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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3/06 15:32:54
Name 나가사끼 짬뽕
Subject 중국의 독재화 단계를 보면서
최근 계속해서 읽었고 읽고 있는 책은 대부분이 중국 근현대사와 관련된 책들입니다. 마오쩌둥 평전/덩샤오핑 평전/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를 읽으면서 관련 글도 찾아보고 그러고 있습니다. 권력관계에 대한 관심이 많은 개인적 취향도 있지만, 현재의 중국이나 과거의 중국을 보면 무협지 향기가 물씬 풍겨와 그런 점이 흥미로워서 더더욱 찾아보게 되더군요.

초한지나 삼국지같은 영웅의 이야기 그리고 오호십육국시대나 춘추전국시대같은 매력적인 인물들이 날뛰는 역사의 흐름을 보다보면 구조나 체제에 대한 흥미보다는 개인에 대한 흥미가 더더욱 커져서 무협지로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신불해님의 일련의 시리즈를 읽다보면 저도 모르게 더 인물에 집중되더군요.

이런 인물들에 대한 흥미가 현대에 이르면 지금의 중국을 만들고 정립한 인물들에 비해 상당히 부족해 보이는 시진핑이 뭐라고 저렇게 일인독재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그 이유가 너무나도 알고 싶더군요.

마오쩌둥은 지금 중국의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중국을 건국하였고 말년에 노망이 들었는지 권력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해 자신이 만든 중국을 망쳐놓고 저 세상으로 가버렸습니다. 대약진운동이나 문화대혁명은 익히 알려진 엄청난 사건들이죠.

자네가 맡아주면 안심이네 드립을 치면서 화궈펑을 후계자로 내세웠지만, 마주석의 모든 것은 옳다!만 외치는 고장난 녹음기인 화궈펑은 4인방과의 권력 싸움에서는 승리하였지만, 결국 부도옹 덩샤오핑의 왕의 귀환을 막지 못하고 초라하게 물러납니다. 몇번의 실각을 겪었지만 그래도 버티고 버텨 "가장 마지막에 남는 놈이 이기는거다"라는 걸 몸소 증명한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이 만들어 놓은 중국의 미래를 그립니다.

책을 봐도 그렇고 관련 글들을 찾아보면 덩샤오핑이 문혁 때 류사오치처럼 희생당하지 않고 살아남은건 중국 공산당에 있어서는 천운과도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드넓은 대륙에 어떤 체제가 피어났을지는 모르겠지만, 마오와 저우언라이가 연달아 사망하고 이후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싹틀려는 순간 덩샤오핑은 탱크로 그냥 자신들의 인민들을 밀어버리고서는 공산당 독재를 굳건히 해버리죠. 중국이라는 대륙에 있어서는 아픈 현실이지만 중국 공산당의 입장에서는 아마 신의 한수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이후에는 너무나도 유명한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과 같은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중국의 미래를 그려나가죠.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선부론이었나요? 마오와는 달리, 먼저 부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경제 특구를 건설하고 외부 차관을 들여 기술 발전을 꾀하면서 자본주의 경제를 조금씩 받아들입니다.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집단지도체제를 설계합니다. 유명한 칠상팔하 원칙과 10년의 임기제한을 걸어 마오 주석의 재림을 방지하고자 하는 장치를 걸어놓습니다. 공산당의 독재는 영원해야 하지만, 공산당의 특정 개인에게 지배당했을 때 폐해를 몸소 겪고 난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차기/차차기 후계자를 선정하고 물러나서 위원회의 일원으로 그렇지만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중국 최고권력자로서 자신이 추진한 정책에 대한 반기마저 진압(남순강화)하고 사망하죠.

그런데 기사에서도 많이들 말하지만, 지금 시진핑은 덩샤오핑의 구상 자체를 다 없던 일로 만들고 있습니다. 연임 제한 폐기할 것으로 보이고 측근 등용을 위해 칠상팔하도 무시했죠.

어떤 블로그 글 중 하나가 "창업자 그룹"의 직계 후계자이기에 장쩌민/후진타오와 같은 고용 CEO와는 권력의 질이 다르다고 합니다만, 솔직히 아직 혁명 당시의 원로들의 자손들이 여전히 있기도 하고 독재화보다 집단지도체제가 공산당 핵심 권력자들의 입맛에 더 맞을거라 봐서 이건 딱히 납득되지가 않더군요.

개인적인 생각은 중국 인민들과의 일방적인 계약 갱신을 위한 공산당의 마지막 몸부림으로 선택한 수단이 독재화 아닌가 싶습니다. 차우세스쿠가 총살 당하는 영상을 보고 북쪽의 뽀글이 돼지는 반동분자를 더 탄압하지 않으면 우리도 저렇게 된다했지만, 덩샤오핑은 인민을 굶주리게 하면 우리도 저렇게 된다 하고서는 경제개방정책을 펼쳤듯이,

극심한 빈부격차와 연해부와 내륙부 간의 발전 정도가 엄청난 격차를 보이면서 13억 인구가 뒤집어지면 공산당도 멸족을 면하지 못할텐데 가시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확실히 독재가 효율적이죠.

