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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7/05 16:39:04
Name Farce
Subject [스포, 리뷰] 아주 개인적인 염세주의 : "기생충", "인사이드 르윈", "공생충" (수정됨)

 * 이 리뷰글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코엔 형제 감독의 영화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 (국내 개봉명: '인사이드 르윈')",
그리고 무라카미 류 작가의 장편소설 "공생충"에 대한 깊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영화의 내용이 밝혀지는 것을 원하시지 않은 분께는 '뒤로 가기'를 누르시는 것을 권장해드립니다.

그 밖에 다양한 다른 영화, 또는 만화의 장면이 '비유'와 '농담'으로 본문에서 활용될 예정입니다만, 
직접적인 스포일러보다는 일부로 상당히 엉뚱한 맥락에서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으니, 
부디 너그럽게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작하겠습니다.

여는 노래.


Hang me, oh hang me
매달아 주시오, 목을 매달아주시오
I'll be dead and gone
아주 죽어 사라지고 싶소이다
Hang me, oh hang me
매달아 주시오, 목을 매달아주시오
I'll be dead and gone
아주 죽어 사라지고 싶소이다
Wouldn't mind the hanging
모가지가 내걸리는 건 별 것도 아니오
But the layin' in a grave so long, poor boy
하지만 무덤에서 오래 썩어가는 건, 아 가여워라
I been all around this world
이미 세상도 죽어라 돌아다녔는데

cafe-gaslight

1. [영화 "인사이드 르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손님도 몇 십명이 안되는 작은 카페. 한 밤중에 기타를 꼬나쥐고 주인공으로 보이는 사람이 '죽여달라'는 노래를 부르지요.
"인사이드 르윈"은 딴따라에 대한 영화입니다. 세상에는 성공하는 스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지요. 어떤 사람은 자기 밥벌이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못났습니다".

영어로 만들어진 영화인데도, 한국인 입장에서 들으면서 '찰지다'고 느낄 정도로, 대사의 대부분이 쌍욕과 비꼼입니다.
일어나는 대화의 70%는 "병신 같은 음악좀 때려치고 정신차려!"와 "너는 시X 얼마나 잘났다고 나한태 지X이야!" 입니다.
잘 들리지도 않는 남의 나라말, 영어 욕설이 이렇게 귀에 쏙쏙 박힐 수 있는지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미쳐 몰랐습니다. 

주인공 '르윈 데이비스' 입장에서도 자기자신은 '그렇게까지' 못난 존재는 아닙니다.
적어도 가족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살고 있거든요. 친구집을 바꿔가면서 거실 바닥에서 자고, 단벌 신사로 세탁 한번 안하고 
살고 있지만, 그래도 음악을 하면서 살고 있으니까요. 이대로 가늘고 길게 쭉 갈 수도 있겠지요.
집에 안 들어가고, 그럴싸하게 빈곤한 예술가로 살아가는 것도 '르윈'이 바라는 인생일 것입니다.

jean-and-llewyn

[그런데, '여자친구', 그것도 이제 유부녀가 된 여자친구 '진(Jean)'이 자기 아기를 임신했다네요?]

딴따라 르윈에게는 갑자기 자기 아기를 지울 목돈이 필요하게 됩니다.
아무런 일도 없으면 그래도 밑바닥에서 기타를 치는 척하면서 살아 갈수 있겠는데, 세상 만사가 그렇듯이 계획이 꼬인 것이지요.
우연찮게, 지금 르윈이 지내는 '뉴욕'에서 조금 떨어진 '시카고'에서 어떤 유명 프로듀서가 새로 가수를 찾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우리의 주인공은 자신이 떠나본적 없는 뉴욕에서 무작정 시카고로 짠내나는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웁니다.

"인사이드 르윈"이라는 제목이 넌지시 일러주듯이, 이 영화에서 '르윈'을 힘들게 하는 것은 다름아니라 '내면'입니다.

아무도 '르윈'이 기타를 칠 때, "음악 X같이 못 하네!"라고 외치지 않습니다. 고개를 좀 흔들고, 박수를 쳐줄 뿐이지요.
그리고 그건, 절대로 "이 사람 음악 진짜 잘 하는 구만!"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하지만 '르윈'은 그걸 애써 외면하지요.
아무나 대스타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대스타가 못 된 사람은 다 굶어 뒈지고 얼어 뒈졌습니까? "나도 계획이 다 있어!"

계획도 있습니다. 눈 앞에 주어진 기회도 있지요. 하지만 '르윈'이 그걸 다 낚아채는 인재였다면 이런 상황에 애초에 처했을까요?

the-cat-odyssey

[이 영화는 '한 고양이 덕분에 시작된 영화입니다'.]

은사 '고어파인' 교수의 집에서 교수가 출장 나간 사이 며칠 머물고 있던 '르윈'이 고양이를 현관에서 놓치면서,
집열쇠를 안에 두고 문이 닫히는 바람에 다른 잠자리를 찾다가 시카고에서 열리는 오디션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이거든요.

하지만 많은 사람이 그렇듯이, 고양이 하나로 인생이 바뀔 '르윈'이 아니었지요. 영화의 주인공씩이나 되어서, 참 고집이 쎕니다.
다른 성공하지 못한 딴따라의 차를 얻어타고 있건만, 결국 다른 딴따라 영감의 자기자랑과 신세한탄에 질린 '르윈'이 내뱉습니다.
"이 영감탱이가 드디어 돌았나. 여태까지 쳐먹은 나이를 주동아리로 쳐뱉고 있는거야, 아니면 똥구멍으로 질질 싸고 있는 거야?"

아까 아무도 '르윈'에게 노래를 잘 부른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고 했지요?
'고어파인' 교수의 부인이 교수 부부를 찾아온 손님 앞에서 '르윈'에게 노래를 한 번 해보라고 권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어쩌다보니 저녁식사에 초대된 몸이니, '르윈'은 기타를 두들기고, 교수 부인은 다른 사람이 전에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행동을 하지요. '코러스'를 넣어줍니다. 노래가 얼마나 좋으면, '르윈'이 얼마나 좋으면 그러겠어요?

