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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0/11/12 15:03:12
Name 지니팅커벨여행
Subject 나이 마흔,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대하는 자세
1. 선배 소식

5년 전쯤이네요. 동아리 선배가 암으로 입원해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주 친한 선배는 아니었지만 대학 당시 같이 술도 자주 마시고 농구도 많이 하고, 이후 모임 자리에서 만나면 얘기도 하고 그랬던 선배였지요.
마침 집에서 멀지 않은 근처의 병원이라 다른 선배 두명과 함께 문병을 갔습니다.
췌장암이 꽤나 심각한 암인줄은 알고 있었지만 자세히는 몰랐기에 문병 전에 대충 찾아보았는데, 생각보다 더 치명적인 암이라는 게 나와 있어서 놀랐습니다.
워낙 덩치도 있고 건강했던 분이라 설마 했는데 몸이 많이 야위었고, 안색도 예전같지 않았죠.
3기라고 들었었고, 우리들은 이런 상황에서 하는 말이 늘 그렇듯, 훌훌 털고 일어나실 거예요, 라는 위로의 말을 전했습니다. 그게 실제 후배들의 바람이기도 했고요.
대학시절 동아리 선후배들끼리 모여 야구를 한 것이 기억나고, 그 형도 열렬한 두산 팬이었기에 같이 야구를 했었는데, 당시가 기억나서 저는 야구 얘기를 꺼냈습니다.

“형 얼른 나으셔서 동아리 사람들끼리 모여 야구 같이 하셔야죠?”

“응 그래, 그때 기억나네. 꼭 해야지, 그럼..”

그게 마지막이 될 거라는 생각은 당시에도 약간은 있었지만,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랐습니다.
건강했던 사람이니 혹시 모르지 않느냐 하는 기대를 걸고 있었지요.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났음에도, 1년이 넘었음에도 소식이 없기에 정말 기적이 일어나 건강해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1년 몇 개월이 지나서 소식을 들었지요, 역시나 그 때가 마지막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가볍게 웃는 그 선배의 영정사진을 보니 참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2. 친구 이야기

3년 전 휴가차 고향에 내려가 있었는데 친구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OO이 아버지 돌아가셔서 다들 모였는데 내일 발인이라 내려오기 힘들테니 전화 한번 해’
절친은 아니었지만 고등학교 때 두 번이나 같은 반이었고,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명절 때나 모임 있으면 만나서 근황 이야기를 나누곤 했던 친구였죠.
마침 광주에 야구를 보러 갔을 때라 끝나는 대로 내려가서 장례식장에 들른다고 전화했습니다.

다른 친구 결혼식 때 보고 몇 년 만에 보게 된 터라, 슬픔이 담긴 그 친구를 위로하면서도 반가웠지요.
성남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다길래 그 방면으로 출장을 자주 가게 되니 출장 길에 연락해서 만나자는, 뭐 그런 얘기를 나눴고, 몇 달 뒤 마침 혼자 가는 출장이 잡혀 연락을 하고 만날 약속을 잡았습니다.

근데 출장 전날 연락이 와서 회사 사정으로 못 볼 것 같다고 약속을 연기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아, 엄밀히 말하면 몸이 아프기 전 마지막이란 말이지요.

그러고 몇 달 뒤 다른 친구로부터 연락이 와서 저 친구의 근황을 또 알려 주더라고요.
1순위 친구는 아니었지만 그 친구랑 연락을 꾸준히 연락하는 친구와 제가 친해서, 이를테면 제가 그래도 2순위에는 해당되는(?) 친구라 한다리 건너서 소식은 주고 받았지요.

“OO이 췌장암이랜다. 입원 해 있다가 좀 나아졌는데 지금은 통원치료를 받고 있으니 전화라도 한번 해 봐라”

그때 어떻게든 볼 걸 그랬다, 이렇게 될 줄 알았냐, 그래도 통원치료하면 된다고 하대, 건강검진 꾸준히 하고 건강 잘 챙겨라...
통화에서 그 친구가 한 말은 대충 이런 내용이었죠.

말기는 아니었고 3기 정도 되었을 거예요.
또다시 기적을 바라면서 그 친구의 건강을 빌어줬습니다.
역시나 1년이 넘도록 소식이 없어서, 또 이 친구가 건강했던 지라(그게 고등학교 때 기준 생각이었겠지만) 잘 이겨내는 걸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매번 소식을 전해주는 친구 녀석이 얼마 전 전화 와서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얘기하더라고요.

