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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6/12 00:55:55
Name Lotus
Subject 박제
네가 내게 ‘사람 그 자체’를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그 떨떠름한 기분을 기억한다. 와 닿지는 않았지만 그건 내가, 당연히도 완전히 너의 입장에 설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너의 눈 너머를 더듬거리며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기다림이 끝난 건 ‘변했다’는 너의 말과 함께였다. 너 자신도 특별한 이유를 대지 못하는 그 말— 그 말과 함께 나는 몇 바퀴나 제자리를 빙빙 돌곤 했는지. 내가 모르는 너의 친구들에게 나를 ‘섬세한 사람’으로 이야기하곤 했다는 너의 말, 거기에 동봉된 뿌듯한 미소, 그리고 나의 허무함이 떠올랐던 건 그때였다.

너와 내가 멀어진 일이 정말로 슬픈 것은 너와 함께하는 시간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그 시간들이 어느 달력의 하루 언제쯤으로 박제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너는 더 이상 너, 너의 동그랗고 큰 눈과 순진한 표정 웃을 때 생기는 입가의 주름 따뜻하다 못해 뜨겁기까지 했던 손 내 품으로 육박하며 꿈틀거리는 몸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너는 이제 이런 저런 말들로만 존재하고 나는 그것들을 내 손아귀에 넣고 내려다본다. 무엇을 찾는지, 그것들을 이리저리 뒤적거리고 들추어봐도 이전의 향취는 없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생각하기를 그만두는 것이다. 그것이 너에게도 나에게도 최선이라는 것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너는 그저 너로서만 저 멀리 그렇게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섞이지 않았고 너는 내게서 매끈하게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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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겨자
19/06/12 01:09
수정 아이콘
이 계절은, 참 느리게 간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6월이다. 할 일 없이 빈둥대면 시간은 느리게 가니까, 어쩌면 다른 해보다 많이 늘어져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얼마나 무료한 나날들이 빛 속에 있었나... 그날 죽을 것 같은 무료함이 우리를 살게 했지, 아주 어린 짐승의 눈빛 같은 나날이었다.
별바다
19/06/12 02:37
수정 아이콘
시간이 갈수록 감정은 흐려지는데 정말 애틋했다는 사실 그 자체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더 씁쓸한 것 같습니다 분명히 정말 소중하고 좋았었던 건 명확한데 막상 이게 어떤 느낌이었는지 떠올릴 수 없을 때 이 감정을 뭐라고 해야 될까요
말이 짧아서인지 맘이 무뎌서인지 뭐라고 설명을 못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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