반주가 멈춥니다. "씨X, 지금 무슨 짓하는 거에요?", "무슨 짓이냐니?", "하지말라고요.", "여기가 마이크가 하던 파트잖니."
"X발, 마이크 이야기 하지 말라고."

안 풀리는 솔로 가수의 인생에는 실패한 듀엣 데뷔, 그리고 파트너의 자살이 있는 법이지요.
그리고 인생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결국 시카고에서 '르윈'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합니다.

"인사이드 르윈"은 정말로 우울한 영화입니다. 시작과 끝이 '수미상관' 그러니까, 고통스러울 정도로 비슷한 장면으로 끝나지요.
실패한 딴따라의 이야기. 그리고 그 딴따라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2시간 동안 관객의 눈에 때려넣습니다.
아무것도 계획대로 되지 않고, 계획이 풀리려고 하면 주인공이 알아서 그걸 발로 걷어차지요. 

마지막 장면에서, '르윈'은 이 모든 개고생 다음에, 조금 정신을 차린 것처럼 보입니다. 고양이를 현관에서 낚아채서 교수의 집 안에
제대로 집어넣고 열쇠까지 챙겨서 나오지요. 그리고는 다시 그 비좁고 어두운 카페에 출근합니다.
또 다시 노래를 하지요.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영화인데, 2시간짜리 영화인데, 관객보고 엿 먹으라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살다보면 그래도 또 기회가 올 것 같지않냐고요?
관객 아저씨. 지금까지 이 영화 제대로 본거 맞아요? 네?
 
2. [인사이드 르윈]은 아주 개인적인 단위에서 염세적인 영화입니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설명을 똑바로 해주지 않고,
자기 자신은 도대체 자기 깜냥이 얼만큼 되는지 알지 못하고, 알려고 들지도 않지요. 

이딴 사람들이 모인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면 그게 또 웃기고 자빠질 코메디입니다. 
그래도 1960년대 미국 딴따라의 이야기를 들어봤으니, 이번에는 조금 더 '집단적으로 염세적인',
2010년대 말의 대한민국으로 가볼까요?

parasite-the-film

["기생충"은 "인사이드 르윈" 따위보다 더 지독하고 염세적인 영화입니다.]

대한민국도 사람이 사는 동네입니다. '르윈 데이비스'가 없겠습니까? 못난 사람도 있고, 잘난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모든 딴따라, 그리고 대한민국의 모든 소시민이 무슨 "야 내가 한번 내 인생을 이렇게 찌질하게 말아 먹어보자"하고
작정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지요. 살다보니까 그렇게 되는 겁니다. 


good-people

[더 끔찍한 말 해볼까요?]

'좋은 기회가 있어서 다행이다'. 
부잣집이 멍청해서, 일가족이 사기를 쳐서 부귀영화를 빨아먹을 수 있었던 '아랫집'은 '부잣집'에 대해서 자기들끼리 논평을 해봅니다.
"근데 부자[인데도] 착하더라." , "부자[니까] 착한거지", "우리가 이런 집에 살아봐. [나도] 착했을거야. 엄청 착했을거야!"

대한민국에서요. 착하고 싶은거랑, 안 착하고 싶은거는요. 고작 안에 들어있는 살아있는 사람이 결정하는게 아니에요.
모든게 인형놀이고, 역할극입니다. 박 사장역을 송강호 배우가 하고, 김 기사역을 이선균 배우가 했어도, 영화가 그럴싸했을 
그런 세상을 우리가 살고 있다고요. 갑 밑에 을이 있고 을 밑에 병, 정이 있습니다. 캐스팅된 역할을 해주기만 하면 된다고요.

가정부 '문광'이 피를 흘리면서 말합니다. "저 언니가 원래 착한 사람인데..."

그 전 대사가 뭐였죠? 아아... "동생은 무슨 이 X년아!"
필요하면, '언니', '동생', 그리고 'X년'입니다. 힘의 관계에 의해서 5분 안에 영화 안에서도 호칭이 척척 바뀌지요.

그런데 왜, 언제 봤다고 다른 사람이 착하다는 이야기를 할까요?
당연히, 자기 자신이 착해야하기 때문이지요. 원래 착한 사람들끼리,
뭐 그냥 열심히 살다보니 상황이 이래서, 서로 '썅X'이라고도 불러도보고. 나는 원래 참 착한데. 그래서 저 사람도 착할텐데
대한민국에 본래부터 나쁜 사람 아무도 없는데... 우린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나 허허... 나는 모르겠네... 내 잘못은 아닌것 같은데...

'안 나쁜 사람' 두 가족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더 절박하고, 더 선을 넘는 사람이 이깁니다.
'기우'는 스스로 자신의 꾀에 엄청 감탄했을 겁니다. '수석'을 쓰는 겁니다. '수석'은 본래 '돌'이지 '살인도구'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걸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키아! 

그러니 살인도구가 아닌 일개 짱돌은 결국 계단에서 무거운 나머지 굴러 떨어지지요. 계획이 틀어집니다.
그러게 그냥 반지하집에도 하나씩은 있을 식칼을 챙겨오지 그랬을까요. '기우'를 기다려주는 것은 사람을 목졸라 죽이는 도구,
'올가미'입니다. 사람 하나 죽이겠다는 뜻이지요. 준비성, 각오, 목적 자체가 상대가 안됩니다.

지하에서 살던 '근세'는 자신을 죽이려고 다시 지하를 찾아온 '기우'를 제압합니다.

의외이지요. '근세'는 지하에서 밥이나 얻어먹으면 그만이라고 엄청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줬는데 말이지요.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신의 남편을 걱정해주는 '문광'의 모습이 대조되기에, '근세'는 무엇을 할 인물로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내 '문광'이 죽고나니 사람이 무서워집니다. '근세'가 근본적으로 무슨 살인마의 소질이 있었고,
내면이 악으로 물든 사이코패스여서 그럴까요? 아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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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사람이 착한 것도 선택할 권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잔인한 살인자가 되는 것을 선택할 권리조차도 없다고 영화는 말합니다.]

