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7/11/08 19:11:08
Name   토니토니쵸파
Link #1   http://vitaminjun.tistory.com/105
Subject   [의학] 장기이식의 첫걸음 - 혈관문합술의 탄생 (수정됨)
성공적인 장기이식수술을 위해선 다양한 조건들이 필요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면역계의 거부반응입니다.
우리 몸에 필요한 장기라도 타인의 장기는 면역계가 침입자로 판단하여 공격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검사를 통해 거부반응이 없는 장기를 이식하고,
면역반응을 줄이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필수적으로 복용합니다.

사실 이것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수술 그 자체였습니다.

F1.large.jpg
[ Virchow`s triad ]


장기이식이 성공하기 위해선 [혈관]을 정확히 이어야 합니다.
만약 혈관을 삐뚤게 잇거나, 깨끗하게 잇지 못한다면 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삐뚤어지고 상처 난 혈관 때문에 혈액의 와류가 발생하게 되고,
이는 혈액의 응고를 촉진시켜 혈관을 막는 혈전이 만들어 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잘 설명한 것이 [Virchow`s triad] 입니다.
혈액이 혈관에서 응고를 일으키게 만드는 3요소를 정리한 것 인데
혈관을 정확히 잇지 못하면 이 Virchow`s triad에 속하게 되는 것이죠.

혈관이 혈전에 의해 막히면 혈관과 조직은 괴사될 것이고 당연히 수술은 실패로 끝납니다.
그러나 19세기까지 혈관을 정확히 연결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Petit_Journal_Carnot_assassination_1894.jpg
[ The assassination of president Francois Carnot, 1894 ]


1894년 6월 24일 프랑스 리옹에서 큰 사건이 벌어집니다.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Francois Carnot(1837~1894)]이 무정부주의자였던 Sante Geronimo Caserio가 든 칼에 복부를 찔립니다.
복부혈관을 다친 대통령은 엄청난 출혈이 일어났고 급히 리옹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후송됩니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이 출혈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잘린 혈관을 연결하고 치료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프랑스 대통령 Francois Carnot은 수술방에서 사망합니다.

alexis-carrel_TMePS.jpg
[ Alexis Carrel, 1873~1944 ]


이 비극적 사건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알렉시스 카렐(Alexis Carrel, 1873~1944)]로 당시 20살인 의대생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 소개할 인물이죠.

카렐은 대통령 사망사건 이후 고민에 빠집니다.
혈관을 어떻게 하면 잘 연결 시킬 수 있을까 하는 문제였죠.
혈관을 연결하는 것이 힘든 이유는 두가지 였습니다.
우선 단면이 둥근 모양이기에 양쪽을 정확히 연결하기 힘들었습니다.
두번째는 혈관을 봉합하기 위해서는 포셉으로 잡을 수 밖에 없는데,
잡힌 혈관은 포셉이 가한 압력으로 손상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카렐은 혁신적인 [혈관문합술(vascular anastomosis technique)]을 생각해냅니다.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DOBIO0zVAAELwH1.jpg

1. 혈관을 120도 간격으로 나누어 세 부분만 우선적으로 봉합합니다.
2. 봉합사는 길게 유지한 상태에서 그것을 잡아 당깁니다.

triangulation_suture.png

그렇게 하면 둥근 혈관이 삼각형 모양으로 바뀌게 됩니다.
[떨어져 있던 두 곡선][가까이 붙은 두 직선]으로 바뀐거죠.
당연히 곡선보다 직선이 더 깨끗하고 정확하게 봉합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묶인 실이 잡아당기고 있기에 포셉이 가하는 압력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카렐이 이런 봉합법을 생각해내고 섬세한 수술법을 가질 수 있게 된 계기는 그의 [어머니] 덕분이었습니다.
당시 카렐의 어머니는 섬세한 손놀림이 필요한 레이스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카렐은 어머니에게 매우 작은 바늘과 실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웠고 어머니와 함께 그 기술을 연마합니다.
의사가 된 이후에도 말이죠.
아마도 혈관을 잇는 방법은 시침질에서 영감을 얻었을 겁니다.
카렐은 그렇게 독보적인 미세수술법을 가지게 됩니다.


