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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5/06 15:17:02
Name AUAIAUAI
Subject 8년차 강박장애 환자가 전하는 여러 강박증상들 (수정됨)
저는 8년째 강박증을 앓고 있고 강박장애 환자들이 많이 겪는 증상 몇가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번째로 비윤리적인 성적인 생각 그리고 잔인한 생각이 불현듯이 끊임없이 떠오르는 증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가족처럼 소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떠오르는데 가족이 잔인하게 죽거나 혹은 가족이나 동성친구 혹은 선생님과 성관계를 하는 생각이 떠오르면 그 대상을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고 상상속의 나도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여 불쾌감을 중화시키는식으로 대처해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예전과는 비교도 안되게 저런 불쾌한 생각이 줄었고 생각이 나도 별로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냥 생각만 날뿐 불쾌감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신에 대해 신성모독적인 생각을 하는 강박(종교를 믿진 않습니다)이 있었습니다

신을 모욕적으로 대하는 생각이 떠오르고 신에게 모욕적인 말을 하는 생각이 불현듯이 떠올라 죄책감 그리고 벌을 받을것 같은 불안감이 느껴져 다시 신에게 반성하는 행동을 하여 불안감을 완화시키는 행동을 하였습니다

이 증상은 지금은 아예 없습니다

그리고 대칭에 대학 강박 그리고 홀수와 4  그리고 4의 배수에 불안감을 느끼는 강박이 있습니다

뭔가 규칙적으로 배열되지 못하거나 혹은 선밖으로 삐져나온걸 보면 불안해져 정상적으로 다시 배열해야 합니다

그리고 4와 홀수에 대한 불안감은 예를들어 벽에 손이 3번 부딪힌다거나 음량 조절을 하는데 버튼을 누른 흿수가 홀수면 짝수로 맞춰야 합니다 그리고 짝수라도 4  혹은 4의 배수는 안됩니다(백단위는 괜찮은데 8 12 16 이런건 안되는식)

이것도 정말 좋아져서 불안감을 느끼긴 하지만 더이상 그 불안감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별도의 행동을 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가장 저를 힘들게 했던건 과도한 책임감이라는 강박증상인데 이 증상은 예를들어 밤에 산책을 하는중에 도로에 정차되어있는 택시를 보면 혹시 저 택시에 납치된 사람이 있진 않을까 만약 내가 트렁크를 열어보거나 신고를 하면 납치된 사람이 살수 있을텐데 신고를 하지 않아서 죽게 된다면 나 때문에 살수있던 사람이 죽게된것이 아닐까 이런식의 생각이 들어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증상입니다

비슷하게 인터넷에서 자살을 하겠다는 사람을 보면 내가 저 사람을 설득하지 못하거나 신고를 하지 않으면 내가 살릴수 있던 사람을 죽게 내버려둔게 아닐까 이런식의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고

혹은 길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보고 이 담배꽁초 때문에 큰 화재가 날수 있는데 내가 줍지 않아 큰 화재가 일어난다면 내가 막을수 있던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것이 아닐까

그리고 내가 별뜻없이  무심코 내뱉은 말의 대상이 알고보니 아주 심한 우울증 환자였고 그로인해 자살하게 되진 않을까 걱정하기도 하는것입니다

저는 이게 펀집증이나 망상장애 같은건지 알았는데 알고보니 이것도 강박장애 환자들이 많이 겪는 강박증세의 일종이더군요

솔직히 과도한책임감은 정말 자살하고 싶을정도로 힘들었네요

지금은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꾸준히 받아 예전에 비하면 정말 좋아졌습니다
저런 생각들이 떠올라도 뭐 그냥 무덤덤하네요
다만 강박장애는 난치성 질환이라 평생 약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네요...