아들 '기우'에게는 온가족이 돌아갈 '기생상태'가 아직 있었고, 그걸 어떻게든 자신의 기발한 계획을 통해서 되돌려야 했지요.
'근세'가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은 간단했습니다. '잃을 게 없다. X같은 놈들 다 죽인다'. 
누구를 어디서 계획적으로 죽이자는 그런 것도 아니었어요. '칼부림'이라는 단어에 걸맞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래서 '근세'는 "사장님 리스페에에에에에엙!"을 외치고 하고 싶은걸 다 이루고 죽지요.
다른 사람에게 내 계획이 무엇이니, '무계획이 계획이니', 그딴 현학적인 말 떠들지도 않았어요. 그러니까 하고 싶은 걸 다 성공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죠. 칼부림이 일어났는데, 관객조차도 3줄 요약하기 힘든 요지경 사건을 어떻게,
어떻게 뉴스를 보는 대중이 이해해줄거고, 납득해줄거고, 박사장이 자기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기가 왜 죽는지 이해할까요?

영화 "달콤한 인생"의 '백대식 (황정민 분)'의 말을 한번 들어보고 가실까요? 
( "달콤한 인생"의 스포 있음)



"뭐야? 그 표정은?
억울해? 억울한거야?

[네가 이렇게 된 이유를 모르겠지?]
[자꾸 딴데서 찾는 거지?]

그럼 날 찾아오면 안 되지 이 사람아!

마!
인생은 고통이야. 몰랐어?"

여러분. 저기 세상에 나가면, 어떤 많은 걸 잃은 사람이 칼을 하나 들고 돌아다닐텐데요.
그리고 그 사람은 지나가는 사람 딱 하나만 걸려봐라 하고, 가장 먼저 본 사람을 찌를건데.
그게 제가 될 예정이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 사람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어떻게 이해해줄까요?
이해하면 칼 찔리는게 그나마 덜 아플까요? 아 어떡하지. 나는 죽어도 이해 못해줄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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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의 포스터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갑자기 무슨 범죄자 얼굴에 쓰이는 모자이크 짝대기를 좋은 배우들을 모셔놓고도 입혀놨어요.
왜 그랬을까요? 저는 이런 가설을 세워봅니다. '이게 한 가족 이야기로 끝나면, 너무 기분이 덜 나쁘잖아요.'

아버지 '김 기사'는 포스터에서 가장 얼굴이 크게 나온 사람이 아니랄까봐, 바로 수해로 인해서 체육관에서 자는 장면에서,
자신의 팔을 이용해서 두 눈을 가려버립니다. 누운 상태로 말이지요. 포스터의 그 익숙한 얼굴입니다.
그리고서는 말하지요. 자신의 꼬라지에 대한 환멸감이 잔뜩 묻어나는, 이빨을 꽉 문 목소리로 말이지요.

"계획이 없으니까, 사람도 죽이고, 나라도 팔아먹고, 다 그러는거야."

'김 기사'네 가족이 사람도 죽일 것이긴 하지만 ('김 기사'가 '박 사장'을 우발적으로 죽이긴 하죠),
'나라를 팔아먹는다니?' 그럴 능력도 안되면서 왜 이런 말을 했을까요. 그냥 비유? 허풍?
아니죠. 얼굴을 가린 흔한 '범죄자'가 되면서, '김 기사'네, 그러니까 '기우'네 가족은 고작 '영화 속의 한 가족'에서 더 나아갑니다.

현실에서 뉴스에서 보이는, SNS에서 보이는, PGR 유머게시판에서 보이는 '칼부림'이 얘네라고요.
대한민국에 이런 기생충 참으로 많고, 이런 꼴난 가족이 한 둘이 아니라고요. 어차피, '역할극'이니까. 가난하면 그럴꺼니까.
절박하면 그럴거고, 잃을게 없으면 그럴거니까.

그래서 저는 저만의 소설을 하나 써보는데요. 
[아들 '기우'는 지하에서 올라온 '근세'에게 죽었습니다. 에필로그는 현실에도 '기우'가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내용일 뿐이고요.]

'박 사장'은 칼에 한번 찔리니, 안 죽어도 될 것 같이 찔렸는데도 죽습니다.
'제시카', '기정'은요? 역시 칼에 한번 찔리니 'X발' 한마디 내뱉고 죽습니다.

그런데요. 아무리 사람 잡는 살인도구가 아니고, '짱돌'이라지만, '수석'에 '기우'는 [두 번] 찍힙니다.
'근세'가 사람을 하나 죽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던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올가미'도 준비했고,
한 번만 돌로 찍으면 살까, '두 번'으로 확인사살까지 했습니다. 그 다음엔 수석을 버리고, 식칼을 손에 '역수'로 쥐지요.

그런데, '기우'가 살아있다고요?
다음 장면이지요. "하하하하하하. 말도 안 돼. 하하하하하하". '기우'가 어떻게 살아있어요.
그 '가짜 기우'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착실하게 돈을 벌게요. 집을 살테니, 아버지는 계단만 올라오세요.

if-you-were-better-than-this

[전과자가 되어서, 착실히 살기로 결심했답니다. 그 집을 사겠다네요? 말도 안되는 소리!]

'진짜 기우'는 거기서 돌에 머리가 찍혀 죽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로 운이 좋아서 살았을 수도 있지요.
어차피 '진짜 김 기사'도 경찰에 잡힐 수도 있는 것이고, 방공호에서 굶어죽을 수도 있는 것이고, 세상에 남아있을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있겠어요? 제 생각인데요. '사기'를 치지 않을까요? '전과자' 잖아요. '착실히' 일하겠다고요? 말도 안되는 소리.
어떻게 똑바로 살건데요? 그건 제가 고민해줄 영역이 아니지요. 중요한 것은 그런 '기우'가 대한민국 사회에, 세상에,
관객들이 살아 숨쉬는 터전에 '있을 법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지하 방공호로 도망친 '김 기사'도 현실에 숨어있을 것이고요.
언젠가 기어나와서 칼에 찔리는 사람 입장에서 기가막힐 소리를 하며 사람 하나를 죽이겠지요?