“야.. OO이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마지막일 수 있으니 주말에 가서 얼굴이나 보고 와라”

고향에 남아 있어 서울에는 자주 못 오는 그 친구는 꽤나 침울하게 얘기했고, 주말에 서울에 있는 고교 친구들 몇 명이 모여 문병을 갔습니다.
저번에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선배 모습이 생각나서 각오는 했는데, 생각보다 더욱더 안색이 안 좋았지요.
말 그대로 몰골이 말이 아닌 상태, 살이 뼈에 붙기 직전인, 그리고 목소리는 느릿느릿 말하면서, 진통제의 효과가 왔다갔다 할 때면 아픔을 참으면서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얘기를 꺼내는...

친구의 대학 친구들이 미리 와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우리는 다음 차례를 기다리며 뒤에 서 있었습니다.

몸 안 챙기고 일만 한 이야기, 스트레스 받았던 때의 한탄, 건강검진도 간단히만 했었는데 너네는 꼭 큰 병원 가서 정기검진 받아라, 아프면 동네 돌팔이 병원 가지 말고 꼭 잘한다는 이름 있는 병원으로 가라...

화가 치밀어오르는 듯하면서도 모든 것을 초월한 목소리로 힘겹게 얘기하는 친구.

전에 선배에게 했던 야구 이야기가 생각나서, 또 계속되는 침울한 분위기를 환기도 시킬 겸, 이 친구와 같이 부대꼈던 고 3때를 들먹이며 농담을 건냈죠.

“그때 니가 우리반에서 줄넘기 2단뛰기 제일 잘하지 않았냐. 그다음이 나였고...”

“그래 그랬지. 허.. 참.”

다 나으면 20년 만에 다시 대결해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선배에게 건냈던-건강해지면 야구 시합 하자는- 말이 생각나서 꾹 참고 말았습니다.

허, 참...

‘서울대 병원에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니, 고향에 있는 병원에 가서 친척들, 친구들이나 자주 만나련다.’

그렇게 내려간 게 한 달 전.

그리고 오늘 아침에, 늘 소식을 전해주던 그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새벽 4시에 갔다’


3. 마흔에 이별을 대하는 자세

남의 이야기, 이웃의 소식, 직장 동료나 선후배, 친구의 부모님 부고...
이렇게만 생각했던 사람들의 이별 이야기가 점점 제 주변으로 다가 옵니다.

마흔이 되면 유혹에 초연해지고, 마음의 동요를 잘 잡아야 한다는데, 어째 점점 더 겁쟁이가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아직 슬픔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 어느새 갑자기 또는 천천히 슬픈 소식들이 날아들 것만 같은 느낌.

부모님이 돌아가신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가족들과 이별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들을 더 자주 하게 되고,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일 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견디나 하는 두려움이 가끔 가슴을 치고 갑니다.

암으로 친구를 잃게 되는 시점이 불과 나이 마흔이라니,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겠지요.


피지알 선후배님 여러분들께서도 많은 슬픔과 이별을 마주하셨을텐데, 그리고 또 열심히 살아가시고 계실텐데,
저는 아직도 어떤 식으로 사람들과의 이별에 대처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게 인생인 걸까요?