혈관문합에 능해진 카렐은 장기이식수술을 연구하고 시도하게 됩니다.
더불어 다양한 외과수술법을 개발해내고 뛰어난 성과를 이루어 냅니다.
결국 그는 혈관문합술과 장기이식수술연구의 공로를 인정받아 19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합니다.

어머니의 기술이 아들에게 전해져 노벨상의 배경이 되었다라고 생각하니 매우 드라마틱하네요.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01-26 17:10)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



re4gt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7/11/08 20:26
명의는 최고의 바느질꾼이어야하는군요.
랑비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7/11/08 20:36
음... 역시 의사를 하지 않길 잘했군요!
윌모어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7/11/08 20:54
의알못도 쉽게 이해할 수 있네요 ㅠㅠ 너무 재밌게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스터충달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7/11/08 21:01
아들아 나는 바느질을 할 터이니 너는.... 바늘에 실좀 꿰어 놓아라.
쩌글링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7/11/08 21:23
그냥 양쪽으로 하나씩 잡아 놓고 하거나(180도), 저렇게 한번에 가는게 아니라 한 땀 한 땀 합니다. 이게 어느 시기에 와서 변한 건지, 아님 예전 부터 그랬던 건지는 역사를 잘 모르겠군요.
애플망고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7/11/08 21:33
저 이후 혈관 문합술의 가장 큰 진보는 바늘과 실이 같은 직경으로 붙어있어서 봉합 이후 혈액의 누출을 막으면서 인체 조직에 염증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실의 개발이고 (혈관에선 prolene 각막에선 nylon을 씁니다) 다른 하나는 현미경의 발달이죠. 요새는 대장같은 건 한방에 이어주는 기계가 있지만 그게 수술 한 번에 하나만 보험이 됐던 것 같네요. 두군데 이어야되면 하나는 노오력으로..
눈팅족이만만하냐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7/11/08 21:46
배관 잇듯이 용접을 할 수도 없고...
레알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7/11/08 22:00
오... 생각지도 못한 문제를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해결했군요.
의알못이라 그저 놀라운..
지바고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7/11/08 22:00
와 어떻게 저런 생각을... 알고보면 별거 아닌것처럼 보일수 있지만.. 정말 대단하네요
토니토니쵸파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7/11/08 22:16
그게 다는 아니지만 외과의에게 좋은 봉합시술이 있으면 훨씬 좋죠.
토니토니쵸파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7/11/08 22:16
수술하지 않는 과도 있습니다?
토니토니쵸파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7/11/08 22:16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토니토니쵸파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7/11/08 22:17
진짜 당시 바늘귀가 너무 작아서 실 꿰는게 힘들었다고 합니다. 크크크
토니토니쵸파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7/11/08 22:19
(수정됨) 지금은 그렇군요.
첨언 감사합니다.
그래도 저 방법자체가 고유의 방법이라기보다는 발상의 전환인지라 똑똑하신 분들이 저 방법을 응용해서 발전했을 것 같네요.
토니토니쵸파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7/11/08 22:20
외과선생님들의 노오오력에 눈물이....ㅜ
심평원 out !
토니토니쵸파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7/11/08 22:23
노벨상 받으실만 합니다 :)
토니토니쵸파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7/11/08 22:23
혈관은 섬세하니깐요.
토니토니쵸파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7/11/08 22:33
정말 뛰어난 혁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처음 생각해냈다는게 중요한거죠 :)
사악군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7/11/09 02:16
진짜 어처구니가 없는거죠..ㅡㅡ 아니 장이 두군데 터져서 이어야되는데 보험은 하나만 되다니..
Ko코몬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7/11/09 03:09
슈처는 언제어디서나 중요한 술기 같습니다.
유부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7/11/09 10:08
건강보험은 의학적 지식 없어 상식적으로만 봐어도 어이없는거 생각보다 많습니다. ;;;;
사업드래군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7/11/09 12:16
대장수술 뿐만 아니라 위출혈을 내시경으로 지혈할 때도 보험 인정되는 클립 개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시도하다 한번이라도 실패하면 보험청구 할 수 없는데 그렇다고 비보험으로 청구하면 또 부당청구라고 환수조치합니다.
산부인과에서 자궁근종 수술을 하는데 한 개 제거하나 15개 제거하나 수가는 똑같이 정해져 있습니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의료보험 제도입니다.
shovel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7/11/09 13:49
선생님 서전 아니셨던 것으로 아는데 이런 걸 대체 어디서...
토니토니쵸파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7/11/09 14:33
의학사에 관심이 있어서 이것저것 공부하다보니 알게 되네요^^;;;
shovel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7/11/09 16:32
제 모교에는 이런 쪽 가르치셨던 교수님이 퇴임하셔서... 저도 배우려고 해도 막막해서 걍 포기했습니다 ㅠㅠ
유진바보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8/01/31 16:01
대단하다.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쉽다고 생각할수 있겠지만 아무나 생각하지 못하는것.
So,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8/01/31 22:21
인턴때 본 이식혈관외과의 마이크로서저리는 신기함을 넘어 경외감까지 갖게 했습니다.
그렇다고 외과를 하는 건 아니지만 흐흐
아라온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8/02/01 00:35
오늘 하얀거탑에 나온게 이거와 비슷한 수술인거죠?
즐겁게삽시다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8/02/01 11:25
저도 추게에 올라온 제목 보고 하얀거탑 생각나서 바로 클릭 크크크
각키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8/02/02 12:52
22222
저도 그렇습니다.크크크크
v.Serum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8/02/07 20:40
하얀거탑 수술배틀 도중에 홍교수가 크기가 다른 두 혈관을 어떻게 연결하는지 설명해주는데..그것도 재밌더군요

