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3/12/17 14:52:51
Name 연필깎이
Subject 피지알하면 모다?
때는 바야흐로 지금으로부터 1시간 전이었어요.

저와 시덥잖은 제 친구 두명은 배터지게 식사를 하고,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면서 도서관으로 복귀중이었죠.
시덥잖은 얘기하면 뭘까요.
제 시덥잖은 친구 두명은 유난히 똥얘기를 사랑했어요.

오늘의 주제는 똥을 사서 싸면 어떨까, 라는 그야말로 시덥잖은 주제였지요.

"쾌변은 오천원, 변은 삼천원, 설사는 이천원입니다."
"아 어제 쾌변 두번했더니 만원이나 써서 돈이 없어요... 지금 급한데..."
"그렇다면 3일된 숙변은 염가 50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아... 찢어지겠네... 그거라도 주세요...."

돈이 없어 맨날 숙변만 보면 얼마나 비참할까,
이것이 빈부격차로 이어져서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복지로 국가는 쾌변을 보장하라.'라는 논쟁이 일지 않을까,

라는 아주 생산적인 대화를 하면서 도서관에 당도했지요.

똥얘기는 배변욕을 불러요. 오늘도 어김없었지요.
저는 친구들에게 급히 작별을 고하고 화장실로 향했어요.
평소 '넌 똥을 만들어 싸냐'며, 면박을 주던 친구들의 얼굴은 오늘도 '쯧쯧'이라는 뉘앙스를 담고 있었어요.

마침 화장실 끝 칸에 유일하게 비데가 설치된 변기가 비어있었어요.
'똥얘기를 하니 행운마저 따르는구나.'하며 그 발걸음도 가볍게 비데 위에 엉덩이를 안착시켰죠.

하지만 그 화장실 칸이 어떤 아비규환이 될지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어요.

마침 오늘은 5000원짜리 쾌변이 오는 날이었어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어떤 망설임도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마치 예술과도 같은 작품이었지요.

'너라면 이만원이라도 지불하겠어.' 쾌변은 정말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요.
그렇지 않나요, 피지알 여러분들? 모두들 동의하리란 걸 이미 전 알고 있어요.

너무나 빨리 돌아온 저를 보고 놀랄 친구들에게, 쾌변한 자의 샤방한 미소를 쏴줄 생각으로 흐뭇해하며
내사랑 너의사랑 비데를 작동하려던 찰나였어요.

"꾸뤼..꾸뤼뤽...꾸룩"

순간 놀랐지만, 다행히도 제 배에서 난 소리는 아니었어요. 전 쾌변했거든요.
그것은 옆 칸에서 발생한 소리였어요. 이게 무슨 소리일까, 라는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어요.

그래요. 그것은 진도 7.0리히터의 진원지..... 역류.... 바로 그것이었어요.

소리의 정체를 알아채자마자 그것들은 제 자리를 침범하기 시작했어요.
마치 부드럽게 깔리는 황색 융단처럼, 제가 발 디딜 곳을 점령해가고 있었지요.
진격속도가 굉장한, 잘 정비된 정예 기마군단을 보는 듯 했어요.
급히 발을 들어올렸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제 신발마저 침략당할 위기였지요.

아아... 아비규환이었어요. 저는 속으로 울부짖을 수 밖에 없었어요. '아... 수박'
마치 분열하는 세포들처럼 확장하는 비단융단을 보며 전 잠시 정신을 놓쳤어요.
여긴 어디, 나는 누구.

2차 러쉬는 화생방이었어요. 시각에 이어 후각마저 유린당하고 말았어요.
덕분에 정신을 차린 저는 빠르게 도주할 필요가 있었어요.
급히 화장지 뭉터기로 포인트를 만들고, 단 한번의 도약으로 저는 탈출할 수 있었어요.

그러나 환희에 찬 저를 맞이한 건 군중의 의심스러운 눈초리였어요.
'너냐'
순간 당황한 저는 저도 모르게 옆칸을 눈으로 지목했어요.
비겁한 저를 용서하세요, 옆칸의 이름모를 쾌남씨.

5분여가 지나도록 옆칸은 조용했어요. 그 분은 나오지 못하고 계셨죠.
아아, 그 심정. 이해할 수 있어요. 저라도 못나왔을거 같아요.
아마 머리속에 온갖 삼라만상이 돌아다니고 있을 거에요.
무신론자인 저도 저런 상황에 처했다면 부처님이라도 믿고 싶어지지 않았을까요.

시험을 앞둔 전 상황의 종결을 관람하지 못하고 화장실을 빠져나와야 했어요.
아쉬웠어요. 쾌남씨의 자태를 보고 싶었건만.

도서관으로 돌아오면서 시덥잖은 똥얘기 따위를 하는게 아니었어요. 저주받은 거 같아요.
그 황색 비단융단은 도저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네요.

