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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6/07/05 23:12:58
Name Neanderthal
Subject 비극적 최후가 예견된 화성의 달 – 포보스...
화성에는 두 개의 달이 있습니다. 포보스와 데이모스...다른 행성들의 달들이 모두 번듯한 구(球)형의 완벽한 천체들이라면 이 화성의 포보스와 데이모스는 이마트 식료품 코너의 감자 쌓아놓은 곳에서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감자 두 개를 집어든 것 같은 모양이지요.



포보스와 데이모스...웬만하면 생긴 것 가지고 뭐라하고 싶진 않지만...--;; (그리고 저 9,378km는 화성의 중심에서 잰 거리...밑에 6,000km 얘기가 나와서...--;;)


포보스나 데이모스나 보잘 것 없기로는 거기서 거기지만 그나마 둘 가운데 더 큰 놈이 포보스, 작은 놈이 데이모스입니다. 포보스는 워낙 화성 가까이서 화성을 돌고 있어서 (화성 표면에서 약 6,000km 상공을 돌고 있습니다. 참고로 지구의 달은 지구 표면에서 약 380,000km정도 떨어져 있고 1년에 약 3.8센티미터씩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관찰이 어려웠습니다. 화성이 반사하는 빛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가 않았으니까요.


화성로버 큐리오시티가 관측한 화성의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포보스...(화면 가운데 이동하는 하얀 점)



르네상스 시대의 뛰어난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는 화성이 두 개의 위성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추측했습니다. 그의 추측은 매우 과학적인 사실에 기반을 둔 것이었는데 그에 따르면 지구는 하나의 위성이 있고 목성은 (당시 알려진 바로는) 4개의 위성이 있으므로 그 중간에 있는 화성은 2개의 위성이 있을 거라고 한 것이지요...(역시 위대한 과학자의 과학적 추론이라고 하는 것은...--;;)

화성의 위성들을 실제로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미국의 천문학자 아사프 홀입니다. 그는 끈질긴 관찰 끝에 1877년 8월 22일 화성의 위성을 발견합니다. 그가 처음 발견한 것은 데이모스였습니다. 데이모스를 발견하고 난 후 6일 후에 그는 또 다른 화성의 위성을 발견하는데 그게 바로 포보스였습니다.



제가 처음 발견했습니다...제가 말이죠...(아사프 홀)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포보스와 데이모스는 전쟁의 신 아레스의 쌍둥이 아들들입니다. 아레스는 늘 전투에 이 두 아들들을 대동하고 다녔다고 하는데 포보스는 "공포"를 의미하고(공포증을 얘기할 때 "포비아(phobia)"라는 말을 쓰는데 같은 어원입니다.) 데이모스는 "패배"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 내용과 관련해서는 밑에 Galvatron님의 댓글 내용도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포보스와 데이모스의 기원을 놓고는 여러 가지 설들이 있습니다. 우선 이 둘이 원래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에 있던 소행성들이었는데 오래전에 목성의 중력 때문에 소행성대에서 튕겨져 나가셔 화성에 붙들렸다는 설이 하나 있습니다.



소행성대...과연 여기가 두 위성들의 고향인가?...


이 설에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데 일단 포보스와 데이모스의 화성 공전 궤도가 지나치게 원형이라는 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어떤 천체가 다른 천체의 중력에 붙들리는 경우는 이처럼 공전 궤도가 완벽한 원에 가까운 형태가 되지 않는 게 통상적이라는 거지요.

두 번째 설은 이들이 자연적으로 화성이 생성될 때 같이 생성이 되었다는 주장입니다. 즉, 화성이 생성되면서 그 주변의 남은 물질들이 자연스럽게 뭉쳐져서 포보스와 데이모스가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세 번째 설은 좀 과격합니다. 지구의 달 탄생 이론과도 매우 흡사한데 화성도 지구처럼 아주 오래전에 다른 천체가 와서 충돌했던 일이 있었다는 겁니다. 지구의 경우처럼 그 충돌로 인해 화성의 물질들이 화성 주변의 공간으로 펴져나갔고 화성의 중력 때문에 다시 뭉쳐져서 달이 되었는데 그만 그 달이 다시 화성으로 추락(!)해서 화성과 합쳐졌고 그 달의 남은 잔해가 포보스와 데이모스가 되었다는 겁니다. 이 설이 맞는다면 화성도 우리 지구처럼 번듯한(?) 구(球)형의 달을 가질 뻔했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아깝네요. 그랬다면 더 멋있었을 텐데...화성이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요?...