"[네가 이렇게 된 이유를 모르겠지?]

영화가 끝났습니다. 관객 여러분께서는 상영관을 떠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 기억해주세요.
당신들이 돌아가는 세상에는 당신이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그런 이야기를 품은 사람들이 같이 살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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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정말로 기분 나쁜 영화입니다. 관객은 아직도 잃을 게 많아서 일상의 '선'을 안 넘는데. 그런데 영화가 '선'을 넘거든요.] 


3. ["기생충"] 친구 ["공생충"]

제가 영화 "기생충"의 결말을 이렇게 해석하는 것에는, "인사이드 르윈"의 영향도 있지만,

symbiosis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본 소설 "공생충"이 비슷한 결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설 주인공의 이름은 '우에하라'입니다. 은둔형 외톨이 청년입니다.
어릴적 아주 '개인적인' 사건을 경험한 이후로 방 하나에 계속해 틀어박혀서 살고있습니다.
중학교 선생님의 머리에서 나는 냄새가, 아주 맘에 들지 않았기에 등교거부를 했고,
그 이후 세상과는 제대로된 소통을 하면서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가끔 '머리카락 냄새' 이야기를 하지만,
아무도 '우에하라'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지요. 사실 그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는 사람도 아무도 없고요.

부모님은 이미 그를 어디 외딴 원룸을 하나 얻어줘서, '살려만 두는' 상태로 두고 있지요.
가끔 청소를 하기 위해서 '어머니'가 오시면, 반항심인지 자위행위를 하고, 청소를 해주시는 어머니의 등짝에 폭력을 휘두르곤 합니다.
울면서 '어머니'가 쫓겨나면 다시 인터넷 세상에 빠져서, 시간을 때우고, 성욕을 풀고 뭐 그럽니다.

인터넷에 '우에하라'가 올리는 글들도 하나 같이 너무나도 '주관적이고' '자폐적인' 이상한 글 밖에 없습니다.
그 중에 하나는 이런 내용이었지요. '어릴 적에 할머니 병문안을 갔었는데. 흰 점액질 끈을 달고 있는 벌레가 할머니 코에서 나오더니,
내 눈으로 들어와 녹아서 사라졌다. 그 다음부터 나는 내 몸 안에 벌레를 하나 품고 사는 것 같다.'

그거 아시나요. 
한국어로 된 인터넷에서도, 검색어만 잘 치면, 정신적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의 블로그 글을 찾아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아무튼 간에, '우에하라'에게 어느날 한 통의 메일이 옵니다. 
"공생충"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집단 "인터바이오"에서 보낸 편지이지요.
'인터바이오'는 아주 터무니 없는 내용을 '우에하라'에게 알려줍니다. 

그가 경험한 것은 아즈텍 신화 (뜬금 없지요?)에서 등장하는
'공생충'이라는 존재로서, 한 시대가 끝나가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려면 나타나는 현상이며,
'공생충'을 몸에 지닌 선택받은 자가 집단 살육을 통해서 다음 세상을 새롭게 준비해야한다는 것이 신화의 내용'이라는 말이었지요.

lincoln

[소설도 이런 소설이 따로 없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러했지요.] 

'인터바이오'는 사실 '우에하라'가 사용하던 게시판의 평범한 이용자 3 명이 작당한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서 이상한 짓을 벌이는 사람들이 다 그렇듯이,실제 직업은 번듯한 직장인들이었고요. 
'덜떨어진 호구'를 가지고 놀 생각에 즐거웠던 직장인들이요.

하지만 '우에하라'는 '인터바이오' 덕분에 '각성'(?)을 하게 됩니다. 
방 안에 갇혀 살던 폐인에서, 아버지를 집으로 직접 찾아가고 (그래봤자 패륜행위를 저지르지만요),
사람들을 향한 '테러'를 준비하기 위해, 산을 타면서 '답사'도 해보고, 사람들에게 '탐문'도 해보고,
심지어 모든 것이 준비된 다음에 '카페'에 들려서 "이런 곳에 카페가 있구나? 와. 종업원이 정말 이쁘네." 라는
'정상'인의 모습을 회복하게 되지요. 결국 본질은 '테러범'이지만요.

'우에하라'가 마침내 '인터바이오'가 주는 (본래는 그냥 거짓 짜집기였을) 정보와, 자신의 노력 끝에 찾아낸 것은, 
인근 해안가의 버려진 2차대전 때의 일본군 벙커 폐허 지하에 '본토결전'을 위해 남아있던, '독가스탄'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인터바이오'에게 재미있는 구경거리 ('테러')가 일어날 것이라고 불러모아서는,
바로 '독가스탄'으로 이들을 몰살시키지요. 뒤늦게 '인터바이오'는 이게 전부 인터넷 모임이며,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숨이 넘어가는 마당에, 자신들이 이렇게 된 이유를 몰라봤자. 아무것도 바뀔 것은 없었지요.

자신의 '소명'을 깨달은 '우에하라'는 독가스통이 가득차있는 배낭을 등에 맨 상태로, 지하철을 탄 다음,
'일본 어딘가'로 향합니다. "공생충이 자신에게 제공해준 길"을 걷기 위해서요.

그리고 소설은 끝납니다.

sarin

[왜 하필, 이 일본 소설은 '일본군이 본토결전을 위해 남긴 독가스'를 은둔형 외톨이에게 쥐어줬을까요?]

"공생충"은 2000년에 출판된 소설입니다. '세기말'이라는 분위기가 일본에서 아직 사라지지 않았던 시점이었지요.
1995년 3월,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살포사건'이 일어났었습니다.

"옴진리교"라는 사이비 신흥종교를 믿은 일본인들이 도쿄 지하철 3개 노선에서, 5개 실행조로 
독가스 '사린 (Sarin)'을 제조하여 살포한 사건이었습니다. '옴진리교'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던 다양한 사건사고로 인해,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수도권에 제대로 '혼란'을 주자는 목적으로 일어난 '테러'에 해당했습니다.
13명이 사망했고, 1050명이 넘는 부상자가 나왔습니다. 비영구적인 피해를 포함하면 6300까지 부상자가 늘어납니다.

