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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7/17 23:30:47
Name aSlLeR
Link #1 내머리속
Link #2 http://blog.naver.com/asller/221053645119
Subject [연예] 이그니토 노래 8곡


얼마나 많은 시간을 그토록 원망했던가. 막다른 벼랑에서 경험한 절망
눕고 지친 날 비추던 가녀린 빛이 어느새 싹터나간 조소어린 미소를 짓지





기나긴 혼돈의 시간 속에서 체득한
부정과 비관에 거듭 길들어져버린 습관
포화돼 터질듯한 극한의 공포는 순간
모두 증발하고 찢겨진 자국만이 남는다





예상하지 못했지 패배자들의 반격
과격한 역사적 사명을 위한 단결
보여주지 영화 속의 한 장면
어디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 과연





힙합은 오래전 죽어버린 이름
70년대에 태어나 2000년대의 시작까지
짧았던 영욕의 삶을 살다간 지금
이제는 아주 소수가 그 영광을 기억하지





서로의 진중한 교감은 설 곳 잃고
가벼운 선동만이 MC 자질의 척도 일뿐
얄팍하고 단순한 일종의 집단최면
무대가 끝나갈 때 비로소 맞이한 체념 





옮기는 걸음이 진보를 향한 일보
전진이라 믿는 합리적 이성관의 맹신도
수천 년 전 제사와도 같은 의식
하늘을 보며 한 발 앞의 길흉을 묻지





화려하게 꾸민 거짓 기적의 꿈이
사라졌을 뿐인 태초의 고요한 누리
이젠 오붓이 품어낸 평온만이 전부인
세상에 뿌리를 내린 땅의 새로운 주인


동전한닢 리믹스를 통해 이그니토를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10년간 이그니토의 노래를 들어왔네요. 피쳐링이나 레버넌트, 바이탈리티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제외했고 3개의 정규(?) 앨범에서만 곡을 골랐습니다. 이그니토의 노래는 앨범마다 서사적 흐름이 있어서 앨범 전체를 쭉 듣는게 낫다고 하지만, 그 중에서도 좋은 노래는 귀에 오래 남아있거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7곡입니다. 

쇼미더머니의 스타일과 맞지 않기에 오래 남기는 힘들거라 생각했고, 방송에서 보여준 두 무대 모두 좋은 퀄리티의 공연을 펼쳐서 기분은 좋지만 아쉽긴 진짜 아쉽습니다. 우원재씨의 랩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완성도든 딜리버리든 모든 면에서 이그니토가 우위라고 생각했거든요.  조금만 더 오래 무대에 남아서, 주목과 찬사를 받기를 원했는데..ㅜㅜ 내심 패자부활전을 바랬지만, 이그니토 본인이 SNS에 우원재씨를 응원하는 것을 보니 패자부활도 없을 거 같네요..



그리고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오래 살아남아 공연에서 이 노래를 피쳐링 멤버와 함께 하기를 바라기도 했어요 크크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명곡입니다.



이는 시들어져가는 땅위를 기름진 대지로 일으킨 선각자들의 이름
지금 이 순간에도 들리는 귓가를 스치는 바람 속에 새겨진 신음
지루한 어둠 끝 그 언젠가 문득 사라진 꿈들의 영광이 꿈틀대며 눈뜰 때
모든 전설이 긴 잠에서 깨는 그 순간  이를 쫓고 막을 날에 꿈을 꾸는 것


그의 랩은 트랜디하지도 않고, 대중적이지도 않습니다. 누군가는 중2병 가득한 가사라 비판하고, 누군가는 10년전과 큰 차이가 없다고 까기도 하지요. 그러나 10년전에도 이그니토처럼 랩을 하는 MC는 없었고, 지금도 이그니토와 같은 랩을 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건 올드가 아니라 유니크한 거겠죠.

한국힙합씬의 얼마 남지 않은 작가주의적/유니크한 MC라고 생각합니다. 쇼미더머니6 이후에도 좋은 활동을 오래토록 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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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17 23:33
수정 아이콘
트렌드를 쫓지 않아서 더 좋은 래퍼죠.

10년 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꾸준히 하는 진짜 멋있게 힙합하는 분이죠
backtoback
17/07/17 23:58
수정 아이콘
데몰리시 비트는 언제들어도 좋네요. 이그니토 랩도
검은자켓의 재판 갖고있는데 초판자켓 볼때마다 갖고싶네요.
위에 오타하나 있습니다. 레버넌트
무언가
17/07/18 00:00
수정 아이콘
이센스와 콜라보한 곡이 제일 좋더군요
류수정
17/07/18 00:07
수정 아이콘
로스트 크로니클 리플에 마왕과 대마왕의 조합이라고...
러블리너스
17/07/18 00:46
수정 아이콘
힙합엘리 인터뷰 보니까 참 생각이 깊은 래퍼더라구요.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음악들으면서까지 문학작품 분석하듯이 듣고싶지는 않아서 많이 챙겨듣지 않았었지만 이런 래퍼도 힙합의 다양성 아래 꼭 필요한 포지션이라는 생각이 들고 발성이 너무 멋있네요.
Celestial Fury
17/07/18 01:21
수정 아이콘
학창시절에 정말 귀가 닳도록 들었었는데... 더 이상 힙합을 즐겨 듣진 읺지만 반가웠네요 흐
서리한이굶주렸다
17/07/18 10:04
수정 아이콘
고유한 스타일로 이렇게 꾸준히 활동하는것 자체가 리스펙 받기 충분합니다
트렌드만 잘따라간다고 좋은 래퍼가 아니죠.

아 그리고 전 이그니토 곡중에선 비관론을 제일 좋아합니다.
제일 처음 들은 이그니토 곡이기도 하고 가사도 참 충격적이었고 여러모로 신선했죠.
-안군-
17/07/18 11:08
수정 아이콘
가사가 참 문학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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