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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3/06 19:50:24
Name aurelius
Subject [후기] 바르셀로나에서의 몇 가지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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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바르셀로나를 여행했었는데, 그곳에서 받았던 몇 가지 인상을 공유합니다. 

1.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주의 수도이다. 카탈루냐는 스페인(카스티야)와는 다른 정체성을 갖고 있는 독특한 지방인데, 이를 반영하듯 바르셀로나 시내 곳곳에서는 에스파냐 국기가 아닌 카탈루냐 깃발을 발견할 수가 있다. 실제로 작년에 카탈루냐는 독립을 하려고 국민투표까지 시행한 바 있으나, 마드리드의 중앙정부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반발로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우리나라가 광복절에 아파트에 태극기를 걸듯이 아파트 창문이나 베란다 밖에 카탈루냐 깃발을 걸었다. 지금도 바르셀로나 곳곳에는 베란다에 카탈루냐기가 걸려있는데, 이들의 집념을 잘 보여준다.

2. 또 한 가지 인상적인 점은 우리나라 세월호 리본과 똑같이 생긴 리본을 창문밖에 걸고, 가방에 달고, 가슴에 박거나 또는 목걸이로 착용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알고보니 현재 카탈루냐 독립을 “불법적”으로 시도했다는 이유로 수감된 정치인들의 귀환을 바란다는 의미였다. 작년 카탈루냐 의회에서 독립투표를 주도했던 이들은 반역을 명목으로 수감되어있는데,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이를 부당한 탄압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한 저항과 항의의 의미로 많은 시민들이 노란리본을 가방과 가슴에 단 것이다.

3.  고딕지구를 산책하는 중, 꽤나 좌파적인 책들을 판매하고 있던 사람들을 만났다. 그 중 두 명은 대학생이었으며 한 명은 그냥 아저씨였다. 그런데 이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 CNT(conferación nacional de trabajo, 전국노동자연맹) 조직의 멤버라고 했다. 그들과 잠깐 대화를 나눴는데, 이들에 따르면 스페인은 불완전한 민주주의라고 한다. 스페인 집권 여당은 과거 스페인을 무자비하게 통치했던 독재자 프랑코의 후신이며 독재시대 당시 시민들을 학살하고 암살하고 고문했던 이들 그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심지어 스페인의 대표적인 진보정당 PSOE(참고로 이 당은 19세기에 탄생한 정당이다) 마저 구 팔랑헤(falange, 프랑코 친위대) 출신들이 대거 들어가 있다고 했다. 이들이 말하길 카탈루냐의 독립운동은 마드리드나 카스티야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운동이며, 공화국을 회복하기 위한 운동이다. 그들은 프랑코에 의해 무너진 과거 스페인의 제2공화국은 각 자치주가 평등한 진정한 연방을 추구했다고 말했는데, 프랑코 사후 민주화된 스페인은 여전히 이를 시행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들은 스페인의 진정한 민주화는 구 프랑코 세력을 청산하고, 수평적 관계가 맺어지며, 공화국이 회복되어야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재미있는 건 이 바르셀로나 시민들이 한국의 3.1운동과 민주화운동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점! 대학생 중 한 명이 역사와 철학 전공이라고 했는데, 역시!

4. 그런데 다른 곳에서는 스페인 국기를 몸에 두른 사람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카탈루냐 광장에서 바르셀로나 개선문까지. 어림잡아 대략 만 명은 넘지 않나 싶다. 방송국 카메라를 들고 있던 분께 물어보니 시위대가 15,000 명 가량이 모일 것이라고 예고했었다고 한다. 그들은 대부분 중장년층이다. 비유가 적절하지 않겠지만은, 외관상 흡사 우리나라 태극기 부대를 보는 것 같다. 국기를 몸에 두르고, 선글라스를 낀 어르신들. 물론 젊은 사람들도 몇몇 있긴 했다. 시위하던 어르신 분 중 한분께 물어보았다. 왜 시위를 하는지. 그들에 따르면 독립은 허무맹랑한 일이고 사람들의 이기심이 발현된 것이라고 한다. 분열을 일으키는 나쁜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카탈루냐가 독립한다면 인류의 모든 가정들이 각각 독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5. 한편 카탈루냐 광장에는 우리나라 광화문에서처럼 노란 리본을 단 천막들이 있었고, 여러 텐트들이 앞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이들은 카탈루냐 독립을 주도했던 정치인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사람들이었다. 거기에서 서명을 받고 있던 분께 물어보았다. 며칠 있었냐고. 그는 33일 째 농성 중이라고 말했다. 독립 반대파 시위대가 괴롭히지 않는지도 물어봤는데, 그는 반독립파가 종종 도발을 하긴 하지만 절대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탈루냐의 핵심 바르셀로나에서 이러한 풍경을 보니, 뭐랄까 매우 익숙한 데자뷰를 보는 것 같다.  

