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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6/18 15:32:46
Name aurelius
Subject [여행기] 프랑스에 대한 몇가지 생각
1. 프랑스를 방문한 적은 많았지만, 제대로 시간을 내어 좀 여유를 갖고 훑어본 것은 처음입니다. 
지금까지 주요 관광지만 거의 찍기 수준으로 다녔었지, 작은 성당들이나 서점들을 구경하지는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시간이 되서 프랑스를 보다 여유롭게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프랑스에는 우리나라 교보문고처럼 대형종합서점도 있지만, 주제나 분야별로 특화된 작은 서점들이 많습니다. 
특히 소르본느 대학 주변에 그런 서점들이 많은데, 인문학 전문 서점, 과학분야 전문 서점, 지리학 전문 서점들이 있습니다.
저는 당연 인문학 (...) 전문 서점들을 둘러보았는데, 상당히 방대한 양의 컬렉션들을 보유하고 있더군요. 
유럽사는 물론, 세계각국의 역사서가 잔뜩 있었습니다. 
한중일은 물론이고 루마니아나 콩고, 짐바브웨나 아르헨티나에 관련된 책이 벽 한쪽을 가득 채웠습니다.
콩고에 대한 책이 벽 한쪽을 가득 메울 정도라니... 
각 나라 하나 하나에 엄청난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바꿔말하면 각 나라에 대해 이만큼의 책을 출판할 정도로 각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많고 또 이를 소비할 수요층이 있다는 말이죠. 

3. 대형종합서점에서는 여느나라와 마찬가지로 베스트셀러 코너가 있고 주제별로 구역이 나뉩니다. 
교보문고의 책 배열과 별 다른 차이가 없는데, 덕분에 현재 프랑스에서는 어떤 이슈가 핫한지 볼 수 있었고
역사 코너에서는 어떤 주제들을 관심있어 하는지 대충 볼 수 있었습니다. 
정치/시사 코너는 여느나라와 마찬가지로 자기나라 까는 책들이 주로 베스트셀러입니다 (...)
프랑스의 쇠망, 프랑스의 갈라파고스화를 개탄하는 책들.
마크롱 측근의 비리를 폭로하는 책들. 
드골 장군의 강력한 리더십을 그리워하는 책들.  
실제로 얼마나 많은 프랑스인들이 마크롱을 미워하고 드골을 그리워하는지 모르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라고 말하면서 영광스러운 과거를 회상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성향이겠죠...

4. 정치/시사 코너에서 또 주목할만한 것은 미중패권경쟁
역시 프랑스에서도 아주 핫한 주제입니다. 미국에 대한 책들과 중국에 대한 책들을 나란히 진열해놓았는데
거기에 있던 저서들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미 유명한 책들, Fire and Fury나 Mueller Report도 있었고, 최근에 출판된 The Siege도 있었고
또 프랑스 학자나 언론인들이 저술한 미국에 대한 책도 여럿 있었습니다.
물론 마찬가지로 프랑스인들이 저술한 중국에 대한 책도 많았고 주로 시진핑과 그의 시대 그리고 일대일로에 관한 것들이었습니다. 

5. 역사 코너에서 나폴레옹이 차지하는 비중은 의외로 많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1차세계대전, 2차세계대전 그리고 레지스탕스가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제가 프랑스를 방문한 게 마침 노르망디 상륙작전 75주년이어서 그런지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대한 특집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D-Day와 레지스탕스에 대한 책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레지스탕스가 실제보다 과장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 때문일까요...
레지스탕스에 대한 코너가 정말 방대하긴 합니다. 
그 다음으로 방대한 코너는 역시 프랑스 대혁명
아무래도 프랑스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기 때문에, 대혁명이 중요하게 다뤄져야겠죠. 
 
