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03/01 02:19:40
Name TheLasid
Subject 간결한 글쓰기 - 축약 편
생략 편에 이어서 씁니다. 잠을 설쳐서 야심한 시각에 올리네요 :(

사실 제가 간결한 글쓰기 시리즈를 쓰기 시작한 목적은 축약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한국어는 생각보다 그 역사가 짧습니다. “자연미와 야생미가 넘치는 언어”이지요. 한국어에는 사용자가 공을 들여가며 (인위적으로) 말을 다듬고 발전시킨 흔적이 별로 없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린 이유는 한국어가 핵심 정보와 주변 정보를 구분하여 전달하는 능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언어라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문장은 결국 무엇이 어떠함을 설명하는 구조인데, 한국어는 주어 및 주제어와 서술어 사이에 들어가는 내용이 길어지면 지루하거나 어려운 문장이 되기에 십상입니다. 한국어의 이러한 단점은 번역투 문장, 그 가운데서도 영어 직역투 문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자신이 번역투와 상관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최근에는 번역투를 안 쓰는 사람이 드뭅니다. 사회 전체 차원에서 축약을 논의할 필요가 커진 이유입니다. 이런 문제에는 축약이 즉효 약이니까요.

영어는 오랜 시간에 걸쳐 사람의 손길을 탄 언어입니다. 길고 복잡한 구조로 문장을 써도 별문제가 없습니다. 영어가 한국어보다 낫기 때문이 아닙니다. 영어 사용자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문장 부호를 공들여 발전시켰기 때문입니다. 영어의 콤마는 한국어의 쉼표와 모양이 같지만, 훨씬 많은 역할을 합니다. 그럼에도 쉼표보다 훨씬 높은 빈도로 쓰입니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콜론(:)이나 세미콜론(;), 대시(―), 하이픈(-) 등이 지원사격을 해주기까지 합니다. 한국어에서는 ‘원칙적으로’ 이런 문장 부호를 쓸 수 없으니 처음부터 문장 구조를 잘 만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영어식 문장 구조를 무턱대고 한국어로 옮겨오면 탈이 나기 마련입니다. 예문을 보겠습니다.

“미국인과 달리 프랑스인과 영국인은 ―미국인, 프랑스인, 영국인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독일인, 러시아인, 스페인인, 포르투갈인, 이탈리아인, 스위스인도― 내가 이 책에서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오랜 전통을 형성했다. 오리엔탈리즘이란 서양이 동양에 관계하는 방식으로서, 유럽 서양인의 경험 속에 동양이 차지하는 특별한 지위에 근거하는 것이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저술한 <오리엔탈리즘>의 서설에 나오는 문장을 박홍규 선생님께서 90년대에 한국어로 옮기신 문장입니다. 아마도 어렵고 장황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박홍규 선생님께서 쉼표 하나, 괄호 하나, 대시 하나 빼먹지 않고 원문의 어순 그대로 번역하려고 고군분투하신 흔적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실로 충실성을 잘 살린 직역의 귀감이라 할만합니다. 사이드의 글은 영미 독자 사이에서 명문으로 이름 높습니다. <오리엔탈리즘>을 못마땅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사람들은 책이 성공한 원인이 오롯이 사이드의 글솜씨 때문이라고 야유(?)했지요. 그렇지만, 아름답기로 이름 높은 글을 이토록 충실하게 번역한 결과는 어째 악문에 가깝습니다. 이 문장은, 나아가 이런 문장 구조는 한국어로 그대로 옮기기에는 실로 벅차기 때문입니다. 제 식대로 번역하면서 한번 축약해 보겠습니다.

프랑스와 영국은 미국과는 달리 내가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부르는 오랜 전통을 간직해왔다. (정도는 덜해도 독일이나 러시아,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위스 역시 이러한 전통을 간직해왔다.) 동양은 서구 유럽인의 경험 속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해 왔는데, 오리엔탈리즘은 이에 근거하여 동양을 이해하려는 방식이다.