"공생충"의 작가, '무라카미 류'와 이름이 같은, 
또 다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해외에서 체류하고 있던 중에 이 사건을 접하고 충격을 받은 나머지,
도대체 그때 '도쿄 지하철', 그리고 '옴진리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를, 
'자신 스스로도 납득하기 위하여'라도 책으로 정리해보기로 결심을 하게 되지요.

그 결과 '무라카미 하루키'는 두 권의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언더그라운드", 그리고 "약속된 장소에서 (국내 출판명은 '언더그라운드2')"입니다.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언더그라운드"는 한국사람들이 읽어도 눈시울이 붉어질 그런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원래 출장을 나가는 날이었는데, 일정이 바뀌어서 그만... 
부모님 가게 도와주려고 징검다리 연휴가 시작한 김에 일찍 지하철을 탄 학생...
한 푼이 아까워서, 일을 나가겠다고 말했던 가장...
저게 유독물질이 액체 상태로 들어있는 비닐인게 다 보이는데도, 승객을 위해서 맨손으로 치워버린 역무원의 유가족...

하지만 "약속된 장소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저번 책에서 담담했던 '하루키' 마저도, 중간중간 이야기를 자르고,
'믿지 못하겠다'라는 말을 섞습니다. '가해자'들의 이야기, 종교에서 뜻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 
심지어, 범행 당사자의 이야기를 넣는 것은 책의 '논점'이 흐려진다고, 최대한 '탈퇴한 기존 신도'의 이야기를 엮었는데도 그렇습니다.

"존사 (교주 아사하라 쇼코)"를 만나고 제 인생의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항상 어릴적부터, 사람은 왜 죽는지, 사는지 궁금했었어요...
과학은 이런 말을 못 해주지요. 드디어 비로소 제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존사"도 어디서부턴가 잘못 판단을 내리기 시작한 것이겠지요. 수행 자체는 올바른 정신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봅니다...

whatever

["사람을 죽여놓고, 철면피!"라고 규탄하는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이들이 '우리 세상'에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이제 우린 어쩔거죠?]

욕할 수 있습니다. 저런 미친놈들! 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욕을 한다고 저들이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집니까?
갑자기 '제정신'을 차리고 여러분처럼 멀쩡히 살아줍니까? 이거 전부 역할극 아닌가요? 여러분도 아직 충분히 혓바닥이 긴 "존사"을
못 만난 사람일 수도 있잖아요. 아직 '사린 가스'를 뿌릴 정도로 끝에 몰리지 않은 사람인데, 누군가 먼저 뿌려줘서 죽는 '피해자'로 
캐스팅이 되는 그런 평범한 '소시민' 인생이잖아요. 세상에 나쁜 놈이 하나도 없는데... 도대체 세상은 왜 요 모양. 요 꼴인지...

underground

[지하철에서는 '냄새'가 납니다. '땀냄새'겠지요. 열심히 사는 냄새요. 그래서 냄새가 남이 맡기에 독한 냄새겠지요.]
열심히 살아서 남는 것이 악취 뿐이라면, 살아있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할 필요는 있나요?
자기 냄새를 뿌리고, 남의 냄새를 킁킁거리면서 맡으라고? 이 모든 것에 다만 고통받으라고? 

대한민국에 사람이 살아있을 필요가 있기나 한가요?


닫는 노래.




이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달 아래 곰곰히 생각하니 
세상만사가 춘몽중에 또다시 꿈같구나

이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담소화락에 엄벙덤벙 주색잡기에 침몰하여
세상만사를 잊었으면 희망이 족할까

hope
[세상만사를 잊었으면 희망이 족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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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tersuweet
19/07/05 17:02
수정 아이콘
제 최애 영화가 인사이드르윈이라 글이 너무 반갑네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르윈의 삶을 사는것 같아요. 뜻대로 안되고 아쉬움도 남기고... 그럼에도 뭐 살만한 이유는 있는거겠죠
19/07/05 17:26
수정 아이콘
"인사이드 르윈"이 bettersuweet님 '최애 영화'까지 되는 군요!

저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고 코엔 형제라는 감독이 워낙 놀라워서 다음 작품을 찾다가 이걸 봤습니다.
그리고서는 도대체 이게 같은 감독 영화는 맞는지, 도저히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몰라서 한참 애증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래봤자, 2달뒤 학교에서 과제 레포트를 써서 내야했었기에... 엄청 고민도 많이하고, 왜 르윈은 이따구로 살까 그런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제가 엄청 좋아하는 영화 중에서 또 하나로 남아있네요, 히히. 도대체 이렇게 멋진 연기를 하는 배우들을 통채로 모셔다가,
영화를 말아먹은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 "라스트 제다이"도 정말 대단합니다. (직접 영화를 보고 직접 내리는 촌평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SwO-k-RqNA
포 다메론과 카일로 렌이 이렇게 궁합맞는 노래를 부르다니요. 하하하... 말도 안되는 소리...

르윈은 너무나도 현실적인 인물이지요. 비난하기에도 일상 속 저의 모습도 보이는 지라 함부로 말하기가 무섭습니다 :(
aDayInTheLife
19/07/05 17:08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공생충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인사이드 르윈이 처연한 쓴웃음 같은 영화라면 기생충은 낄낄거리다 한번 제대로 후벼파는 블랙 코미디 같았습니다.
인사이드 르윈이 트라우마와 인기 사이를 허우적 거리는 이미지라면 기생충은 계단을 굴러떨어지는 듯한 이미지가 남아있네요.
19/07/05 17:3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인사이드 르윈, 그리고 기생충 모두 호흡조절을 엄청 잘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불-편한 이야기를 하려면 이 정도 테크닉은 있어야 고객에게 하고 싶은 말을 쑤셔 넣을 수 있다는 감독의 깊은 고민이 드러난다고나 할까요.

