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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7/08 10:57:58
Name 界塚伊奈帆
Subject 자살시도. 그 이후 이야기
* 본인 이야기이며 실화입니다. 그리고 감정선 따라 흘러가는 이야기라서 읽기 좀 거북할 수도 있으니 불편하실 것 같은 분들께서는 본문을 읽지 않으시는 것을 진심으로 권합니다. 이후로는 본문을 읽겠다는 동의를 했다고 가정하고 작성하겠습니다. 독백 형식이라 반말이 될텐데 이 점에 대해서 읽으실 분들의 진심어린 양해를 구합니다.

* 또한 하단 리플들은 전부 다 읽어봤습니다. 제 상황을 전부 다 오픈한 것이 아니라 오해하신 것들도 있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고 다 이해합니다. 아마 어제 있었던 이야기부터 이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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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는 어머니, 밤에는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 자살 동기는 별 것 아니였다. 부모님과의 감정교류가 전혀 없는데 동생만을 위해주는 것 같아서였다. 그게 20년이 넘어간다고 생각하니 스스로 서러웠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집에 들어가는 것 조차도 싫어했던 것이고...

어머니하고는 (약 도움을 받아서였지만) 이야기를 그래도 마무리를 지었다.
"네가 그렇게 집에 있기 싫었고, 부모님과 있기 싫었다면 집을 나가서 살아라. 그래서라도 사는게 그나마 부모에게 도움 되는거다. 빚이랑 일단 1개월분의 생활비는 줄테니 직장 다니면서 혼자 잘 살아라,"
- 사실 저번주 시점에서 일자리 한군데는 확정지은 상태였습니다. 내일 또 면접이 있긴 한데 확정된 곳이 수요일 출근이니 일단 한번 가 봐야죠.

마지막에 어머니께 상처가 될 말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옛날에 비해서는 대화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니였다...

산악회를 다녀오셨다는 아버지는 이미 술에 취해 계셨고, 무조건적으로 말을 쏟아내셨다.
너 때문에 내가 망신이다, 왜 비교질이나 하고 앉아있냐 등등... 특히 마지막에 네 친구들은 어쩨 도움이 하나도 안 되냐는 식의 말이 제일 가슴을 후벼팠다. 나와있는 동안 부모보다도 이야기를 더 잘 들어주고 해결방법을 제시해줄려고 노력했던 친구들을 완전히 바보 취급하는 점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어자피 아버지 성격에 말대답을 시작하면 이야기가 더 길어질 것을 알기에 예, 예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결국은 이리 되었다. 죽지 못해 살아서 부모님에게 몇천만원 빚 대신 갚게 하고 대신 월 100씩 부모님에게 갚아나가는걸로.
사실 이게 제대로 된 결론인지는 스스로도 모르겠다. 내가 원했던 것은 내가 죽던 말건 가족간의 완전한 단절이였으니까. 다만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혼자 떠안고 가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은 결과라고. 직장이나 잘 간수하면서 살면 된다고. 저런거에 일일히 신경쓰지 말라. 이런 이야기들이였다.
==============================================================================================

수면제 먹고 어제 바로 잠들었었는지라 답 리플에 하나하나 응대를 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제 글을 읽으신 모든 분들께 고개숙여 사죄드립니다.
뭐, 결론은 일단 살기는 살게 되었습니다. 집을 나가면 그래도 안정되겠죠...

다음에 여유가 되면 정신병원 3주 입원기를 한번 써보겠습니다.
그럼 모두 즐거운 하루 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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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昇玗
19/07/08 11:02
수정 아이콘
힘 내세요..
김솔로_35년산
19/07/08 11:08
수정 아이콘
다행입니다. 응원해요. 죽지 말아요.
이브나
19/07/08 11:12
수정 아이콘
다음 후기 기다리겠습니다.
꼭 다시 올려주셔야 해요..
19/07/08 11:13
수정 아이콘
엉뚱한 궁금증이긴 한데.. 몇 천만원의 빚이라는 게 지난 글에서 쓰신 보이스피싱 600만원 + 당시에 하셨던 유흥으로 생긴 건가요?
얼그레이
19/07/08 11:15
수정 아이콘
후기 기다리고 있을게요. 응원합니다.
19/07/08 11:18
수정 아이콘
이 곳에 자신의 심정과 경험을 올리시기도 쉽지 않으셨을거 같아요.
백년지기
19/07/08 11:31
수정 아이콘
이런 어려운 일들을 여기에 글로 올리는건 분명 소통하고 싶으신데 막다른 길이라서 그러시겠죠.
글 많이 적어주시고, 치료 잘 받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소통은 소통으로 끝나는게 좋고 여기에 의지하거나 댓글쪽지는 크게 신경쓰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치료가 아닌 무언가에 의지할 수록 결국 문제는 해결안되고 더 아프기 마련이니까요.
최씨아저씨
19/07/08 11:47
수정 아이콘
지속적인 후기 기대합니다.
19/07/08 11:53
수정 아이콘
이걸로는 알수 없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겠지요.
그래서 드릴수 있는 얘기도 한정적이지만 살다보면 그 선택을 안한게 다행이라고 생각하실 날이 올거에요.

