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0/07/26 11:34:42
Name 예니치카
Subject [콘솔] 라오어2는 게임을 예술로 여겼기에 실패했을까.

* 라오어2의 스토리에 관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라오어1과 2의 스포일러를 다수 포함합니다.







  라오어1과 라오어2는 모두 어떤 선택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라오어1은, “한 명의 생명을 구할 것인가, 한 명을 죽이고 인류 전체의 생명을 구할 것인가.”
  라오어2는, “복수를 할 것인가, 용서하고 복수의 연쇄를 끊을 것인가.”

  둘 다 매우 어려운 선택이지만 또한 어디서 분명 봤을법한 뻔한 내용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든 이와 비슷한 종류의 물음을 맞닥뜨려 본 적이 있을 것이고, 저마다의 대답과 근거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분명한 건 모든 사람이 똑같은 대답을 갖고 있지는 않으리란 사실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좋은 이야기꾼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모두가 똑같은 대답을 하게 만드는 것? 그런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다만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추상적인 물음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며, 언어와 논리를 넘어선 형태로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며, 이 딜레마가 갖는 어려움을 관객이 ‘감각토록’하는 것, 그리하여 내 생각과 다른 대답에 대해서도 동의하지는 못할지언정 이해할 수는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만일 우리 눈앞에 첫 번째 질문과 조엘의 대답이 문장으로만 달랑 툭 떨어졌다고 생각해보자. “한 생명과 인류 전체를 저울질한 끝에, 그는 수많은 살인을 저지르고 한 생명을 구하는 쪽을 택했다.” 적지 않은 사람이 저마다의 논리를 들어 조엘을 비난할 것이다. 한 명 구하자고 인류 전체를 저버리는 게 말이나 되는가. 심지어 그 과정에서 다른 목숨들을 해하면서까지 한 명 구하는 일은 논리적으로 모순이 아닌가. 그런 이기주의가 어디에 있는가……이 모든 비난은 무턱대로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 다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는 이야기다. 이 비난을 말하는 사람들 역시도, 다 각자의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다. 그리고 라오어1은 그들을 납득시키기 위해, 조엘의 선택에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게 하기 위해 게임 전체 분량을 할애했다.

  라오어1은 ‘가족애’라는, 어찌 보면 논리적으로는 단번에 저 선택을 설명할 수 있는 익숙한 코드를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그 메시지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신중하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조엘이 저 선택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오래 전 친딸의 죽음, 엘리와의 첫만남, 여정에서 마주치는 또 다른 가족들의 모습, 희생, 위기……우리에게 익숙한 플롯, 자칫하면 그 익숙함에 코웃음 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논리를 넘어서 조엘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갖은 공을 들였다. (이 ‘경험’은 플레이 - 단순히 캐릭터를 조종하는 것뿐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포함한 보다 총체적인 차원에서의 시도들을 가리킨다)

  그리하여 게임의 엔딩에 이르러 엘리가 짓는 미묘한 표정은 이 이야기의 백미였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구원’된 당사자인 엘리는 조엘의 선택에 대한 최후의 심판관이라 할 수 있는데. 무지한 채 조엘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건지 아니면 알고도 덮은 건지 알 수 없는 그 모호한 표정은 마지막 순간까지 그 선택의 옳고 그름을 결론짓지 않는다. 그리하여 조엘의 선택에 동의하는 사람에게도 동의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이 이야기는, 그들이 경험한 딜레마는 어느 쪽도 부정당하지 않고 유의미한 것이 된다. 그렇게 유의미한 경험으로 남음으로써,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조엘과 엘리와 함께 이것을 경험했다고 느낀다.

  그리고 이제 라오어2로 넘어간다. 라오어1에서는 조엘이 어려운 선택을 해야 했지만 라오어2에서는 엘리가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복수할 것인가, 용서할 것인가? 이 또한 통속적인 물음이다. 또한 어려운 물음이다. 결코 가볍지는 않지만,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근거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주장을 늘어놓을 수 있는 물음이다. 좋은 이야기꾼이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는다. 이 익숙한 물음을 낯설게 감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리하여 엘리가 내린 대답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그 난이도는 전편보다 높다. 전편에서 플레이어들의 ‘이해’를 도왔던 가족애란 코드의 익숙함이 여기서는 역으로 칼날이 된다. 게다가 조엘이라는 전편 플레이어들과 경험을 공유한 동료의 죽음을 짊어지고서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 너티독의 중대한 판단 착오가 발생한다. 이야기를 애비의 것과 엘리의 것으로 분할한 것.