이름모를 쾌(변)남 씨에게 심심한 애도를 전하며, 이 글을 바칩니다.
여러분, 오늘도 쾌변하세요.

5000원이에요.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4-01-17 13:08)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jjohny=쿠마
13/12/17 14:54
수정 아이콘
아... 닥치고 추천합니다.
덱스터모건
13/12/17 14:56
수정 아이콘
매일 2만원짜리를 만나는 저는 한달에 60을 세이브중인건가요? 크크
연필깎이
13/12/17 15:05
수정 아이콘
좋은 재테크십니다.
치탄다 에루
13/12/17 14:57
수정 아이콘
추천합니다..
일해라..
13/12/17 14:57
수정 아이콘
그것에 관련된 글은 추천하라고 배웠습니다.
一切唯心造
13/12/17 14:57
수정 아이콘
옆칸의 남자분에게 애도를...
에위니아
13/12/17 14:58
수정 아이콘
글에서 냄새나요..
연필깎이
13/12/17 15:06
수정 아이콘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군요.
13/12/17 14:58
수정 아이콘
그냥 추천합니다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3/12/17 15:00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초반 잡담 내용은 이말년 만화 소재로 써도 될듯!
그아탱
13/12/17 15:01
수정 아이콘
어우.... 24시간만에 밥을 먹으려 하는 불쌍한 저에게 이런 모다를 주시다니....
그래도 모다는 추천입니다. 크크크크
내려올
13/12/17 15:03
수정 아이콘
세상에..... 크크크크
대니얼
13/12/17 15:05
수정 아이콘
추천이요 크크크
스테비아
13/12/17 15:12
수정 아이콘
똥셉션 이후 최고네요 크크크크
안알랴줌
13/12/17 15:13
수정 아이콘
아.. 여긴 똥얘기를 너무 좋아해 ㅠㅠ
터치터치
13/12/17 15:14
수정 아이콘
피지알답게 지적해야죠... 옆칸 남자 이야기는 누구이야기다????
13/12/17 15:19
수정 아이콘
'너라면 이만원이라도 지불하겠어' 오늘의 빵터짐 문장입니다요..
13/12/17 15:19
수정 아이콘
글 내용 보고 일단 닉네임 확인후 빠져 들었네요.
SuiteMan
13/12/17 15:23
수정 아이콘
작성자분 닉네임을 먼저 확인했네요;;;
하스스톤
13/12/17 15:24
수정 아이콘
읽다가 글 올려서 닉네임 확인하고 다시 읽었습니다.
라이징 스타가 되실 것 같아요
연필깎이
13/12/17 21:58
수정 아이콘
과찬이십니다.
목화씨내놔
13/12/17 15:30
수정 아이콘
첫 두줄 읽고 추천 먼저 누르고 정독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지금으로부터 1시간 전이었어요.
저와 시덥잖은 제 친구 두명은 배터지게 식사를 하고,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면서 도서관으로 복귀중이었죠.]


