 의미를 가지는 것이며
체력이 무적이라고 해서 공격적이 무한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실력차이를 통해서 그 병력을 무시하거나 그 병력을 고립시킨다면 손쉽게 승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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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두크는 문자를 보냈다.

<가뿐한 승부로군>

건호는 말했다.

“말했지만 이런데서 시간 끌 생각 없어.”

그리고 다음 선수인 둘째 시온이 자리에 앉으며 얘기했다.

“조금 하는군... 하지만 나는 <무한 마인드컨트롤의 시온> 기억해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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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게이머 피지알 연재분 03화에선
건호와 아마트라가 악마가 되는 방법에 대해서
좀 구체적으로 말하는 내용이 있었는데
지루한 내용처럼 보여서 작자가 자체 삭제하였다.
그러나 작자는 이제와서 그 내용이 후에 다시 한번 언급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여기에 올린다.
작성자는 참으로 대책없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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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의 아마트라가 건호에게 악마가 되길 충고하는 부분

"인간으로서는 결코 그런 스킬을 익힐 수가 없다. 악마가 되어야 해"
"악마가 된다고?"
"그래…100명의 인간의 영혼을 먹는다면 너도 악마가 될 수 있어"
"……"
"그래… 쉬운 방법이 있다.
망자의 바다 그 한가운데에 쿠라스트 섬에서는 신생아들의 영혼이 올라오지.
그 영혼을 먹으면 단 하루 만에 악마가 될 수 있어.
쿠라스트 섬까지는 내가 보내줄 수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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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설명

아마트라가 건호에게 추천한 방법은 <희생>을 통한
불완전한 악마인 반인반마가 되는 것이 아닌
완벽한 퓨어데빌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글에는 악마가
마치 인간의 모습처럼 등장하는데
그에 대응되는 존재도 역시 시간이 지나 등장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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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6-03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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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미르나스리
09/06/03 01:45
수정 아이콘
아니었다
크크킄 너무 재미있네요^^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09/06/03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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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마인드 컨트롤...이라 해봐야 무적이 아닌 이상 시즈탱크의 밥이나 되겠죠. 3멀티 먹으면서 한방러쉬면 무적마린 처럼 죽지 않는 이상에야 달리 할것도 없고 동시에 마인드컨트롤이 광범위하게 시전되는 것도 아니니... 쉽게 이기겠네요
불멸의저그
09/06/03 04:14
수정 아이콘
정말 재밋습니다. 요즘 인생이 답답하고, 시대가 우울한데, 불멸의 게이머 읽는 재미로 살고 있습니다.
여자들에게 둘러싸워 외로운 비명을 지르는 남성의 모습이라~~ 컥... 그런 비명.. 꿈에라도 질러 봤으면.....
달려라투신아~
09/06/03 10:24
수정 아이콘
무한마인드컨트롤은 실력차가 난다면 그리 걱정 안해도 되겠군요.. 거기까지 테크 올리는데 시간이 걸릴테니.. 그냥 그전에 끝내면 될듯..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 ^
Epicurean
09/06/03 18:12
수정 아이콘
악마들이 멋대가리가 없어요 ㅠㅠ
꼽사리
09/06/03 18:39
수정 아이콘
정말 재밌네요 ...

입이역시간지럽네요 흐흐
꼽사리
09/06/03 18:42
수정 아이콘
아나이스는 계속해서 3인조와 협상 중이었다.
그 최악의 거래내용을 듣고 놀란 건 건호 보다는 마르두크였다.
마르두크는 바로 문자롤 던졌다.

문자롤 X 문자를 O
09/06/0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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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한주에 한번씩 댓글달기!

잘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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