  물론, 너티독에게도 근거는 있었다. 그들은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애비를 직접 플레이하게 해 애비라는 인물을 이해시킴으로써 엘리의 마지막 선택에 대해서도 설득력을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전편에서는 조엘 한 명을 이해하기 위해 게임 전체를 할애했다는 것이다. 이제 그 조엘을 무참히 죽인 애비를 이해시키기 위해 할애된 분량은 대체 얼마인가. 또 그 애비를 살려 보내는 엘리를 이해시키기 위해 할애된 분량은 또 얼마인가. 이렇게 이야기 전체의 여유가 사라지자 신중한 접근도 사라진다. 메시지는 점점 더 거칠고 단순해지고 당위적으로 되며, 개발자가 추구하는 옳고 그름은 명백해져 플레이어를 강습한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전작의 피날레였던 엘리의 ‘그 표정’까지도 강제로 덧칠되어 그 의미를 상실한다.

  플레이어들은 통속적인 질문을 통속적인 방식(당위)으로 경험하면서 사고의 옳고 그름을 강요당하는 불쾌함까지 겪는다. 이 게임을 넘어, 전작에서 플레이어들이 경험했던 바까지도 개발자에 의해 평가되고 심판당한다. 이 순간 플레이어들은 감각하지도, 경험하지도, 선택하지도 못한다. 그들은 조엘과 엘리라는 동료들의 운명을 인질로 잡힌 채 끝까지 선전 비디오를 보도록 강요당하는, 아니 심지어 자기 손으로 그를 이행하도록 강요당하는 훈육 대상들이다. 닐 드럭만이라는 심사관 앞에서 토끼를 죽여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조조 래빗인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지적하는 일부 구체적인 부분의 ‘개연성’을 크게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 조엘이 낯선 이들 앞에서 자기 정체를 드러낸 것, 그것은 오랜 평온한 생활 속에서 조엘의 경계심이 무뎌졌다고 설명할 수도 있다. 숱한 살인을 저지른 애비와 엘리의 급작스런 변화, 어떤 살인들은 다른 살인을 넘어선 충격을 가져올 수도 있다. 급작스런 애비와 전 애인의 섹스, 원래 사랑은 때때로 충동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런 장면들은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부분적이기도 하다. 이야기를 통해 이 작품의 조엘, 엘리, 애비라는 인물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자동적으로 그 세세한 부분들도 설명된다. 혹은 그렇게 할 게 아니라면, 반대로 그 세세한 부분들을 통해 조엘과 엘리의 변화를, 애비라는 인물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야 한다. 너티독은 그 어느 쪽도 실패했고, 그리하여 라오어2는 이해할 수 없는 인물들과 통속적인 교훈이 파열음을 내며 전작까지 부정하는 참극을 펼쳐냈다.

  내 생각에, 차라리 이것은 철저하게 애비의 이야기여야 했다. 혹은 철저하게 엘리의 이야기여야 했다. 게임 전체를 할애해 애비의 인생 전체를 신중히 조망하면서 애비에게 이입할 수 있도록 하여 플레이어가 복수의 딜레마를 경험토록 하거나, 애비의 이야기를 어설프게 삽입하는 대신 철저하게 엘리에 집중하면서 조엘의 죽음을 후반부로 미루어 엘리가 조엘과의 관계 속에서 복수의 딜레마에 대한 해답에 이르러야 했다. 혹은 다른 방법으로, 플레이어들이 그들과 함께 경험하며, 그 경험을 부정당하지 않으면서도 도덕적 딜레마와 마주하여 그것을 곱씹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의 시대에 산다. 온갖 형태의 다양한 정보를 다양한 경로로 접한다. 그 가운데 게임의 스토리가 구조적 정합성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거나 갖추지 말아야 한다거나 하는 법은 없다. 도덕적 메시지를 포함할 수도 있고 포함하지 않을 수도 있다. 허나 논리정연함과 구조적 정합성, 그것은 본디 백과사전과 논설문의 몫이다. 메시지의 주입과 도덕적 훈계, 그것은 학교와 교회에게 맡겨라. 소설, 영화, 게임, 이야기 - 예술의 힘은 그와 같은 정보들이 이미 익숙해져 우리의 몸과 마음과 생각을 추동할 힘을 잃어갈 때, 새삼 그것들을 낯설게 체감하고 다시 사고하도록 만드는데 있다. 그런데도 예술의 책무를 스스로 부정하고 초조해 오직 뼈대처럼 남은 메시지를 세우는 데만 매달린다면, 그 끝에 이르는 건 예술이 아닌 프로파간다 - 선전물일 뿐이다.

