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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11/29 02:20:57
Name 신불해
Subject [일반] 전근대 시절 대규모 전투에서 개인의 역량은 어느정도 영향을 끼쳤을까?




제목은 질문인데 그렇다고 본문은 '답이 이렇다' 기 보다도 제가 살펴봤을때 느낀 점에 대한 감상 정도 입니다.






서양에서의 전쟁을 예시로 드는 경우에,



고대로 들어가면 기록이 상대적으로 미비하고, 그 뒤로 가보면 보통 우리가 상대적으로 숫자도 소규모에다 전문적으로 싸움질을 하는 용병 같은 직업군인들의 비율이 높았다고 하던 시대가 이어지다가, 국민방위군을 중심으로 대규모 병력이 동원되어 이전과는 규모 등에서 한단계 뛰어넘어갔다고 하는 시대가 프랑스 혁명 전쟁 - 나폴레옹 전쟁 시대 입니다.




따라서 이 시기를 예로 들어 보자면...





HX1wYuT.jpg



우리가 보통 '나폴레옹 전쟁' 이라고 한다면, 딱 사람들이 '역대급 명장' 이라고 하는 나폴레옹은 물론이거니와, 



러시아의 영웅 쿠투조프, 오스트리아의 젊은 귀재 카를 대공, 프로이센의 역전의 용사 블뤼허, 이런 영웅호걸들이 펼치는 신출귀몰한 군략 대결... 뭐 이런 식으로 "능력치 뛰어난 장수들의 수준 높은 싸움"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게 보통 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전투가 펼쳐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저 사람들의 능력이 뛰어나다 뒤떨어지다 이런 점을 떠나서 




종종 그냥 그런게 의미가 없는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항상 그렇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나마 규모가 적고, 지휘관이 애를 쓰면 한 전장에서 통제가 가능한 부대들 정도라면 그래도 이런 인물들의 천재성이 유감 없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가령 나폴레옹으로 말하자면, 1796년 이탈리아 원정 때가 그렇습니다.




이 당시 한 방면의 총사령관으로 처음으로 나섰던 나폴레옹의 손에 있던 전병력이라고 해 봐야, 하나의 방면군으로 최대 5만명 정도였습니다. 상황에 따라서 병력을 나눠야 했기에 실제 작전에서는 이보다 더 적은 병사로 움직였구요. 몬테노테, 데고, 몬도비 등의 전투에서는 9,000명에서 1만 8천 명 정도의 병력을 가지고 나폴레옹 하면 떠오르는 현란한 기동전 및 기민한 움직임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나폴레옹에게 병력을 나눠 받은 마세나, 오주로 등의 장수들도 최대 2만명이 안되는 부대를 가지고, 나폴레옹의 본대에서 여러 가지로 떨어져 나온다고 쳐도 몇부대 정도가 전부인 사단들이, 명확한 하나의 확고한 목표범위 아래 움직이다보니 나름대로 손발이 척척 맞아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런것도 어디까지나 숫자가 적을때 이야기지, 숫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냥 속수무책의 상황이 많더군요.





이 시대의 전투로 가장 많은 규모의 병력이 가장 치열하게 처절하게 맞붙은 전투라고 하면 오스트리아와의 바그람 전투나 러시아와의 보로디노 전투 등을 들 수 있을텐데, 다른 글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러시아의 총사령관 쿠투조프는 말 그대로 한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나폴레옹이라고 크게 달랐나? 몇 가지 지시를 내리기는 하는데, 결국 결정적으로 싸우는 건 군단을 이끌고 있는 현장의 원수들입니다.




그럼 이 원수들은 각자가 자기들이 맡은 역할에 따라 기민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이 정도 대규모 전투가 펼쳐지는 와중 각각 자기가 맡은 부대를 이끌고 전투를 치르는 현장 지휘관들은 그냥 거의 대부분 자기 눈 앞에 닥친 상황에 직면하는것도 여념이 없어서, 다른곳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자기가 거기에 발 맞춰서 어떻게 연계해야 하는지 자기들도 혼란스러워 합니다.





