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7/10/06 14:22:43
Name The Special One
Subject 추석 후기
장인 장모님과 처남, 그리고 와이프의 오빠인 손윗처남 형님께서 저희집에서 2박3일동안 머무셨습니다.

형님은 내외가 같이 오셨고, 초등학교 5학년 꼬맹이도 함께 왔어요. 매우 예의바른 착한 녀석이더군요.
다들 오랜만에 모여서 어른들끼리 이야기 꽃을 피우며 고스톱도 치고 영화도 보며 노는데, 조카녀석은 지루해 죽을것 같은데
말은 못하고, 놀이터도 잠시 다녀왔다가 소파 침대를 뒹굴뒹굴 거리다가 어른들한테 놀아달라는 신호를 보내기도 하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어른들도 이 사정을 모르는바는 아니었으나 아이는 딸랑 하나고 뭘 어쩌지를 못한채 휴대폰과 타블렛만 던져주는게 고작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차에, 조카녀석이 제 플레이스테이션에 관심을 보입니다. "삼춘, 이거 플스에요?" 눈을 반짝이며 타이틀 선반을
살펴보더군요.

"게임 좋아하니?" 하고 묻자

"네!!" 하고 초등학생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을 보입니다.


그럼 삼촌이랑 게임이나 할까? 하고 플스를 들고 와이프를 쳐다봅니다. 와이프와 형수님은 구세주를 보는양 저에게 따봉 신호를
보내주시더군요.

그때부터 2인게임인 철권7, 나루토 질풍전을 돌려보았습니다. 이녀석 게임센스가 장난 아니더군요. 커맨드를 알려주고 몇판 하지 않아서
연전 연패를 했습니다. 괴물같은 초등 고학년의 피지컬은 20년 제 게임경력에 큰 오점을 남기게 했습니다.

제가 내리 지면서 힘들어하자 좀 봐주기도 하는 센스를 보이던 녀석이 다른 타이틀을 집어듭니다. 2년전 와이프와 함께 하려고 구입했으나
첫턴 보스에서 아내가 패드를 집어던지며 "나 안해!"를 외쳤던 그 게임입니다.

이게 둘이하기엔 정말 딱이더군요. 템도 서로 공유하고 클래스 변경도 자유롭고, 케릭터들도 귀엽고 진행도 스피디 합니다.

맵의 모든 몹들을 다 잡으며 레벨업을 하고 템을 업글하고 보스공략도 일부러 검색하지 않고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스스로 해결했습니다.
게임을 하다보니 밥시간이 되어 밥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게임으로 돌아갔어요. 잠시 뒤 형수님이 과일을 깎아서 가져다 주십니다.
수시간 하다 잠시 쉬는사이 와이프가 간식거리를 준비해주더군요.

"자기야, 애보느라 힘들지? 내가 너무 고마워"

저는 짐짓 힘든 표정을 지으며 "고작 이틀인데 뭐~" 라고 답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이후 이틀동안 무려 8~9시간동안 펫프린세스를 꼬마와 공략했고 결국 쓴맛여왕을 잡음으로서 공략을 완수 했습니다.

끝판왕을 깼더니 밤 10시네요. 이제 자야 할 시간입니다. 형수님과 형님은 아이와 잘 놀아줘서 고맙다고 연신 감사를 표했고
장인 장모님도 "안서방 수고했네"하고 등을 두드려 주십니다.

와이프도 저를 자랑스러운 남편인양 치켜 세워주더군요.



저는 "다음에도 또 놀러오렴. 삼춘 아직 못깬거 산더미처럼 많아" 라고 조카에게 귓속말을 한 뒤에 아쉽게 오늘아침 배웅을 했습니다.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01-12 11:24)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7/10/06 14:24
수정 아이콘
합법적 게임라이프
The Special One
17/10/06 15:01
수정 아이콘
!!
17/10/06 14:28
수정 아이콘
설에는 젤다하면 딱 맞겠네요!
동전산거
17/10/06 14:29
수정 아이콘
아쉽게도 대부분작들이 1인용이라...
The Special One
17/10/06 15:00
수정 아이콘
애핑계대고 사고 제가하면 딱이겠군요!
17/10/06 14:28
수정 아이콘
저도 모르게 추천을 눌렀습니다.
The Special One
17/10/06 15:0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17/10/06 14:3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와 엄청 훈훈한 추석 후기네요...
역시 최고의 취미는 게임(?)이죠
The Special One
17/10/06 15:00
수정 아이콘
크크 내친김에 닌텐도 들이자고 해볼까요? 흐
The Special One
17/10/06 14:36
수정 아이콘
게임하며 칭찬들어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크크. 2인 플스게임 추천해주시면 요긴하게 사용하겠습니다 (__)
남극소년
17/10/06 14:36
수정 아이콘
레고 마블 2인이서 하면 좋습니다. 퍼즐적인 요소도 많고..
17/10/06 14:37
수정 아이콘
패드하나로도 할수있는 모두의 골프?