  하룬 파로키Harun Farocki의 작업들이 증명하듯, 나는 그런 면에서 게임은 - 적어도 ‘어떤’ 게임들은 이미 조심스럽게 예술의 에이리어에 진입했다고 생각한다. 혹은 오래 전에 이미 진입했었다고 생각한다. 너티독은 게임을 예술로 여겨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예술이 아닌 프로파간다를 만들었기에 실패한 것이다.


* 노틸러스님에 의해서 게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1-06-24 16:05)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0/07/26 11:48
수정 아이콘
(수정됨) 바로 이거죠. 속이 다 시원합니다. 라오어2가 예술이냐 아니냐 / 게임이 왜 예술을 하냐 같은 예알못 무의미 논점에 치중하거나, 기타 하찮고 지엽적이고 부차적인 문제에 집착하며 자신의 흥분과 비난을 합리화하거나, 성취 실패를 '도덕적으로 나쁜 것'처럼 여기는 등의 글들이 답답했는데 이 글 읽고 체증이 나았습니다.
라파엘 소렐
20/07/26 11:50
수정 아이콘
선후가 바뀐것 같습니다.
예술 하려다 실패해서, 결과적으로 사상의 강요(프로파간다)가 된거죠.

아, 그리고, 언차시리즈나 라오어시리즈를 보고 이번에 확실히 느낀건데,
너티독은 스토리를 잘 만들 능력이 없습니다. (물론, 프로파간다를 할 수 있는 능력도 없고요)
라오어1이 스토리와 게임이 조화가 잘된 것은 전적으로 사고(...)로 봐야할 듯.
Mephisto
20/07/26 11:54
수정 아이콘
사실 라오어1가 명작이 된 이유는 플래이어들이 조엘에 대해 완벽히 몰입을 할 수 있었기때문이라고 봅니다.
진정한 어드벤쳐 장르의 완성이라고도 볼 수 있는 작품이 된거죠.
그런데 라오어2에 가선 그 몰입이 잘못이라고 매도를 해버렸으니.....
예니치카
20/07/26 11:56
수정 아이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게임을 예술로 간주한 것 자체는 실패 원인이 아니며, 그 작업 과정에서 실패가 있었다고 보는 거구요. 그래서 마지막 문장에서 '결과적으로'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라파엘 소렐
20/07/26 12:58
수정 아이콘
'예술'을 하는게 실패의 원인이 아닌 것은 당연합니다.
실패의 원인은 그냥 평범하게 '스토리(내레티브)를 대차게 말아먹었다'이죠.

정리하자면,
1. '스토리를 대차게 말아먹은 결과'로 '게임이 폭망하고',
2. 결과물로 나온것이 게임이 아닌 '프로파간다' 덩어리인 것인데,
3. 여기서 결과물은 스토리를 말아먹게 한 원인도 게임이 폭망하게된 원인도 될 수가 없다.
요런 생각입니다.

