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3/10 12:37:00
Name aurelius
File #1 19C48DC1_1F9D_40BE_A91C_A4812FFFBF77.jpeg (124.5 KB), Download : 53
Subject [일반] [넷플릭스] 러시아 드라마 전쟁과 사랑 완주 소감



예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데 오늘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완주했습니다! 근래 본 티비 시리즈 중 가장 훌륭한 대작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정말 강렬하며 깊은 여운이 남는 드라마입니다.

1917년 라시아 혁명과 적백내전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갇힌 한 자매와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기독교 신앙이 깊고 황제에 대한 충성심 그리고 고결한 신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구체제의 모순을 부술 열망으로 노동자들의 정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사람들, 그리고 단지 시대의 혼란을 항해하며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며 나름대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

이 드라마에는 뚜렷한 악도 선도 없습니다.

신념을 위해 사는 사람들, 의리를 위해 사는 사람들
돈을 위해 사는 사람들, 생존을 위해 사는 사람들

모두 각자 자신들의 처지에서 최선을 다하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동족이면서 왜 서로 죽이고 죽여야 하는가.
매제와 매형이 왜 서로 각자 적군과 백군편에 서서 싸워야 하는가.
그리고 각자 다른 편을 선택한 자매들은 어떻게 또 백군에서 적군으로
또 적군에서 백군으로 옮겨가는가...

가장 인간적인 감정들, 형제애와 의리 그리고 우정을 파괴하는 이 시대의 비극은 무엇 때문인가?

우리도 분단의 아픔과 전쟁을 겪은 나라로서 이 드라마에서 나타나는 비극의 감정선에 충분히 감정이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드라마의 전반적인 논조는 공산주의 혁명과 볼셰비키에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편입니다. 백군도 딱히 나을 게 없지만 드라마 내내 볼셰비키 측의 위선도 적잖게 보여주고 또 노동계급의 탐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이들에 대해 은근히 비판적입니다.

이 드라마의 원작인 소설이 스탈린 시대에 집필되어 당시 스탈린 문학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현대에 드라마로 리메이크 되면서 상당히 많이 각색된 모양입니다.

오늘날 러시아는 볼셰비키 혁명에 대해 상당히 양가적인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푸틴 체제의 러시아는 볼셰비키 혁명을 역사의 단절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들이 벌인 만행은 지나친 서구화의 또 다른 한 단면(공산주의 자체가 독일에서 건너온 서구적 사상이었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푸틴의 러시아에 따르면 러시아는 “기독교적 신앙”을 중심으로 가족과 국가에 헌신하는 나라이며, 서유럽과는 달리 공동체주의적이고 전통을 중시하며 진실된 성품을 가진 “순결한” 존재입니다.

이 드라마는 굉장히 입체적이고 또 아주 정교하게 짜여진 서사를 자랑하고 있는데, 은연 중에 이런 가치, 즉 순결한 러시아와 순결한 러시아인들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 외에 이 드라마의 연출과 소품은 매우 훌륭하며 정말 그 시대로 타임워프한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세트장과 CG가 매우 훌륭해서 정말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되었음을 알 수 있게 해줍니다. 그런데 더욱 훌륭한 것은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러시아어를 알아듣지 못하지만 이들의 발성과 눈빛, 입술의 떨림, 표정 등은 그들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해주며, 기쁨과 슬픔, 아쉬움, 여운 등을 모두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심지어 조연들의 연기도 모두 완벽에 가깝습니다.

정말 꼭 한 번 정주행 해보기를 추천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9/03/10 12:40
수정 아이콘
이거 저도 봤습니다. 강추 중의 강추입니다. 전쟁의 아픔과 근대 러시아 문화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죠
19/03/10 14:42
수정 아이콘
추천받고 얼른 찜!
Hastalavista
19/03/10 19:04
수정 아이콘
내전 한번쯤 해봐야 공감하기 쉬울 것 같은 드라마군요.
생각해보니 내전 안 일어난 나라가 별로 없지 않나?
19/03/10 22:02
수정 아이콘
저도 찜..언제 각잡고 몰아봐야겠어요 흐흐 추천감사합니다
풍각쟁이
19/03/18 10:00
수정 아이콘
여주 미모가 레알입니다.
와...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154 [일반] 평범한 개인 투자자는 주식을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가? [77] 사람되고싶다9495 24/03/18 9495 15
101152 [일반] 해외직구는 좋지만... 역차별 받는 국내 수입업자들? [123] 아서스14722 24/03/18 14722 6
101151 [일반] 슬램덩크 극장판을 얼마전에야 봤습니다. [35] rukawa5712 24/03/17 5712 0
101150 [일반] meson님이 올려주신 연개소문의 승첩에 대한 글을 보니 떠오른 기억이 있습니다. [2] 니드호그2522 24/03/17 2522 7
101149 [일반] 쓸때없이 맥북프로를 산 의식의 흐름과 10일 후기 [30] 한국화약주식회사5207 24/03/17 5207 1
101148 [일반] 이엠텍 4070 슈퍼 78만 핫딜+3D Mark 할인. 그 외 잡설 [30] SAS Tony Parker 4417 24/03/17 4417 2
101147 [일반] [역사] 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9. 나가며 [10] meson1892 24/03/17 1892 15
101146 [일반] [역사] 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8. 태산봉선(泰山封禪) [6] meson3191 24/03/16 3191 13
101145 [일반] (스포)요즘 본 영화 감상​ ​ [4] 그때가언제라도3864 24/03/15 3864 0
101144 [일반] 제게 초능력이 생긴다면,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영원히 살도록 할겁니다 [51] 보리야밥먹자7191 24/03/15 7191 0
101143 [일반] [역사] 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7. 선택과 집중 [10] meson3947 24/03/15 3947 9
101142 [일반] 오랜만에 랩 작업물 올려봅니다! (스파6 류 테마 등) [4] 개념치킨2597 24/03/14 2597 7
101141 [일반] 『드래곤볼』과 함께 하는 인생 (토리야마 아키라 추모글) [26] 두괴즐3892 24/03/14 3892 18
101140 [일반] [역사] 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6. 고구려의 ‘이일대로’ [1] meson2105 24/03/14 2105 12
101139 [일반] [역사] 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5. 예고된 변곡점 [4] meson3149 24/03/13 3149 12
101138 [일반] [공지]선거게시판 접속 방법 안내 공지 [7] jjohny=쿠마5527 24/03/13 5527 1
101136 [일반] LG전자, 2024 울트라기어 OLED 모니터 라인업 가격 및 출시일 발표 [48] SAS Tony Parker 8068 24/03/12 8068 1
101135 [일반] [역사] 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4. 침공군의 진격 [5] meson2525 24/03/12 2525 11
101134 [일반] [잡담] 북괴집 이야기 [5] 엘케인4446 24/03/12 4446 20
101133 [일반] 수원 거주민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최근 1주 간 사건 3개 [22] 매번같은14075 24/03/11 14075 0
101132 [일반] [역사] 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3. 몽골리아의 각축 [7] meson2990 24/03/11 2990 16
101131 [일반] 비트코인이 1억을 돌파했습니다. [71] 카즈하9602 24/03/11 9602 2
101130 [일반] (스포) 고려거란전쟁 유감 [38] 종말메이커5740 24/03/11 5740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