보로디노에서 포니아토프스키는 너무 과감하게 움직여 결과적으로 폭주해서 무려 2시간이나 전투에서 이탈하고, 반면에 발루티노에서 쥐노는 움직여야 할때는 안 움직이고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바그람에서 외젠은 작센 군단을 이끌고 적을 공격하다가 상황이 어렵자 뒤로 물러나는데, 마크도날은 아군인 작센군이 뒤로 물러나는데 작센 군단의 군복이 오스트리아 병사들과 비슷해서 오스트리아 군이 쳐들어오는지 알고 아군을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다부 군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었지만 정작 '그 시간' 이 되자 탄약이 떨어져서 그걸 보급 받느라 몇시간을 지체하고 있고, 적이 앞에서 쳐들어와 예비대가 필요한데 그 예비대는 진작에 나폴레옹이 적의 우익이 걱정된다며 옮겨놓와 사라진 참입니다. 적이 요충지를 위험하자 나폴레옹은 베르나도트에게 공격하라고 지시하지만, 정작 베르나도트는 한참 전에 적의 포격에 너무 노출되었다고 여겨 병력을 철수 시킨 뒤입니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의 위치에서 자기 눈앞에 보이는 상황에만 집중하기도 바빠 엇박자로 엇나가는데, 그걸 총사령관인 나폴레옹이 뒤에서 조절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수만이 넘는 대군이 움직이면서 펼쳐지는 엄청난 모래먼지, 그리고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총성, 매캐한 연기 등이 어마어마한데 앞이 보이지도 않고, 뭐가 들리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난장판이 눈앞 수백미터가 아니라 사방 몇킬로미터에서 펼쳐지도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뭐가 분간이 될 리도 없고, 무얼 한다고 해봐야 단 몇분마다 상황이 급변하기도 하는 앞선 현장에서 지시가 들어맞을지도 의문이며, 심지어는 지시를 내린 게 제대로 전달이 될지도 미심쩍은 경우가 많습니다. 





종종 수십만의 군대가 대격돌하는 와중, 중요한 요충지를 둘러싼 싸움에서 한 사단, 아니 고작 한 연대가 분투해서 뭔가 분기점을 만들기도 합니다. 당연하지만 몇 킬로미터 뒤에 있는 나폴레옹이 한 연대의 영웅적인 무훈을 조종할 수는 없습니다. 




부대는 제대로 연락이 안되고, 밑에 부하들에게 일일히 지시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으니 장교들도 앞으로 나서다가 사방팔방에서 총 맞아서 죽어나자빠집니다. 연대장부터 사단장까지 수도 없이 죽어나가고, 다부 같은 군단장도 총 맞고, 바그라티온 같은 집단군 사령관 까지 전사하고, 오스트리아군 최고 책임자인 카를 대공도 총상을 당합니다.






이렇게 일대 척탄병부터 군단장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자기가 처한 악몽같은 전장에서 혼돈에 빠져 통제불가능한 상황에서 악다구니를 펼치는 동안,




'역사에 남을 위대한 명장 나폴레옹' 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몇가지 지시 좀 하다가 원수들이 거의 악을 쓰면서 "근위대를 보내달라" 하니 망설이다가 결국 못 보내고, 눈 앞에서 보여진 끔찍한 살육에 완전히 진저리가 나서 그대로 들어가서 누워서 잠을 설치다가 다음날 겨우겨우 일어나는게 고작인 수준....






한 전장에서 여러부대가 뭉쳐 싸우는 경우도 이럴진대, 이 부대가 각각 흩어져서 넒은 범위에서 따로따로 기동하면서 움직일떄는 말할것도 없습니다.





그나마 프랑스군이 승승장구한 1805년, 1806년 같은 경우는 이런 여러 부대들의 움직임이 그나마 손발이 맞아떨였지만... 아니, 사실 정말 세밀하게 살펴보면 이떄도 좀 이상한 순간들은 있었습니다. 울름 방면에서 뒤퐁 장군의 부대가 1대 4로 싸우고 있는데 뒤에서는 뮈라와 네이가 말싸움 하느라 제떄 지원군을 못 보내는 등등... 그래도 이때는 프랑스군의 전체적인 전력이 워낙 좋고, 대체적인 상황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형국으로 전개 되었기에 사소한 불협화음 정도는 어느정도 커버 됩니다.