본문의 마지막 문장이 [프로파간다를 만들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로 읽혀서요.
프로파간다도 재미있는건(체제선전 영화라던가) 성공하고 그런다구요...
다시마두장
20/07/26 11:53
수정 아이콘
100% 동감합니다. 저도 이런 전개를 2에 엮어넣으려면 그 사이에 애비가 주인공인 라오어 외전이라도 하나 넣었어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TheLasid
20/07/26 11:58
수정 아이콘
훌륭한 분석이네요. 저는 게임을 해 보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른아이철이
20/07/26 12:25
수정 아이콘
전 이런 분석도 과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냥 팬들의 게임을 향한 애정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걸 정신적으로 공격했어요. 너무도 악독한 행위었다고 생각합니다.
20/07/26 12:31
수정 아이콘
(수정됨) 모두를 기다리기 오죽 지겹고 그 때까지 마냥 버텨낸다는 게 다 똑같은 인간 중에 하나의 인간으로서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싶기도 하고, 애잔합니다.
운이 좋았든 어쨌든 일부 앞선 이에게 뒤쳐진 이를 기다려준다는 게, 시시각각 새로 늘어만 가는 수도 막막하기만 하고. 그렇다고 도의상 양심상 스스로 걸어온 길이면서 낼름 없었던 셈칠 수도 없고.
진짜 앞선 건지 어쩌면 책 한권 읽은 이의 착각에 불과한 건지도 스스로 모를 만큼 혼란스러운 와중에 이 얼마나 교조적인가 싶은데, 하고 싶은 말은 나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새삼'요. '통속'은 이미 늘어질 대로 늘어진 테잎이라 까짓꺼 대충 휘감아 돌려도 알아서 머릿속에 재생될 기대쯤으로 치부하면 될 일이니, 에라 모르겠다 난 하고 싶은 말 하기도 바쁘니 일단 내지르련다의 거하게 달아오른 취객의 진심 어린 헛소리를 가만히 옆에서 지켜보는 것 같았어요. 세련되게 말하면 대개는 알아먹을 생각조차 없으면서 일단 알아먹게 쓰라며 못알아먹으니─그게 누구 잘못인지를 떠나─, 에라이 귓구녕 열고 쑤셔넣을테니 내가 느끼는 이 엿같음을 너도 느껴봐라아~!!! 하면서. 우리의 도덕은 유치원 교육만으로도 완성할 수 있지만 세상 어디에도 완성된 도덕 같은 건 들어본 적이 없는 씁쓸반 슬픔반 어둠의 흑염룡 같은 느낌적인 느낌으로다가.
그래서 그냥 그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게임이었습니다. 예술이 뭔진 모르지만, 실패라기보다는 과정을 쫓는 재미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시도를 개인적으로는 높게 평가합니다. 결과야 어쨌든 간에요. 시시각각 일희일비로 모든 것을 부정당하느니 차라리 운만 좋다면 10데스를 박아도 게임은 이길 수도 있는 거니까. 다음엔 어떤 방향으로든 뭐라도 더 잘하겠죠, 뭐. 전가의 보도로다가 사람이 어떻게 완벽하겠어요. 칼도, 옥도, 게임도 결국 다 사람이 만드는 거니까, 그냥 어쩌다가 다 잘되었음 좋겠습니다. 그럴 일도 없고 안될 테지만 그래도.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있었으면 좋겠어요. 부디.
이십사연벙
20/07/26 13:21
수정 아이콘
게임이 지니는 다른 매체와 차별화 된 힘은 보다 긴 플레이타임동안 직접 하는 조작을 통해서 더 높은 몰입감을 제공하는거라고 생각하네요.
그래서 얼핏보면 뻔하거나 소설에서 줄창 우려먹은 스토리라도 또다른 울림과 감동을 주기도 하죠.
남의 영웅담이 아니라 내가 직접 겪은 이야기니까..

이부분에서 가장 성공한 작품이 라오어1이고 가장 실패한작품이 라오어2인듯해요.