제가 볼때는 본인에 대해서 그래도 어느정도 객관적으로 자각하시는거 같고 일도 하실수 있고 얘기나눌수 있는 친구분들도 있으니 나아지실거에요.
나중에 혹시 아버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 하실지 모르겠네요. 힘내세요.
홍승식
19/07/08 11:53
수정 아이콘
아래글에도 적었지만 자살충동이 오는 상황을 회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통 그런 생각이 드는 트리거가 있습니다.
어 이 상태 계속되면 트리거 오겠는데 싶으면 다른 사람 신경쓰지 마시고 그냥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겠다를 생각하세요.
근본적인 치료는 의사선생님의 도움을 받으시면 되겠지만 생활하시면서 내가 "그냥 죽어버릴까?" 라는 생각이 드는 상황을 피해야 평온한 상태에서 치료도 가능합니다.
그런 트리거만 없으면 그냥 우울감있는 상태와 별반 차이 없으니까 어느정도 일상 생활이 가능할 겁니다.
그렇게 자살충동을 회피하면서 치료받다 보면 조금씩 나아집니다.
19/07/08 11:55
수정 아이콘
다행입니다.
짱아곰
19/07/08 12:17
수정 아이콘
응원합니다
Cafe_Seokguram
19/07/08 12:27
수정 아이콘
정신병원 3주 입원기를, 최대한 오래오래...정기적으로 읽고 싶습니다...
궁금하거든요...
19/07/08 12:58
수정 아이콘
살다보면 좋은날 분명히 올거예요 힘내세요
너의하늘을보아
19/07/08 13:12
수정 아이콘
진심으로 응원합니다..파이팅하세요
19/07/08 13:14
수정 아이콘
응원합니다.
19/07/08 13:33
수정 아이콘
힘내시길 바랍니다.
캐모마일
19/07/08 13:48
수정 아이콘
부모님과 완전 단절 되시려면 우선 빚은 다 갚으셔야죠 그거 다 갚을때까지만이라도 다른 생각 하지 마시고 열심히 직장 다니세요 이후의 삶은 그 때 생각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목화씨내놔
19/07/08 14:00
수정 아이콘
다행이네요 화이팅입니다
아웅이
19/07/08 14:07
수정 아이콘
좋아서 사는게 아니라 살다보면 좋은 날이 올거라 생각해요
파이팅입니다.
cluefake
19/07/08 14:37
수정 아이콘
어유 다행입니다 화이팅!
홍다희
19/07/08 15:15
수정 아이콘
글도 자주 올려주시고, 치료도 일도 놓치말길 바래요. 그래도 살아볼만한 인생이라고 행복도 다가옵니다.
윌 스미스의 '행복을 찾아서'란 영화가 생각 나네요. 어렸을 적엔 생고생에 생고생만 하는 저 영화에서 행복을 찾을 수 없었는데 왜 제목이 행복을 찾아서야? 였는데 시간이 지나서야 알았습니다. 행복을 찾는 여정이 저만큼 이었다고. 생고생 이후에 주인공이 행복해졌을지도 몰라요. 근데 그냥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거죠. 그렇게 조금씩 소소한 기쁨들도 발견하게 되구요. 파이팅합시다! 살아 기쁜 날이 올겁니다.
지금이대로
19/07/08 15:41
수정 아이콘
힘내욧
마법두부
19/07/08 15:53
수정 아이콘
다행입니다.
답답한 감정을 하소연할 곳도 없을때 이렇게 익명으로라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로 조금이나마 배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9/07/08 16:00
수정 아이콘
자살시도까지 하셨다는 분께 감히 드릴 말은 없습니다만 힘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비둘기야 먹쟈
19/07/08 16:09
수정 아이콘
짝짝짝. 자살 기도에서 수요일 출근이라니 대단하십니다.
유쾌한보살
19/07/08 16:34
수정 아이콘
정말 다행입니다.
이어서.. 소소하지만 즐거운 일들이 자꾸 생기길 바랄게요~
Dr. King Schultz
19/07/08 22:00
수정 아이콘
글 자주 올려주세요! 다행입니다
녹차라떼
19/07/09 23:14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자주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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