그런데 군단의 정예화 정도도 훨씬 떨어지고, 그러면서 부대 규모는 늘어나면서 보급선은 훨씬 길어진 1812년 모스크바로의 진군 같은 경우는 그야말로 대재앙 같은 상황이 됩니다. 누구는 한참을 앞서 나가고, 막으라니까 놓아주고 물러나라니까 달려들고 엉망진창이 따로 없습니다. 




이전시대보다 한 전장에 투입되는 부대의 규모는 엄청나게 커지고, 부대의 기동 작전 범위도 훨씬 광대해지고 정교한 군사기술이 요구되었는데, 





가장 결정적인 통신은  매우 열악하고, 각자들은 자기들이 가진 그 전력을 주체를 못하는 느낌까지 나더군요.





나폴레옹의 경우 이탈리아에서의 첫 작전 같은 경우엔 그야말로 귀신같은 젊은 천재 지휘관의 행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군사들이 비교적 정예하고 대체적인 상황에서 주도적이었던 오스트리아와의 전쟁,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는 탁월한 작전 능력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별로 특별할것 없고 양측 모두에 무지막지한 살육전에 불과한 형태의 정면 박치기 전투로 일관 합니다. 




그러다가 세력이 이전보다 훨씬 쪼그라들고 손에 쥔 군사의 규모도 훨씬 줄어든 상황이 되는데, 바로 이 1814년 멸망 직전의 상황에서 말도 안되는 어마어마한 전투 지휘 능력을 보여주면서 별안간에 연전연승을 거두기 시작합니다. 물론 대세를 바꾸지는 못했지만요. 




그런 사람이 한번 퇴위되었다 다시 복위한 후에 펼쳐진 워털루 전역에서는, 일단 "이렇게 하자." 고 생각한 작전술 단계에서는 절묘한 작전을 생각해지만, 그게 시행되는 광경에서는 앞에 말한 '자기 눈앞의 상황밖에 볼 수 없는' 현장에서의 불협화음으로 계획 단계에서의 유리한 점이 모조리 날라가버리고, 그 다음에 펼쳐진 워털루 전투 당일에는 완전히 무기력한 사람처럼 또다시 별로 특별할것 없는 정면 박치기 유혈 충돌 전투로 회귀합니다. 그리고 그 워털루 전투는 영연합군, 프로이센군, 프랑스군 합쳐서 도합 수십만에 달하는 군대가 펼친 전투입니다. 







전 이런 걸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보통 우리가 전투, 명장,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군재(軍材)가 어떻고...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실제로 능력이 뛰어난 지휘관도 졸장인 지휘관의 차이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일정 규모 이상의 대규모 전투에서, 통신이 이토록 열악하던 상황에서의 전투에서 한 개인의 군재가 어떻다는것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얼마나 있을까... 싶은 점이었습니다. 




그 기술의 미비라는게 말 타고 사람 보내서 서로 연락하는건 한니발의 시대이건 나폴레옹의 시대이건 19세기 중반 이전에는 다들 비슷할테니 한 시대를 떠나서 전근대 시대의 많은 대규모 전투에서 상황에 대해서 느껴지는것도 그렇고...







이것과는 별개로, 좀 상관이 있으면서도 없는듯한 이야기지만, 고대는 전혀 아니고 전근대도 아니라 근현대라고 불려야 할 시기지만, 중국 근현대의 장작림, 손전방, 오패부 같은 군벌들의 싸움을 보면 서로 동원하는 부대는 물경 수십만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숫자들인데, 무장의 수준에서건 훈련수준, 군사 교리의 수준에서건 이전시대 만큼 열악하다보니,




몇십만 대군이 동원되는데 막상 실제로는 거의 대부분 도움도 안되고, 그나마 해당 군벌들이 심열을 기울여서 조직한, 비교적 정예이고 어느정도 제대로된 군사 작전을 할 수 있는 몇 부대가 펼치는 전투로 전체적인 형세를 결정되더군요. 가령 1차 직봉전쟁에서 장작림이 12만 대군을 동원하는데 실제로 제대로 싸우는건 장학량, 곽송령의 3여단, 8여단 정도 뿐이라던가...