둘다 관객이 원하는 것은 해주지 않는 영화인데요.
인사이드 르윈은 아무 일도 없을 바에는 차라리 르윈이 시원하게 망하길 바랬지만,
결국 수미상관 엔딩을 통해서 "별일이 없어. 이 짓을 다 해놓고 별일이 없어!"라는 절망감을 줬다면,
기생충은 설마설마 했던 파국이 마지막에 파티를 통해서 다 터져나오지요.
관객들은 "안 돼, 하지마! 안 돼!"라고 울부짖지만 봉 감독님은 뚝심 있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끝까지 합니다. 하하...

그래서 제가 기생충의 경우에는 '수미상관이니 처음 시점으로 돌아왔다'라는 식으로는 해석을 하고 싶어지지 않습니다.
이미 결말부 이전에 클라이막스에서 처절한 파국이 왔었잖아요. 그러니 결말은 시작과 끝 장면이 보기에 똑같다는 걸로,
'똑같이' 못산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더 기분 나쁘고 처절한 말을 하고 싶은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공생충이라는 소설은 정말 인터넷을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미래의 제 아들을 포함해서
한 번씩은 끝까지 읽게 하고 인터넷을 시키고 싶습니다.
중간에 살려달라고 '이거 인터넷 게시판 사람들이야...' 하는 식으로 긴 변명이 나오는데, 아직도 생각하면 소름이 돋습니다.
aDayInTheLife
19/07/05 17:46
수정 아이콘
제가 막 영화를 좋아하지만 많이 봤다 자부는 못하는데... 뭔가 코엔 형제의 영화는 알맹이가 없는 느낌이 좀 들어요. 그러니까, 나쁜 의미가 아니라 그냥 말 그대로 알맹이 없는 헛소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들. 인사이드 르윈도 저는 비슷하게 느꼈거든요.
그 기나긴 여정 속에서 뭔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딱히 아니고(다들 지나갈 뿐이고) 뭔가 결심을 새로 한 것도 아니고, 결국 돌고 돌고 돌아서 제자리로 오는게 끝인 헛소동. 이게 참 처연하고 슬프더라고요.

기생충은 개인적으로 참 의미심장하다... 싶었던게, 결말부에서 결국 지하실이 '교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뤼스페에에엑!을 외치던 근세나 똑같이 사진 붙여놓고 사장님 죄송합니다를 중얼거리는 김 기사나 삶의 궤적도, 결말도 비슷한데
이게 결국 뭔가 의도를 가지고 그런거도 아니고, 결국 어쩌다보니 영화 장면처럼 굴러떨어진 사람들인데 이 장면에서 저는 유독 화면 밖의 저나 관객들이 영화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우리는 전부 일확천금의 로또를 기대한 적 있고, 그걸로 행복회로 돌려본 적도 있고, 뭔가 해보려고 했다가 꼬여서 와장창 난적이 있고, 혹은 그 진행 중이고. 그 장면이 참 그렇더라고요. 기생충이 차아암 좋았는데, 그 불편함과 그 끌려들어가는 느낌의 감정 때문에 '무서워서' 2회차를 못가고 있습니다. 개봉일날 보자마자 와 쩐다 그러면서 pgr에 글도 썼는데요. 흐흐
19/07/05 18:00
수정 아이콘
'헛소동'이라는 좋은 단어를 저에게 주시는군요. aDayInTheLife님 :)

확실히 제가 공통점을 느낀 세 가지 작품을 묶는 단어로는 '헛소동'이라는 단어가 정말 적확한 단어로 보입니다.
앞으로 많이 써먹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이 헛소동은 만들어진 이야기 안에 가만히 있어줄 것이지,
관객들을 기분 나쁘게 막 끌고 내려가요, 그렇죠? 자꾸 현실과 유관한 이야기인 척을 하려고 듭니다.

그래서 저는 고민 끝에 '염세주의'라는 단어로 이 글의 제목을 정했는데요. 사실 뭐, 그래서 살지 말자는 내용의 영화들도 아니고,
뭐 그렇지요. 죽자는 이야기는 아니지요. 그냥 엄청 기분 나쁜 이야기일뿐...

아무튼 저에게는 "도니 다코", "지구를 지켜라" 이후로 간만에 '제대로 우울한' 영화들이었습니다.
악당이 없는 비극이라니 얼마나 중증 우울증 환자나 할법한 이야기인가요.
aDayInTheLife
19/07/05 18:05
수정 아이콘
저도 헛소동이라는 표현 자체는 다른 글에서 읽었던것? 같은데 이런게 커지고 커지는 파국이 코엔 스타일인거 같아요. 흐흐
복슬이남친동동이
19/07/05 17:09
수정 아이콘
farce님 글 오랜만에 뵙는군요.
보면서의 감상은 극한의 상황주의하에서 흘러가듯이 사는 군상들... 의 느낌이랄까요. 인사이드르윈과 기생충은 둘 다 보았는데 비슷한 의식을 외연으로 확장하면 기생충이 되고, 인워드로 파고들면 인사이드르윈이 됩니다 크크. 불분명한 인과 (분명 시작이 있고 끝이 있을텐데 그게 뭐고 왜 이렇게 됐는지 짐작할 수 없는) 의 분위기.
19/07/05 17:3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초한' 일 가운데에서 살고 있다고 쉽게 쉽게 논평하지만,
제정신인 사람치고 뭐 그렇게 거창하게 자초하면서 살고 있지는 않지요. 어떻게 열심히 살다보니, 이 지경에 이르는 것이고...

그러다가 위태로워지니 서로에게 상스러운 욕설을 퍼붓고, 만드는 계획마다 헝클어지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되고...
나쁜 놈들. 나빠질 계획은 하나도 없던 나쁜 놈들이 말입니다. 그것도 좀만 여유가 생기면 착해질 사람들이 세상에 가득한게..
그런게 우리 세상이라니... 참으로 찜찜하고 더럽고.. 아름답고... 기분 나쁜 영화이지요.