아마 다들 엘리랑 동고동락하면서 겨울맵쯤에서는 진심으로 엘리가 걱정됐을거고, 마지막 봄 즈음해서 파이어플라이 학교 앞에 하수도맵 지나갈때쯤 해서 판자 옮겨줄때는 엘리가 진짜로 딸같이 느껴졌겠죠. 그래서 그런 뻔한 좀비물+가족애 스토리랑 진부한 선문답과 불합리한 답변에도 강한 감동을 느꼈던거고요

근데 라오어2는 챕터 배분도 이상하고 캐릭터들의 행동에 이입이 잘 안돼요. 누구한테 몰입해야하는지 왜저런행동을 하는지도 모호하고 전달이 잘 안되죠..
야라-애비를 엘리-조엘 처럼 만들고싶었던것같은데 그것도 실패한거같고.. 둘이서 함께한 시간이 너무 짧죠. 실제로 유대관계가 형성된건 하루나 이틀정도니.. 야라가 끝까지 귀엽게 느껴지진 않았네요
맬과 애비의 삼각관계 치정극도 그렇게 긴 시간을 할애해서 결국은 다 칼에 찔려죽는 엔딩이니..이부분도 왜그렇게 많은 투자를 했는지 이해가 안가고,
그냥 굉장히 스토리가 난잡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몰입을 할수가 없고, 그렇게 되니까 이야기에 힘이 안느껴지더라고요

중간에 박물관탐험챕터 아직도 할줄은 아는거같은데 그냥 이제 하기 싫은거같아요. 뻔한이야기는 많이 만들었다는 반항심리인지..
사춘기회사의 일탈이라면 그냥 빨리 돌아와주길
20/07/26 13:42
수정 아이콘
평소 생각하던 것과 비슷하기도 하고 공감도 되어서 처음으로 라스트 오브 어스2에 관한 글을 남겨봅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의 오프닝, 그 마지막에 타이틀 롤이 나오기전까지의 연출은 픽사의 up 오프닝에 비견될만 합니다
너티독의 게임이긴하지만 신규ip이고 그냥 좀비나오는 게임이겠지 라는 생각으로 대부분의 유저들이 어떤 특별한 기대없이 조엘의 딸로 플레이를 시작하지만
잠시 후에 조엘의 울음과 함께 정신차렸을때 조엘의 상황과 심정에 충분히 몰입된 상태로 다시 보게되는 라스트 오브 어스라는 타이틀은
처음 게임을 살때 받은 단순히 인쇄된 상태의 텍스트가 주는 느낌과는 그 깊이가 다르거든요

장담하지만 라스트 오브 어스를 오프닝이 끝난후부터 처음 플레이하게 하면 명작으로 못느끼거나 엔딩의 여운을 못느끼는 사람이 대부분일 겁니다
그후에 시작하는 조엘의 여정에서 엘리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그렇기때문에 조엘의 선택이 가지는 여러가지 문제들이
단순한 플레이어의 정의가 아닌 조엘이라는 개인의 선택으로 이해되게 만드는 서사가 라스트 오브 어스의 매력이고 이 모든것들은 오프닝의 힘이 가장 크니까요

라스트 오브 어스2를 겪으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레프트 비하인드를 큰 의미없는 엘리의 에피소드로 짧게 만들게 아니라
라스트 오브 어스의 시간대에서 애비의 상황과 스토리를 적어도 본편의 삼분의 일 분량으로는 풀어냈어야한다는 생각이였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라스트 오브 어스2의 오프닝은 시간이 흐른후의 조엘과 엘리를 보여준후에 4년후라는 자막이 나오는게 아니라
라스트 오브 어스 1편의 병원파트와 엔딩즈음의 애비시점에서 시작되어야 했어요 조엘의 시점에서 유저들이 공감했던 그의 선택이
라오어의 세계에서 다른 개인들에게 어떤 폭력이고 상실인지를 애비의 시점과 체험을 통해 그녀의 선택이 조엘의 선택처럼 그 개인의 일이라는걸 받아들일수 있게요
그래야 라스트 오브 어스2의 그 이벤트가 단순한 폭력이고 무례한 연출이 아니라 이 세계에서 각자가 겪는 상실과 선택에 대한 표현이자 연출이 될수 있었겠죠
이 모든걸 포기할거였다면 그냥 엘리의 분노와 복수에 집중했어야했어요 애비를 분노와 복수 용서에 대한 감정적 선택지로만 남겨두고 엘리를 통해 조엘에 대한
분노를 충분히 풀어내고 마지막에서 그 허무함과 성취감, 만족과 덧없음 사이에서 유저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받아들일수 있도록요