그러다보니 고대 시절에 물경 수십만이 동원되었다는 전투 등도, 



부대 자체는 어찌어찌 수십만의 대군을 꾸려왔다고는 해도 막상 실제적인 전투 양상은 그 전체 규모에 비하면 소규모에 속하는 규모의 부대끼리의 싸움에서 결판이 나는 경우가 많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나머지 병사들은 출전을 하긴 했는데 충격적인 수준의 붕괴가 아닌 이상에야 적군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돌아온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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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노래선호자
18/11/29 02:30
수정 아이콘
이순신과 원균의 차이는 역시 레전드
18/11/29 02:33
수정 아이콘
흐흐.. 재미있는 의견이네요. 어느 정도는 동감합니다.
그 시절 지휘통제 능력을 감안하면 나폴레옹 할아버지라도 별 수 있을라나 싶기도 하고요.

요새도 마찬가지지만, 자신의 전술 의도를 잘 이해하고 실행해줄 수 있는 지휘관과 부대를 양성하는게
진정한 지휘력일 수도 있겠습니다.
펠릭스30세(무직)
18/11/29 02:34
수정 아이콘
실재로 나폴레옹의 약점이 초거대규모의 부대지휘가 약하다는 것이었지만....

사실 그 시대는 아무도 그걸 못했지요.
18/11/29 02:36
수정 아이콘
나폴레옹 시절에 전투를 보면 타이밍 싸움이더군요. 병과에 따라 상성이 뚜렷해서 어떤 병과가 언제 앞으로 나설지를 결정해야 하더군요. 포병은 언제 타격하고, 보병은 언제 타격하며, 기병은 언제 출발할지 말이죠. 워털루 전쟁에서 프랑스군의 패배는 나폴레옹이 건강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웠을때, 잘못된 명령하달로 기병대가 좋지 않은 타이밍에 달려나가 적 포병대를 부수지도 못하고 전멸하면서 무너진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걸보면 지휘관의 능력과 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폴레옹이 당시 건강이 좋아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면 기병대가 달려나갈 타이밍을 제대로 잡았을 수도 있겠죠.
펠릭스30세(무직)
18/11/29 02:38
수정 아이콘
그런데 의외로 고대 전쟁사에서 수십만 대군이 동시에 싸운 전투는 거의 없습니다. 특히 회전에서는요.

동원이 수십만이 되는 규모는 흔하지만 실재 전투에서 그 병력이 투입되는건 한쪽 멕시멈이 5만이 최대이지 않나 싶습니다.
Lord Be Goja
18/11/29 03:47
수정 아이콘
실제 전투에서 수십만을 한번에 동원한 경우에는 동원한쪽이 엄청난 피해를 입고 몰락해버리는 경우도 많더군요
중국에서의 팽성전투나 비수대전은 수십만 ,
적벽대전이나 페르시아의 이소스전투 같은경우 십만이 넘는 병력을 동원했다가 잘 통제되는 상대적 소수의 병력에 그대로 무너져버렸죠.
팽성전투야 상대방의 실정으로 추후 극복이 가능했지만 적벽이나 비수대전은 통일직전에 모든게 무위로 돌아가버린전투고.
이소스전투와 가우가멜라전투의 경우에는 그 여파로 강대국이였던 고대 페르시아가 그대로 망해버렸으니..
앙겔루스 노부스
18/11/29 02:49
수정 아이콘
칸나에 전투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어떻게 평가해야할지... 양군 합쳐 대충 12~3만은 된걸로 아는데, 알려지기로는 거의 완벽한 작전지휘가 이뤄지지 않았던가 싶네요. 그렇게 치면 역시 나폴레옹 VS 한니발은 한니발? 후후~
펠릭스30세(무직)
18/11/29 02:54
수정 아이콘
2차가공된 사료를 통해서 보긴 하지만 실재로 로마시대 당시의 회전의 양상은 대부분 미리 합을 짜 놓고 시작하더군요. 그리고 계획이 어그러지면.... 중간에 포진을 바꾸거나 이런 기록이 잘 안보이더군요. 그냥 망하는거지.
고란고란
18/11/29 09:40
수정 아이콘
출처는 기억나지 않지만, 보통 뛰어난 지휘관이 다룰 수 있는 병력의 최대치를 5만 정도로 본다더군요. 당시 한니발군이 5만 또는 그 이하였고요.
흑설탕
18/11/29 11:41
수정 아이콘
아마시오노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로 생각됩니다. 누가 봐도 명장이 확실한 알렉산드로스 한니발 폼페이우스 카이사르 등이 거의그수준의 군대를 이끌었으니까요
18/11/29 05:48
수정 아이콘
(수정됨) 거꾸로 생각해보면,
"정예부대가 먹히지 않게된 현대전은 얼마나 충격적인가" 라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겠지요.

