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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1 12:07
글빨은 죽이죠
네 죽입니다. 말씀하신 작품외에 저는 선택도 감명깊게 봤습니다. 서정주도 한낱 친일활동때 써제끼던 학도병 모집글만봐도 클라스가 있더군요
19/04/21 12:12
이상하게 이문열의 정치적 성향 가지고 '사람은 나쁘지만 글만은 악마의 재능' 이렇게 치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문열이 왜 '악마'라는거죠? 아무리 봐도 이문열이 한국 문단 평균보단 도덕적 기준으로 훨씬 윗줄에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고은이나 신경숙 같은 자들을 떠받들면서 내부 비판은 다 묵살해버린게 한국 문학계 주류 아닙니까?
19/04/21 12:22
아무리 봐도 도덕 얘기 같은데요? 그럼 왜 굳이 '글솜씨만은 좋다' '악마의 재능' '논란이 있지만' 따위의 말이 나오는거죠? 눈가리고 아웅도 아니고...
19/04/21 14:47
아뇨 죄송하실것까지야;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오히려 죄송스럽네요 그냥 왠지 이문열이라는 소설가를 표현할때 하도 상투적으로 따라붙는 표현 같아 괜히 뾰족하게 해 본 소리였습니다.
19/04/21 12:25
그래서 저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하루키같은 사람도 악마의 필력이라 묘사하는데. . 그건 제게 악마- 마성적인 매력의 괴물같은 작가라는 늬앙스거든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말 그대로 악마새x라는 의미로 이문열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서 놀랬습니다. 그사람들 입장에선 보수 성향이라서 그렇구요. 그러면서 황석영 삼국지도 이문열 삼국지보다 훨씬 더 재미난다는 식으로 말하더군요.
19/04/21 12:57
악마의 재능이라는 표현은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 판 거 본따서 하는 얘기지 도덕이랑은 별 상관없는 거 아닌가요?
일단 저는 그렇게 사용했습니다.
19/04/21 14:54
보통 한국에서는 '재능은 뛰어난데 그 재능이 주어지지 말았어야 할 악한 사람에게 갔다' '하는 행동은 맘에 안드는데 인정하기 싫지만 재능은 있다'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보통 천재, 축복받은 재능, 신이 내린 재능 등으로 수식하지 손흥민같은 선수에게 악마의 재능이라고 표현하진 않잖아요? 흔히 발로텔리 같은 선수들에게 붙는 수식어죠.
19/04/21 15:12
음악이나 문학 같은 분야 같은데서는 기교가 엄청 뛰어나다든가 하는 걸 보고 악마의 재능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스포츠 같은 분야에선 그런 식으로 사용하나보군요. 설명 감사합니다.
19/04/21 12:32
이문열은 일단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재밌게 하는 재능이 있죠. 등장인물들의 어투나 배경구성, 주인공의 치밀한 심리묘사 등등. 재밌게 봤던 거로는 장편은 사람의 아들, 황제를 위하여, 중단편은 아우와의 만남, 필론의 돼지, 새하곡 등이 있네요. 하지만 이문열의 단점은 요즘말로 주제에 대해 '뇌절' 을 했다는 거죠.. 기본적으로 이문열 소설의 위치는 무지한 대중과 무지한 대중을 선동하는 무엇-에 대한 안티테제인데, 이러한 결론이 그의 초기 소설들에서는 치열한 고뇌와 싸움 끝에 나오는 결론이라면, 그 뒤 작품에서는 그러한 결론이 애초에 처음부터 깔려있거나 동어반복 수준이라. 더 이상 소설이 새롭지가 않아요. 그래서 요즘의 이문열을 그냥 저는 하고싶은 말을 이미 다 써버린 소설가의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악마의 재능 관해서는, 아버지의 월북 때문에 고난을 겪었다는 그의 인생을 생각하면, 그의 위와 같은 태도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고, '악마' 까지 붙여야 하나 싶습니다.
19/04/21 12:53
예전엔 사람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있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살아온 뒷배경을 보니 그럴만해 보이더군요
글은 비슷한 세대 작가들 중에는 개인적으로는 가장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19/04/21 12:54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욕하는 사람들이 문제죠. 20세기 한국 소설가 중에서도 첫 손꼽는 수준이라 봅니다.
19/04/21 12:57
직접 만나 같이 여행한 적이 있는데....
맘대로 말을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 - 자기 책 시내 한가운데서 불태워진 후 - 많이 답답해하더군요. 그래서인지 정치이야기는 한마디도 안하던데.. 그냥 세상사는 이야기로 구라푸는거 옆에서 들으면... 재미있긴 하더군요. 본인 살아온 이야기도 정말 재미있고요.
19/04/21 15:47
80년대 후반 년생의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분명 글빨 쩌는 것 맞고 엄청난 작가인 건 맞는데 신경숙, 김영하, 잘 쓸 때의 공지영 같은 작가들에 비해서는 좀 재미가 없어요. 한 세대 까진 아니더라도 반 세대 앞 작가 느낌이 많이 나는 스타일이라서 개인적으로는 '역대 최고인가?'라는 생각은 안 드네요.
19/04/21 19:22
시쳇말로 썰을 정말 잘 풀죠. 더 옛말로 구라가 좋달까..
김훈처럼 각잡고 문장깎는 스타일리스트들과 정반대 영역에선 탑 오브 탑이라고밖엔
19/04/21 21:32
탑급 인지도와 평가를 받던 작가가 삼국지를 내서 화제가 된거죠. 이문열은 삼국지를 써서 유명해진게 아니라 이문열이 삼국지를 써서 유명해진겁니다.
19/04/21 23:15
이문열이 당대 높은 평가와 인지도를 누리고 있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의 대표작들도 재미있게 읽었구요.
다만 이미 20년 전에 읽어도 올드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근래에는 별다른 작품 활동도 없는데 넘사벽 원탑의 평가를 이토록 오래 유지하는 게 좀 껄끄러웠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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