혼자하면 금방 물렸는데 둘이서 내기 걸고 하니 재밌더군요
남극소년
17/10/06 14:36
수정 아이콘
기 - 승 - 전 - 결 완벽! 윈윈 의 정석이네요.
The Special One
17/10/06 14:59
수정 아이콘
서로 개이득을 외치는 사이가 되었음 좋겠네요 크크
17/10/06 14:39
수정 아이콘
제가 초딩시절 사촌형이 가져오던 플스2가 그렇게 재밌었는데 크크....
그당시 했던 게임이 기억나네요. 진삼2 테오데2 귀무자3 반숙영웅 철권4 등등...
테오데2 할땐 적이 화속성 저항인데 계속 리아라로 불스킬써서 큰형한테 한소리 듣기도 하고 크크...
The Special One
17/10/06 14:59
수정 아이콘
조카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물리쟁이
17/10/06 14:42
수정 아이콘
훈훈~~
The Special One
17/10/06 14:58
수정 아이콘
명절은 사랑입니다 ^^
나는미나리좋아해
17/10/06 14:44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
눈치보는 삶이 언뜻 생각나긴 했지만, 글의 전반적 유쾌함이 말끔히 씻어주네요.

제 별점은요...5점입니다
The Special One
17/10/06 14:58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나의규칙
17/10/06 14:46
수정 아이콘
아이구 고생하셨습니다. 그럼요. 애랑 놀아주는게 제일 힘든 일이죠~ 매 명절마다 이렇게 힘든 일 맡으셨으면 좋겠네요??
The Special One
17/10/06 14:57
수정 아이콘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속담의 뜻을 이제야 이해했습니다!
하카세
17/10/06 14:53
수정 아이콘
마지막에 플스를 빼앗기는 스토리를 내심 기대했는데.. 반전은 없었군요 크크
The Special One
17/10/06 14:57
수정 아이콘
명절때 애랑 하라고 제게 게임타이틀 사다주실 분들입니다 ^^
YORDLE ONE
17/10/06 15:10
수정 아이콘
이게 패드를 쥐여줘도 위가 위인지 아래가 아래인지 모르는 아이들도 많은데 조카아이가 센스가 좀 있는거같네요. 크크크
우리는 하나의 빛
17/10/06 15:26
수정 아이콘
그러면 다음은 조카와 PC방에 가서 팀게임을 같이..
루트에리노
17/10/06 15:34
수정 아이콘
역시 게임은 나이가 깡패...
철권7 잡아봤는데 세월의 흔적만 잔뜩 느꼈죠
외국어의 달인
17/10/06 15:47
수정 아이콘
대략 7~8년전에 샀던 nds만 집에서 하고 있네요.. 너무 재밌네요???
17/10/06 15:49
수정 아이콘
마무리가 [애가 달라는데 하나 주지 그러냐] 가 시전 될까 했었지만 훈훈한 결말이군요!
17/10/06 16:03
수정 아이콘
조카 : 어휴.. 아조씨하고 놀아주느라 힘들었네..