* 노틸러스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2-01-15 15:04)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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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찌개
20/11/12 15:10
수정 아이콘
인생은 수없는 이별의 연속에서 결국 자기도 이세상과 이별하는것으로 마무리 한다고 하더라구요.
삶이 유한하고 관계가 유한하기에 지금 내 옆의 사람과의 시간이 소중한법이라고
하루하루 감사하게 사랑하면서 사는것만이 답인거 같아요
지니팅커벨여행
20/11/12 15:32
수정 아이콘
세상과 이별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멋지면서도 슬픈 말이네요.
이쥴레이
20/11/12 15:14
수정 아이콘
40대 되면서 갑자스러운 이별을 준비해야될때가 생기더군요.
50대나 60대쯤 그러겠지 했는데.. 세상이 참 험난합니다.
20/11/12 15:14
수정 아이콘
어릴때만 해도 막연했던 죽음이란 개념이 마흔쯤 되니 이제 옆에서 저를 지긋이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자연상태의 인간평균수명이 40이 안된다고 하죠.. 그냥 게임 오버후 끝날때까지만 하는 엑스트라 스테이지 진행중인 느낌이에요
본인포함 사람은 결국 죽는다는 생각이 박혀있어서인지는 몰라도 많은 부고를 받아봤지만 아직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이별은 없었네요.
20/11/12 16:51
수정 아이콘
20세기초 세계 평균수명이 36세였습니다. 한국은 30세 미만이었습니다. 유럽 평균수명은 39세 미만이었습니다. 미국은 45세에서 47세 사이였습니다. 순수한 자연상태에서 사는 인간은 없으니 '자연상태'를 '근대화가 안된 상태'로 바꾸면, 그 상태에서는, 또는 19세기까지는 세계 어느 나라든 30세 미만이었을 것입니다.
20/11/12 15:15
수정 아이콘
누군가의 죽음을 인터넷으로 접하다 보면 가끔 엄마 없는 세상이 상상 속에서 펼쳐지는데 너무 두렵고 무서운데 피할 수 없는 미래라는 것이 슬픕니다
20/11/12 15:17
수정 아이콘
하아....
의견제출통지서
20/11/12 15:18
수정 아이콘
서른중반 이후부터는 앞으로 닥칠 불행을 견디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기쁨보다는 예정되어 있거나 예상보다 더 빠른 불행이 반드시 오게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내가 주위의 큰 불행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

헤어진 여친의 결혼소식처럼 듣고싶지 않지만 반드시 들려오는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요. 그래도 슬픔이 줄어드는것은 아니지만 충격이 약해지는 효과는 있습니다.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게임속에서 수없이 죽어가던 적들과 다를게 뭐가 있나 싶은 생각으로 정신승리 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슬픈건 마친가지지만요.
지니팅커벨여행
20/11/12 15:34
수정 아이콘
하긴 헤어진 여친의 결혼소식을 헤어진지 2년만에 들었는데, 둘 다 대학생 시절이라 당시에도 참 충격이었죠.
감정은 남아있지 않았는데, 왜 이리 빨리? 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요즘 듣는 슬픈 소식들도 마찬가지로 항상 왜 이렇게 빨리.. 라는 생각이 든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네요.
한걸음
20/11/12 16:48
수정 아이콘
현재 서른 중반인데 이때까지 행복해본 적이 별로 없는데 우울해지네요
ArcanumToss
20/11/12 19:05
수정 아이콘
우주에서 생명을 갖고 '나'라는 것을 인식하는 생명체로 태어난 것도 행운인데 오지가 아닌 한국이라는 준수한 국가에서 태어나서 살고 있다는 것도 아주 아주 행운이죠.
주변이 다 그런 사람들 뿐이라서 흔한 것으로 보일 뿐, 전인류적 관점에서도 엄청난 행운이고 전우주적 관점에서도 그렇죠.
물론 우주적 스케일에서 볼 때는 '티끌 of 티끌 of 티끌...'이고 '찰나 of 찰나 of 찰나...'인 걸 생각해 보면 덧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찰나 of 찰나 of 찰나...'에 '티끌 of 티끌 of 티끌...'인 바로 그 '나'는 스스로를 인식하는 우주이기도 한... 뭔가 묘하고도 기묘한 게 인생이고 사람이죠. 흐흐
lightstone
20/11/12 15:22
수정 아이콘
PGR에도 더 이상 이용되지 않는 아이디들이 있겠지요.
지니팅커벨여행
20/11/12 15:35
수정 아이콘
네.. 매우 슬픈 일입니다.
이별은 항상 슬프죠.
ArcanumToss
20/11/12 19:49
수정 아이콘
하지만 죽음이 있기 때문에 시한부의 삶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기도 하죠.
유료도로당
20/11/12 15:30
수정 아이콘
30대에는 주변 친구들의 부모님 상이 본격화되면서 많이 느끼게되고 40대에는 주변 친구들에서도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하는것 같습니다.
죽음이라는게 누구에게나 확정적으로 찾아오는 미래이긴한데 그래도 불쑥 곁에 다가오면 참 적응하기가 힘드네요.
시나브로
20/11/12 15:33
수정 아이콘
젊은 나이분들 얘기라 꽤나 충격입니다..ㅠㅠ
지니팅커벨여행
20/11/12 15:38
수정 아이콘
4년 전 돌아가신 저 선배도 아직 마흔 중반이 되기 전이었네요.
특히나 췌장암이란 게 남녀노소 불문하고 치명적이라...
그래서 축구 영웅 유상철의 회복 소식에도 아직 불안한 마음이 조금 남아 있습니다.
시나브로
20/11/12 15:48
수정 아이콘
안 그래도 저 선배분 연배 생각났었는데 그렇군요. 30대셨을 수도 있겠다 생각도 했었고..