해석은 사람마다 다르니 따로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첫 번째 문장이 쪼개지면서 짧아졌네요. 아마 가독성이 좀 나아졌다는 느낌이 드실 겁니다. 이것이 축약입니다. 문장이나 글에서 ‘중요하지 않거나 주제와 관련이 없는 내용을 뺌’으로써 간결하게 하는 일이죠. 축약한 결과, 주어와 서술어가 가까워지면서 핵심 정보가 더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주변 정보는 다음 문장에서 이어지며 괄호를 쳐서 중요성이 덜한 내용임을 확실히 했습니다. 두 번째 문장은 축약을 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핵심 정보를 묶는 형태로 제 나름대로 번역하였습니다. 비슷한 내용이지만 조금은 이해하기 쉽다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조금이나마 문장이 짧아지기도 했고요. 어떤 분들께서는 문장이 유치해졌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만약 박홍규 선생님께서 이런 접근법을 택하셨다면 저보다 훨씬 멋들어진 문장을 쓰셨을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노파심에 말씀드리지만, 저는 여기서 박홍규 선생님의 글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박홍규 선생님께서는 충실성을 강조하는 ‘직역’을 선택하셨을 뿐입니다. 충실성과 가독성은 본래 상충합니다. 또한, 90년대에는 시대와 독자가 모두 충실한 번역을 선호했습니다. 2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 가독성이 떨어진다고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않습니다. )

축약의 정의에서 먼저 ‘내용을 뺀다’는 부분을 고민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문장의 차원에서 뺀다면, 제가 앞서 했듯이 문장이 쪼개면 됩니다. 그리고 빠진 내용을 해당 문장의 앞이나 뒤, 혹은 다른 어딘가로 보내버리면 됩니다. 문단이나 전체 글의 차원에서 뺀다면? 그냥 해당 내용을 삭제하면 됩니다. 참 쉽죠? 보시다시피 축약은 글을 좀 써보신 분이라면 누구나 글을 간결하게 만들기 위해서 이미 하고 계신 행위입니다. 누구나 다 하는 이런 기초적인 내용을 굳이 말해야 하는 이유는 축약을 제대로 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축약은 하기가 너무 쉽습니다. 그냥 내용을 잘라내고 빼버리고 부숴버리면 되니까요.

남영신 선생님께서는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에서 “한국어에 축약이 논의되어야 하는 이유는 한국어 문장은 자칫 핵심 정보가 주변 정보에 가리어 드러나지 않을 우려가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달리 말하면 핵심 정보가 주변 정보에 가리어 드러나지 않을 우려를 제거할 수만 있다면, 굳이 축약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축약한 글이나 문장이 짧아지는 것은 부수적 이득에 불과합니다. 단순히 글을 짧게 만들기 위해서 축약을 한다면 본말전도입니다. 수술하시기 전에 우선 수술이 필요한지 따져보세요.

다시 축약의 정의로 돌아와서 ‘중요하지 않거나 주제와 관련이 없는 내용’, 즉 주변 정보에 관해서 살펴봅시다. 이 주변 정보를 가려내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평소에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고, 타인이 한 말에서 핵심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습관을 만들면 좋습니다. 조금 더 실전적으로 말씀드리면, 문장은 대개 무엇이 어떠함을 설명하는 형식이니, 문장 차원에서 보면 주어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주변 정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문장 안에 이런 부분이 있다면 한번 빼보세요. 이것이 문장 축약입니다. 문장 안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빼는 일이죠. 빼라는 말씀이 곧바로 지우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먼저 다른 문장으로 만들어 보세요. 문장 차원에선 주변 정보라 할지라도, 글 전체 차원에선 핵심 정보일 수 있습니다. 떼놓고 봤을 때도 글의 주제와 별 상관이 없다면? 그땐 지워야겠죠. 이것이 문단 축약입니다. 문단 안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솎아내는 일이죠.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 뭔지는 방금 설명된 듯해요. 글의 주제와 별 상관이 없는 내용입니다. 어휘 축약도 있는데요. 긴 의미를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다른 어휘를 찾아 쓰는 일입니다. 잘만 쓰면 문장이 간결해질 뿐만 아니라 의미가 더 선명해지기까지 하니 ‘금상첨화’겠죠? 그래도 어휘 축약을 하실 땐 조심하세요. 잘못 쓰면 현학충이나 설명충이 될 수 있습니다. 독자가 금상첨화라는 말을 모른다면 의미 전달에 실패할 것이며, 쓸데없이 말을 어렵게 한다고 괜히 욕만 먹을 겁니다. 그렇다고 ‘금상첨화란 비단 위에 꽃을 더한다는 뜻으로, 좋은 일 위에 또 좋은 일이 더하여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왕안석의 글에서 유래했다.’라고 부연한다면 축약을 위해 보아뱀의 발을 그려 넣는 격이 되지요.  