안녕하세요. 복슬이남친동동이님.
글을 갈고 닦느니라 영화를 보고서도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담고 있는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기에,
결국 다른 영화를 하나 끼워서 한 점으로 하고 싶은 말을 줄이는 방법을 통해서 가까스로 완성했습니다.
앞으로는 더 좋은 글로 찾아 올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metaljet
19/07/05 18:06
수정 아이콘
수학천재에 존잘남이었는데도 은둔형 외톨이가 되고 결국 폭탄살인마가 된 유나바머가 떠오르네요.
항상 어떤 누군가가 처한 특별한 환경과 극단적인 선택, 사건의 배경과 결과 사이에 일정한 인과율이나 개연성을 찾는 것은
우리의 본능이자 습관이긴 한데 그런게 진짜 존재하는지는 점점 잘 모르겠습니다.
19/07/05 18:44
수정 아이콘
(수정됨) 모든 테러범은 다 그럴싸한 이유가 있지요. 모든 광신도 또한 그렇고요.
이슬람 원리주의자, 공산주의자, 파시스트... 전부 터무니 없는 삶을 살던 사람들입니다.
고작 그딴 것에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을 해쳤냐고 목구멍까지 올라오기도 해요.

그런데 문제는, 제가 가끔 그 사람들이 왜 그랬는지 알것도 같다는 느낌이 온다는 것이지요. 가끔은요.
"세상엔 목숨을 걸 만한 일도 있는 거니까." 이거 무슨 실존 테러범의 말이 아니라, 스타크래프트 주인공 '짐 레이너' (테러범?)의 말이지요.
그런게 있는 삶도 나쁘진 않잖아요? 저는 솔직히 아직도 왜 이리 사람들이 이리도 많이 살아있는지 잘 모르겠거든요. 저 포함해서요.

소련도 망했고, 북한 3대 세습을 했고, IMF도 터졌습니다. 월가 점령 시위도 있었지요. 오대양 사건도, 인민사원 사건도 있었습니다.
컨텐츠가 이제 인류에게 남은 것이 없습니다. 망겜이에요 망겜! 알파고에게 물려주고 영원한 휴가라도 보내게요? 허.
지금도 서로 사이 좋게 못 지내는 사람들의 세상에 전능하신 기계를 던져주자고 외치는 꼴이라니.... 허참.

그래요. 저는 사실 유나바머가 없었으면 반-기술주의자가 됬을지도 모르고, 21세기 러다이트를 목표로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결국 그래요. 마르크스가 진부하고, 레닌이 진부하고, 카를로스 더 자칼도 진부하고, 적군파마저도 진부합니다.
유나바머도 진부하고, 지하디 존과 터키 김군 마저도 진부합니다. 미시마 유키오 만큼이나 진부해요.
"존사" 아사하라 쇼코도 진부하고요. 찰스 맨슨만큼이나 진부해요.

전봉래 시인은 6.25때 부산까지 피난을 와서 드디어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보이기 시작했건만, 삶이 이렇게 되었다고 수면제를 들었고.
커트 코베인이라는 락커는 딸내미가 아버지가 마약중독자라는 것을 알게될 것이라면 살기가 싫어진다고 산탄총을 들었지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한국에서 누군가는 대답하지 못해서 안달하고 있습니다만,
살아야합니까? 사는 것이 무엇인데요? 열심히 산다고 다 같이 노력할수록 세상은 갈수록 요지경으로 향합니다.
맞벌이해서 삶의 여유도 없고, 질도 없어서 팍팍하게 짜증내는 가장이 곧 제 일터 손님이고, 사장님이고, 밑에서 일하는 동생이고 그런거죠.
그런데 이 사람들에게 '캐스팅'대로 하세요라고 윽박만 지르면 그게 '예비 갑질교육'이지 사람이 사는 세상입니까 그게?

내려놓는 법도 좀 가르쳐야합니다. 사람이, 일개 사람이. 사람을 똑바로 알수가 없어요. 그러면 신을 해야지 왜 사람을 한 답니까.
결국 '묻지마 사건'이런게 일어나도 말이지요. 엉뚱한 소리 게임 중독이니 그런 '이성적이지만 말은 안 되는 X소리'나 할게 뻔한데.
저는 내려놓으렵니다.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아주 가까운 타인이든, 자기 자신이든 중요하지가 않아요 그건.

흥분을 좀 가라앉히고.. 다시 적자면요.
뭐 살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서로 안 붉히면서 소소하게 잘 살려면 그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metaljet
19/07/06 10:17
수정 아이콘
코베인 이야기가 나와서 좀 찾아봤는데 엄마 사랑 못받고 그나마 사랑했다는 아빠는 자기를 버리고 자살하고... 했던 불행한 그 딸인 프랜시스 코베인은 다행히도 요즘 그럭저럭 잘 살고 있는것 같더군요. https://www.youtube.com/watch?v=vYylFqZbhx
아무리 봐도 멘탈이 바스러져야 정상인 사람은 살고 있는데 정작 코베인은 일면식도 없었던 사람들이 충격을 받아서 뒤따라 자살하고...
약쟁이 부모 밑에서 자라난 자식이 결국 또다른 약쟁이가 되어 망가지는 그런 진부한 스토리가 들어맞지 않는 의외성으로 가득찬 세상이기에 사람들이 살아가고 또 굴러가는 것이겠죠.
19/07/06 15:16
수정 아이콘
metaljet님께서 또 저에게 묵직한 사실적시를 하시는군요! 정말 좋습니다.

예시가 번잡해지는 것 같아서 본문에서 빠진 내용을 하나 고백해야겠습니다 그럼,
최인훈 작가의 소설 "광장"에서 주인공 이명준은 스포일러이지만 모두가 아시다시피 결국 중립국으로 가는 배에서 바다로 몸을 던지지요.
왜냐면 결국 6.25전쟁에서 포로로 잡힐 정도로 열심히 살았는데, 그 과정에서 여자친구도 잃고 모든 것을 잃었는데,
북한이고 남한이고 '대학물 먹은 엘리트'로서 '조국에 헌신하라'라고 복귀명령으로 영업을 하러드니, 부아가 치밀었겠지요.
특히 이미 생전에 남한도 북한도 가봤고, 결국 '빨갱이 아부지' 이자 '남로당 아부지'라는 반푼이 족쇄덕에 괄시를 당했구만,
이제 와서 조국에 충성을 다하라? 이거 무슨 가방끈을 매줄 마네킹이 필요한 거지 살아있는 이명준 각하는 필요없다 이거지요.
그럼 죽어야지요.

