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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5/23 03:10:54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버닝> - 청춘에게 바치다 (수정됨)
※ 이 글에는 영화 <버닝>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yTAvI8d.jpg






  <버닝>의 이야기는 모호하다. 있어 보이게 표현하자면 열린 결말이고, 싸게 말하자면 떡밥이 널려있다. 받으면 끊어지는 전화의 정체는 무엇일까? 아버지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물은 존재하는 걸까? 정말 벤이 해미를 죽였을까? 고양이는 정말 보일이일까? 벤의 두 번째 여인은 어떻게 됐을까? 모임 멤버들은 벤의 정체를 알까? 그리고 종수는 정말로 벤을 죽였을까? 이야기는 어떤 해석도 가능하다. 사실 이렇게 열린 이야기를 가지고 '해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각자의 감상이 있고 각자의 해석이 있을 뿐이다. 그게 싫었다면 감독이 친절하게 서술했어야 맞다. 그럴싸한 단서만 뿌리며 떡밥 놀음하는 게 위대한 예술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모호한 이야기는 모호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 모호함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고민하는 게 제대로 된 '해석'의 시작일 것이다.

  <곡성>과 달리 <버닝>은 이야기만으로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는 것 같다. <곡성>은 마지막 종구와 무명의 대화를 통해 모호함의 의미를 정리했다. 그러나 <버닝>은 그런 친절함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야기만 본다면 의식의 흐름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관객은 종수만큼이나 단서가 모자라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명확하지 않고, 추측과 단정에 머물 뿐이다. 결말에 이르러도 모호함은 여전하다. 모호함의 의미도 모호하다.

  그러나 인물은 명확하다. 모호한 이야기에 비하면 인물은 의식의 흐름 같은 소리가 쏙 들어가게 만들 정도로 명확하다. 그리고 인물을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의 모호함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러고 나면 이 영화가 무슨 말을 건네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해미]는 대한민국 청춘의 가장 한심한 모습이다. 그녀는 그레이트 헝거를 꿈꾼다. 삶의 의미를 갈구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녀가 내면을 가꾸려 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오히려 외모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성형 수술을 하고 촌스러운 걸 따진다. 그녀는 그레이트 헝거를 꿈꾸며 아프리카로 여행을 다녀온다. 하지만 그곳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지는 못한 것 같다. 그녀의 여행 후기는 성장이라기보다는 좌절에 가까웠다. 사라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자신도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녀에게는 비전, 목표, 고민 같은 게 없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고뇌하는 것처럼 굴지만 실상 자기 연민에 그칠 뿐이다. 극단적으로 자존감이 바닥인 존재다. 현실에서는 이토록 바닥난 자존감을 찾아보기 힘들다. <버닝>의 인물은 이토록 명확하다.

  해미를 보면 아무 생각 없이 자기계발에 매달리는 눈먼 청년들이 떠오른다. 그들은 '동기부여', '열정' 같은 소리를 외치면서 으쌰으쌰하지만, 꿈이 뭐냐고 물으면 '대기업 입사'나 '공무원'이라고 말한다. 뭐 그런 꿈을 품어도 좋다. 하지만 진짜 대기업에 입사하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사람은 열정 같은 소리를 입으로만 떠들거나 SNS에 자랑하지 않는다. 하물며 고시생이라면 인터넷 뒤질 시간도 없을 것이다. 눈먼 청년들은 자기계발서를 보며 그레이트 헝거가 되기를 바라지만, 욕망만 있을 뿐 행동이 없다. 아무리 좋은 소리를 해주면 뭐하나. 운동해라. 책을 봐라. 이런 말을 들었으면 감동하고 있을 게 아니라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런 면에서 아프리카 여행은 허세의 절정 같은 것이었다. 그곳에서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자존감만 바닥을 쳤음에도 해미는 아프리카에서 겪었던 일들을 자랑스럽게 떠든다. 마치 SNS에 '나 아프리카 다녀옴'하고 자랑하는 것처럼.