오늘은 축약에 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째 추상적인 이야기를 주로 한 듯해서 아쉬움이 남네요. 단순히 긴 문장을 쪼개서 짧게 하는 것만으로는 좋은 문장이 될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데...잘 전해졌을지 걱정입니다 :( 아무튼, 문장을 고치실 때는 핵심 정보와 주변 정보를 구분하는 데서 시작하시면 좋습니다! 간결해질 뿐만 아니라 주술 호응도 잘 맞게 되는 효과도 있어요. 다음번에는 명사적 표현과 부사적 표현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다들 휴일 잘 보내시길 :)

역시나 다른 의견이나 틀린 내용 지적은 환영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마스터충달
18/03/01 02:34
수정 아이콘
글을 쓰다 보면 진짜 그런 느낌 받습니다. 한국어-한글의 조화는 생각보다 깊이가 얕다는 점입니다. 구어가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아직 문어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띄어쓰기 입니다. 가끔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도대체 왜 띄어쓰기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가? 어문 규정상 띄어 쓰라고 하는데, 나는 그러고 싶지 않으면? 띄어 써서 느낌이 죽어버리면?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띄어쓰기의 역사가 150년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점이 오히려 장점이라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한국어는 세계에서 가장 유연한 문법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제약이 없어요. 혹자는 이걸 두고 예외가 너무 많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근데 예외가 너무 많아서 표준이 없을 지경인지라, 그냥 막 써도 뜻이 통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국어가 좋습니다.
TheLasid
18/03/01 03:06
수정 아이콘
문어체와 구어체 사이의 괴리는 정말 큰 문제입니다. 문어가 구어가 지닌 가능성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저는 일반 단행본에서도 가급적 입말을 쓰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현실에서 쓰지 않는 말을 글에서 쓸 이유가 없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가끔 독자에게 점잖은 글말을 써야 할 자리에서 천박한 입말을 썼다고 타박을 받을 때는 섭섭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입말을 천시하는 풍조가 아직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어가 구어를 소화하지 못하는 (혹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겠지요.

띄어쓰기는 저도 참 피곤한데...어찌 보면 복잡해서 좋을 때가 많습니다. 편집자분들이 워낙 바쁘다 보니, 띄어쓰기가 잘못된 글을 쓰는 분들을 먼저 거르시거든요. 대충하고 넘어가는 작가들이 많다 보니 열심히 해놓으면 아웃풋(?)이 굉장한 것 같습니다 :)

한국어는 숙련자가 쓰기에 참 좋은 언어인 듯해요. 본문에서 단점이라고 적어놓긴 했지만, 글 잘 쓰는 사람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니까요. 제약이 거의 없기도 하고요. 아 그래도 한국어로는 이런 묘기를 부리긴 힘들 겁니다. 이게 한 문장이에요!

https://www.newyorker.com/magazine/1978/06/26/girl
유리한
18/03/01 07:04
수정 아이콘
그래도 한국에는 [방란장 주인]이 있습죠 헤헤
TheLasid
18/03/01 07:47
수정 아이콘
오! 이런 작품이 있었군요. 몰랐습니다. 한국어로는 이런 묘기를 부리기 힘들다는 말은 철회해야겠네요. 성급한 주장이었습니다. 이런 문장을 한국어로 쓰면 가독성이 엄청 떨어질 줄 알았는데, 생각만큼(?) 심각하진 않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
18/03/01 12:01
수정 아이콘
예전의 법원 판결문을 보면, 위 글처럼 한 문장이 거의 한 페이지를 차지할 정도로 무척 길게 늘어진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마침표 없이, 어려운 용어로, 최대한 길게 쓰는 것을 마치 미덕으로 여겼던 것처럼요. (혹자는 이런 경향에 대해 판결문의 권위를 위해서, 또는 심오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여기게 해서 항소를 포기하게 하기 위해서 라는 농담도 하곤 했습니다)