두꺼운 혈관은 똑바로 자르고.. 좁은 혈관은 사선으로 잘라서 붇친다던가
진공묘유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8/02/07 23:57
이거 진짜 외과 족보에서 매번 짤족이었는데 오랜만에 보니까 반갑네요

하지만 장기이식의 첫걸음이라고 하면 보통은 메다워의 거부반응실험을 먼저말하는데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2966 실험적으로 입증될 수 없어도, 그래도 여전히 과학인가? [32] cheme12815 18/06/21 12815
2965 해외출장수당 [90] 글곰16189 18/06/20 16189
2964 일진일퇴의 승부, 이성계 vs 나하추의 대결 [25] 신불해7645 18/06/19 7645
2963 원나라 패망하자 수많은 문인 관료들이 자결하여 충절을 지키다 [17] 신불해12354 18/06/11 12354
2962 남은 7%의 시간 [9] 시드마이어11008 18/06/09 11008
2961 온전하게 사랑받기 [51] 메모네이드8746 18/06/04 8746
2960 글을 쓴다는 것 [20] 마스터충달6857 18/06/04 6857
2959 패배의 즐거움 [25] 시드마이어8509 18/06/03 8509
2958 그러게 왜 낳아서 고생을 시켜!! [24] WhenyouinRome...12329 18/06/03 12329
2957 심심해서 써보는 미스테리 쇼퍼 알바 후기 [34] empty15427 18/05/22 15427
2956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는 사람에게 [29] 글곰6633 18/05/12 6633
2955 육아를 뒤돌아보게 된 단어들 (feat 성품학교) [22] 파란무테8660 18/05/09 8660
2954 내 어린 시절 세탁소에서 [41] 글곰8872 18/05/03 8872
2953 육아 커뮤니케이션. [29] 켈로그김8393 18/05/02 8393
2952 면접관 초보가 말하는 면접이야기 [143] 손진만16640 18/04/25 16640
2951 이번 여행을 하며 지나친 장소들 [약 데이터 주의] [30] Ganelon7457 18/04/20 7457
2950 아내가 내게 해준 말. [41] 켈로그김12957 18/04/19 12957
2949 텍스트와 콘텍스트, 그리고 판단의 고단함 [34] 글곰6196 18/04/11 6196
2948 [7] '조금'의 사용법 [27] 마스터충달6047 18/04/06 6047
2947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의 이해 [150] 여왕의심복26196 18/04/04 26196
2946 독일 이주시, 준비해야 할 일 [25] 타츠야9203 18/03/30 9203
2945 내가 얘기하긴 좀 그런 이야기 [41] Secundo9203 18/03/27 9203
2944 태조 왕건 알바 체험기 [24] Secundo7696 18/03/27 769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