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05/13 23:04:36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호구론
  호구. 범의 아가리. 바둑돌 석 점에 둘러싸여 한쪽만 비어있는 모양. 여기서 유래된 또 다른 의미. 어수룩해서 이용하기 좋은 사람. 사기꾼과 타짜에게 털어 먹히기 위해 죽을 곳에 제 발로 뛰어드는 사람. 범의 아가리에 갇힌 자. 호구.

  털어 먹힌 것도 억울한데, 왜 사람들은 굳이 호구라고 부르며 아픈 곳을 후벼 파는 걸까? 왜냐면 멍청해 보이니깐. 들어가면 죽을 수에 제 발로 들어가는 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다. 하지만 죽을 곳인 줄 알았으면 제 발로 들어갔을까? 전문 사기꾼의 설계는 매우 치밀해서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속임수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아니, 도리어 똑똑할수록 파악하기가 힘들다. 스스로 어리숙하다고 생각해서 욕심부리지 않고, 뭐든지 열심히 찾아보려는 사람은 사기당하지 않는다. 스스로 똑똑하다 생각하여 자만하는 사람, 그래서 욕심이 뿜어나오는 사람이 호구가 되기 쉽다.

  꼭 사기꾼에게 억 소리 나게 털려 먹히는 사람만 호구라고 불리는 것도 아니다. 일상적인 인간관계에서도 호구는 등장한다. 특히, 연애 관계에서 자주... 상대방에게 아낌없이 퍼주었는데 나중에 배신당하거나 차이는 사람도 호구라 불린다. 솔직히 좀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그저 열심히 사랑한 것뿐인데, 상대에게 최선을 다한 것뿐인데 호구라고 불려야 하나?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게 이성적인 일은 아니지 않은가? 상대가 인간말종이라도 내 심장이 사랑하면 사랑하는 건데. 그래서 잘 해줬는데. 이게 왜 멍청한 짓인가? 이게 왜 호구 짓인가?

  하지만 호구 소리를 들어 싼 경우도 있다. 연애하겠다고 빚까지 지고, 모아 놓은 재산 털리고, 자신의 피와 살을 깎아가며 사랑하는 사람들. 설령 배신당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이들은 호구다. 사랑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치라고들 하지만, 사랑보다 소중한 게 있다. 그게 바로 너다. 너 자신은 사랑보다도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건강 잃어가면서 돈 많이 버는 게 바보짓이듯, 자기 인생 버려가면서 사랑하는 것도 멍청한 짓이다. 세상에 너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 자기 배부르자고 남을 등쳐먹어서는 안 되겠지만, 어떤 고귀한 가치도 네가 살아남는 것보다 소중하진 않다. 그러니 자기 삶을 망쳐가며 사랑하는 것은 호구 짓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왜 자신을 망쳐가면서까지 사랑에 목매는 걸까? 욕심이 많아서 그렇다. 심해진 욕심은 두려움이 된다. 사랑이 거절당하는 것이 두렵고, 헤어지는 것이 두렵고, 미움받는 것이 두렵다. 두려움에서 해방되고 싶으면 욕심을 버리면 된다. 조금만 여유를 가져도 호구 되는 일은 없다. 연애하다 헤어질 수도 있다. 세상에 사귈 사람은 차고 넘친다. 사랑받고 싶은 욕심을 조금만 줄이자. 어차피 사랑받고자 노력한다고 사랑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사람한테 잘해주지, 잘해주는 사람을 좋아하진 않는다. 아예 연애를 포기하고 다른 일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도 있다. 솔직히 요즘은 연애도 포기하는 시대인지라, 연애 호구도 별로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결국, 호구를 만드는 것은 욕심이다. 그런데 욕심이 나쁜 건가? 사랑받고 싶어서 노력하고, 성공하고 싶어서 발버둥 치는 게 잘못인가? 호구 잡히지 않겠다고 무소유 청빈 하는 스님이 될 수는 없다. 그렇다. 모든 욕심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럼 무엇이 좋은 욕심이고, 무엇이 나쁜 욕심일까? 이것을 가르는 요소는 바로 '통제'다. 당신이 다룰 수 있는 분야에서는 욕심내도 좋다.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싶은 욕심,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은 욕심, 더 좋은 몸매를 갖고 싶은 욕심. 이런 욕심은 좋은 욕심이다. 우리를 발전시키고 성장시키는 욕심이다.  

  그러나 통제할 수 없는 분야에서 욕심내는 것은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울 뿐이다. 더 사랑받고 싶은 욕심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다른 사람 마음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투자로 떼돈을 벌겠다는 욕심은? 주식도 가상화폐도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다. 그래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에 욕심내는 일은 무의미하다. 욕심이 결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라는 대로 되지 않으면 마음만 아프다. 이런 욕심은 버려야 한다. 안 그러면 호구 잡히기에 십상이다.