판결문은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 재판받은 사람에게 그 취지를 최대한 이해시키는 방향으로 써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예전 판결문이 위와 같은 내용과 형식인 것은 아마도 일제시대 및 권위의식의 잔재 때문일 겁니다.
저격수
18/03/01 02:4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제가 읽고 쓰는 글의 대부분은 보고서와 논문 형태의 글인데, 영문으로 작성할 때와 한국어로 작성할 때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영어로 작성할 때는 분명한 문장 구조 안에 제가 하고 싶은 표현을 채워넣는다는 느낌이라면, 한국어로 작성할 때는 바닥부터 의미를 쌓아서 올린 뒤에 그걸 주물러서 한국어로 변형시켜야 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는 제 모국어가 한국어이기 때문이겠지만, 왠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런 글을 쓸 때는 영어로 쓰는 것을 선호합니다.
어디선가의 글을 봤는데, 한국어는 "나선형 언어"라는 점입니다. 제가 전공자가 아니라 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인데, 대화의 격률을 지키기 위해 한국어가 이와 같은 형태를 띠기를 선택했다는 요지의 글이었습니다. 출처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builder.hufs.ac.kr/user/ibas/No27/12.pdf
저는 제가 가장 익숙한 언어이기에 한국어를 쓰지만, 이 언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가끔은 한국어 화자로 태어난 것을 저주하기도 하며, 조금 더 표현을 분명하게 할 수 있는 다른 언어의 화자로 태어났으면 할 때가 많습니다. (한국어가 세계 주류 언어가 아니라는 별개의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사람이 면면으로 대화하는 시대를 지나 서로 모르는 대상과 언어로 의사소통할 일이 많은 지금, 한국어는 제 생각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TheLasid
18/03/01 03:24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사실 저도 한국어가 논문을 쓰기에 적절한 언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영어와 한국어로 작성할 때 느낌이 다르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하고요. 한국어는 (특히) 추상적인 개념을 명확하게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봐요. 다만, 한국어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언어라고 생각하기에 점차 개선될 거라고 믿습니다. "나선형 언어"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 처음 들어 봅니다. 뜻하지 않은 소득을 얻은 기분이네요. 고맙습니다. 당장 저부터 전공자가 아니라 이해하려면 공을 많이 들여야 할 것 같아요. 찬찬히 읽어보겠습니다.

일전에...어떤 논문에서...(기억이 안나네요ㅠ)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얻는 유무형적인 이득을 수치화한 자료를 봤었는데요. 주류 언어로서 영어가 학술 분야나 비즈니스 분야에서 주는 이점은 말할 것도 없고, 언어 그 자체가 주는 문화적 효용이 대단하더라고요. 펀더멘털 자체가 남다른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왕이면 다른 언어의 화자로 태어났으면 좋았겠다는 말씀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스타듀밸리
18/03/01 11:32
수정 아이콘
3.1절인데.... 는 농담이고
저도 영어로 얘기할 때 더 깔끔하게 표현될 때가 많아 공감이 됩니다.
18/03/01 02:54
수정 아이콘
영어를 오래 쓰다보니 이제 한국어로 문장을 쓰는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데, 말씀하신 부분이 아주 골치아파요.
TheLasid
18/03/01 03:25
수정 아이콘
기본 가닥이 있으셔서 그런지 지금도 충분히 잘 쓰십니다! :)
-안군-
18/03/01 13:33
수정 아이콘
그래서 (문재인 후보께서는) 제가 MB 아바타(라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축약의 제왕님 당신은 도덕책...
TheLasid
18/03/01 20:23
수정 아이콘
근데 진짜로...안철수씨 말하는 걸 보면 엄청 축약하는 것 같기는 해요. 안철수씨 눈에는 자기 말을 이해 못 하는 사람들이 엄청 이상해 보일 듯합니다; 축약이 이렇게 위험합니다!
18/03/01 16:31
수정 아이콘
와. '관계하는 방식으로서'가 '이에 근거하여'가 되는 것을 보고 제가 정말 배움이 모자라다는 걸 통감했습니다. 한 책에서 어떤 독일어 문장을 (원문은 저도 직접 본적이 없습니다) "기라성 같은 두뇌의 고흐도 일상에서는 고통에 빠진 괴짜에 불과했다"라는 문장을 "하늘에서 빛나는 별이었던 천재 고흐는 지상에서는 번민하는 괴물이었다."라는 문장으로 고치는 것을 보고 문학번역의 예술성에 전율에 휩싸인 적이 있었습니다. 몇 년 뒤에야 비슷한 경험을 한 번 더 해봅니다. 그림 뿐만이 아니라 문장에도 미학 이론을 접목시켜 더 유창하고 깊게 감상을 적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가득해지는 순간입니다.