  해미는 그런 존재다.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고, 목표는 없지만, 고민도 없고, 자존감은 바닥이다.





  [벤]은 그런 해미를 착취하고 유린하는 기득권이다. 사실 벤의 배역을 문성근 씨가 맡았어도 위화감이 없었을 것 같다. 하지만 벤은 젊었고 늙은 꼰대보다 훨씬 영악했다. 변호사는 종수 앞에서 거들먹거리며 훈계를 늘어놓지만, 벤은 훈계 같은 걸 하지 않는다. 대신 위로한다. '해미는 특별한 사람이야.' 같은 말을 하며 바닥난 자존감을 치켜세워준다. 상대를 힐링한다. 여기에 자존감이 떨어진 청년들은 환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입에 발린 소리일 뿐 실제로는 상대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 하품만 할 뿐이다. 게다가 도덕심도 없고, 책임감도 없다. 아예 도덕을 제멋대로 정의하기도 한다. 상처 입은 상대에게 입김 한 번 호... 불어주고 영혼까지 빼먹으려 하는 잔악한 존재다.

  벤을 보며 어느 정치인이 떠오른다면 과한 해석일까? 한때 힐링 열풍을 몰고 다녔고, 입으로는 혁신을 외쳤으나, 실상 구태의 끝판왕이었던 어느 정치인 말이다.

  이런 벤을 생각하고 있으니 해미가 가엽게 다가온다. 세상의 어른 중에는 선의를 가지고 해미의 자존감을 치켜세워줄 사람이 없는 걸까? 살려달라고, 죽고 싶지 않다고, 사라지고 싶지 않다고 울부짖는 외침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 사람이 없는 걸까? 어째서 벤 같은 승냥이만 존재하는가?





  [종수]는 청춘의 마지막 희망이다. 그는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른다 말하지만, 작가라는 꿈은 간직하고 있다. 물론 내세울 것도 없고, 완성한 작품도 없고, 작가가 맞는지 의심스럽지만 말이다. 종수에게서도 위축된 청춘의 현실을 볼 수 있다. 그는 벤의 으리으리한 집과 포르셰를 보며 움츠러든다. 그러나 자존심은 바닥일지언정 자존감은 굳건했다. 사실 자존심이란 게 있을 수가 없다. 남과 비교하면 초라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니까. 그러나 휘둘리지 않는 뚝심이 있다. 개떡 같은 입사 면접에서 쿨하게 뛰쳐나올 줄 안다. 벤은 그런 종수에게도 해미에게 하듯 거짓 힐링을 시도한다. '가슴을 울리는 베이스' 같은 사탕발림을 날리지만, 종수는 이에 넘어가지 않는다. 해미의 그레이트 헝거 처럼 뜬구름 잡는 소리도 하지 않는다. 대신 명확한 욕망이 있다. '나는 시발 해미를 사랑한다고'라고 말할 줄 안다.

  다만 어리다.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른다. 해미가 실종되었다면 경찰에 신고해야 하지만, 그런 상식조차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어리다. 그리고 모든 문제를 자기가 다 해결하려 한다. 해미의 어머니까지 찾아가서는 실종 사실을 논의하지 않는다. 마치 빵꾸 내고는 혼자 처리하려고 버둥대다 일을 더 크게 만드는 신입사원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자기만의 해답을 찾는다. 받자마자 끊기던 전화는 마지막에 집 나간 어머니와 연결된다. 16년 만에 만난 어머니는 염치없게도 500만 원 빚을 대신 갚아달라고 말한다. 이걸 보면 아마 그동안 걸려온 전화는 어머니였거나 어머니를 쫓는 빚쟁이였을 듯하다. 종수는 시계와 보일이라는 이름에 반응하는 고양이로부터 해미 실종의 답도 얻는다. 범인이 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확실한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 실상 냉철한 추리라기보다는 성급한 단정에 가깝다. 만약 종수가 셜록 홈스였다면 이리 지저분하게 떡밥을 흘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종수는 평범한 청춘이었다. 어리다. 어설프다. 하지만 어설프더라도 종수는 행동하는 사람이 됐다. 수수께끼 같은 세상에서 자기만의 답을 찾자 글을 쓰기 시작하고, 복수를 감행한다. 종수에게 뜬구름은 없다. 행동이 있을 뿐이다.