  멍청해서 호구가 되는 게 아니다. 나쁜 욕심을 가져서 호구가 된다. 어쨌든 호구가 제 발로 들어가는 일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호구 되기 싫으면, 욕심에도 지혜를 발휘할 줄 알아야 한다. 한 번쯤 찬찬히 생각해도 좋을 일이다.

  당신은 지금 무엇에 욕심내고 있는가? 무엇을 욕망하고 있는가?




Written by 충달 http://headbomb.tistory.com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태엽감는새
18/05/13 23:11
수정 아이콘
저는 터질듯한 엉덩이가 갖고싶습니다.
그래서 1년동안 헬스장을 120일을 갔지만 아직 제 청바지는 터지지 않았죠
내년엔 꼭 터트리고말거에요.
마스터충달
18/05/13 23:11
수정 아이콘
당신의 유전자는 고려해보셨나요? 크크크
태엽감는새
18/05/13 23:13
수정 아이콘
얼굴이 문제긴한데 몸은 나이에 비해서 생각보다 괜찮답니다!
18/05/14 00:25
수정 아이콘
엉덩이도 헬스로 되나요? 그건 정말 몰랐어요
아마데
18/05/14 10:57
수정 아이콘
스쿼트는 신이 엉덩이를 원하는 부지런한 자에게 열어준 길입니다
18/05/14 12:28
수정 아이콘
아,, 차별 발언이면 어떠나 걱정되는데 남성들은 도 본인들 엉덩이가 큰 걸 좋아하나요?
가끔 여성들이 엉뽕이? 아무튼 그런걸 착용 한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아마데
18/05/14 14:10
수정 아이콘
저는 잘 모르겠는데 엉덩이가 큰거보다는 모양이 잡힌 걸 (?) 여성들이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고로 그냥 여성분들이 좋아하니까 조건을 맞춰드리기 위해 운동을 하는거 같네요 크크
18/05/14 16:16
수정 아이콘
저 여성인대 부끄러워요 크크크크
전 엉덩이 안봐요;;;
진복호보키
18/05/13 23:13
수정 아이콘
전 제 여친에게 극도의 호구입니다. 그래서 여친에게도 극도의 호구이길 요구합니다. 호구 커플이 아인슈타인 커플보다 행복하거든요 헤헤..

사실 사랑하고 싶은 욕심, 사랑받고 싶은 욕심이란 게 인간 존재의 꽤 중요한 부분이라, 덜어낸다고 덜어지지가 않습니다 쉬이. 그래서 솔로를 꿈꾸며 헤어졌다가도 결국 또 한달을 못 가 여친/남친을 만드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거겠죠
그러지말자
18/05/13 23:29
수정 아이콘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도 못하면서 다른이를 사랑하는건 참 안타깝지요. 그 결여된 자존감을 돈과 시간과 노력으로 메꾸려다보니 호구가 되는거고..
먼저 자신부터 사랑합시다.
우린 못생긴 사람이 아니라 잘생긴 원숭이에요.
마스터충달
18/05/13 23:35
수정 아이콘
아마데
18/05/14 10:58
수정 아이콘
보자보자하니까 너무하시네요
잠깐만요
18/05/13 23:30
수정 아이콘
호구는... 욕심이 많아서 호구가 되는 게 아니라 욕심을 채우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호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bemanner
18/05/13 23:47
수정 아이콘
날로 먹으려 들면 호구, 익혀 먹으려고 하면 도전자라고 봅니다.
18/05/13 23:52
수정 아이콘
(수정됨) 너는 여신이니까 그래도 되 넌 여신이니까
너는 되고 나는 안되는게 법이니까
옷사준다는 말에 바로 답장해서 고마워
백화점을 전부 사줄게 그게얼마든

제가 좋아하는래퍼중 하나인 기리보이 - 호구가 생각나네요 크크크
호구 되는건 어쩔수없다고 생각해요ㅠㅠ 그래야 끌리니.. 그 욕심을 없애는게 진짜 어려운거같네요