어디서 본듯한 이 기시감은 뭐지?...--;;


포보스의 크기는 가로, 세로, 높이 약 17km x 22km x 18km 정도이고 표면에는 약 1미터 두께의 분말 형태의 토양이 덮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토양은 유성들이 충돌해서 생긴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또 포보스에는 커다란 충돌 크레이터도 있습니다. 이 크레이터는 스티크니 크레이터(Stickney Crater)라고 불리는데 스티크니는 포보스와 데이모스를 발견한 천문학자 홀의 아내의 처녀 때 성이라고 합니다. (화성의 위성이 잘 안 찾아져서 홀이 포기하려고 했을 때 홀의 아내가 남편을 독려해서 계속 관측을 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 공을 기려서 포보스의 크레이터에 그녀의 이름을 붙인 거지요. 역시 부인 말은 잘 듣고 봐야...--;; 그녀 역시 수학자였습니다.)



스티크니 크레이터...


포보스는 낮에는 기온이 영하 4도까지 올라(!)가고 밤에는 뚝 떨어져서 영하 112도까지 내려간다고 합니다. 포보스에 관광 가실 분은 두툼한 방한복을 꼭 챙기도록 하세요. 포보스의 중력은 아주 약해서 지구에서 약 68kg 정도 나가는 사람이 포보스에 가게 되면 약 57그램 정도가 되게 된다고 합니다. 다이어트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들 역시 포보스에 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런데 이런 포보스도 비극적 최후를 피할 수 없을 거라고 하네요. 현재 포보스는 1년에 약 1.8센티미터씩 화성 쪽으로 끌려들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약 5천만 년 이내에 포보스는 화성에 충돌하거나 아니면 그 전에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나서 우주 공간에 흩어지게 될 거라고 합니다. 따라서 포보스 보길 원하시는 분들은 지금 실컷 봐 두시길 바랍니다. 곧(?) 없어질 지도 모르니까요.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언젠간 없어질 운명이라고 하니 오늘 따라 포보스가 좀 새롭게 보이는 것 같지 않습니까?