미국의 극작가 유진 오닐이 쓴 "The Iceman Cometh" (한국에서 정말 먹힐만한 소재의 작품인데, 합의된 번역명조차 없습니다)에서
비슷한 등장인물이 나옵니다. 주등장인물은 아니고 보조인물 중에 하나인 'Don Parritt'라는 청년이요.
1910년대 미국, 한국의 해방정국과 비슷한 좌우익의 대립이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의 '진보시대 (Progressive Era)'에서
온갖 실패한 사람들이 모이는 뉴욕의 술집 겸 여관에서 일어나는 군상극 연극인데요.
이 '돈 패릿'은 중심 이야기가 마무리 될때 곁다리로 자기 이야기도 끝마치는데, 결국 술집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걸로 끝납니다.
평생을 바쳐서 살아온 정치적인 신념, 좌파 노동운동, 그리고 변절과 쁘락치 짓거리마저도요.
이 모든게 사실은 그냥 자기 어머니가 어릴때부터 노동운동에 투신했기에, 또 그러고서 가정을 안 돌봤기에... 타성으로 배운거란거죠.
그 술집에서 어머니에게 영향을 준 다른 좌파운동가 '불륜남'을 만나고, 또 그 양반이 얼마나 찌질하게 살고 있는지도 보게되고요.

뭐 둘다 작품 속의 인물이지만, 가지고 있는 주제는 똑같지요. '이런 세상에서 어떤 한 사람에게 살아달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래서 저는 애니메이션 중에서 '에반게리온'을 정말 좋아합니다. 적어도 구 TV판은 그 주제를 진지하게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해요.

물론 물론 물론... metaljet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그렇습니다. 정해진 인생이 어디있습니까? 함부로 무엇이 정해졌다고 말하는 것은 경솔한 행위이지요. 사람을 알 수도 없고,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알 수 없는 것이지요.
아무래도 제가 좀 내면이 비관적인 면모가 있어서 결론이 디테일이 모자랐나봅니다.

그렇죠. 세상은 굴러가고 있고,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지요. 저도 살고 싶어요. 세상에 재미있는 것도 많고요.
좋은 리플 감사합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너바나 노래좀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들어봐야겠네요.
"Come As You Are"은 정말 명곡이지요. 스스로에게 '총 없어! 총 버려!'라고 입을 앙다물고
스스로에게 '살자 인생 살자'... 다독이는 노래...
결국 코베인은 다른 선택을 했지만요... 그래도, 자기자신과의 투쟁은 정말 아름답지요.
사악군
19/07/05 18:35
수정 아이콘
너무 잘 읽었습니다. ;)
19/07/05 18:5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사악군님의 기생충 리뷰도 아주 잘 읽었습니다! :)

영화를 일부로 좀 늦게 본 덕분에, 이 글을 쓸때는 PGR에 올라온 기생충 리뷰글에게 모두 빚을 지었습니다. 하하...
그런데 다행히도, '저같은' 글이 없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쉬는 날을 겸해서 좀 힘들 내보았습니다.

혼자 튀고 싶어서 지나치게 어두운 이야기를 깊이 없이 떠든건 아닌지 두렵군요.
及時雨
19/07/05 21:05
수정 아이콘
대단히 좋은 글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면 좋겠네요.
19/07/05 21:55
수정 아이콘
안녕하세요. 及時雨님! 닉네임이 익숙해서 찾아보니,
저번(?)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옴진리교 피의자들 사형 선고에 대한 기고문을 번역해주신 적이 있으셨군요.

이런 필연이 있을까요! 그 글을 감명 깊게 읽은 독자가 약 일년 후에 돌아왔습니다. 어떤가요? 보기 좋으신가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는 위험한 사람인지, 매번 "Farce야 그래도. 아주 세상이 미쳐돌아가지 않는 이상 '선' 넘지 말자." 스스로 다짐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부디 이대로 마무리를 지었음 좋겠네요. 저는 세상에 좋아하는게 많거든요. 이런 글 쓰는 것도 좋아하고... 게임도 좋아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힐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면 저 스스로도 좋겠습니다.
자꾸 글이 너무 좁은 글이 되는 것 같아서 한참을 고쳐보고 또 뜯어보거든요... 저 혼자만 이해할 수 있는 글이 나오는게 제 악몽이에요.
及時雨
19/07/05 22:05
수정 아이콘
호에에엥 기억당하다니 넘모 무서운 거시에요...
앞으로도 좋은 글 계속 써주세요.
이제는 제가 기억할 것입니다.
영원한초보
19/07/06 00:38
수정 아이콘
저는 기생충 보면서 US, 어느가족 두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사회문제로 보면 US는 기생충과 비교하면 함량 미달이고 어느가족은 방향성이 다릅니다.
똑같은 사회에 살고 있지만 처한 상황에 따라 계획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 데
주변에 기생충 본 사람들 이야기는 어느한 쪽 관점으로 쏠려서 이야기를 합니다.
다른 작품들과 연결해서 확장시켜서 해주신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19/07/06 14:49
수정 아이콘
"US"와 "어느가족" 모두 아직 제가 보지 못한 영화이네요...
그러고보니 어느가족이라는 영화는,
제가 소설인 공생충 대신 이 리뷰에서 더 완전하게 쓸 수 있었을 좋은 작품이었을텐데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습니다.

나중에라도 꼭 챙겨보고 싶군요!

'한 쪽 관점'으로 쏠리기에는 너무나도 강한 양비론.. 모두 공격하기... 비관적인 분위기가 더 무거운 무서운 영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람이란 고작 그 정도 존재라고요.
좋은 덧글 잘 읽었습니다.
동네형
19/07/06 00:38
수정 아이콘
필라이트 바이럴이군요!!
19/07/06 14:49
수정 아이콘
삿포로 바이럴을 하기에는 시국이 시국이니까요!(?)

하지만 '싸구려 발포주'라는 지극히 일본적인 개념을 한국에 도입한 것이 필라이트이니...
세상은 정말 요지경입니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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