기리는 노래는저렇게 만들고 자긴 연애에선 을인적이 없엇다하니 자존감이 진짜 중요한거같아요
현직백수
18/05/14 00:15
수정 아이콘
아....혼자생각되게하게되네...
18/05/14 00:29
수정 아이콘
욕심이 아닐것 같기도 하고 욕심인것 같기도 하고 14살, 이제 눈까지 멀어지는 아이가 올해까지만 이라도 아니 다만 2년이라도 악착같이 더 살아서 코 골면서 잤으면 좋겠어요
마리아나스
18/05/14 05:53
수정 아이콘
기원합니다.
18/05/14 12:2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아침저녁점심 수시로 할매 잘 자나 물어봐요
그 닉네임
18/05/14 00:51
수정 아이콘
물아일체, 즉 다른 것이나 다른 사람과 나를 동일 시 하는 것이 호구가 되는 지름길인 것 같습니다. 연애할 때 호구짓 하는 사람들보면 대부분 자존감이 낮아서 자아의 경계가 단단하지 못하더군요.
人在江湖身不由己
18/05/14 07:22
수정 아이콘
신경쓰기의 기술이란 책에서, 좋은 가치는 현실에 바탕을 두고, 사회에 이로우며, [직접 통제할 수 있는] 가치라고 한 것이 기억에 남네요. 항상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
18/05/14 11:24
수정 아이콘
어떤 때는 미안함 같은 마음의 빚 때문에 그렇게 하면 호랑이 입에 들어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들어갈 때도 있네요. 다른 이가 주변에서 보면 마음의 빚이 아니라 타인에게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욕심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요.
나제아오디
18/05/14 12:57
수정 아이콘
글로 인생이 배워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마스터충달
18/05/14 16:31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글로 인생을 배우려면 읽을 게 아니라 써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안군-
18/05/14 13:14
수정 아이콘
낮은 자존감은 정말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곤 하죠.... ㅠㅠ
저의 경우에는 정신승리 하는 법을 몰라서 문제입니다. 정신승리라는 말이 안 좋은 뜻으로 많이 쓰이지만, 사실 인생에 도움이 많이 되는 일이에요.
정신승리든 자뻑이든 좋으니,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좀더 키워야 할텐데, 방법을 모르겠어요 ㅠ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163 박노자가 말하는 남한이 사라진 가상 현대사 [102] 버들소리9608 24/03/20 9608 2
101162 참으로 안 '이지'했던 LE SSERAFIM 'EASY'를 촬영해 봤습니다. :) [14] 메존일각3303 24/03/20 3303 9
101160 삼성전자 990 프로 4TB 42.8만 플스 5 호환 O 떴습니다 [55] SAS Tony Parker 6743 24/03/20 6743 1
101159 [역사] 가솔린차가 전기차를 이긴 이유 / 자동차의 역사 [35] Fig.17821 24/03/19 7821 33
101158 일러스트레이터 이노마타 무츠미 사망 [17] Myoi Mina 24544 24/03/19 24544 1
101157 [번역글] 추도:토리야마 선생 희대의 혁명아가 걸어온 진화의 길 [13] Starscream3973 24/03/19 3973 8
101156 자애와, 동정과, 역겨움을 담아 부르는 ‘가여운 것들’ (스포일러 주의!) [10] mayuri3581 24/03/19 3581 2
101154 평범한 개인 투자자는 주식을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가? [77] 사람되고싶다9330 24/03/18 9330 15
101152 해외직구는 좋지만... 역차별 받는 국내 수입업자들? [123] 아서스14555 24/03/18 14555 6
101151 슬램덩크 극장판을 얼마전에야 봤습니다. [35] rukawa5568 24/03/17 5568 0
101150 meson님이 올려주신 연개소문의 승첩에 대한 글을 보니 떠오른 기억이 있습니다. [2] 니드호그2402 24/03/17 2402 7
101149 쓸때없이 맥북프로를 산 의식의 흐름과 10일 후기 [30] 한국화약주식회사5087 24/03/17 5087 1
101148 이엠텍 4070 슈퍼 78만 핫딜+3D Mark 할인. 그 외 잡설 [30] SAS Tony Parker 4264 24/03/17 4264 2
101147 [역사] 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9. 나가며 [10] meson1762 24/03/17 1762 15
101146 [역사] 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8. 태산봉선(泰山封禪) [6] meson3050 24/03/16 3050 13
101145 (스포)요즘 본 영화 감상​ ​ [4] 그때가언제라도3752 24/03/15 3752 0
101144 제게 초능력이 생긴다면,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영원히 살도록 할겁니다 [51] 보리야밥먹자7077 24/03/15 7077 0
101143 [역사] 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7. 선택과 집중 [10] meson3810 24/03/15 3810 9
101142 오랜만에 랩 작업물 올려봅니다! (스파6 류 테마 등) [4] 개념치킨2507 24/03/14 2507 7
101141 『드래곤볼』과 함께 하는 인생 (토리야마 아키라 추모글) [26] 두괴즐3767 24/03/14 3767 18
101140 [역사] 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6. 고구려의 ‘이일대로’ [1] meson1988 24/03/14 1988 12
101139 [역사] 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5. 예고된 변곡점 [4] meson3003 24/03/13 3003 12
101138 [공지]선거게시판 접속 방법 안내 공지 [7] jjohny=쿠마5395 24/03/13 5395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