마음 잘 추스르시고 저분들도 생각하시고 마음에 간직하시고 늘 함께하시고.. 저분들 부모님이나 자녀, 형제분들에게 잘해 주시고 인연 계속 이어 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지니팅커벨여행님의 평안과 행복을 바랍니다..
지니팅커벨여행
20/11/12 17:01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그냥 무덤덤하네요.
이따가 장례식장 가 보면 또 달라지겠지요.
Cafe_Seokguram
20/11/12 15:40
수정 아이콘
마흔 전후부터...친구/지인 상,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 상이 확 느는 것 같더군요...

언제나...익숙해지기 어려운 게 죽음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goldfish
20/11/12 15:41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Timeless
20/11/12 15:57
수정 아이콘
저도 이제 40이라 공감이 많이 갑니다ㅠ.ㅠ 충격을 받기는 하지만, 이제 이런 일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기도 하고.
toujours..
20/11/12 16:05
수정 아이콘
췌장암이 많이 걸리는 암은 아닌데, 주변에 두 분이나 걸리셨군요. 아무쪼록 좋은 곳으로 가셨길 기원합니다. 건강이라는게 참 알다가도 모르는 것 같아요, 막연히 관리 잘한다고 계속 건강하고 그런건 또 아닌듯 싶습니다.
우정머
20/11/12 16:48
수정 아이콘
암은 한 번 걸리면 돌이킬수 없어요 완치률이 높은 암이여도 재발하면 끝납니다
20/11/12 16:58
수정 아이콘
이제 결혼식보다 장례식을 가는 빈도수가 높아진거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그럴때마다 슬프고 무겁고...
ArcanumToss
20/11/12 19:06
수정 아이콘
아.... ㅠ.ㅠ
Je ne sais quoi
20/11/12 17:04
수정 아이콘
나이먹으면 어쩔 수 없이 겪는 과정인데 가까울수록 참 힘들죠
천혜향
20/11/12 17:24
수정 아이콘
삶을 구성하는 요소중 하나의 부분일 뿐이죠.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해가 지는거처럼 자연스러운 겁니다.
삶이란 자신이 가지고있는걸 하나하나 내려놓는 연습을 하는 백스테이지라고 생각하고, 자신을 연마하는게 중요하죠.
그런의미에서 남들이 보기에 가치있는것으로 무장한 사람치고 속이 공허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겁니다.
무에서 창조되어 흙으로 돌아간다. 당연한 말이기에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조금 덜 아프진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댓글자제해
20/11/12 17:25
수정 아이콘
(수정됨) 30대 초반에도 한다리만 건너면 암소식이 간간히 있더군요 이런게 나이먹어가는건가봅니다
스스로 건강 잘 챙기고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 챙기며
묵묵히 살아내야겠단 생각이 요즘 듭니다
트루할러데이
20/11/12 17:29
수정 아이콘
죽음이라는 건 참 두려운 일이에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더욱 죽음을 생각 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더 종교에 매달리게 되고 하는 것 같아요.
가장이 되고 나니 죽음도 두렵지만 가족들이 남겨질 걸 생각하니 맘이 참 괴롭더라구요.
다들 건강하시고, 즐거운 하루 보내세영
제리드
20/11/12 17:31
수정 아이콘
인생에는 큰 슬픔이 여러개 있는 것 같아요
20/11/12 17:44
수정 아이콘
언제부턴가 미래를 기대한다기보다는 대비하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하얀마녀
20/11/12 18:15
수정 아이콘
(수정됨) 40 넘어서는 안타까운 소식을 많이 접하게 되죠..... 문득 유명한 이야기가 생각나서 댓글로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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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던은 16세기의 사람입니다. 그는 어느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성공회의 사제로 일하였고 간간이 시를 쓰며 살았습니다. 당시 영국에는 장티푸스와 같은 열병(熱病)이 유행했습니다. 존 던은 열병으로 사랑하는 친구들과 딸을 잃었고, 존 던 자신도 고열에 시달리며 병상에 누워있어야만 했습니다. 마을 교회에서는 죽은 이가 생길 때 마다 죽은 자와 유족들을 위로하는 종을 울리고는 했습니다. 어느 날 병상에 누워있다 교회 종소리가 울리는 것을 들은 존 던은 병수발을 하던 아이에게 지금 울리는 종은 누구를 위해 울리고 있는지를 알아보게 하려다가, 곧 관두고 맙니다. 종은 곧 자신을 위해 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 날 그는 시를 한 편 씁니다.