넝-담입니다
가만히 손을 잡으
17/10/06 16:26
수정 아이콘
이야...세상사 마음먹기 나름이죠.
애하고 놀하주는 거냐? 애가 놀아주는 거냐?
마도사의 길
17/10/06 17:26
수정 아이콘
짐짓 힘든 표정을 지으며...에서 내공을 느꼈습니다...
잠잘까
17/10/06 17:32
수정 아이콘
조카 : 하....이래서 어른들은...(절레절레)
VividColour
17/10/06 17:32
수정 아이콘
추석후기인데 훈훈하다?!
휴잭맨
17/10/06 17:53
수정 아이콘
시크한 스토리텔링..멋지네요 크크크
사악군
17/10/06 18:00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추천!
푸른음속
17/10/06 18:15
수정 아이콘
피지알에 어울리는 글이군요
17/10/06 18:37
수정 아이콘
크크크 다음 명절이 기대됩니다??? ^^
살려야한다
17/10/06 18:56
수정 아이콘
??? : 추석 때 겜 졸라 못하는 삼촌하고 억지로 놀아준 썰푼다
18/01/15 09:11
수정 아이콘
이거쓸라고했는데크크크크크 역시 기승전-감동파괴!!
생겼어요
17/10/06 19:23
수정 아이콘
고구마글이면 어쩌나하고 들어왔는데 몹시 행복한 글이네요 크크
RookieKid
17/10/06 20:07
수정 아이콘
킄크크크크 잘읽었습니다 추천!
말다했죠
17/10/06 20:08
수정 아이콘
해피추석 인정합니다
17/10/06 20:21
수정 아이콘
피지알러가 꿈꾸는 추석;
Love.of.Tears.
17/10/06 20:21
수정 아이콘
wooooooooooooooooooooooo~ 릭 플레어 ver.
17/10/06 20:51
수정 아이콘
조카가 다른데 가서 삼촌이랑 놀아주느라 힘들었다가 글 올리는건 아닐지.
민간인
17/10/06 23:32
수정 아이콘
뻥 터졌습니다.센스~
루크레티아
17/10/06 21:11
수정 아이콘
애가 게임을 그렇게 해도 좋다고 봐주시는 분들이 더 대단해 보이네요.
요즘도 게임만 보면 경기 일으키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으니..
감전주의
17/10/07 00:28
수정 아이콘
역시 남자의 취미는 게임이죠..
다른 취미는 시시합니다..
서쪽으로가자
17/10/07 00:30
수정 아이콘
이렇게 훈훈한 추석 후기라니요...
17/10/07 00:53
수정 아이콘
추석 후기는 발암이 기본이거늘 예상밖의 훈훈함을 느끼고 갑니다 크크
17/10/07 01:04
수정 아이콘
추천 어후 필력이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468 톰켓을 만들어 봅시다. [25] 한국화약주식회사1647 22/03/19 1647
3467 밀알못이 파악한 ' 전차 무용론 ' 의 무용함 . [62] 아스라이2432 22/03/17 2432
3466 그 봉투 속에 든 만원은 쓰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19] 숨결1551 22/03/17 1551
3465 철권 하는 남규리를 보자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38] 초모완2454 22/03/16 2454
3464 우리네 아버지를 닮은 복서... [12] 우주전쟁1714 22/03/15 1714
3463 콘텐츠의 홍수를 살아가고 있는 요즘 아이들의 생활 [52] 설탕가루인형형2644 22/03/14 2644
3462 서울-부산 7일 도보 이슈 관련 간단 체험 [141] 지나가는사람1381 22/03/14 1381
3461 [테크 히스토리] 청갈적축?! 기계식키보드 정리해드립니다 / 기계식 키보드의 역사 [64] Fig.12019 22/03/14 2019
3460 화장실 청소 팁 [92] 김홍기2387 22/03/12 2387
3459 [일상] 제사를 지내며 [18] DavidVilla1280 22/03/11 1280
3458 임신하기 힘드네요! [135] 보리차2390 22/03/07 2390
3457 지수추종 ETF 적립식 투자는 과연 진리인가? (SPY vs QQQ vs KODEX 200) [32] 사업드래군2106 22/03/07 2106
3456 나에겐 세 살 터울 여동생이 있었다. [12] 단비아빠1659 22/03/06 1659
3455 만원 신발의 기억 [21] 시드마이어1196 22/03/06 1196
3454 [스포일러 주의]스파이더맨 실사영화 정주행 후기 [30] 눈시BB2254 22/03/04 2254
3453 [테크 히스토리] 전두환이 만든 K-전기밥솥?! / 전기밥솥의 역사 [44] Fig.11723 22/02/28 1723
3452 유게보고 10km 걸어봤습니다 [91] 2004년2308 22/02/26 2308
3451 "37년 싸움을 마칩니다" - 김진숙, 명예롭게 퇴직하다 [61] 일신2454 22/02/25 2454
3450 "유화정책"과 "소련": 어떻게 같은 것을 두 번 당하겠는가? [76] Farce1342 22/02/24 1342
3449 2등 홍진호 [23] 할러퀸2445 22/02/22 2445
3448 40대 아재의 백수 이야기 [63] 간옹손건미축2342 22/02/22 2342
3447 "욥기": 이해할 수 없지만 충분히 우리에게 자비로운 우주 [131] Farce1734 22/02/21 1734
3446 나도쓸래성경) 끝까지 추했던 남자, 요나 [29] 토루1254 22/02/21 125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