6. 프랑스는 미국이나 영국과 유사하게 "Universal Republic"이라는 이념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보편주의적 이념이라고 하는데요, 미국의 [민주주의 확산]이나 영국의 [백인의 짐]처럼 
프랑스 또한 인류를 이끄는 등불이 되어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자기인식은 건축물과 기념비 등 곳곳에서 드러나고 또 다양한 문화/학술행사에서도 드러나는데
자연사 박람회나 지구환경 관련 전시회 등을 아주 큰 규모로 성대하게 개최하는 것을 보며 이를 느꼈습니다. 

7. 프랑스가 전사자들과 위인들을 예우하는 것은 정말 볻받을만합니다. 
거대한 개선문 아래 여러 기념패가 있는데, 중앙에는 꺼지지 않는 휏불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숨진 수많은 이름모를 병사들을 기리고
그 사이 사이에 제2차대전, 한국전쟁, 인도차이나 전쟁, 그 외 해외에서 순직한 여러 프랑스 군인들을 기리는 기념패가 있습니다.
그리고 웅장하고 화려한 팡테옹에는 볼테르와 루소를 포함한 18세기 위인부터 현대의 위인까지 모셔두고 있는데, 
[Aux grands hommes, la patrie reconnaisante (조국은 위대한 인물들을 깊이 기억한다)] 라는 표어로 이들에게 존경을 바칩니다. 
위대한 언론인 에밀 졸라와 평화주의자이자 사회주의자였던 장조레스도 여기에 묻혔습니다. 

8. 제1차 세계대전은 프랑스에 정말 깊은 상처를 남긴 사건입니다. 
파리에 있는 성당들은 물론, 소도시들의 성당들에 가면 벽 한쪽에 놓여있는 비석에 수많은 이름들이 세겨져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 1914~1918이라는 연도를 확인할 수 있죠. 
이름을 쭉 읽다 보다 보면 한 일가족 전체가 몰살 당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마 형제들이었겠죠. 또는 삼촌과 조카들이었을 수도 있겠고요. 
실제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170만명에 달하는 프랑스인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때의 트라우마로 인해 제2차대전 때는 조기에 항복했다고 하죠. 

9. 프랑스에서도 한류의 힘은 강력합니다.
한 코리안푸드 식당에 갔었는데, 완전히 만석이었습니다.
원래 한식이 이렇게 인기있는 종목이었나? 싶을 정도로. 
그리고 손님들은 저희를 제외하면 모두 현지인들이었고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이 하는 말을 대충 엿들었는데 주로 하는 얘기가 BTS.............
솔직히 BTS가 왜 인기있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전세계인들을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지하철역에 영화 [기생충] 광고가 있더군요. 
황금종려상의 위력은 역시 대단한가봅니다. 

10. 프랑스는 세계 순위권 강대국이고, 상당히 국제화되어있는 코스모폴리탄 국가인데, 
이런 곳에도 완전 깡촌 시골이 있는 모양입니다. 
6~10살 정도 되보이는 백인 꼬마 단체가 저희를 아주 뚫어지게 쳐다보았는데 제가 그들을 쳐다보면
수줍어 하면서 뒤로 물러서더군요. 동양인을 처음 본 아이들이었던 거 같습니다.
제가 손 흔들어서 인사를 하면 그들도 손을 흔드는게 아주 귀엽더라구요 크크
그래서 나이도 물어보고 어디서 왔냐고 물어봤는데 도시는 제가 처음 들어보는 곳....
정말 완전 시골에서 올라와서 파리 견학하는 아이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곳은 몰라도 파리에서 이런 경험을 하니 신기하더군요. 

