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10/21 03:49:58
Name 무난무난
Subject 배신의 고찰
*어떤 느낌으로 글을 쓸까하다 일기 형식으로 쓰는게 가장 바람직할것 같습니다. 자게에 글 쓰는건 처음이라 조금 긴장되고 뻣뻣한 느낌이네요. 쓰다보니 서러워서
두서없이 쓴 부분도 보여서 부끄럽네요. 아무쪼록 읽어주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


2018년 10월 19일 금요일. 날씨는 춥다

오늘은 내 친구이자 동기인 녀석에게 2주 연속으로 바람을 맞은 날이다. 배신 당한 날이라고 정의해야 하려나.
난 주말에 항상 본가로 내려가야 하는 사정이 있는데 이 녀석때문에 집에 가는 걸 2주 연속으로 내려가는 날을 하루 늦췄다는 사실이 너무 억울하다.

맞다. 지금 나는 또 누군가에게 기대를 했고 내가 정의한 기대에 그 사람이 못 미쳤다는 사실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누군가는 내가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 만큼 나를 중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오늘도 또 배신당한 느낌이다. 기대를 한 내가 애초에 어리석은건지, 상대방이 너무한건지. 이런 생각은 이제 안한다. 그저 떡 줄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잘못 판단했을 뿐이다. 이제 나는 그냥 그 사람에게 조금씩 선을 그어가며 어느 수준으로 그 사람과 친하게 지낼 수 있을지 가늠해봐야 한다. 이 자체가 나에게는 꽤나 안타깝고 슬프지만, 나를 위해서 해야하는 과정이다.

사실 이런 실망이 찾아오는 일은 언제나 그렇듯이 사소하다. 내가 이 녀석이랑 같이 듣는 수업이 있는데, 교수님은 언제나 별것 아닌듯이 얘기하시지만 내용은 별것인 내용과 아닌 것이 혼재되어 있어, 결국 러닝타임 내내 집중해야 하는 수업이다. 난 이녀석때문에 밤을 새어 도저히 수업을 들을 체력이 안됐기에 저번주에 한번 빠졌고, 그 녀석은 과제때문에 이번주에 빠졌다. 모두가 그렇듯이, 이런 상황이면 서로 정보교환을 부탁한다. 그리고 이 녀석은 그 약속의 날짜 금요일에 2주 연속 늦었을 뿐이다. 뭐 늦을수야 있다. 난 2주 연속 늦었다는 사실 자체에는 화가 나지 않았다. 내가 화난건 그 녀석이 늦은 이유다.

요즘 시험기간이라 저번주에 그 녀석이 왜 늦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전화로 얘기했기 때문에 카톡에도
없다. 아마 별 시답잖은 이유였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에 선배가 밥사준다고 해서 난 쫄래쫄래 따라갔고, 저녁먹으러 간다고 그 녀석한테 연락하려했지만 그 녀석이 안받았다. 카톡도 남겼는데 도착해서 확인하는건 대체 뭔데?
결국 쌍방으로 한대씩 때렸고 맞은 셈이니 서로 사과하고 넘어갔다. 사실 이번것도 이런 사소한 거였다면 이번 주 금요일에 그렇게 화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젠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원인에 대해 써야 한다. 이번 주 금요일에 그 녀석이 나타나지 않았고, 나는 그 지켜지지 않은 약속때문에 학생회관 고층을 계단으로 급하게 올라와서 20분간 그 녀석을 기다렸고, 보이스톡도 카톡도 안받아서 빡친 나는 저녁을 먹고 왔지만, 결국 약속시간으로부터 2시간이 넘어서야 연락이 닿았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도 빡치지만 선을 그어야하겠다고 결심한 원인도 아니다.
그 녀석이 시험기간이라 피곤해서 자버렸거나 과제때문에 연락할 정신조차 없었다면 그건 괜찮았을 것이다. 요즘 이 녀석이 중요하게 여기는 동아리의 문제가 있는데, 그거 관해서 다른 사람들이랑 떠들다가 핸드폰이 꺼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를 아예 잊었다고 했다.