라스트 오브 어스2는 그 어떤것도 라스트 오브 어스답지 않았어요 유저들은 얼마든지 애비를 사랑하고 이해할수 있었습니다
그럴수있는 시간을 주고 그녀에 대한 제작진의 애정이 조엘의 반만큼만 있었다면요 대부분의 유저평과는 다르게 그래서 전 개인적으로 라스트 오브 어스2에서
가장 큰 폭력과 무례를 당한 캐릭터는 조엘이 아니라 애비라고 봅니다
그녀의 상실과 슬픔은 어디에서도 이해받지 못하는 기분나쁘고 더러운 여성스럽지도 못한 그 어떤 정체성도 가지지못한 캐릭터일 뿐이거든요

닐 드럭만은 유저들이 어떤 기분과 캐릭터로 그녀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길 바란건지 알수가 없어요
너무 오랜 시간 라스트 오브 어스2를 개발하면서 자신만큼 유저들이 애비에 대해서 잘 알고 공감하고 있는 상태라고 착각이라도 한걸까요?
이 모든 아쉬움과 분노가 단순히 그저 조엘에 대한 애정이나 여성중심의 이야기, 복수와 용서에 대한 의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부 삐뚤어지고 멍청한 유저들의 바보같은 행동이라고 받아들이는 일이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의 가장 큰 비극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르비테즈
20/07/26 14:3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왜 애비를 그렇게 만들었을까요?

왜냐면.... 닐 드럭만도 애비를 전혀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애초부터 알고 있었어요...유저들이 애비를 결고 좋아하고 감정이입하고 사랑하지 않을 거라는걸..... 내로남불의 전형에 불륜에 허접한 PC질에...... 제 정신이면 결고 사랑할 수 없는 캐릭터죠... 닐드럭만도.. 이걸 알고 하지만 일부러 이렇게 만든 것 입니다.

사랑스럽지 않는 케릭터를 만든 이유가 뭘까요? 어떤 이유가 있어서 만들었을 텐데....
단비아빠
21/06/25 18:12
수정 아이콘
닐 드럭만 생각엔 현실세계의 사람들도 애비처럼 뭔가 사랑받기 어려운 문제를 가진 사람이 대다수라고 생각한거 아닐까요?
애비를 사랑스러운, 몰입하기 쉬운 캐릭터로 만들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만들면 작위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보통 사람이 보통 사람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뭐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었겠지요.
그리고 미국과 한국의 차이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애비라는 캐릭이 한국인 입장에선 그야말로 일탈스러울지 몰라도
미국인 입장에선 일탈이 훨씬 약하게 느껴질런지도요...
닐 드럭만 생각엔 애비 정도면 보통사람이다... 뭐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20/07/26 13:51
수정 아이콘
라오어2는 아이러니하게도 라오어1과 연관성이 없었다면 더 높은 평가를 받았을 수도.
물론 그 순간 라오어2가 아니게 되지만...
20/07/26 14:34
수정 아이콘
풍형 소감이 딱 이랬죠. "이럴꺼면 그냥 라오어 타이틀떼고 만들던가...물론 난 그럼 안했겠지만.."
本田 仁美
20/07/26 13:59
수정 아이콘
라오어 스토리가 그렇게 대단 한것도 아니고 라오어2 스토리가 그렇게 큰 반전도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 스토리를 플레이어가 깊게 공감하게 만드는 것은 단순히 스토리를 감상하는 것이 아닌
플레이를 통해 플레이어가 캐릭터의 심정과 상황등을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대단한 인상을 남겨주는 것이죠.