6. 가우디 성당으로 잘 알려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가히 인류의 보물이라고 할 수 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자고로 성당은 고딕양식이거나 바로크양식이어야 한다는 보수적인 입장이었는데, 실제로 내부를 관람하니 그러한 편견이 완벽하게 부서졌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의 아름다움은 어떤 형용사나 단어로 설명 또는 표현하기 어렵고, 정말 두 눈으로 똑똑히 봐야 한다. 인간의 언어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묘사하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꼭 보시라. 두번 세번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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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린언니
18/03/06 19:52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제목에 데이터 표시 부탁드립니다
먼치킨
18/03/06 20:05
수정 아이콘
사그라다 파밀리아 이쁘죠. 흐흐흐-
저도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나저나
거리가 꽤나 어수선한가보군요.
루트에리노
18/03/06 20:16
수정 아이콘
음 근데 태극기 부대랑 비교는 외국인이 하기엔 지나친 비하일지도...하는 생각이 드네요
정휘인
18/03/06 20:31
수정 아이콘
언제 다시 봐도 또 가고 싶은 바르셀로나입니다. 제 버킷리스트중 하나가 사그리다 파밀리아 언젠가 완공 되면 가서 미사보는것 인데, 완공은 되겠죠???
18/03/07 14:11
수정 아이콘
현재 준공 상황을 미루어볼때 2026년 완공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유아유
18/03/06 20:41
수정 아이콘
노란 리본이 의외로 글로벌한 심볼이었네요? 하하;;
18/03/06 20:53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오타나 하나 나와서 지적을 해 드릴께요
conferación 이 아니고 confederación 입니다.
녹차김밥
18/03/06 22:06
수정 아이콘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오후시간 해가 넘어갈락 말락 할때 들어가면 빛이 정말 환상적입니다.
이야기 많이 보고 듣고 기대하면서 갔는데 기대 이상이었죠.
존레논
18/03/06 22:08
수정 아이콘
와우 저도 몇주간 바르셀로나에 있다가 막 귀국해서 그런지 이글 반갑네요.
저도 나름 유럽여행을 꽤 다닌편인데.. (미뤄두고 미뤄둔 스페인 여행을 이번에...^^)
가우디 건축물을 보고 엄청난 감동을 받았습니다. 카사밀라는 도시안의 예술이라는 측면에서 감동을...
사그리다 파밀리아는 정말이지 대단하더라구요. 정말이지 멋진 건출물이었습니다.
aurelius
18/03/07 23:18
수정 아이콘
저도 정말 대단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니 감동이었죠 :)
sen vastaan
18/03/06 22:09
수정 아이콘
침묵협정의 결과물이군요.
18/03/06 22:29
수정 아이콘
37년의 프랑코 독재가 청산되려면 시간이 오래걸지요. 암흑의 시절을 침묵의 협정으로 뭍어둔 것도 한몫한 것 같네요.
아리아
18/03/06 22:34
수정 아이콘
사그라다 파밀리아 ..
제가 가본 수 많은 성당,교회 중 top3로 꼽습니다
특히 채광의 활용이 기가 막혔어요
마치 천국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안 가보신분들 무조건 가보세요
종교없는 저 같은 사람도 넋을 잃고 보았습니다
Kevin De Bruyne
18/03/06 22:53
수정 아이콘
나머지 2곳은 어딘가요?? 무교론자 입장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랑 맞먹을 만한
곳이 어딜지 궁금해서요 흐흐
아리아
18/03/07 00:10
수정 아이콘
나머지 두 곳중 하나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기차타고 조금 가면 나오는
시에나 라는 도시의 두오모입니다
제가 가본 성당 중 내부만 한정해서 가장 화려했습니다
피렌체 두오모가 외관에 비해 내부는 대실망스러운데 반해서 시에나의 두오모는 내부가 정말 화려합니다 게다가 외관도 짓다가 중단해서 나름 참신한 면도 있어요

