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2012/07/20 23:01:43
Name VKRKO
Subject [번역괴담][2ch괴담]잃어버린 펜 - VKRKO의 오늘의 괴담
지난달 돌아가신 할머니 이야기입니다.

할머니는 언제나 상냥하고 나를 귀여워해주셔서, 나는 할머니를 무척 좋아했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날, 그만 할머니에게 화를 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날은 오전부터 양로원에서 회의가 있어서, 할머니는 나가시면서 [연필이나 펜이 있으면 좀 빌려 주겠니?] 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황급히 가방에서 펜을 꺼냈습니다.

우연히 손에 잡힌 것은 생일날 친구가 선물해 준 귀여운 펜이었습니다.



그 친구와 친해진 뒤 처음으로 받은 선물이기도 했기에 나는 그 펜을 무척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바로 나가셔야 했기 때문에 일단 그 펜을 빌려 드렸습니다.

저녁이 되서 할머니가 양로원에서 돌아오시자, 나는 펜을 돌려받으러 갔습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가방 안을 아무리 찾아도 펜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나는 화를 냈습니다.

[친구한테 받은 소중한 건데!] 라고 화를 내며 2층으로 올라가 내 방에 들어가 문을 잠궈 버렸습니다.



잠시 뒤 밖이 어두워질 무렵, 화가 식은 나는 할머니한테 사과하기 위해 1층으로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녁밥을 준비하고 계시던 어머니에게 할머니는 어디 계시냐고 물었습니다.



[할머니, 네 펜을 찾으러 가셨어. 그렇게 할머니한테 화를 내면 어쩌니.]


어머니의 말을 듣고 나는 초조해졌습니다.

할머니가 돌아오시면 꼭 사과하자고 생각하며 할머니가 돌아오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꽤 늦은 시간이 되도록 할머니는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찾으러 나갈까 싶어질 무렵, 전화가 와서 어머니가 받으셨습니다.

어머니는 전화를 끊더니 새파란 얼굴로 [A야! 할머니가 사고를 당하셨대! 빨리 병원으로 가자!] 라고 외치셨습니다.



나는 머리가 새하얗게 됐습니다.

아직 아버지와 오빠는 돌아오지 않았기에, 나는 어머니와 여동생까지 셋이서 함께 병원으로 서둘러 떠났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병원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할머니는 숨을 거두시고 말았습니다.



나는 울었습니다.

그 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할머니는 밖에 나가시지 않으셨을테고, 돌아가시지도 않으셨을텐데.

후회로 머릿 속이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장례식이 끝나고 얼마 뒤, 나는 꿈을 꾸었습니다.

할머니의 꿈이었습니다.

꿈에 할머니가 나왔을 때, 나는 [이건 꿈이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나는 갑자기 눈물이 울컥 치솟았습니다.

꿈 속에서 나는 울면서 할머니에게 계속 사과했습니다.



할머니의 품에 안겨 엉엉 울었습니다.

잠시 뒤 할머니가 내 등을 상냥하게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나야말로 미안하구나. 펜은 이 할미가 찾았단다. 나는 이제 가지만, A는 건강해야 한단다?]



할머니의 목소리가 귓전에 울려 퍼졌습니다.

그리고 나는 눈을 떴습니다.

깨어났을 때는 자면서 울었던 것인지, 베개가 젖어 있었습니다.



나는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그 때, 거실에 계시던 어머니가 나를 부르셨습니다.

[A야, 이거!]



나에게 달려 온 어머니의 손에는 그 펜이 들려 있었습니다.

[금방 전에 양로원에서 타나카 할머니가 가져다 주셨단다.]

그렇게 말하시는 어머니를 보자, 꿈에서 들었던 할머니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어떻게 찾은 것인지 물어보자, 회의가 있던 날에는 다들 들떠 있어서 책상 아래에 흘린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 같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타나카 할머니가 그 날 아침 책상 아래에서 발견했던 것입니다.

죄책감 때문에 꾼 꿈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도 할머니가 내 곁에서 나를 지켜주고 계신다고 믿고 있습니다.




영어/일본어 및 기타 언어 구사자 중 괴담 번역 도와주실 분, 괴담에 일러스트 그려주실 삽화가분 모십니다.
트위터 @vkrko 구독하시면 매일 괴담이 올라갈 때마다 가장 빨리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 VK's Epitaph( http://vkepitaph.tistory.com )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 http://cafe.naver.com/theepitaph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카드값줘체리
12/07/21 08:51
수정 아이콘
어우 이건 슬프네요 ㅠㅠㅠ
수퍼쪼씨
12/07/21 17:45
수정 아이콘
엉엉. 할머니 ㅠㅠ
ReadyMade
12/07/25 21:20
수정 아이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493 [번역괴담][2ch괴담]택시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7149 12/07/15 7149
492 [번역괴담][2ch괴담]피부 박리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7398 12/07/13 7398
491 [청구야담]사람을 환생시킨 애가(起死人臨江哀輓)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6841 12/07/12 6841
490 [번역괴담][2ch괴담]숲의 나쁜 요정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6953 12/07/09 6953
489 [번역괴담][2ch괴담]뒤를 보지 않는 남자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7251 12/07/07 7251
488 [번역괴담][2ch괴담]사랑의 결실 - VKRKO의 오늘의 괴담 [14] VKRKO 7908 12/07/04 7908
487 [번역괴담][2ch괴담]드럼통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7864 12/07/03 7864
486 [청구야담]피재길의 웅담 고약(進神方皮醫擅名) - VKRKO의 오늘의 괴담 [10] VKRKO 7490 12/07/02 7490
485 [번역괴담][2ch괴담]백사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6639 12/07/01 6639
484 [청구야담]오래 된 무덤을 지켜준 최규서(憑崔夢古塚得全)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7197 12/06/29 7197
483 [실화괴담][한국괴담]귀문 - VKRKO의 오늘의 괴담 [7] VKRKO 7995 12/06/28 7995
482 [번역괴담][2ch괴담]우물의 신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7251 12/06/25 7251
481 [실화괴담][한국괴담]퇴마 사이트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8348 12/06/22 8348
480 [번역괴담][2ch괴담]너스 콜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7516 12/06/21 7516
479 [번역괴담][2ch괴담]합숙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6771 12/06/20 6771
478 [실화괴담][한국괴담]살인마 - VKRKO의 오늘의 괴담 [6] VKRKO 8256 12/06/19 8256
477 북유럽 신화 - 토르와 하르바르드 [7] 눈시BBver.29292 12/06/14 9292
476 [번역괴담][2ch괴담]임대 기차 - VKRKO의 오늘의 괴담 [11] VKRKO 7530 12/06/12 7530
475 [번역괴담][2ch괴담]오두막 - VKRKO의 오늘의 괴담 VKRKO 6913 12/06/11 6913
474 [번역괴담][2ch괴담]안개 속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6576 12/06/09 6576
473 [번역괴담][2ch괴담]숨바꼭질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6972 12/06/08 6972
472 [번역괴담][2ch괴담]악마에게 홀린 여자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7177 12/06/07 7177
471 [번역괴담][2ch괴담]배 속의 못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6667 12/06/05 666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