라오어2는 라오어에 비해 수려해진 그래픽, 좋은 조작감등 플레이어가 몰입하기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놓고도
그 단순한 스토리를 공감시키지 못하게 만든 희대의 졸작일 뿐이라고 봅니다.
예술을 하고 싶었으면 좀 더 제대로 하던가 했어야죠.
거짓말쟁이
20/07/26 15:01
수정 아이콘
저열한 자기만족과 병적인 자신감
HealingRain
20/07/26 18:21
수정 아이콘
아니!! 저자병자가 여기서!! 크크크~
아케이드
20/07/26 15:35
수정 아이콘
훌륭한 그래픽과 아트웍 음악, 연출을 베이스로
두 명의 적대적 캐릭터를 교대로 플레이하는 경험은 그것대로 꽤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원작 팬들의 스토리에 대한 분노는 이해하지만, 딱히 실패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상하이드래곤즈
20/07/26 21:53
수정 아이콘
갓겜이라는 평가를 받던 전작으로 얻은 IP 프렌차이즈의 이미지가 바닥이 되었고,
발매와 동시에 중고매물이 쏟아질 정도로 예상대비 저조한 시장 성적,
소수자들마저 게임에 적용된 PC에 거부감을 느낄 정도로 부정적인 평가이고...
유명 스트리머들이 하나같이 부정적인 평가를 남기고 있고....

그냥 순간적으로 생각난 것만 이 정도인데,
이런게 실패한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하신다면... 어 .. 음...
게임에 대해 평가가 엄청 후하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GOTY의 신뢰도를 무너뜨린 점이 가장 큰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케이드
20/07/26 22:08
수정 아이콘
그런 모든 평가(악평)들도 결국 게임 하나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부여를 하는데서 비롯되는 거라고 봅니다
게임 하나에 뭘 그렇게 바라는 게 많은지....
라오어2를 극도로 비판하는 분들도 결국 극찬하는 분들 이상으로 이 게임이 하나의 예술작품이 되어야 한다고 기대하는 걸까요?
개인적으로 게임은 그냥 플레이어가 플레이 해보고 흥미로운 간접체험을 경험해 볼수 있으면 그 자체로 의미있는 게임인 것이고,
그 체험은 개개인마다 다른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쓰레기 같은 체험이 누군가에게는 흥미로운 체험일 수도 있다는 것을 서로 인정해 줬으면 좋겠네요
그런 면에서 볼때 하나의 작품을 서로 다른 사람들이 이건 예술이다 아니 쓰레기다라고 싸우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보구요
상하이드래곤즈
20/07/26 23:29
수정 아이콘
지나치게 많은 의미부여라는 말은 대체 왜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그냥 스토리로 성공한 게임의 후속편 스토리가 망이라서 판매량이 떡락했고,
게임을 플레이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스토리 때문에 더러운 경험이었다고 할 뿐입니다.
여기에 무슨 많은 의미가 부여된 건가요?
그냥 스토리로 흥한 전작의 후속 이야기를 기대한 사람들에게 똥을 줘서 평가가 망한 것 뿐입니다.
이 글의 본문에 잘 설명되어있으니 제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보구요.