단적으로 유명한 사단 이름을 대라고 하면 아무말도 못하는 1차 세계대전 같은 경우에는,
고르고 고른 정예 군 (군단도 아니고!)이 마른에서 막히고, 솜에서 쓰러지고, 베르됭에서 다 사라지는 살풍경이 펼쳐지니까요.

한 부대만 찝어서, 바이에른 1 (근위)사단 같은 경우에도 보불전쟁에서부터 명망있는 부대인데, 그 이후 상비사단이 아니라 동원사단의 형태로 전쟁발발 이후 뮌헨지역 청년들을 중심으로 동원되었고, 베르됭 이후에는 누더기 편제 상태로 참호에 박혀있다가 종전을 맞았으니까요..

영국 원정군의 초기 구성에 큰 힘을 했던 "키치너의 군대"로 불리는 전쟁 초기 대규모 모병의 경우에도, 나폴레옹 시대와 보불전쟁 시대의 '전리품과 입신양명'을 꿈꾸던 젊은 지역사회가 솜에 끌려가서 증발하는 것을 목격하고,
바로 지원율이 팍팍 떨어져서 1년 뒤에 징병제가 강제된 것을 보면

"인간이 값싼 총알에서 평등해진 것은 대재앙"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이전 전쟁에서는 5번 전투와 드잡이질에서 살아 남으면 장군은 못 시켜줘도 삼국지로 치자면 교위 자리 중에서 낮은 것이라도 줄텐데,
현대전에서는 5번 살아남았다고 대대장 자리 주는 것이 아니잖아요?
노르망디 상륙부터 종전 직전 아르덴 숲의 바스토뉴까지 공병의 폭파임무를 공수부대 따라다니면서 낙하산 타고 하던 "13명의 지독한 녀석들 (Filthy Thirteen)" (선전물에 쓰여서 별명이 생겼을 뿐이지,
특수부대보다는 '파견나온 공병 아저씨들'에 가까운 인원)의 제이크 맥니스 상사 같은 경우에 '아 현지임관 의미없어서 안 한다니까? 내가 소위따라지로 보이냐?'라고 국방일보에 해당하는 Stars and Strips의 선전기사에서 대놓고 말할 정도였으니...

정말 과거의 전쟁에는 당사자도 없으니 영광이니, 명예니 거려도. 현대전에는 그런 것이 없다는게 분명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나폴레옹 전쟁 시기에 대해 정확한 사료나 분석이 아니라 '창작물'인 혼블라워나 데메테르 같은 것의 막연한 이미지로 생각하다보니,
'와아 발미 전투 이후로 국가의 총동원이 시작! 그런데 혁명과 새로운 전장의 시대라 무지렁이도 제국의 원수가 되네! 이게 낭만주의지!'라는 얄팍한 이해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반성하게 되네요. 이후의 (근)현대전에서 보이기 시작하는 '개인의 인지범위를 벗어난 국가단위 폭력의 총집합'이 스물스물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

클라우제비츠가 전쟁론에서 불확실성 이야기를 이런 시대에 꺼내는 것을 보고 '낭만적인 시대다운, 제갈량의 추풍오장원에 아쉬움과 비슷한 감성적 분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그런 불확실성 또한 당대의 현실이었던 것이군요.
18/11/29 05:53
수정 아이콘
근데 조괄, 마속, 원균처럼 말아먹는 건 바닥이 없긴 하네요.
Chandler
18/11/29 06:14
수정 아이콘
역시 4캐리가 1트롤을 못막는건 동서고금의 진리....