  결국, 이창동이 <버닝>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말은 따끔한 일침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거들먹거리며 훈계하는 기분은 아니다. 오히려 간절하게 다가온다. '제발 정신 차리고 종수처럼 벤을 무찔러줘!' 이렇게 외치는 것 같다. 처음 영화 제작 소식이 들렸을 때 '청춘을 위한 영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꼰대같은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꼰대짓 하는 영화가 나오긴 했다. 하지만 간절하고 진실하게 다가왔다. 진심으로 걱정해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 주변에도 해미 같은 애들이 있었다. 열정 같은 소리를 하며 행동은 않고 뜬구름 쫓는 청춘들. <버닝>은 그들에게 날리는 진심어린 죽간 스매싱 같은 영화가 아닐까?





Written by 충달 http://headbomb.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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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맨
18/05/23 08:11
수정 아이콘
영화의 주제와는 다소 동 떨어지지만 저는....

1. 유아인은 잘생겨서인가 저렇게 여자가 꼬이는구나.
2. 유아인은 몸도 분명 좋겠지만 영화에선 일부러 자세히 보여주진 않는구나.
3. 벤은 몸에 약간붙는 티셔츠같은것만 입는데도 고급스러워 보이는것은 캐릭터의 힘일까?
4. 흙수저 유아인은 파주시 탄현면 마누리, 벤은 서울시내 반포?.... 나도 파주인데...
5. 해미의 집앞과 벤의 집앞 길가에는 항상 같은자리에 주차자리가 남는구나. (난 항상 주차가 걱정인데)
6. 유아인이 왜 지독하게 자위를 반복하고, 지독하게 벤을 스토킹하고, 지독하게 비닐하우스를 찾아다닐까
마스터충달
18/05/23 08:16
수정 아이콘
6. 백수는 남는 게 시간이라... 그리고 자위는 그 정도면 딱히 지독하지 않습니...
Betty Blue 37˚2
18/05/23 08:55
수정 아이콘
6. 비닐하우스는 해미처럼 무쓸모에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존재죠. 그래서 벤에게서 지키려고 그렇게 쫓아다녔을 거에요. 어떻게 보면 종수의 순진함 또는 미련함이 잘 나타난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메모광
18/05/23 09:25
수정 아이콘
저는 비닐하우스에 집착하는 장면에서 종수의 정의나 미련함 외에 벤에 대한 "열등감"도 느꼈습니다.
마스터충달
18/05/23 09:32
수정 아이콘
이것도 맞네요!
마스터충달
18/05/23 09:31
수정 아이콘
말씀에 공감이 가네요.
루카쓰
18/05/23 15:48
수정 아이콘
6번은 종수라는 캐릭터를 보여주는 행동들이라고 봅니다. 종수는 자신을 드러내기 두려워하는 캐릭터입니다. 혼자 있을 때는 크게 노래를 부르다가도 다른 사람 앞에서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생각을 표출하는 것조차 힘들어 합니다. 작가지망생이지만 뭘 써야할지도 모릅니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자위에서 또한 종수는 본인의 욕망을 직접적으로 표출하지 않습니다. 말미에서는 직접적으로 해미를 떠올리며 자위를 하지만 그전까지의 자위에서 종수의 시선은 햇빛에 머뭅니다. 첫경험의 순간을 기억하며 간접적으로만 해미를 떠올렸던거죠.
비닐하우스를 찾아다니는 건 종수의 현실부정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종수는 사실 비닐하우스에 대한 메타포를 읽었다고 봤습니다. 해미를 사랑한다는 고백은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내가 해미를 사랑하니 해미라는 비닐하우스를 불태우지 말라는 경고였던거죠. 그러나 약기운에서 비롯된 용기였을 뿐이고 멀쩡한 정신의 종수는 현실을 부정하려고 합니다. 비닐하우스들을 애타게 찾아다니며 해미가 벤이 말한 비닐하우스가 아니길 바랍니다.
벤에 대한 스토킹 또한 본인이 읽었던 메타포가 틀렸길 바라는 현실부정의 일환으로 봤습니다 .
저는 이렇게 느꼈네요…
Betty Blue 37˚2
18/05/23 09:07
수정 아이콘
어제 영화를 봤는데 아직도 여운이 많이 남아요. 전 영화 볼 때 감독이 숨겨둔 의미를 하나하나 다 찾아가며 감상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버닝>은 저같은 둔탱이도 장면들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들을 곱씹어보게 하네요. 친절하지 않은 영화지만 그래서 다양한 감상들이 쏟아져 나오는것 같고 그걸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해질녘의 장면들이 참 인상깊었습니다. 과한 조명 대신에 그 어스름한 빛을 배우들 얼굴에 입히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창동 감독은 도대체...
아, 그리고 볼때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저수지 장면도 그 둘의 극명한 대비를 잘 보여주는것 같아요. 흙수저 종수가 풀을 헤치며 언덕을 힘들게 올라오지만 그 위에는 이미 포르쉐를 갖고있는 벤이 여유롭게... 허리를 숙이고 숨어있던 종수가 천천히 허리를 곧추 세우는것도 참... 좋았습니다 눈물 또르르...
마스터충달
18/05/23 09:33
수정 아이콘
해미의 춤사위는 정말... ㅗㅜㅑ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딸기꿀딴지
18/05/23 15:17
수정 아이콘
해질녘 장면 정말 좋죠. 저수지 장면 의미가 뭘까 했는데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순둥이
18/05/23 12:59
수정 아이콘
아 좋은글 잘봤습니다.