11. 아! 그리고 깜빡할뻔했는데
파리에는 공유자전거, 전동킥보드가 정말 많습니다.
특히 샤오미 전동킥보드 같이 생긴 물건이 우리나라 따릉이처럼 파리 시내 곳곳에 비치되어 있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타고 다닙니다. 2014년에 방문했을 때만해도 이런 걸 보지 못했던 거 같은데
짧은 시간에 정말 많이 확산된 거 같아요. 
우리나라에도 공유 전동킥보드가 많이 생기면 좋을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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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군
19/06/18 15:33
수정 아이콘
11. 공유전동 킥보드 서울에 엄청 많이 생겼습니다...길거리에 막 세워져있죠.
그런데 저거 볼때마다 걱정도 되고 좀 짜증나기도 하고 그래요 크크크
19/06/18 15:39
수정 아이콘
예전에 프랑스의 수도회에서 잠깐 봉사자로 지냈던 적이 있는데, 프랑스인 여자애가 제가 한국에서 왔다는 얘기를 듣고 '나 BTS 팬이야! 한국어 좀 알려줄 수 있어?' 했던 적이 있었어요. 심지어 DNA 나오기도 전이였습니다.
그때 만난 봉사자 친구들 중에서 독일인 친구는 자기 동생이 K팝 팬이라고 저한테 얘기를 하더라구요. 그 동생이 수도회에 들러서 저한테 자기 휴대폰 플레이리스트를 보여줬는데 몬스타X 노래가 가득하더라구요.
한류가 우리들이 모르는 사이에 이미 인기를 얻고 있던 것 같습니다.
그린우드
19/06/18 15:53
수정 아이콘
콩고같은 나라들에 대한 책이 많은거야 프랑스가 한때 전세계에 식민지를 두고있었고 언어가 퍼졌으니 가능한거겠죠. 콩고인들이 프랑스어로 자기네 나라에 대해서 쓴 책들이 많을테니 번역이란 수고가 없으니까요.
19/06/18 16:01
수정 아이콘
어제 유게에 인도 여행 글에서 인도 여행유의 지역이래서 외교부 들어가서 찾아봤더니

프랑스 전역 스페인 전역. 잉글랜드의 런던도 여행유의 지역이더라구요

그 이슬람 테러(?)의 여파일까요???
Ryan_0410
19/06/18 16:16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강남에 엄청 많습니다.
답이머얌
19/06/18 16:35
수정 아이콘
근데 불어 잘 하세요? 서점에서 어지간하면 불어 책일텐데 그렇게 제목이라도 다 훑어보다니요?

중국에 가서 서점보고 한문 좀 안다고 해봐야 간자체라 기만 팍 죽고 온 1인....
19/06/18 16:36
수정 아이콘
기본적으로 ‘제국’ 이었으니까요.....
밴가드
19/06/18 17:20
수정 아이콘
저도 어떻게 BTS같은 비영어권 출신 보이밴드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인지 의아스러운게 있는데 2010년대에 록이 폭삭 몰락한 것과 좀 관련이 있지 않나 싶네요. 90년대 후반에도 그런 추세가 보이기는 했었죠.
국산반달곰
19/06/18 17:56
수정 아이콘
사실 파리여행하면서 가장충격은 지하철 문이 수동입니다...
반정도는 역에 도착하면 문이열리지만 반정도는 버튼을 눌러야 문이열리고 심지어 지하철이 서기전에 작동합니다

짧은여행이긴 했는데 재미있긴 하였습니다
aurelius
19/06/18 17:58
수정 아이콘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그렇죠 크크. 스페인도 마찬가지입니다 흐흐
19/06/18 18:04
수정 아이콘
파리국립도서관 야외 플로어(엄청 넓죠)에 가니 케이팝 틀어놓고 아이돌 춤 연습하는 젊은 그룹이 엄청 많더라구요. 그리고 프랑스는 중국을 경제와 정치적으로 우호적 관계로 생각하지요.
카롱카롱
19/06/18 18:27
수정 아이콘
공유전동킥보드=인도에서 접촉하면 그순간 쓰러져서 경찰부르면 되는 물건...ㅜㅜ
19/06/18 20:41
수정 아이콘
제가 프랑스 갔을 때 느꼈던 점이랑 많이 비슷해서 공감이 가네요.
이번에 노르망디 지역 가보니까 2차세계대전과 노르망디 상륙관련한 관광지나 기념관이 엄청나게 많고, 미군 묘지도 교통도 불편한 데 있는데도 주차장에 차가 가득한거 보고 놀랄 지경이였네요~ 우리나라 국립묘지는 특정한 날에 기념하기 위한 장소이지 아무때나 소풍가는 관광지 느낌은 아닌 것과는 대조적이더라구요. 그리고 관련 자료나 책들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계속 신간이 나오고 있는 것을 봐도 인기있는 역사소재인 것 같았구요.