그리고 top3중 남은 하나는 기억이 안나네요

나중에 기억나면 자게에 글 써보겠습니다
꿈트리
18/03/07 13:48
수정 아이콘
파리의 생샤펠 성당
밀라노 두오모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 + 시스티나 성당 도 볼만합니다.
소주꼬뿌
18/03/07 04:31
수정 아이콘
카탈루나 독립에 대한 처음 접한게
시드니 샐던의 소설 "시간의 모래밭"이라는....막 사춘기때 읽은 ^^
.....
암튼 재밌는 소설(쿨럭^^) 입니다.
18/03/07 08:07
수정 아이콘
사그라다 파밀리아...
만약 유럽 여행을 할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웬만하면 꼭 마지막 일정으로 넣기를 추천합니다. 여기 가서 충격을 받으니까 다른 성당들은 별로 눈에 안들어오더라구요.
그냥 생각없이 갔다가 엄청난 감동을 받고 문 닫을때까지 죽치고 앉아있다가 왔습니다.
18/03/07 14:13
수정 아이콘
저도 동감합니다. 스페인 여기저기를 보고 마지막에 사그리다 파밀리에를 봤는데 그 전까지 봤던 알 함브라 궁전등 멋진 건축물들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멋지더군요.
18/03/07 10:27
수정 아이콘
사실 깃발은 오래 전부터 곳곳에 걸려 있었죠. 최근에
더 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건물에 시선을 두면 창문 한 군데에는 꼭 있을 정도로 쉽게 볼 수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또 바스크 지방에 가면 초록색 붉은색의 주기가 곳곳에 걸려 있는데, 각 지역의 갈등을 떠나서 고유의 언어와 정체성을 열심히 표출하는 걸 보자면 관광객 입장에서는 참 다채롭고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겨울삼각형
18/03/07 10:4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카탈류냐가 독립한게 아닌데 수도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네요.

작년 연예대상에서 기안84의 제주도의 수도는? 이 생각납니다.

카탈루나주의 주도 혹은 중심도시가 맞는표현이지요.

참고로 바르셀로나의 어원은 바르카(Barca)인데,
위 짤에도 El barca 어쩌구라는 피켓이 나오네요.

이 바르카가 바로 한니발 바르카 입니다.
18/03/07 15:34
수정 아이콘
몰라서 여쭤보는데, 카탈루냐의 수도가 한니발의 이름을 따온 연유가 있나요? 카탈루냐의 건국의 아버지 정도 (어감이 좀 이상하지만)로 보는 건가요?
겨울삼각형
18/03/07 15:45
수정 아이콘
https://en.m.wikipedia.org/wiki/History_of_Barcelona

뭐 여러썰중 하나입니다만,
한니발의 아버지인 하밀카르 바르카에 의해 식민지화되었고,

그뒤 한니발가문(바르카 가문)이 다스리기 시작하긴했습니다.


중략
It is sometimes asserted that the area was occupied c. 230 BC by Carthaginian troops under the leadership of Hamilcar Barca,[15] but this is disputed. The alleged military occupation is often cited as the foundation of the modern city of Barcelona, although the northern limit of the Punic territories up to that time had been the Ebro river, located over 150 km to the south. There is no evidence that Barcelona was ever a Carthaginian settlement, or that its name in antiquity, Barcino, had any connection with the Barcid family of Hamilcar.[16]
18/03/07 15:51
수정 아이콘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네요. 감사합니다.
18/03/07 19:47
수정 아이콘
성가족대성당을 진짜 처음 볼때는 그 웅장함과 압도적인 모습은 제인생에 길이 길이 남을거같아요 바로셀로나가서 냄새 심한 하몽은 안먹고온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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