나는 종수일까 혜미일까 벤일까... 아니면 종수 아버지일까...

그리고 종수가 어느순간 작품을 쓰는 장면도 나오죠.

종수가 '세상이 미스테리?' 라고 했던 대사도 기억에 남고
마스터충달
18/05/23 14:07
수정 아이콘
그러고 보니 종수 아버지는 어떤 계층을 대표하는 거려나요?
로쏘네리
18/05/23 16:57
수정 아이콘
영화해석은 젬병이지만 개인적인 생각인데 종수 아버지는 어떤 계층을 대표한다기보다 그냥 종수의 '근본'을 보여주는 인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음 속에 슬픔, 분노가 있지만 평소에 억눌려있거나 참고 살다가 어떤 계기가 생기면 한번에 터지는 모습을 종수, 종수 아버지에게서 볼 수 있죠. 이와 정 반대의 포지션에 있는게 벤과 벤 어머니라고 생각합니다. 벤은 태어나서 슬픔이라는 감정을 느껴본적이 없다고 하죠. 아마 분노같은 것도 없을겁니다. 벤이 처음 공항에서 등장해 종수의 트럭을 타고 오는 길에 어머니와 전화통화 하던 도중 '나는 DNA가 좋잖아'라는 대사를 하는데 이게 벤 어머니의 성격을 종수아버지와 대비시켜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닌가싶네요. 제가 순서를 기억하고 있는게 맞다면 아마 앞쪽부분에 종수아버지가 분노조절장애 사건(?)으로 재판받는 장면이 소개되고 이후 벤과 어머니의 통화 장면이 나왔던걸로 기억합니다. 종수 아버지, 그리고 영화에 직접 나오지는 않았지만 벤의 어머니는 종수와 벤의 '근본(?)'을 보여주는 인물들이 아닌가 싶네요.
마스터충달
18/05/23 19:00
수정 아이콘
이것도 일종의 수저론의 연장선상이려나요? 이 말씀도 일리가 있네요.
살려야한다
18/05/23 13:51
수정 아이콘
마지막 종수를 끌어안는 벤의 모습에서 요즈음 청춘을 착취하는 기득권을 대신한 이창동의 사과?같은 느낌도 받았네요.
이제 벤=기득권=이창동을 죽이고 청춘들의 삶을 살아가라는 위로..?