대외적으로는 부패를 척결한다고 하면서 저우융캉과 보시라이를 저 멀리(는 아니고 최고급 휴양 감옥에서;;) 보내면서 이미지 쇄신의 시그날을
보내면서 시진핑에게 권력 몰아주기를 하고 인민들의 불만 잠재울 수 있는 정책 펼치려는게 아닌가 생각되더군요. 대륙부심을 한 껏 채워줄 수 있는 외교정책을 펼치면서 경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효율성을 최대화 하기 위해서 권력 집중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사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정도의 위상이 아니고 푸틴처럼 어려운 시기에 확실한 성과를 보여준 것도 아닌데 저렇게 독재자로 나아가는게 가능하다는건 공산당 내부의 이해관계(특히 태자당)가 맞아떨어져서 나온 극약처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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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이리
18/03/06 15:46
수정 아이콘
http://slownews.kr/66703 이 시리즈를 읽어볼 만 합니다.
루트에리노
18/03/06 15:46
수정 아이콘
전 이 끝이 궁금하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독재체계는 덩어리가 커질수록 비효율성이 높아져서 종국엔 알아서 자기모순으로 인한 파국으로 끝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요. 당장 그 믿음을 강화시켜준 중요 샘플이 중국이었기도 하구요.
과연 제 이런 믿음에 대한 반례가 될지, 아니면 그 샘플들 중 하나가 될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중국의 경우 말이 일당독재지 사실상 다당제나 다를 바 없는 형태긴 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 그 사실상의 다당제까지 시진핑이 박살내려는 의지가 보이는것 같네요.
나가사끼 짬뽕
18/03/06 15:52
수정 아이콘
저도 과연 이 시점에 택도 없는 우상화 작업을 하고 인터넷 검열을 끊임없이 하면서 공산당 독재를 굳건히 하는게 아니라 1인 독재로 나가는 모습을 보니 끝이 궁금합니다. 집단지도체제로 그나마 자기네는 대륙식 통치방식이다 주장하면서 민주화 요구 묵살하고 공산당 지배를 정당화했는데 집단지도체제가 아니라 1인독재면 그냥 이건 사회주의도 아닌데 어찌 결말을 맺을까요?

절대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고 하는데, 저 어처구니 없는 독재화의 결말은 뭐가 될런지.
루트에리노
18/03/06 16:13
수정 아이콘
사실 부패하는거야 뭐 상관없는데...

독재정치를 하면 반드시 발생하는 문제가 모든 결정의 책임이 독재자에게 가게 되는거라, 근데 시진핑이 정치를 하다 보면 한두건은 반드시 악수를 둘 수밖에 없거든요. 민주주의 하의 대통령이야 아무리 국가 원수라고 한들, 선출직인 개인의 책임에 명쾌한 법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선거로 갈아치우거나 탄핵시키면 그만이지만 1인 종신 독재자는 그걸로 안 끝나죠. 그래서 국가 경제규모나 인구규모가 일정 이상으로 커지면 독재가 어려워집니다. 과연 14억명짜리 책임이 어떤 방향으로 튈지 궁금하네요.

지금까지 중국에서 폭군의 말로가 어땠는지 생각해보면, 시 주석은 본인을 위해서라도 정치를 정말 잘 해야 할것 같습니다.
18/03/06 16:0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제대로 된 소스가 있는 내용은 아니고, 그냥 증권가 찌라지 정도의 신뢰성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습니다만

2012년 보시라이 문제로 저우융캉과 원자바오 총리, 후진타오의 대립이 있었고, 이로 인해 베이징에서 군사적인 대치가 있었다는 루머가 있습니다. 차기 총서기로 내정되어있던 시진핑과 기존 지도부가 볼 때 이는 상무위원간의 상호 간섭이 거의 불가능한 기존의 집단지도체제가 지나치게 분열되어 있어 생긴 문제라고 보고 1인 지도체제로 나아가게 된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있더라구요.
루트에리노
18/03/06 16:17
수정 아이콘
그리고 공산당 파벌의 입장에서는 시 주석을 자기들 윗선에 걸어놓는게 이득일 공산이 큽니다.
집단지도체제를 시 주석이 어쩔 수 없다는 전제 하에, 바지사장이 필요할 테니까요.

문제는 이런 식으로 파벌들의 이익이 맞아떨어져 권좌로 올라간 사람들이 파벌들을 잡아먹고 독재자가 되는 경우가 역사에 참 많다는 거죠.
六穴砲山猫
18/03/06 16:44
수정 아이콘
스탈린이 그 비슷한 케이스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Lord Be Goja
18/03/06 17:00
수정 아이콘
(수정됨) 히틀러도 비슷하게 올라간거죠 독일지방호족들이 히틀러와 나치를 이용해서 부르주아나 노동계층을 견제하려고 했던거니..저는 시진핑은 이미 얼굴마담을 넘어 완전히 장악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밴가드
18/03/06 17:54
수정 아이콘
독재자들은 동시대 또래들이 서로 어떻게 권력을 장악하고 어떻게 권력을 잃는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시진핑에게는 푸틴이 더 가깝게 와닿는 실제 예시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본글에 챠우세스쿠와 김씨일가 언급이 있지만 푸틴도 중동의 봄때 카다피가 죽음을 당하는 동영상에 엄청난 집착을 보였다고 하죠. 푸틴은 총리로 지명되어 대통령으로 올라가는 과정이 그를 바지사장으로 여긴 옐친 주변 올리가르흐들이 밀어 넣은 케이스인데 이들은 결국 반부패 척결,체첸 테러 제압을 명분으로 내세운 푸틴에게 장악당해 버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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