어느 사람이든지 그 자체로써 온전한 섬은 아니다
모든 인간이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또한 대양의 한 부분이니
만약에 한 줌의 흙덩어리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게 될지면, 유럽땅은 그 만큼 작아질 것이며
만일에 모랫벌이 그렇게 되더라도 마찬가지
그대의 친구들이나 그대 자신의 땅이 그렇게 되어도 마찬가지다
어느 누구의 죽음이라 할지라도 나를 감소시킨다
나 역시 인류 속에 포함되어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알아보기 위해 사람을 보내지는 말지어다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하여 울리고 있는 것이므로
라흐마니
22/01/16 00:43
수정 아이콘
헤밍웨이가 본인 소설 제목으로 사용했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이군요.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는 몰랐네요. 좋은 댓글 읽고 갑니다.
20/11/12 18:20
수정 아이콘
정말 예기치 않은 죽음도 있지요.
친구 중 두 녀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처음 간 녀석과 나중에 간 녀석이 매우 친했는데 둘 다 독신이었지요.

나중에 간 녀석이 대학시절에 썼던 시를 누군가가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자살하기 좋은 날이다'라는 구절로 끝나는 시더군요.
아마도 마음의 아픔을 오랫동안 참고 지냈던 것 같은데 시를 쓴지 무려 25년이 지난
어느 날 결국 제 갈길을 가고야 만 것 같습니다.
ArcanumToss
20/11/12 19:36
수정 아이콘
산들바람이 기분좋게 불어오고
하늘엔 석양이 아름답다.
한 모금 커피향도 은은하다.

그러다 문득,
죽음이 그립다.


저도 이런 글을 쓰곤 하는데... -_-;
테크닉마스터
20/11/12 19:40
수정 아이콘
저도 내년이면 마흔인데;;;
ArcanumToss
20/11/12 19:46
수정 아이콘
마흔이면 반팔십.
마흔다섯이면 반구십.
쉰이면 반백.

사람의 수명을 생각해 보면 인생의 반을 살았다고 봐야죠.
그맘때 만일 '지나간 내 인생의 반이 행복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no'라는 대답이 나온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아봐야] 행복할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비바램
20/11/12 20:05
수정 아이콘
누구나 한번씩 가야할 길을 먼저 갔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합니다. 산 사람이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애도는 추억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내 여행길에 그대가 잠시 동행했음을 선물로 생각하려고 합니다. 종국에는 나를 떠나보내면서 내게 속한 모든이들과 동시에 이별해야 할테니 그때 제 삶이 남겨진 사람들에게 선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초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겠네요.
20/11/13 11:02
수정 아이콘
좋은 생각 감사합니다.
해맑은 전사
20/11/12 22:04
수정 아이콘
점점 겁쟁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snowholic
20/11/13 14:38
수정 아이콘
아직도 단톡방에 사라지지 않는 1을 볼 때면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납니다. ㅠㅠ
지니팅커벨여행
20/11/13 16:44
수정 아이콘
아... 참 슬프시겠어요.
장례식장 갔다왔는데 이 친구가 마지막 선물로 여러 친구들을 불러 모았는지 정말 십수년 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고 왔네요.
니시무라 호노카
22/01/15 19:14
수정 아이콘
추게에 이런 글이 있었군요
나이 먹어가는건 슬픈 일 같아요. 좋은게 하나도 없네요

올해 40언저리에 와서 시원하게 사표냈습니다
벌어둔 돈으로 건강 관리도 좀 하고 못해본 여행도 배우고 싶은 것도 좀 배워보려고요

피지알 여러분들 행쇼합시다.
22/01/20 05:00
수정 아이콘
묘하네요
저도 저보다 어린 주변인들을 연초부터 2명이나 떠나보내서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저는 나이가 아직 30대 중반이지만 사람 사는건 대동소이한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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