아무튼 전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마스터충달
18/05/23 14:06
수정 아이콘
종수야! 미안하다~~~~
지금만나러갑니다
18/05/23 16:24
수정 아이콘
많은 리뷰들 보면 종수를 그레이트헝거로 많이 보던데 전 잘 모르겠습니다. 말로만 작가가 되려고 하지 구체적인 계획도 없고 작업하고 있는것도 없습니다. 리틀헝거를 의미하는 가장 기초적인 욕구인 자위를 하는 장면이 계속 나오고 미행하면서 자꾸 꼬박꼬박 음식은 챙겨먹죠. 그러면서 결국 벤의 부를 부러워하는 장면도 나오고 벤과함께 담배/대마도 같이 하죠. 마지막엔 결국 벤처럼(벤이 해미를 죽였다라는 보장은 없지만) 살인까지 저지르죠. 전형적인 리틀헝거로 보입니다.

면접장에서 나가는 모습빼곤 솔직히 리틀헝거의 모습이 대부분이죠. 종수를 희망, 그레이트헝거로 표현하는 대부분의 리뷰들을 보며 갸우뚱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스터충달
18/05/23 16:51
수정 아이콘
저는 리틀 헝거, 그레이트 헝거라는 개념 자체가 틀렸먹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그레이트 헝거는 뜬구름 잡기죠. 삶의 의미를 갈구한다? 그런 것보다는 '나는 해미를 사랑한다'처럼 구체적이고 확실한 욕망이 오히려 낫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종수에겐 리틀 헝거적인 면모도 있고, 반대로 그레이트 헝거적인 면모도 있죠. 그래서 종수는 둘 다 아니라 그저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봅니다.
카푸스틴
18/05/23 18:11
수정 아이콘
이전 pgr내 버닝리뷰중 종수를 그레이트헝거에 가깝다고 한 글을 보며 저도 많이 의아했었습니다. 충달님 글에도 청춘의 마지막 희망, 해미와 벤과는 다른 종류등으로 표현하시는데 전 종수의 행동들이 전혀 주체적이다는 생각이 안들더라구요. 특히 면접장에서 뛰쳐나오는씬은 그레이트헝거도 아니고 쿨하지도 않았으며, 작가라는 꿈을 가진것이 종수를 해미와 벤보다 나은 이상을 가진 사람으로 평가하는것도 이해가 안갔습니다.
지금만나러갑니다
18/05/23 19:31
수정 아이콘
그렇죠. 희망이라고 표현하는것도 과분하다고 저도 봤습니다. 다를꺼 없었죠. 자존감이 굳건한지도 사실 잘 모르겠구요.
진복호보키
18/05/23 20:01
수정 아이콘
전 사실 세 명 모두 리틀헝거라고 봅니다. 서로가 서로의 욕망을 하찮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서로 닮아있는... 그리고 그게 결국 감독이 말한 청춘이 아닐까 해요. 결말도 과연 다른 평에서 말한 용기나 그레이트헝거의 발로인지 의문스럽더군요.
카푸스틴
18/05/23 18:18
수정 아이콘
(충달님에게만 반박하는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버닝리뷰에서 종수가 왜 해미나 벤보다 그레이트헝거/ 쿨한사람/ 꿈이있음/ 적어도 행동하는자/ 자존감이 있음 등으로 해석되는지 이해가 잘안가더라구요. 물론 개개인의 해석차이긴한데 그쪽으로 (종수가 뭔가 더 긍정적인 쪽) 의견이 확 몰릴정도는 아닌거 같거든요. 전 이런저런 리뷰를 보면서 종수가 극중 주인공이라 은연중에 고평가받는거 같아요.
마스터충달
18/05/23 18:59
수정 아이콘
아마 해미와 대비되기 때문에 그렇게 보는 것 같습니다. 해미는 벤의 희생양이 되었지만, 종수는 변화를 거쳐 벤을 무찌르는 인물이 되었으니까요.