1인분은 어렵지만 -100인분 똥쟁이 되는건 순식간인거 같아요.
18/11/29 06:17
수정 아이콘
크 당시 전쟁 장면을 상상해보니 지옥도가 따로 없었겠네요. 총 생기기 전에는 어이구...
오호츠크해
18/11/29 07:12
수정 아이콘
스타 같네요. 병력 적을 때야 컨트롤하고 그러지 200채우면 프로게이머도 엔간해선 그냥 어택땅...
물속에잠긴용
18/11/29 07:37
수정 아이콘
전근대의 대규모 전쟁은 전투 자체가 아니라 위생과 보급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결정하는 부분이 큽니다.
10만명을 한 공간에 몰아넣을 때 그 식수와 음식, 똥오줌만 생각해봐도 끔직하죠.
개인의 무력이란 건 소규모 전투 상황이 아닌 이상 무의미하다고 봐야 합니다.
metaljet
18/11/29 09:23
수정 아이콘
일단 전투의 난전 속에 휘말리게 되면 지휘관 개인의 역량 따위는 대개 소용 없었을 거고 ..
전투의 승패를 좌우하는건 쪽수와 평소의 훈련 상태, 나아가 아예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건 수송과 병참이었겠죠. 전투에서 죽은 전상자가 병걸리고 굶어죽은 비전투 사상자를 처음으로 추월하게 된게 러일전쟁 때라 캅니다.그전까지는 전쟁나가면 그저 행군하고 텐트치고 하다가 적은 구경도 못하고 전쟁 끝났다고 듣고 집에 가는게 (아니면 보급이 끊어져 도망가거나) 수천년간 지속된 일상이었겠죠. 나폴레옹이나 로마군대가 보여준것도 사실은 병사를 모으고 전장까지 행군시키고 안굶기고 보급하는 능력면에서 독보적인 차이라고 생각되네요.
이걸 근본적으로 바꾼건 바로 철도입니다. 동원령을 내리자마자 며칠만에 전국에서 대군이 편성되어 기차를 타고 전선으로 보내진다는건 전에는 상상도 할수 없었습니다. 철도야 말로 국가 총력전을 가능하게 하고 전에는 적 얼굴 보기도 어려웠던 병사들을 전부 기관총 앞으로 데려다 준 주연이라서 1차대전이 발발하고 비극으로 끝난 원인을 비약적으로 향상된 수송 능력으로 지목하고 기차 시간표의 전쟁이었다라고 이야기한 역사가도 있었죠.
순둥이
18/11/29 10:32
수정 아이콘
무기/방어구가 제일 크지 않았을까 싶네요. 분대/소대 전술정도도 나름 영향이 컸을거고
도뿔이
18/11/29 15:47
수정 아이콘
딱 본문에 있는 시대 즈음이 전투지휘관으로서
역량을 발휘하기가 본격적으로 어려워진
시대가 아닐까요? 통신과 기동의 발전은
더디다 못해 과거보다 못한데 병력의 수와
살상력은 비약적으로 올라갔죠 이것의 끝이 일차대전일테고요
복슬이남친동동이
18/11/29 15:56
수정 아이콘
실제로 전에 올려주신 지휘관 얘기하고 지금 얘기도 어떻게 보면 고대,중세에서 흔히 등장하는 "머릿수가 훨씬 적은 진영이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 그림을 설명하는 방편들이 아닐까 합니다.
탱구와댄스
18/11/29 22:30
수정 아이콘
그래서 백인대장급 정도에 해당하는 중간머리들과 총지휘관이 연계가 잘 돼야 하는게 아닐까요. 사실 병사들을 지휘하는 건 총지휘관이 아니라 소대장 정도에 해당하는 사람들일 테니
메가트롤
18/11/30 15:42
수정 아이콘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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