전형적인 똥 이야기의 프롤로그입니다. 이건 백프로죠.
유라유라
13/12/17 15:32
수정 아이콘
미간이 찌푸려지는 좋은 글입니다.
13/12/17 15:34
수정 아이콘
냄새만 맡고 읽지도 않은채 추천을 눌렀습니다
하늘빛
13/12/17 15:36
수정 아이콘
딱 제목 접하자마자 냄새를 느끼고 스크롤을 내려 추천 꽝~~! 여긴 똥얘기를 너무 좋아해(2)
CreativE
13/12/17 15:36
수정 아이콘
정말 똥같은 글이네요. 추천드립니다.
지나가다...
13/12/17 15:37
수정 아이콘
아.. 쾌변하고 싶습니다. 요즘 변 상태가 너무 안 좋아요..ㅠㅠ
13/12/17 17:12
수정 아이콘
5000원입니다
연필깎이
13/12/17 21:57
수정 아이콘
품격있는 이만원짜리 상품을 구매하시면 그 만족도는 제가 보장합니다.
아라리
13/12/17 15:39
수정 아이콘
추천이요.
냄새나는 글 감사합니다.
blue moon
13/12/17 15:43
수정 아이콘
역시 pgr은 똥 얘기가 흥하죠...저도 추천!
이승훈
13/12/17 15:47
수정 아이콘
쾌변하게 해주세요. 추천 드립니다.
콩먹는군락
13/12/17 15:51
수정 아이콘
역시 콩사이트 답게 설사는 2천원이군요!
13/12/17 15:58
수정 아이콘
[12등급 사이똥닉 포풍이 감지되었습니다!]
13/12/17 15:59
수정 아이콘
닥추!!!!!
13/12/17 16:05
수정 아이콘
살포시 추천 드렸습니다 크크크크
Katarina
13/12/17 16:17
수정 아이콘
추천드렸습니다.
13/12/17 16:23
수정 아이콘
구수하네요 크크크크
중용의맛
13/12/17 16:28
수정 아이콘
이글이 갈곳은 정해져 있습니다...
도쿄타워
13/12/17 16:53
수정 아이콘
아 진짜 이래야 피지알이죠 크크크크크킄
13/12/17 17:13
수정 아이콘
댓글보다 추천이 더많은... 크크크
13/12/17 17:13
수정 아이콘
방금 1만원짜리를 해결하고 와서인지 더욱 냄새나네요. 크크크
13/12/17 17:47
수정 아이콘
비슷한 주제로 제가 쓴 글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글만 읽어도 냄새가 모니터 앞까지 풍겨오는 듯하네요.
스타트
13/12/17 18:09
수정 아이콘
글은 4D죠
설탕가루인형형
13/12/17 18:10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쾌변남은 어떻게 되었을까요....OTL
연필깎이
13/12/17 22:00
수정 아이콘
전공서의 숫자랑 기호좀 그만 들여다보고 싶어서 잠시나마 도피하려고 쓴 글인데,
많이들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밤도 과소비하세요, 여러분.
생기발랄
13/12/17 22:24
수정 아이콘
이런 냄새나는 글을 이제야 보다니요. 닥치고 [추천]합니다.
13/12/17 22:55
수정 아이콘
추천을 안누를 수가 없다...
지니-_-V
13/12/17 23:53
수정 아이콘
어후. 딱 피지알 스러운 글이네요.
YORDLE ONE
13/12/18 00:24
수정 아이콘
아 너무웃겨요 크크크
14/01/17 23:32
수정 아이콘
과소비를 권장하는 글이라니!! 크크크
무감어수
14/01/18 04:02
수정 아이콘
귀가 후 신발은 어찌 조치하셨는지가 슬쩍 궁금하지만,,,
Timeless
14/01/20 11:30
수정 아이콘
이것은 추천할 수 밖에 없군요!
믹스커피
14/01/24 14:29
수정 아이콘
피쟐스럽게 싸셨군요! 추천입니다. 크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421 실천해보니 좋았던 직장내 소소한 습관들 [42] visco2555 22/01/16 2555
3420 [성경이야기]야곱의 거짓말 [21] BK_Zju5386 20/12/10 5386
3419 난 뭘 벌어먹고 살 것인가 [77] 깃털달린뱀4979 22/01/15 4979
3418 [기타] 나는 어떻게 무공을 만들었는가 (1) - 디아블로2 레저렉션 [54] 험블1959 22/01/13 1959
3417 내가 겪었던 좋은 사람들 [25] 착한아이1970 22/01/13 1970
3416 연대는 사라지고 억울함만 남았다. 우리에게 무엇이 남을까? [185] 노익장2334 22/01/12 2334
3415 2021 플래너 모아보기 [26] 메모네이드1647 22/01/12 1647
3414 [NBA] 클레이 탐슨의 가슴엔 '불꽃'이 있다 [19] 라울리스타2256 22/01/10 2256
3413 [팝송] 제가 생각하는 2021 최고의 앨범 Best 15 [16] 김치찌개1957 22/01/09 1957
3412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홈술 해먹는것도 나름 재밌네요.jpg [25] insane1876 22/01/08 1876
3411 우량주식 장투가 말도 안 되게 어려운 이유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이유) [84] 사업드래군2586 22/01/04 2586
3410 결혼 10년차를 앞두고 써보는 소소한 결혼 팁들 [62] Hammuzzi6945 22/01/02 6945
3409 대한민국 방산 무기 수출 현황 [48] 가라한6285 22/01/02 6285
3408 나도 신년 분위기 좀 느끼고싶다아아아! [10] 깃털달린뱀2890 22/01/02 2890
3407 중년 아저씨의 베이킹 도전기 (2021년 결산) (스압주의) [34] 쉬군6657 21/12/31 6657
3406 게임 좋아하는 아이와 공부 (feat 자랑글) [35] 담담3871 21/12/30 3871
3405 허수는 존재하는가? [91] cheme5756 21/12/27 5756
3404 고양이 자랑글 (사진 대용량) [31] 건방진고양이2676 21/12/30 2676
3403 마법소녀물의 역사 (1) 70년대의 마법소녀 [8] 라쇼3253 21/12/26 3253
3402 경제복잡도지수, 그리고 국가경쟁력 [27] cheme4332 21/12/21 4332
3401 등산 그리고 일출 이야기(사진 많음 주의) [36] yeomyung1392 21/12/21 1392
3400 [역사] 삼성 반도체는 오락실이 있어 가능했다?! / 오락실의 역사 [13] Fig.13065 21/12/21 3065
3399 [NBA] 현대 농구의 역사적인 오늘 [27] 라울리스타4058 21/12/15 405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