결국 나는 내 신뢰를 주지 않는게 좋을 상대에게 내 신뢰를 줬다는 것이다. 저번 주에 중대한 문제라면서 며칠 밤을 새게하더니, 그 문제 때문에 2주연속 버림받았다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너무 호구처럼 보였다는 반증일거다. 쓰다보니 서러워서 더 못쓰겠다. 외면해왔던 상처에 강제로 소독약을 들이붓는 느낌이다. 내 위치로 이용당한것도 서러운데 확인사살하는 느낌이라 기분이 더럽지만 그만큼 나름대로의 결심도 서게 하는 하루였었다. 선 긋는 건 물론이고, 저딴 녀석한테 다음학기 회장을 주고싶지 않다는 감정적인 판단까지 한다. 생각보다 내 상처가 크긴 큰가보다. 일단 내가 상처받은 건 맞으니 진정될때까지 조금 시간을 둬 봐야겠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8/10/21 04:15
수정 아이콘
깊은 고민에 괜한 참견이 될까 저어되지만, 그래도 혼자 상처받고, 혼자 아파하다, 혼자 정리하게 되지는 않길 바라요.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아무리 친한 사이어도, 정말 그래요.
소위 쿨한 척 미련 남기기보다는, 서로 얼굴맞대고 이야기할 자리를 만들고,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 술기운이라도 빌려 해보길 권합니다.
그럼, 그래도 남을 후회 조금이나마 덜지 않을까 싶네요.
편안한 밤 되시길 바라요.
This-Plus
18/10/21 04:16
수정 아이콘
이런 경우 칼같이 거르는 편인데 그러고 살다보니 남는 인간이 거의 없네요... 하하.
아재향기
18/10/21 09:02
수정 아이콘
나이가 들수록 진정한 친구는 계속 줄어들고 지인만 남죠.
18/10/21 11:13
수정 아이콘
밥 사~ 술 사~ 혼쭐내~ 어느정도 쌓아온 인간관계가 있다면 이정도까진 해볼듯요.
키르아
18/10/23 19:47
수정 아이콘
저랑 성격이 비슷해 공감이 많이 되네요. 그런 경험을 많이 겪으면서 하게 된 다짐이 가치가 높은 사람이 되자는 거였습니다. 훌훌 털고 일어서길 바라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공지]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게시판을 오픈합니다 → 오픈완료 [53] jjohny=쿠마 24/03/09 26300 6
공지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49345 0
공지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25526 8
공지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48470 28
공지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18623 3
101298 MSI AMD 600 시리즈 메인보드 차세대 CPU 지원 준비 완료 [1] SAS Tony Parker 319 24/04/18 319 0
101297 [팁] 피지알에 webp 움짤 파일을 올려보자 [8] VictoryFood1158 24/04/18 1158 6
101296 뉴욕타임스 3.11.일자 기사 번역(보험사로 흘러가는 운전기록) [9] 오후2시4039 24/04/17 4039 4
101295 추천게시판 운영위원 신규모집(~4/30) [3] jjohny=쿠마3558 24/04/17 3558 5
101290 기형적인 아파트 청약제도가 대한민국에 기여한 부분 [78] VictoryFood9650 24/04/16 9650 0
101289 전마협 주관 대회 참석 후기 [19] pecotek5150 24/04/17 5150 4
101288 [역사] 기술 발전이 능사는 아니더라 / 질레트의 역사 [30] Fig.15042 24/04/17 5042 12
101287 7800X3D 46.5 딜 떴습니다 토스페이 [37] SAS Tony Parker 5341 24/04/16 5341 1
101285 마룬 5(Maroon 5) - Sunday Morning 불러보았습니다! [6] Neuromancer2800 24/04/16 2800 1
101284 남들 다가는 일본, 남들 안가는 목적으로 가다. (츠이키 기지 방문)(스압) [46] 한국화약주식회사7310 24/04/16 7310 45
101281 떡볶이는 좋지만 더덕구이는 싫은 사람들을 위하여 [31] Kaestro6688 24/04/15 6688 8
101280 이제 독일에서는 14세 이후 자신의 성별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301] 라이언 덕후18957 24/04/15 18957 2
101278 전기차 1년 타고 난 후 누적 전비 [55] VictoryFood11890 24/04/14 11890 7
101277 '굽시니스트의 본격 한중일세계사 리뷰'를 빙자한 잡담. [38] 14년째도피중8180 24/04/14 8180 8
101276 이란 이스라엘 공격 시작이 되었습니다.. [54] 키토15257 24/04/14 15257 3
101275 <쿵푸팬더4> - 만족스럽지만, 뻥튀기. [8] aDayInTheLife4932 24/04/14 4932 2
101274 [팝송] 리암 갤러거,존 스콰이어 새 앨범 "Liam Gallagher & John Squire" 김치찌개2908 24/04/14 2908 0
101273 위대해지지 못해서 불행한 한국인 [24] 고무닦이7215 24/04/13 7215 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