아케이드님처럼 스토리 신경안쓰고 그래픽과 타격감등만 보는 사람들은 괜찮은 게임이었을 수도 있죠.
수많은 게임에서 사용되었고, 전편에서도 계속 활용된 캐릭터 교체마저도 단지 그 대상이 적대적 캐릭터와 교차로 한다는
이유만으로 흥미로울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긴 합니다.
물론 이러한 교차 플레이도 기존 작품에서 사용되었던 것이기 때문에 많은 의미를 부여해서 장점으로 부각시킬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저는 이런걸로 싸울꺼리도 안된다고 생각하구요. 그냥 실패한게 팩트니깐?
우리는 하나의 빛
20/07/26 16:48
수정 아이콘
끝내주는 걸 내놓고 마스터베이션을 할 생각이었다가 잘 안되서 프로파간다로 써먹으려고 전용한 느낌..이네요.
게임을 직접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제작사에서 플레이어가 게임 캐릭터에 감정이입하는 것을 부정했으니,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그저 관람만 한 사람이라도 씹을 권리는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잘근잘근
음란파괴왕
20/07/27 02:02
수정 아이콘
그냥 뭐 하다보면 x신같이 만들기도 하고 그런거죠. 자기는 이게 개쩌는 작품이라고 진심으로 믿었을 겁니다. 까놓고 보니 전작의 위엄에 짓눌리다 못해 터져버린 PC범벅 싸구려 프로파간다가 된 것 뿐이지만.
바보왕
20/07/27 06:36
수정 아이콘
너무 일찍 나온 명문
20/07/27 09:17
수정 아이콘
사실 이야기가 포화상태일 정도로 숨막히게 쏟아져나오는 요즘 시대에는, '참신한 주제'라는건 간혹가다가 천재들에게서만 등장하는 무언가가 되었죠.
대부분은, '어디서 본듯한 주제'를, '얼마나 잘 풀어내느냐'가 핵심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창작자가 표현하려는 '주제'가, 다른이들에게는 '얼마나 식상한 주제'인지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것 같아요.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창작자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많은 작품과 주제들을 소비하기 마련이니까요. 참신한 주제, 참신한 이야기라는 착각은 집어던지고 얼마나 잘 표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07/27 11:39
수정 아이콘
그걸 잘한게 라오어1편이었는데말이죠ㅠㅠ
20/07/27 10:32
수정 아이콘
복수의 연쇄를 끊고 어쩌고는 영화... 혹은 무협지나 일본 만화만 봐도 이미 나온지 오래되고 우리고 우리다 못해 이젠 사골급 소재 아닌가 싶은데요.
제작자는 이걸 이렇게 새로운 주제를 왜 대중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냐~ 라고 생각하는건가요?
그냥 사골급 소재를 재미없고 공감이 되지 않게 우려냈으니 사람들이 싫어하는거라고 보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536 이제 인간은 바둑 AI를 절대로 이길 수 없는가? [87] 물맛이좋아요1573 22/07/05 1573
3535 실시간 감동실화)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쓰다. [102] 스토리북1059 22/07/04 1059
3534 상반기에 찍은 사진들 [20] 及時雨1923 22/07/03 1923
3533 (육아) 여러가지 불치병들...ㅜㅜ [103] 포졸작곡가2455 22/06/29 2455
3532 누리호 성공 이후... 항우연 연구직의 푸념 [155] 유정1645 22/06/28 1645
3531 [웹소설] 지난 3년간 읽은 모든 웹소설 리뷰 [77] 잠잘까1550 22/06/28 1550
3530 마지막을 함께한다는 것 - 을지면옥 [49] 밤듸1387 22/06/26 1387
3529 게임사이트에서 출산률을 높이기 위한 글 [36] 미네랄은행2546 22/06/22 2546
3528 (pic) 기억에 남는 영어가사 TOP 25 선정해봤습니다 [51] 요하네986 22/06/22 986
3527 (멘탈 관련) 짧은 주식 경험에서 우려내서 쓰는 글 [50] 김유라1212 22/06/20 1212
3526 [PC] 갓겜이라며? 최근 해본 스팀 게임들 플레이 후기 [94] 손금불산입1375 22/06/16 1375
3525 [기타] 한일 1세대 프로게이머의 마인드 [33] 인간흑인대머리남캐1473 22/06/15 1473
3524 글 쓰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31] 구텐베르크1211 22/06/14 1211
3523 [테크 히스토리] 생각보다 더 대단한 윌리스 캐리어 / 에어컨의 역사 [29] Fig.11073 22/06/13 1073
3522 개인적 경험, 그리고 개개인의 세계관 [66] 烏鳳1011 22/06/07 1011
3521 오늘은 날씨가 참 좋았어요 [12] 及時雨855 22/06/06 855
3520 몇 년 전 오늘 [18] 제3지대792 22/06/05 792
3519 [15] 아이의 어린시절은 부모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24] Restar2262 22/05/31 2262
3518 [15] 작은 항구도시에 살던 나의 어린시절 [7] noname111229 22/05/30 1229
3517 이중언어 아이와의 대화에서 느끼는 한국어의 미묘함 [83] 몽키.D.루피1905 22/05/28 1905
3516 [테크 히스토리] 한때 메시와 호날두가 뛰놀던 K-MP3 시장 / MP3의 역사 [49] Fig.11165 22/05/25 1165
3515 [15] 할머니와 분홍소세지 김밥 [8] Honestly1217 22/05/25 1217
3514 [15] 빈 낚싯바늘에도 의미가 있다면 [16] Vivims1577 22/05/24 157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