스페인어나 러시아어는 격이라도 살아 있어서 주어가 빠져도 괜찮지만, 한국어는 고맥락 사회라는 바다의 생선이라 물 밖으로 꺼내면 갈치처럼 폐사해버리는 경험을 자주 해봤습니다. 비교문학수업을 곧 개강해서 듣기 시작할 문학도에게 TheLasid님의 글은 어머니가 떠주는 한 잔의 따뜻한 물 같네요. 이번 학기는 좋은 횟감으로 가득하길 빌며.
TheLasid
18/03/01 20:31
수정 아이콘
좋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Farce님 말씀에 힘이 나네요. 문학 번역의 예술성...참 멋진 말이에요. 비문학을 번역하는 저같은 사람들도 저런 멋진 번역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사실 엄청 힘들어요. 비유, 직유, 환유...넘나 어려운 것 ㅠ)

그러면 행복한 한 학기 보내시길 바랍니다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0924 시흥의 열두 딸들 - 아낌없이 주는 시흥의 역사 (3) [7] 계층방정3791 24/02/17 3791 9
100923 정말 이상한 전공의 사직 [115] 헤이즐넛커피13988 24/02/17 13988 0
100922 러시아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 옥중 사망, 향년 47세 [31] 된장까스7364 24/02/16 7364 3
100920 ITZY의 UNTOUCHABLE 커버 댄스를 촬영해 보았습니다. :) [2] 메존일각2214 24/02/16 2214 3
100919 22대 총선 선거구 획정 지금까지의 상황 정리 [29] 아우구스투스6836 24/02/16 6836 0
100918 윤석열 대통령 카이스트 졸업식 축사 도중 끌려 나가는 카이스트석사졸업생 [338] 면역23361 24/02/16 23361 0
100917 데이터로 바라본 의대 증원과 우리나라 의료 환경의 미래 [94] 여왕의심복17346 24/02/16 17346 0
100916 '건국전쟁' 흥행몰이 계속…곧 50만명 돌파 [250] 핑크솔져11509 24/02/16 11509 0
100915 당내 내분 소식이 외부로 퍼져나오고 있는 개혁신당 +@ [114] 매번같은8800 24/02/16 8800 0
100914 정부, 집단연가 사용불허·필수의료 유지명령 "사후구제·선처없다" [152] 시린비8956 24/02/16 8956 0
100913 일본과 미국의 의료인력 [29] 경계인6459 24/02/16 6459 21
100912 '빅5' 전공의 19일까지 전원 사직서 제출…20일 근무 중단(종합) [419] Pikachu9676 24/02/16 9676 0
100910 비..비켜 이건 내가 다 살 거야. (로얄 스타우트 시음기) [12] 대장햄토리5285 24/02/16 5285 5
100909 대한민국은 왜 살기 쉽지 않은가-연결 단절의 사회 [27] 프리템포6970 24/02/15 6970 0
100908 윤 대통령 독일 덴마크 갑작스러운 순방 연기와 후유증 [149] 빼사스11412 24/02/15 11412 0
100907 한림대 의대 4학년 '동맹휴학'…"1년간 학업 중단, 함께해 달라" [274] 시린비14404 24/02/15 14404 0
100906 오늘자 민주당 및 국민의힘의 공천 현황 [121] 아우구스투스11033 24/02/15 11033 0
100905 고려거란전쟁 중간 리뷰 [24] 드러나다6192 24/02/15 6192 13
100904 MS의 새 아웃룩을 사용하려면 엣지가 설치되어 있어야 함 [23] SAS Tony Parker 5577 24/02/15 5577 1
100903 <해피 투게더> - '해피', '투게더'. 가깝고도 멀다. [11] aDayInTheLife2786 24/02/14 2786 3
100902 쿠팡이 기자들의 명단을 입수해 회사 블랙리스트에 등재시켰네요. [58] 버들소리10050 24/02/14 10050 8
100901 MLB 서울시리즈 첫날 시구를 일본 기시다 총리가 한다는 카더라가 돌고 있습니다. [79] 매번같은7955 24/02/14 7955 0
100900 드디어 기다리던 S24울트라 티타늄 오렌지 [14] 겨울삼각형7434 24/02/14 7434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