저 포보스는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을까?...말을 해주는 게 좋을까? 그냥 모르는 척 할까?...--;;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6-08-09 18:53)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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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05 23:28
수정 아이콘
우주 관련 글은 언제나 재미있네요. 오늘도 추천 누르고 갑니다.
16/07/05 23:31
수정 아이콘
강원도 화폐같네요
지나가던선비
16/07/05 23:42
수정 아이콘
궁금증이 예전부터 있었는데 소행성대는 목성의 중력으로 인해 뭐가 파괴되어서 그렇게 쪼개졌다고들 하고 본문에서도 화성의 두 위성이 목성의 중력에 위해 튕겨왔다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중력은 당기는 힘인데 왜 튕겨지고 부서지고 하는지 예전부터 이해를 못했었습니다. 그냥 당기는 힘이 중력 아닌가요? 왜 당기던 애가 밀어내고(?) 뽀개고(?)하는거죠
16/07/06 00:01
수정 아이콘
기조력 이라는게 있습니다.
가까운데는 중력이 세고 먼데는 중력이 약하잖아요. 그러면 천체 내부에서 찌그러지고 쪼개지는 힘이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서 찰흙 공을 한쪽 귀퉁이만 잡아 당기면 공 전체가 끌려가긴 하지만 찌그러지다가 뜯겨져 나가는 걸 생각하시면 편할 듯 하네요.
음란파괴왕
16/07/06 00:59
수정 아이콘
한쪽 팔을 잡고 사람을 빙빙 돌린다고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팔이 떨어져 나갈 것 처럼 아프죠. 정말로 세게 돌리면 아마 떨어져 나갈겁니다...
16/07/06 05:29
수정 아이콘
원심력이 같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목성이 근처에 와서 중력이 갑자기 강해지면 원심력과 중력이 같이 작용하는걸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네요.
자판기냉커피
16/07/05 23:45
수정 아이콘
아마 포보스보다 인류가 먼저 멸망하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5천만년이라니 인류가 못버틸꺼같아요...
닭장군
16/07/05 23:46
수정 아이콘
아이고, 포보스가 오늘내일 하고 있었군요. 그러게 천년만년 살것처럼 기고만장 하더니... 낼모래 가겠네요.
토욜저녁축구와치맥캬
16/07/06 00:17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Sgt. Hammer
16/07/06 00:33
수정 아이콘
천년만년 넘어서 천만년까지도 살 수 있다능
스웨이드
16/07/05 23:57
수정 아이콘
얼마 안남았네요 몇밤 자면 되나요?
AeonBlast
16/07/06 00:11
수정 아이콘
포보스 데이모스 하니까 생각난건데 포모스는 두 위성 이름 섞어서 만들어진거였군요!
기니피그
16/07/06 00:19
수정 아이콘
안티스파이럴이 또..
페스티
16/07/06 00:35
수정 아이콘
우물쭈물하더니 내 그럴 줄 알았다.
연필깎이
16/07/06 01:04
수정 아이콘
스티크니 크레이터 한가운데서 주변을 바라보면 어떤 느낌일까요.
마스터충달
16/07/06 02:30
수정 아이콘
데이모스가 패배를 뜻했군요.어쩐지 창세기전에서 맨날 무게만 잡고 쩌리짓만 하더만...
닭, Chicken, 鷄
16/07/06 06:38
수정 아이콘
제가 고른 감자보다는 이쁘게 생겼네요.
게다가 지구는 먼훗날 태양 때문에 포보스 걱정할 처지가 아니랍니다?!
16/07/06 07:54
수정 아이콘
둠 가이와 지옥의 악마들이 싸울 그 곳!
16/07/06 09:46
수정 아이콘
저도 제목보고 똑같은 생각을...
Galvatron
16/07/06 09:57
수정 아이콘
포보스가 패배를 뜻하고 데이모스가 공포를 뜻합니다.
Phobe는 패배,패주--낭패,혼란--공포라는 뜻의 변화가 있었다고.....
Neanderthal
16/07/06 10:14
수정 아이콘
지적 감사합니다. 본문에 추가했습니다.
Galvatron
16/07/06 10:46
수정 아이콘
이상 내용은 일본 위키페디아에서 본것이구요.
영문위키 포보스 항목을 보면 포보스는 god of fear, 데이모스는 god of terror라고 나오네요. 이쪽이 더 쌍둥이답긴 하네요.
마스터충달
16/07/06 13:08
수정 아이콘
으아니....
미숙한 S씨
16/08/09 21:13
수정 아이콘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

어라, 왜 에바가 떠오르지?
16/08/10 09:21
수정 아이콘
아레스와 데이모스라니.....
피칠갑을 한 민머리 전사가 떠오르는 건 쩌 뿐인가요?
귀여운호랑이
16/08/09 21:20
수정 아이콘
은퇴하면 여름에 피서 갈 별장 하나 지으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요.
16/08/09 23:44
수정 아이콘
문과지만 질량상 로슈의 한계를 넘어서면 파사삭할테니 충돌하는 선택지는 없지 않을까 마 그래 상상합니다.
티모대위
16/08/10 11:51
수정 아이콘
이런 글 보러 피지알 다닙니다 핫핫
메피스토
16/08/10 21:16
수정 아이콘
몇천만년쯤 되면 달에 사람 관광다닐텐데 저런거 꽝하면 위험하니 레카차 끌고가서 제자리에 갔다놓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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