강박증이라는게 막 정신이 나가는 그러류의 정신병이 아니고 엄밀히 따지면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정신병이 아니고 신경증이라 하던데 만약에 저와 같은 증상을 가지신분은 강박증일 확률이 높으니 자신을 탓하지 말고 병원에 가시는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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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6 15:41
수정 아이콘
제목에서 호전 상태가 느껴지는군요!!
힘내세요.
AUAIAUAI
19/05/06 16:02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19/05/06 15:49
수정 아이콘
과도한 책임 강박증은 왠지 성격이 선한사람이 걸릴 것같은 느낌..
주변에 강박증걸린 친구가 없어서 얼마나 힘들지 감이 안잡히는군요.. 어서 완쾌하세요!
AUAIAUAI
19/05/06 16:03
수정 아이콘
감사해요~~~
곰그릇
19/05/06 16:08
수정 아이콘
기분 나쁘신 질문일 수도 있는데 본인이 강박증이 생긴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본인의 성향이라던가 안 좋은 경험이라던가
AUAIAUAI
19/05/06 16:1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는 유전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저희 아버지가 정신과를 다닐 정도는 아니고 본인이 강박증이리고 인지하시고 계신것도 아니지만 제 생각에는 99% 강박증적 성향이 있습니다 학자들이 꼽는 강박증의 주요원인중 하나도 유전자인걸로 알고 있고요 잠재되어있던 강박증적 성향이 중학교 1학년때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많이 받으면서 나타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민들레
19/05/06 16:16
수정 아이콘
첫번째 증상 제가 자주 느끼는건데요... 해결이 혹시 가능한가요..? 불현듯 내가 앞사람 머리를 망치로 내려치면 그 잔인무도한 장면 생각에 가슴이 떨립니다...
AUAIAUAI
19/05/06 16:17
수정 아이콘
병원 가보시는것도 좋지 않을까요???
이민들레
19/05/06 16:21
수정 아이콘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는게 좋을까요..? 뭔가 중요한 물건을 들고갈때 이걸 떨어뜨려서 일을 망치진 않을까 늘 걱정합니다... 예를 들어 차키를 하수구구멍에 빠뜨린다든지 하는 상상을 자꾸 하게되요..
AUAIAUAI
19/05/06 16:22
수정 아이콘
제가 해드릴수 있는 조언이 딱히 없을것 같은데...병원에 가보시는게 좋을것같아요
세츠나
19/05/07 13:06
수정 아이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본문에서 소개한 증상과 상당히 비슷한 듯...
유리한
19/05/06 16:57
수정 아이콘
끈금없는 궁금증이긴 한데, 닉네임에 A가 네개이고 글자수가 4의 배수인것도 그 영향일까요?
AUAIAUAI
19/05/06 17:03
수정 아이콘
닉네임은 딱히 의식하고 지은것은 아니라서 잘모르겠네요 의도적으로 4를 피하지 않으려는 습관이 있긴 합니다
-안군-
19/05/06 17:03
수정 아이콘
흔히 말하는 결벽증도 강박증의 일종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미한 수준의 강박증적인 증세는 다 가지고 있죠.
그게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주거나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수준이면 치료가 필요한거고, 아니라면 그냥 그렇게 지내는 거고요.
글 쓰신 분은 그래도 많이 호전돼셨다니 다행입니다. 사실 강박, 불안, 공포, 망상, 공황 등등의 증세들이 딱 잘라서 이것이다 말하기 힘든 부분도 있고 해서 치료가 쉽지 않고, PTSD에 의해서 없던 증세가 생겨나기도 하니... 비슷한 증세들로 고통받는 분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저 역시 불안과 공황으로 꽤 고생을 했고 지금도 약물치료중이라, 남 일 같지가 않아서 댓글 남겨봅니다.
해맑은 전사
19/05/06 18:48
수정 아이콘
와... 정말 힘드셨겠네요. 좋아졌다니 축하드립니다.
Conan O'Brien
19/05/06 19:52
수정 아이콘
저도 강박적 성향을 갖고 있는데 동감되는 부분이 여럿 있네요. 혹시 강박장애 약의 부작용은 없나요?
AUAIAUAI
19/05/06 19:55
수정 아이콘
글쎄요 부작용은 잘 모르겠네요
지나가는회원1
19/05/07 00:20
수정 아이콘
강박이 치료기간이 참 긴 질환이죠. 힘드셨겠습니다.
19/05/07 01:38
수정 아이콘
여러 강박증에 대한 사례를 적어주셨는데 혹시 강박증에서 유발된 주사(필름이 끊길 정도로 취한 상태에서)도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실례가 안된다면요.
AUAIAUAI
19/05/07 06:06
수정 아이콘
취할정도로 술을 마시는일이 없습니다
19/05/07 12:24
수정 아이콘
이 글 혹은 비슷하 경험사례 댓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헉! 정말 위험하구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신경증은 특히 현대인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질병이며, 단지 어떠한 미시적인 특징이 어떠한 강도와 경향으로 나타나느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랍니다.
한 편으로 생각하면, 정말 무서운 생각을 많이들 한다(예를 들면 댓글에 있는 '망치로 머리를 내려치는 상상' 등)는 생각도 들지만, 누구나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런 부분을 정신적으로 보유하고 있되,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현대 의학(약 처방, 정신과 상담, 뇌질환 치료 등) 외에 명상(마음챙기기 명상 등) 등의 자기 노력으로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불교의 [고통은 피할 수 없으나 괴로움은 선택하는 것이다]라는 말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댓글에 나온 것처럼 우울증, 조울증, 강박 등의 신경증은 아주 높은 비율로 유전되기 때문에 의학의 힘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결론은, 강박이란 것은 누구에게나 경향의 차이만 있을 뿐 존재하는 것이며, 행복하게 살자(갑자기!?) 정도가 되겠네요~!
19/05/07 17:32
수정 아이콘
스트레스를 심하게 두 어 달 이상 받으면 폭력적인 상상을 끊임없이 하게 되더라고요. 막 자동으로 떠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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