이 대비가 극명해서 그렇지 사실 종수도 억눌린 모습이 많이 보이죠.
카푸스틴
18/05/23 23:07
수정 아이콘
무찌르는 대상으로 보기에 벤은 그 자신이 리틀헝거의 한 모습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벤이 무언가 대단한 기득권이라거나 또는 무찔러야할 그레이트헝거라면 모르겠지만요. 적어도 벤이 저질렀을지 모를 살인이나 비닐하우스 태우는 범죄가 자신의 부와 권력을 이용한 억압이 아닌 몰래한 범죄라면 벤은 무찔러야할 대상이 될수없을텐데요. 심증만으로 벤을 죽인 종수는 ‘무언가 무찌르는 인물’이 될 수 없습니다.
마스터충달
18/05/23 23:5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일단 리틀헝거 그레이트헝거 논리를 빠져나와 벤을 바라보면 좀 더 다양하게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벤을 무찔러야 하는 이유는 범죄라는 사건때문이 아니라 벤이라는 인물과 유린하는 인물 사이의 관계 때문입니다.
진복호보키
18/05/23 19:51
수정 아이콘
저도 윗플 말대로 종수를 저런 캐릭터로 파악하는건 크게 공감이 안 가네요. 종수는 사실 양 극단에 있는 다른 두 캐릭터와는 이질적으로, 이창동 감독이 그리고 싶었던 청춘의 모습을 단적으로 대변하는 캐릭터라 봅니다만 오히려 저런 식으로 묘사되면 영화의 주제의식이 흐려지는 모양새가 된다고 보거든요.

오히려 종수는 셋 중 가장 '찌질함'에 맞닿은 인물이자 가장 주체성이 결여된 캐릭터라 보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행동부터 '작가'라는 장래희망까지 하나같이 반응적이고 소극적이며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죠. 그런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결말의 극적 행동은 좀 다른 의미를 가지지만요.
진복호보키
18/05/23 19:59
수정 아이콘
기본적으로 종수는 '문약한' 캐릭터라고 봅니다. (작가라는 꿈부터가 그렇죠) 현실을 마주하기보다는 도피하고, 작은 생리적 욕구들에 사로잡혀 있지만 그걸 추구하는 방법은 항상 은밀합니다. 해미처럼 '시늉 내는' 행위를 혐오하지만, 사실 그 자신도 결국 워너비적 열등감을 달고 사는... 그러했던 인물을 움직이는 계기가 우물 이야기와 해미의 실종 그로 인한 열등감 폭발이라 보는데.. 결론에서 보이는 옷을 태우는 행위 때문에 결국 실질적인 변화가 있는지 없는지가 고민되더군요 보는 저로써도.
위버멘쉬
18/05/23 22:24
수정 아이콘
버닝에 대해서 좋은 글이 많이 올라오네요 저도 주말에 보고 왔는데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이창동 감독 영화중에서 완성도는 제일 허술한것처럼 느껴지는데 왠지 취향에는 제일 잘 맞는 것 같네요. 내일 한번 더 보려고 예매 해뒀습니다. 주위에 해미나 벤 같은 지인들이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벤은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는 가정 하에서 말이죠 크크 종수는 같이 있으면 서로 아무말도 안할 것 같아서 좀 싫을 것 같네요 암튼 리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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