그리고 서점에 인문,사회 코너쪽 가보니까 국제정세 다룬 책들이 엄청 많은걸 보고 여전히 국제 정치와 문화를 선도하는 나라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았고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발휘하려고 하는 의지가 보였습니다.

아, 그리고 혹시 가보신 서점 중에 구경가기 괜찮은 곳 있으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특히 우리나라 교보문고같이 현대적인 스타일의 서점이 있는 지 궁금합니다. 프낙같이 다른 거랑 같이 파는 매장말고 순수 서점이 그러한 곳은 잘 못 본 것 같아서요.
중년의 럴커
19/06/18 20:48
수정 아이콘
4번 지하철은 싫어요. 14번 지하철 좋아요. 마치 9호선 같았어요.
그렇구만
19/06/18 20:53
수정 아이콘
프랑스에 대한 글을 보면 불친절 of 불친절이라던데.. 사실인지 궁금하네요
강미나
19/06/18 23:18
수정 아이콘
강남은 자전거보다 전동킥보드가 훨씬 많더라고요 크크크
강미나
19/06/18 23:20
수정 아이콘
그나마 버튼 눌러서 여는 건 나름 합리적으로도 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 레버 올리고 내려서 여는 지하철 보고 지금이 대체 몇년인가 싶은....
미소속의슬픔
19/06/19 00:33
수정 아이콘
프랑스는 기본적으로 불어에 대한 자긍심이 강하고 영어를 깔보는 경향이 강한데,
동양인이 갑자기 와가지고는 당연하다는듯이 영어로 뭐라뭐라 물어보면
자연스럽게 불친절해질수밖에 없을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서비스업이 과잉친절수준이기 때문에
우리나를 기준으로 삼으면 일본을 제외하면 어느 나라를 가던 불친절하다고 느끼실겁니다.
허니띠
19/06/19 01:11
수정 아이콘
혹시 시간이 되신다면, 남프랑스쪽도 한번 돌아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파리에서만 주구장창있다가 보르도 한번 가볼까 생각에 6시간 운전해서 갔는데,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습니다. 당장 떠올려도 시골 촌구석에 포도농장만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도시 전체, 교통 , 관광, 와이너리, 조경등 상당히 깔끔하게 다듬어진 도시여서 프랑스에 또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구요. 맛집또한 무지 많아서 일주일정도 시간을 보내면서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일정을 남프랑스에서 서쪽 고성들 찾아다닌다고 짧게 잡았었는데, 지금도 후회가 되네요. 사족이지만 와이너리 투어 돌다보니 각 샷토에서 공통으로 하는 말이 "보르도" 라고 이름 붙은 와인은 제일 저급에 와인이라고 합니다.
허니띠
19/06/19 01:14
수정 아이콘
자동차 바퀴가 펑크가 나는 바람에 동네 카센터에 간 경험이 있는데요. 제가 한참 전에와서 부탁했는데도 차례를 계속 미루더군요. 예약자 같지도 않지만,, 그래서 X츠 정식 서비스센터에 가니 녹아내릴정도로 친절했던 것 같습니다. 단편적인 경험이라..
운전 문화는 친절(?) 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깜빡이켜면 미친듯이 달려오지는 않고 대부분 양보해 주더군요.
서쪽으로가자
19/06/19 10:55
수정 아이콘
프랑스의 과학시설에 간적이 있는데,
영어랑 비슷한 단어들로 유추하기에
건설중에 사망한 사람들(이름 적혀있고)을 기리는
석판이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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